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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6
씬/1 N, 교도소 밖, 차 안
태블릿 피씨로 1995년 한영대교 사건을 검색하는 해영.
‘오후 9시 30분, 한영대교 붕괴사고’ ‘사망 11명, 부상 15명’ ‘부실공사로 인한 예고된 참극’
기사들을 확인하는 해영, 뭐가 뭔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시선이다..
해영 : 도대체..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알람음. 퍼뜩 고개들어 시계 확인하면, 11시 22분이다.
가방 안을 뒤져서 무전기를 꺼내는 해영. 11시 23분으로 넘어가는데, ‘치치칙’ 울리기 시작하는 무전기.
해영 : 형사님! 저 박해영입니다.
대답이 없는 무전기.
해영 : 형사님! 듣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씬/2 D, 과거, 법원 건물 밖, 차 안
멍한 시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창밖을 보던 재한, 옆에 놓여진 무전기를 본다.
해영(소리) : 과거가 변했어요. 대도사건이요. 오경태가 진범이 맞나요?
재한 : ...(무전기를 보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경위님.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오경태가 사람을 납치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재한 : ...우리가 틀렸어요. 아니.. 내가.. 내가..다 잘못했어요... 모든게.. 나 때문에 엉망이 돼버렸습니다.
이...무전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어요.
무전기를 들고 있는 재한의 슬픈 눈빛에서.
씬/3 N, 과거, 몽타쥬/ 재한의 회상
-과거, 세규의 집. 낮, 깔끔한 평상복 차림의 세규에게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 털이범들의 사진을 한 장씩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의 사진을 툭 찍는.
정제 : 이 사람이었어요?
세규, 고개 끄덕하다가... 사진들 중 경태의 사진을 힐긋 보고 멈칫한다.
세규 : 아.. 잠깐.
형사들 : (보는)
세규 : 그 사람 말고, (경태 사진 찍는) 이 사람..
정제 : (경태 사진들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 사람이요?
세규 : (보다가) 예. 그 사람이었어요.
-과거, 형기대 사무실. 정제에게 얘기를 전해들은 듯 놀라는 얼굴의 재한.
재한 : 정말이야? 진짜 오경태라고 했어?
정제 : 그렇다니까.
재한, 사색이 되는데, 사무실로 들어서는 감식요원.
감식요원 : 이형사님이 말씀하신 장소들 지문감식을 해 봤는데요. 마지막으로 털린 한석희 검사장 집 우편함에서
지문이 발견됐습니다.
놀라서 바라보는 재한과 정제.
씬/4 N, 과거, 학교 주변 거리일각
뛰고 있는 경태. 그 뒤를 쫓고 있는 재한.
그러다가 경태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헉헉대며 뒤를 돌아 재한을 보는.
경태 : 왜 이래, 진짜.
재한 : (배신감에 화가난) 왜 거짓말했어?
경태 : 난 진짜 아냐.
재한 : 그날, 형을 본 증인이 나왔어. 그리고 그 집에서 형 지문이 나왔다구.
경태 : 나 진짜 아니라니까!
재한 : ...차 무슨 돈으로 샀어?
경태 : (얼굴 굳는) 너 나 그렇게 못 믿냐? 은지 앞날 생각해서 산 차야. 그걸 훔친 돈으로 샀겠어?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은지의 목소리.
은지 : 지금 뭐하는 거야?
보면 학교 앞에서부터 쫓아온 듯 헉헉대고 있는 은지다.
은지, 다가와서 경태 앞을 가로막고 서는 5부 57씬의 몽타쥬로 이어진다.
은지 : 아빤, 진짜 아냐.
재한 : (은지 건너 경태보며) 조용히 가자.
은지 : (눈가 붉어지며) 아빠, 진짜 아니라구!
경태 : 이형사.. 은지 데려다 주고 내가 내 발로 직접 갈게.
재한 : 다른 형사들이 벌써 집에 출동해 있을 거야..
경태 : (재한 보다가 어쩔 수 없다.. 은지와 시선 마주치며) 은지야. 집에 가 있어. 아빠 믿지? 금방 갈테니까, 먼저 가.
은지를 뒤로 하고 재한과 함께 멀어지는 경태.
은지 기어이 참고 참던 눈물을 뚝 떨어뜨린다.
씬/5 N, 과거, 한영대교 인근 도로일각/한영대교 일각
재한, 경태를 태운 차를 운전하며 가다가 정차하는데, 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는 은지를 본다. 아직도 울먹이고 있다.
맘이 아픈.. 버스 출발하고..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출발하는 재한.
저 앞쪽에 가고 있는 버스에 탄 은지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다.
버스 안 비추면, 은지의 앞쪽에 사이좋은 부녀, 과거의 평범해 보이는 동훈과 은지 또래의 중학생이었던 여진의 모습 보이고..
그런 버스와 재한의 차, 한영대교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씬/6 N, 동훈의 집/여진의 방
5부, 76씬에 이어지는.
수현 : 한영대교 붕괴사건에 따님이 있었다구요?
동훈 : ..예. 나도 딸과 함께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 딸 납치된 거랑 무슨 상관이죠?
수현 : 따님을 납치한 오경태의 인적사항을 조사해 봤는데요. 오경태의 딸도 한영대교 붕괴사고때 사망했다고 나왔어요.
동훈 : 그래서요? 그때 죽은 사람이 한 둘입니까?
수현 : 따님이 몸값을 노리고 납치됐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다른 방향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따님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이 아는 게 유리해요.
동훈 : ...(그저 이 상황이 괴로운) 그때.. 여진이는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힘들게 살았구요.
정말..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었어요.
그때, 거실쪽에서 들려오는 전화벨소리에 놀란 얼굴로 밖을 바라보는 수현.
동훈 거실로 뛰어나간다.
씬/7 N, 동훈의 집/거실
동훈, 뛰어나와 전화기를 받으려는데, 일단 제지하는 문형사.
수현 역시 뒤따라 나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녹음준비가 끝난 듯 문형사, 동훈에게 신호를 주면
동훈이 심호흡과 함께 전화를 받는다.
동훈 : 여보세요.
형사들이 듣고 있는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여진(소리) : 아빠..
동훈 : 여진아!! 어디야? 괜찮니? 다친덴 없고?
놀라는 수현과 형사들. 상대방이 여진이란 걸 알게된 형사들, 다급한 수신호.
씬/8 N, 광수대 회의실
치수와 모여있는 형사들 테이블에서 지도를 펼치고 얘기중이다.
형사1 : 도난차량에서부터 주변 근방 신여진이 있을만한 장소를 특정해봤는데요.
지도, 다섯군데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형사1 : 이 곳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뛰어들어오는 계철.
계철 : 피해자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핸드폰이 켜졌어요!
씬/9 N, 동훈의 집
초조한 얼굴로 여진과 통화중인 동훈.
동훈 : 지금 혼자니? 괜찮아?
여진(소리) : (울먹이는) 나 혼자에요... 근데.. 아빠.. 너무 추워요.
형사들, 서로 시선 마주치는.
그때 수현, 동훈이 받은 전화기 말고 연결된 다른 전화기를 들고.
수현 : 신여진씨, 침착하고 내 말 들어요. 난 서울청 차수현 경윕니다. 주변에 뭐가 보이죠?
씬/10 N, 냉동탑차 일각
주변을 둘러보는 여진.
여진 : ...차... 차안이에요.
수현(소리) : 트렁크 안이에요?
여진 : 아뇨.. 넓어요.
수현(소리) : 창문은요?
여진 : 창문은 없구요.. 다 막혀 있어요. 너무.. 추워요...
씬/11 N, 동훈의 집
수현, 주변 형사들에게.
수현 : 탑차.. 냉동탑차에요.
씬/12 N, 광수대 회의실
치수 : 위치추적은?
계철 : (가지고 온 서류 보여주며) 이 근방 3킬로미터 이내랍니다.
형사1, 아까 동그라미 쳤던 지도 두 군데를 가리킨다.
형사1 : 여기, 아니면 여깁니다.
치수 : 이 근방 냉동탑차 다 뒤져.
씬/13 N, 몽타쥬
-국도변을 수색중이던 강형사를 비롯한 형사들, 무전 받은 듯, 차를 향해 뛰어간다.
-다른 국도변, 비상등을 켜고 질주하기 시작하는..
-핸드폰 위치추적을 한 근방에 도착하는 형사들. 주변을 뒤지며 냉동탑차를 찾기 시작한다.
-주차된 냉동탑차 문을 열어보는 형사들, 그러나 안은 텅 비어있고
-도로를 지나는 냉동탑차를 세우는 경찰들. 안을 확인해 보지만 이 차도 아니다.
씬/14 N, 동훈의 집
동훈의 집에 있던 형사들, 역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다들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데
수현,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는.
문형사 : 뭐해? 출동준비 안하고.
수현 : ...이상하지 않아? 왜 신여진 주변에 핸드폰을 남겨놨을까..
문형사 : 납치 도중에 흘렸을 수도 있어. 그런 경우 많잖아.
수현 : 오경태는 꼼꼼한 성격이었다고 들었어.
문형사 : 신여진 성문 확인됐어. 본인이 직접 전화한 게 맞다구. 일단 피해자 먼저 살려놔야지.
수현, 문형사의 말에 문형사를 따라 동훈의 집을 나서는데
수현, 나가다가 힐긋 보면 한켠에 멍하니 서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동훈이다.
씬/15 N, 도로일각
신여진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비상등을 켜고 달리고 있는 수현, 그때 울리는 전화벨. 해영이다.
무시하고 달리는데, 또 다시 울리는 전화벨.
수현 : (보다가 받는) 나야.
해영(소리) : 신여진이 목표가 아닙니다.
수현 : 무슨 소리야?
씬/16 N, 또 다른 도로일각
운전을 하면서 통화중인 해영.
해영 : 오경태의 딸도, 신동훈의 딸도 한영대교 사건의 피해자였어요.
수현(소리) : 알고 있어.
해영 : 그냥 사고사가 아니었습니다. 오경태의 딸은 살릴 수도 있었습니다.
씬/17 N, 과거, 한영대교 일각(재한에게 해영이 들은 얘기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차선을 바꾸며 버스와 조금 더 간격을 벌리며 뒤로 물러서는데,
순간, 굉음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시내버스.
놀라서 핸들을 꺾는 재한. 그런 재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흔들리는 화면.
뒤이어 달려오던 차량들의 흔들리는 눈부신 헤드라이트들. 끼이익 여기저기서 들리는 급브레이크소리. 클랙션소리.
사라진 상판쪽이 아니라 반대편을 보이면서 끼이익 멈춰서는 재한의 차.
‘쾅’ ‘쾅’ 들려오는 차량들의 충돌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사이렌소리 엄청난 소음들.
한바퀴 돈 차 안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는 경태와 재한.
재한, 차문을 열고 내리는데, 주변 사람들의 아우성, 비명소리들.
믿기지 않는 시선으로 무너진 상판쪽으로 다가가 내려보면
무너진 다리 상판 위, 여기저기 흩어져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자동차들, 뒤집어진 채 찌그러져 있는 은지가 타고 있던 시내버스.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는 동훈, 정신을 차리고 버스 안의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도착하는 구조대원들. 동훈 ‘내 딸이 버스 안에 있어요!!’
경태, 역시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한쪽 손이 수갑이 채워져서 이동이 힘들지만,
상판 아래 상황은 확인될 거리다. 그런 경태의 시선에 뒤집어진 버스 안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은지가 보인다.
경태 : ..(믿기지 않는) 으..은지... 은지야!!
재한, 역시 그런 은지를 발견하고.. 패닉상황이다가,
어떻게든 아래로 내려가려는 듯 필사적으로 다리 반대편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경태는 여전히 은지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부르는데..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하나둘씩 구조되기 시작한다.
경태 : 은지야!! 도와주세요!! 우리 딸 좀 구해주세요!! 은지야!! 잠깐만 기다려!! 내가 갈께!!
경태,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와서 수갑을 풀기 위해 갖은 발악을 해보지만, 손만 부어오를 뿐 풀릴 생각을 안한다.
도구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데, 차에 걸려있는 무전기에서 연신 들려오는 무전소리.
‘한영대교 붕괴사고 발생’ ‘모든 인원 다리로 집결’
경태, 그런 무전소리에도 정신없이 수갑을 풀려고 하다가 무전기를 건드리고
주파수가 바뀐 듯, 구조대원들의 무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무전1(소리) : 유압기 나머지 한 대 언제 도착합니까?
무전2(소리) : 지금 교통이 너무 안좋아요. 최소 10분 이상 걸립니다.
무전1(소리) : 여학생 둘이 아직 버스 안에 있습니다.
경태, 멈칫하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은지가 있는 버스 앞에 구조대원들이 모여있고 한쪽에 유압기가 있다.
불안하게 바라보는 경태의 눈빛. 차 안에서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
무전1(소리) : 기름이 새고 있어요! 시간이 없습니다.
무전2(소리) :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 아이들 목숨이 위험합니다!
그때, 구조대원 목소리 너머 무전기를 타고 들리는 동훈의 목소리.
동훈(소리) : (패닉상태의) 둘 중에 하나라도 구해야 할 거 아니에요! 폭발하면 다 죽는다구!
경태, 이게 무슨 소리지? 다급히 차를 내려 상판 위를 바라보면 아래쪽에 보이는 구조대원들과 동훈의 모습.
차안에서 계속 들려오는 무전소리.
무전1(소리) : 스파크가 일어나면 다 죽습니다. 결정해야 돼요.
동훈(소리) : 이러다 우리애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거야?
경태, 아래를 내려다보면 구조대원 앞에서 강하게 어필하는 동훈이 보인다.
뒤이어 구조대원들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은지 반대편에 유압기를 설치한다.
경태 : 안돼..은지야...안돼요! 안돼!
그러나 유압기가 작동하고, 여진의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은지가 있는 버스 뒤편의 차체는 더욱 찌그러들기 시작한다.
구조대원들 손에 여진이 구해져서 나오고, 그런 여진을 감싸안는 동훈.
경태는 차 안에서 “은지야! 은지야!” 불러보는데, 마치 그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기적같이 은지의 머리가 움직인다.
은지가 아직 살아있다!
경태, 더욱 필사적으로 수갑을 풀려고 하고, 피가 나는 손목. 그와 동시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경태 : !!!!
다리 아래에서 열심히 달려가던 재한도 충격으로 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버스 주변의 구조대원들과 사람들 모두 급히 뒤로 물러서고, 어느새 버스 안은 온통 불길에 휩싸여있다.
반쯤 넋이 나가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버스를 망연자실 바라만 본다.
경태 : ..은지야...안돼.... 안돼!!
재한, 역시 멀리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패닉이 되어 머리를 감싸쥔다.
씬/18 N, 현재, 도로일각
달리면서 해영과 통화중인 수현.
해영(소리) : 오경태는 신동훈이 자기 딸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수현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았어? 누구한테 들은건데?
씬/19 N, 현재, 또 다른 거리일각
해영 : (수현의 질문에 멈칫하다가) 그 사고를 직접 본 목격자한테 들었어요.
수현(소리) : 목격자, 누구?
해영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오경태의 과거 범행수법은 꼼꼼하고 효율적이었어요.
자기 딸을 대신해서 살아난 신여진을 죽이려고 했다면, 납치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죽였을 겁니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니까.. 그런데, 자기를 드러내 가면서 굳이 신여진을 납치했어요.
씬/20 N, 현재, 거리일각
운전을 하면서 해영과 통화중인 수현.
해영(소리) : 딸이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기처럼, 신동훈을 괴롭히기 위한겁니다. 신여진은 미끼일 뿐입니다.
오경태의 진짜 목적은 신동훈이에요. 신여진을 가둔 곳은 한영대교 근처일 거에요.
원한이나 감정에서 기인한 표출적 납치의 경우, 상징적인 장소로 데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수현, 차를 끼이익 세운다.
해영(소리) : 여보세요? 차형사님?
수현 : (생각하는) 핸드폰을.. 흘린 게 아니라.. 일부러 놔둔거였어. 우리를 따돌리기 위해서..
순간, 떠오르는 마지막 동훈의 모습.
-인서트
-한켠에 멍하니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동훈.
씬/21 N, 동훈의 집
수현과 통화하며 동훈을 찾아 집안을 살피는 순경.
수현(소리) : 신동훈이 안 보여?
순경 : (난감한) 분명히 방금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나 아무곳에도 보이지 않고.. 그러던 순경, 어딘가에 시선이 꽂힌다. 열려진 현관문이다.
씬/22 N, 도로일각
수현, 낭패다. 싶은 얼굴로 차를 끼이익 돌리는.
씬/23 N, 또 다른 도로일각
운전을 하고 있는 초조해 보이는 해영의 모습위로 재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재한(소리) : 모두... 나 때문입니다.
씬/24 D, 과거, 차 안
2씬에 이어지는.. 한영대교 상황을 모두 얘기한 이후의 상황.
전면 유리창 너머, 죄책감에 가득한 재한.
재한 : ....오경태는...범인이 아니었어요.
씬/25 N, 현재, 차 안/해영의 회상
1씬, 교도소 건물 밖 차 안에서 무전을 하던 해영, 놀라서 굳는다.
해영 : 그게... 무슨 소리에요?
씬/26 D, 과거, 형기대 건물 화장실
형기대 건물 화장실. 정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문 쾅 열리며 다가오는 분노로 가득한 재한. 밑도 끝도 없이 정제에게 한방을 먹여버린다.
바닥으로 나가 떨어지는 정제의 멱살을 다시 잡는 재한.
정제 : 너..왜..
재한 : 지문.. 안 나왔다면서..
정제 : (눈빛 멈칫)
재한 : 쪽지문 하나 나왔다며! 누구껀지 확인도 안됐다며!
정제 : (눈빛 외면하며) 증인이 있잖아.
재한 : 어두운 밤에 얼핏 본 증인이야. 지문만 안 나왔다면, 체포하지 않을 수도 있었어.
정제 : 그럼! 어떡하라구! 위에선 범인 달고 오라는데!
재한 : 너..미쳤구나.
정제 : 증인이 있었어. 확실히 오경태라고 했어!
재한 : 내가 다 밝힐 거야.
정제 : 오경태 판결까지 떨어졌어. 경찰 내부에선 아무도 니 말 믿어주지 않을 거야.
떨려오는 재한의 눈빛.
씬/27 D, 과거, 법원 건물 복도
판결을 받고 경찰차로 이동중인 경태. 저 멀리에서 죄책감에 가득한 재한과 시선 마주친다.
순간, 다 뿌리치고 재한에게 달려드는 경태.
경태 : 너 때문이야! 내 딸... 내가 잡히지만 않았어도.. 내가 옆에만 있었어도 살릴 수 있었어!! 너 때문이라구!!
죄책감에 가득한 재한. 울부짖는 경태를 떼어서 끌고가는 호송경찰들.
씬/28 D, 과거, 차 안
법원 건물 앞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재한.
재한 : 당신 말이 맞았어요.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어야 해요.. 내가... 잘못 건드린 겁니다.
해영(소리) : 진범을 잡으세요.
멈칫하는 재한.
해영(소리) : 우리가 망쳤으니까 우리가 되돌려야 돼요. 지금이라도 진범을 잡으면.. 바로 잡을 수도 있어요.
하는데, 대답이 없다. 보면 이미 무전이 끊어져 있다.
무전기를 보는 재한의 떨리는 눈빛.
씬/29 N, 현재, 또 다른 거리일각
더욱 악셀을 밟는 해영.
해영(소리) : 나 때문이야.. 내가 막아야 해...
씬/30 N, 광수대 사무실
수현과 통화중인 계철.
계철 : 신동훈 핸드폰은 지금 전원이 꺼져 있어서 위치추적이 안돼. 그런데 신동훈은 왜?
수현(소리) : 신동훈이 사라졌어. 지원 요청 좀 해줘.
계철 : 신동훈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지원요청을 해?
씬/31 N, 도로일각
수현 : 한영대교 근처일 가능성이 커.
계철(소리) : 확실한 거야?
수현 : 한영대교 근처로 지원요청 좀 해줘.
수현, 전화끊고 악셀을 밟는다. 저 앞쪽으로 ‘한영대교’라는 푯말이 보이고..
씬/32 N, 한영대교
늦은 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만이 들려오는 한영대교.
대교 한 가운데 서서 흘러가는 검은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
그때, 대교 끝쪽에서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자국소리.
그 소리에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대교위의 그림자, 경태다.
어두운 대교끝쪽에서 그런 경태를 향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동훈.
동훈, 멀리 서 있는 경태를 확인하자, 눈빛이 떨려온다.
-인서트
14씬, 집안을 빠져나가고 있는 수현과 형사들.
화면, 동훈을 비추면 벌벌 떨리는 시선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훈.
냉동탑차 안, 파랗게 질려 있는 여진의 사진. 그리고 문자. ‘12시 한영대교. 만약 경찰을 데리고 온다면,
바로 -50도로 온도는 내려간다. 그럼, 딸은 즉사야. 딸을 살리고 싶다면, 알아서 해. ‘
-다시 한영대교로 돌아오면 천천히 경태에게 다가가는 동훈.
경태, 그런 동훈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미소짓는다.
그 미소를 보자, 분노가 치솟는 듯 빠르게 경태에게 다가가는 동훈. 경태에게 한방을 먹이고 멱살을 잡으며.
동훈 : 우리 여진이 어딨어! 여진이 어딨어!!
경태 : 죽어가는 딸을 보는 느낌이 어때?
동훈 : 도대체 왜! 왜 우리한테 이래! 왜!
경태 : 너도 그랬잖아.. 한영대교에서.. 그러니까.. 너도 똑같이 느껴봐 딸이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그.. 심정을..
동훈 : (기억을 더듬는.. 혼란스러운) 도대체.. 그게..무슨..
경태 : (붉게 충혈된 눈빛, 서서히 미소지으며) ..탑차 안에 생쥐들이 죽어있는 걸 봤어.
영하20도에 맞춰놨는데.. 5분도 안돼서 꽁꽁 얼어서 죽어버리더라구.
동훈 : (떨리는 눈빛)
경태 : 생쥐 한 마리 죽는데 5분이면.. 사람은 얼마나 걸릴까?
동훈, 감정이 격해지는 듯.. 서서히 무너진다. 딸에 대한 걱정으로 무릎을 꿇고 경태에게 빌기 시작한다.
동훈 : 제발.. 우리 딸.. 살려주세요.. 제발... 내가 잘못했으니까, 우리 딸.. 살려주세요.
경태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딸을 살려야 할 거 아냐.
씬/33 N, 한영대교 인근 거리일각/ 한영대교
전속력으로 차를 몰고 있는 해영, 저 앞쪽으로 한영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영대교로 접어들자,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한다.
해영 : 분명히.. 이 근처야..
해영, 계속 주변을 둘러보다가.. 멈칫하고 차를 끼이익 세운다.
맞은편, 난간 너머로 어딘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경태의 뒷모습.
씬/34 N, 한영대교 인근 또 다른 거리일각
악셀을 밟고 있는 수현, 저 앞쪽으로 ‘한영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씬/35 N, 한영대교
해영, 차를 세운 뒤, 질주하는 차량들을 피해, 경태가 있는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뛴다.
‘빵빵’ 클랙션을 울리는 자동차.
해영, 길을 건너자마자 경태를 뒤에서 덮친다.
해영 : (경태의 얼굴을 확인한 뒤) 오경태씨! 신여진 어딨어요?
그러나 해영을 보지도 않고 어딘가를 정신이 나가서 바라보는 경태.
해영 : (그런 경태의 멱살을 잡고) 신여진 어딨냐구!
그럼에도 경태는 해영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어딘가를 바라보며 미소.
경태 : ...은지야.. 오래...기다렸지..
그런 경태의 시선 쫓아 바라보다가 놀라는 해영.
씬/36 N, 한영대교 다리 밑, 둔치 일각
스산한 둔치. 가로등 하나만 간신히 켜져 있는 외진 곳,
한쪽에 세워져 있는 오래된, 먼지에 뒤덮인 한영대교 피해자를 기리는 위령탑 앞.
오래된 가요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다.
화면 비추면, 위령탑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진 과거, 경태가 타고다니던 탑차,
20년의 세월동안 버려져 있던 듯, 여기저기 녹슬고 낡아져 있다.
시동이 걸려져 있는 탑차 안, 테잎 꽂는 곳에 꽂혀진 채, 흘러나오고 있는 가요.
그때 멀리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 동훈이 탑차로 뛰어온다.
동훈, 탑차 문을 열려고 애쓰며 ‘여진아!! 여진아!!’
씬/37 N, 한영대교 위
경태 옆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해영. 다급히 전화를 꺼내 수현에게 전화를 건다.
수현(소리) : 발견했어?
해영 : 한영대교 남단, 위령탑 앞에 탑차가 있어요!
씬/38 N, 한영대교 인근 또 다른 거리일각
한영대교로 진입하려던 수현, 차를 끼이익 꺾어, 유턴한 뒤, 둔치쪽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빠르게 접근한다.
씬/39 N, 위령탑 앞
굳게 잠긴 탑차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훈. 그러나 맘처럼 안된다.
있는 힘을 다해 자기 몸으로 문을 쾅쾅 밀어본다.
씬/40 N, 냉동탑차 안
파랗게 질린 여진, 의식을 잃어가는 듯 고개를 떨군다.
씬/41 N, 국도 일각
여전히 냉동탑차를 수색중인 광수대 형사들.
씬/42 N, 한영대교 위
반쯤 정신이 나간 경태의 손목에 버벅대며 수갑을 채우는 해영.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해영 : 오경태씨.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하는데, 경태, 광기어린 미소로 여전히 위령탑 앞 탑차쪽을 보며.
경태 : 너무 짧아..
해영 : (보는)
경태 : 내 20년에 비하면 넌 너무 짧아..
그런 경태를 보다가 멈칫하는 해영. 그런 해영의 모습 위로.
교도관(소리) : 수감 초기에 몇 번 탈옥하려다가 실패한 뒤에는 잠잠했습니다. 착실하게 전기기술도 배우고 말썽도 없었어요.
씬/43 N, 위령탑 앞
동훈, 미친 듯이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뒤쪽으로 끼이익 와서 멈춰서는 수현의 차.
수현, 다급히 다가와 동훈을 제지하는.
수현 : 경찰입니다. 물러서세요.
동훈을 뒤로 보내고 권총으로 탑차의 잠금장치를 쏴버리는 수현.
씬/44 N, 한영대교 위
해영, 불길한 시선으로 천천히 일어서서 탑차쪽을 바라본다.
해영(소리) : 전기기술... 냉동탑차 냉매로 쓰이는 건 LPG가스.
씬/45 N, 국도 일각
여전히 수색중이던 광수대 형사들. 저 앞쪽 어두운 논두렁길에 세워진 냉동탑차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씬/46 N, 위령탑 앞, 탑차 안
자물쇠를 끊고 탑차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칠흑같은 어둠 안으로 들어선다.
씬/47 N, 한영대교 위
서서히 탑차 쪽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해영.
해영(소리) : 전기기술을 그래서 배운거야. 냉매를 이용해서 자기 딸과 똑같이 불로 죽이려고..
씬/48 N, 몽타쥬
-위령탑 앞, 탑차 문을 여는 수현. 안은 캄캄한 어둠이다.
-다리에서 둔치로 연결되는 길을 빠르게 달려오는 해영. ‘차형사님!! 안돼요!!
-논두렁에 세워진 냉동탑차 문을 여는 강형사. 탑차 안에 갇혀있던 여진과 시선 마주친다.
-위령탑 앞, 탑차 안, 냉동탑차 안에서 스위치를 누르는 수현. 그런데 탑차 안은 텅 비어 있다.
순간, ‘타탁’ 불꽃이 튀는 소리.
-위령탑 앞의 탑차로 빠르게 뛰어오는 해영. ‘안돼!!’
순간, 불을 켠 수현과 시선 마주치는데..
순간, 수현이 있는 냉동탑차 천장에 부착돼 있던 전구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는 동시에 탑차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 위력에 해영 역시 뒤로 쓰러진다. 충격으로 모든 음이 소거되고 잠시 정신을 잃은 듯 쓰러지는 해영.
찰나같은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가까워져 오는 사이렌소리로 시작되면서 현장음이 서서히 해영의 귓가에 들려오고,
천천히 눈을 뜨는 해영. 보면 여전히 붉은 화염과 함께 활활 타오르고 있는 탑차.
슬로우로 그런 해영을 우왕좌왕 스치듯 지나가는 경찰병력들. 진화를 시작하는 소방대원들, 호스들고 뛰어가고..
-광수대 사무실. 전화를 받고 놀라서 굳는 치수.
-국도변 논두렁길에 세워진 탑차안에서 여진을 담요에 감싸고 앰뷸런스로 옮기고 있는 구급대원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락을 받은 듯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형사들.
-한영대교 위에서 경찰들에 의해 끌려가는 경태.
-대교 아래, 동훈은 순경들에게 보호받으며 순찰차로 이동하고..
-위령탑 앞으로 돌아오면 진화가 거의 된 탑차 안에서 하얀천으로 덮혀진 채, 이동침대에 실려 나오는 수현의 시신.
해영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하얀 천 옆으로 툭 떨어지는 수현의 검게 그을린 피투성이의 손.
해영 그 손을 보자 그제서야 정신이 나는 듯 수현의 시신을 향해 뛰기 시작하고, 그런 해영을 막는 소방대원들.
앰뷸런스에 실리는 수현의 시신, 점차 멀어지는 앰뷸런스.
그 자리에 무너지는 해영. 어디서부터 뭔가 잘못된걸까..
그런 해영이 시선에 들어오는 바닥에 떨어진 반쯤 타버린 수현의 신분증. 바라보다가 천천히 주워올린다.
수현의 신분증을 멍하니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씬/49 N, 경찰병원 영안실 밖 복도
영안실 밖 복도에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고 서고 있는 해영, 계철, 헌기, 그리고 치수.
그때, 복도 저편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보면 수현의 가족들이다.
수현모와 수민, 수민의 남편으로 보이는 제부의 손을 잡은 조카들.
그 모습에 모두들 일어서고, 치수, 어두운 얼굴로 허리 숙여 인사한다.
그런 치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수현모.
수현모 : 이게 무슨 소리에요?..우리 수현이가.. 아니죠?...아니죠?
치수 : (어두운) 죄송합니다.
수현모 :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우리..애.. 어딨어요? 예?
그런 수현모를 부축하는 수민.
해영, 그런 수현의 가족들을 하나씩 바라본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수현아.. 수현아.. 엄마 왔어‘ 눈물 흘리는 수현모.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죄책감 가득한 해영의 눈빛위로 재한의 목소리 흐른다.
재한 : ...(보다가 멍한 목소리) 우리가 틀렸어요. 아니.. 내가.. 내가..다 잘못했어요...
씬/50 N, 장기미제 전담팀
불 꺼진 사무실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해영. 잠시 멍하니 있다가 사무실 불을 켠다.
텅 빈 사무실, 텅 빈 수현의 책상을 바라보다가 멈칫, 누군가가 국화다발을 갖다놓았다.
그런 책상쪽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시선에 들어오는 배트맨 액자. 뒤쪽 보면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다’라는 글귀 보다가 내려놓는다.
그 옆쪽 수북히 쌓인 사건파일들로 시선을 옮긴다.
가만히 멍한 시선으로 그런 책상을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인서트
-6부, 28씬. 과거와 현재의 차 안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재한과 해영의 모습.
재한 : 당신 말이 맞았어요.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어야 해요.. 내가... 잘못 건드린 겁니다.
해영(소리) : 진범을 잡으세요.
멈칫하는 재한.
해영(소리) : 우리가 망쳤으니까 우리가 되돌려야 돼요. 오경태가 출소를 해서..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범을 잡으면.. 바로 잡을 수도 있어요.
-다시 장기미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천천히 고개를 드는 해영.
해영 : 진범을 잡으면...
씬/51 N, 과거, 고급주택가 일각
어두운 밤, 세규의 집을 올려다보고 있는 재한.
재한(소리) :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씬/52 D, 과거, 몽타쥬
-고급 주택가 인근거리 일각 5부, 31씬에 나온 형사들과 거리일각 자판기 앞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재한.
형사1 : 다들 뛰는 데로 뛰었다니까. 다 끝난 사건을 왜요?
재한 : 그러니까, 처음 잠복한데가 (지도 펼치면서 붉은 색 점 된 부분 가리키며) 여기였잖아요..
내가 잡힌데가 (지도 한쪽에 파란색 점으로 체크되 있는) 여기니까, 어디어디로 온거에요?
형사2 : (재한이 들고있던 빨간색 펜 들고) 에...그러니까... 놀이터 지나서..
-다른 거리 일각 순경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재한.
재한 : (지도 가리키며) 정확히 여기서 잠복중이던 게 맞는 거지?
순경 : 그렇다니까요.
재한 : 한눈 판거 아냐? 똥도 안싸고?
순경 : 아, 진짜. 저 변빕니다.
-고급 주택가 일각, 초소 전경들과 얘기 나누고 있는 재한.
재한 : 9월 10일 밤에 여기서 넘어간 사람 없어? 저 산쪽으로?
전경 : 넘어가면 클나죠. 저 위에 군인들이 쫙 깔렸는데..
전경의 소리에 지도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는 재한.
-세규의 집 앞, 지도를 들고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재한.
지도를 다시 한번 보면 붉은 색 잠복지역, 파란색 이동방향.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인서트
-5부, 30씬. ‘쨍그랑’ 창문 깨지는 소리, 귀청을 찢을 듯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쾅쾅’ 문 열리면서 각 허름한 차마다 쏟아져 나오는 반장, 정제를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의 모습.
우왕좌왕하다가 ‘저기다!’라는 외침에 그쪽을 향해 무조건 뛰기 시작한다.
재한(소리) : 형기대 1팀은 동남쪽 버스정류장 방향,
-또 다른 쪽을 향해 뛰는 형기대 형사들.
재한(소리) : 형기대 2팀은 서쪽 초소
-5부, 31씬. 저 앞쪽에 뛰고 있는 검은 쟈켓(재한)을 쫓고 있는 형사 두 세명.
재한(소리) : 관할1팀은 남쪽 놀이터, 관할2팀은 서남쪽 초등학교.
-다시 세규네 집 앞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있는 재한의 모습위로.
재한 :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로 빠져나간 거지?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지도를 바라보는 재한.
씬/53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광수대 안으로 들어서는 한무리의 형사들.
해영, 기다리고 있었던 듯, 무리 중 형사1에게 다가서는 해영.
해영 : 형사님, 예전에 형기대에 계셨었죠? 대도사건 때문에 몇 가지..
하는데, 해영 개무시하면서 지나치는 형사들.
해영, 그런 형사1의 팔을 잡는.
해영 : 잠시면 됩..
하는데, 툭 해영의 팔을 쳐버리는 형사1.
형사1 : 비켜.
말 붙일 틈도 없이 멀어지는 형사1.
씬/54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답답한 얼굴로 전담팀으로 들어서는 해영, 보면 어두운 얼굴로 한켠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계철과 헌기.
수현의 책상을 정리중인 의경이다. 그런 의경을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해영.
해영 :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의경 : 아..그게.. 3층 서무팀에 책상이 하나 부족하다고 해서요. 유가족들한테 짐도.. 갖다드려야 하고..
해영 : ...다른 책상 갖다쓰라고 해요. 이 책상은 안됩니다.
계철, 헌기 해영의 반응에 왜 저러나 보는..
의경 : ..그런데..그게 위에 분들이 빨리 처리하라고..
해영 : 위에 분 누가요? 누가 그랬는데?
하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치수의 목소리.
치수(소리) : 내가 그랬어.
해영, 돌아보면 치수 들어서고 있고, 뒤쪽 지나가던 형사들도 뭔일인가? 힐끔 보는.
치수 : 우린 세금먹고 사는 공무원들이야. 그 책상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자재들이고.. 언제까지 놀릴 순 없어.
해영 : (기가막힌 얼굴로 보는)
치수 : 장기미제 전담팀에 결원이 생기긴 했지만, 당분간은 이 상태로 진행한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해체될 팀이니까..
하고 치수, 돌아서서 가려는데..
해영 : 원래 이런 식입니까?
치수 : (멈칫 보는)
해영 : 경찰들, 원래 이래요? 어제까지 같이 생활하던 동료였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되는 건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구요!
지나가던 형사들, 계철, 헌기, 의경 말없이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데.
치수 : (해영 보다가 눈썹 꿈틀하며)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차수현 죽어나갈 때, 옆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건 바로 너야.
해영 : ...(말문이 막힌다)
치수 : 김계철, 뭐해? 니가 책임지고 당장 정리해.
치수, 싸늘하게 해영 보고는 사무실을 나가고 계철, 눈치보다가 수현 책상 정리하기 시작하고, 의경 돕기 시작한다.
해영, 기가막힌 떨리는 눈빛으로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데, 헌기가 다가와서 따뜻한 시선으로 해영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씬/55 N, 동장소
시간 지나,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장기미제 전담팀.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서 있는 해영.
다들 자리를 비운 듯, 보이지 않고, 수현의 책상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다.
해영, 가만히 서 있다가 터벅터벅 자기 자기로 와서 앉는다. 답답하고 미칠 것 같다. 그렇게 망연자실 앉아있는데..
그러다가 문득 들려오는 수현의 목소리.
수현(소리) : 박해영.. 너 이 팀에서 뭐하는 놈이야?
-인서트
3부 68씬, 해영에게 얘기하던 수현.
수현 : 되다만 프로파일러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파일러잖아. 넌 내가 서울에서 증거보고 증인이랑 씨름할 때,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처럼 달위에서 날 봐야돼. 증거도 증인도 사건도 멀리 하나의 점처럼,
절대 감정을 섞지 말고 봐야 된다구.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올게 아니라.
-다시 전담팀으로 오면, 뭔가 생각에 잠기는 해영.
-시간경과되고 불이 켜진 장기미제 전담팀. 컴퓨터 화면으로 대도사건 기사들을 하나씩 확인해보고 있는 해영.
-기사들 확인하면서 화이트보드판에 한글자씩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1차, 1995년 9월 2일. 범행시간 낮. 피해자, 한양그룹 강상문 회장집.
출입문 해제방법 확인 불가. 피해물품 확인 불가, 특이점 강상문 회장, 회갑연으로 집안이 빈 상태‘
‘2차, 1995년 9월 5일 범행시간 낮. 피해자, 재신일보 고재명 회장집.
출입문 해제방법 확인 불가. 피해물품 확인 불가. 특이점 고재명 회장일가, 해외여행으로 집안이 빈 상태‘
적어내려가는 해영의 모습 위로.
해영(소리) : 현장사진도 없고, 수사자료도 없지만.. 어딘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단서가 있다.
‘3차, 1995년 9월 8일. 범행시간 저녁 피해자, 신국민당 장영철 의원집.
출입문 해제방법 확인 불가. 피해물품 확인 불가. 특이점, 장영철 의원, 출판기념회로 집안이 빈 상태‘
‘4차, 1995년 9월 10일. 범행시간, 11시. 피해자, 서울중앙지검 한석희 검사장집.
피해물품 확인 불가. 특이점, 한석희 검사장 일가, 외아들 제외하고 친척방문으로 집안이 빈 상태'
오경태가 범인이란 증거
- 우편함의 지문, 금고털이 수법, 목격자 한세규의 증언‘
해영(소리) : 무전은 분명히 다시 온다. 그 전에.. 찾아내야 해.
증거도 증인도 사건도 멀리 하나의 점처럼.. 절대 감정을 섞지 말고..
씬/56 D, 광수대 외경
씬/57 D, 장기미제 전담팀
전담팀 안으로 들어서는 계철, 멈칫한다.
화이트보드 가득 대도사건에 대해서 적어놓은 채 분석중인 해영이다. 어느 새, 기록들이 빼곡하다.
해영(소리) : 정보의 양이 너무 적어..신문기사만으로는 프로파일링에 한계가 있다...수사자료...당시 수사자료만 볼 수 있으면...
계철 : 아직도 이 사건이에요? 이제 그만 좀 하지.
해영, 그런 계철 얘기 귀에 안 들어오는 듯, 계속 자료들 확인하는데 눈앞에 쿵 놓여지는 서류철.
계철 : 누가, 뭐.. 이런 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
하고는 나가버리는..
해영, 이게 뭐지? 보는데.. 빛바랜 서류철 앞에는 ‘1995년, 고위층 연쇄 절도사건 수사자료’ 라는 파일명.
해영, 멈칫하다가 계철 나간 쪽 보다가.. 다시 수사자료를 바라보는... 드디어 수사자료를 손에 넣었다.
-시간경과되면
-한 장 두 장, 수사자료를 넘기는 해영의 시선.
-도난물품 리스트를 훑어보는 해영. 도난신고를 당한 물품들 사진들이 주르륵 붙어있는데,
그 중 파란색 다이아 목걸이 사진이 보여지고.
-목격자 진술조서에 다다르는 해영.
‘목격자 이름 한세규. 나이 21세. 4차 피해자 한석희 검사장의 외아들. 명원대학교 법학과 재학..
태영고등학교 졸업, 태영 중학교 졸업..‘
죽 인적사항 보여지다가 뒤쪽 목격자 진술이 적혀있는데.. 순간 멈칫하는 해영의 시선, 다시 인적사항으로 향한다.
해영 : 태영 고등학교, 태영 중학교..
-해영, 프린터에서 피해자 집안 아들들의 인적사항들을 프린트하기 시작한다. 한 장, 한 장 나란히 붙여놓는..
‘1차 피해자 강상문 회장 맏아들 강석호 나이 40세, 당시 나이 20세. 우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태영 고등학교, 태영중학교..‘
‘2차 피해자 고재명 회장 둘째아들 고진우 나이 42세, 당시 나이 22세.
예경대학교 법학과 중퇴 미국 일리노이대 졸업. 서면고등학교, 태영중학교..
‘3차 피해자 장영철 의원 아들 장기주 나이 41세, 당시 나이 21세. 시카고대 졸업, 태영 고등학교, 정민중학교 졸업‘
‘4차 피해자 한석희 검사장 외아들 한세규 나이 41세, 당시 나이 21세 명원대학교 법학과 졸업, 태영고등학교, 태영중학교 졸업‘
네 장의 인적사항을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
-포털사이트에 이미지 검색에서 뜨는 네 명의 졸업사진들. 동문회 사진들 등이 뜬다.
해영(소리) : 피해자 집안의 네명의 아들들, 어릴때부터 같은 지역에서 자란 어린시절부터 친구다.
각자 집 출입이 자유롭고 절대 의심받지 않을 면식범.
-해영, 한세규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본다.
해영(소리) : 그리고 그들 중 한명, 한세규가 오경태를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네 명의 인적사항을 바라보는 해영.
해영 : 유일한 목격자, 한세규.. 만약.. 그 증언이 거짓이라면..
씬/58 D, 과거, 세규의 집 앞
세규의 집 앞으로 다가와서 멈춰서는 고급승용차. 기사가 내려 뒷문을 열어주면 내려서는 세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 옆에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듯한 재한이 세규의 앞을 가로막아 선다.
재한 : 한세규씨. (신분증 보여주며) 형기대 이재한 형삽니다.
세규 : (뭐냐 하는 시선으로 보는)
재한 : 내 이름 알죠? 열 번도 넘게 연락했는데, 다 씹어 드시드라구요.
세규 :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비켜.
재한 : (이것봐라 하는 얼굴로 버티고 선)
세규 : 비키라구. 말 안들려?
재한 : 참.. 엘레강스하니, 배운 놈 답네.
세규, 재한 밀치고 들어가려 하지만, 재한 꿋꿋이 비키지 않는다.
재한 : 시원시원한 성격인 것 같으니까, 인사말 건너뛰고 물으께요. 그날, 화장실 갈려구 나오다가, 수상한 놈 봤다면서요.
세규 : 진짜, 사람 귀찮게 하네.
재한 : (계속 꾹 참고 묻는) 중요한 거니까, 확인 좀 합시다. 그때, 동쪽 창문으로 범인이 뛰어나간게 맞습니까?
이 근처에 몇십명이나 깔려있었는데, 그 놈 면상 하나 본 사람이 없어.
세규 : 맞다니까. 됐어?
세규, 지나치려고 하는데, 재한, 막아선다. 지금까지의 껄렁거림 없는 진지한 눈빛.
재한 : 그때 넌 반대쪽 창문이라 그랬어.
세규 : (눈빛 멈칫하며 보는)
재한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거짓말이야?
세규 : 무슨.. 말같지도 않은..
재한 : 처음부터 범인 없었지?
세규 : (눈빛 크게 흔들리며 당황하는)
재한 : 범인이 있었다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어. 왜 거짓말 했어?
세규 : (눈빛 흔들리다가) 할 말 없으니까 꺼져.
재한 : 아니면... 니가 범인이냐?
세규 : (당황하다가 뒤쪽 기사보며) 뭐해?
기사, 세규와 재한의 사이 가로막으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세규, 문쪽으로 향해 가고, 재한, 그런 세규를 보는 눈빛에서 은지의 목소리.
은지(소리) : 아마츄어야.
-인서트 5부, 34씬.
은지 : 생각해봐. 프로가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겠어. 괜히 형사들 건드려서 밥줄만 끊어질 일 있어?/
장물도 안 나왔다며? 이건 조심하는게 아니라, 루트를 모르는 거야./
경태 : 일처리는 분명히 아마추언데... 너무 쉬워. 난다긴다하는 부잣집이면 경비도 장난 아닐텐데, 너무 쉽게 뚫렸다고.
면식범 아냐?
-다시 세규의 집 앞으로 돌아오면,
초인종을 누르자, ‘지잉’ 문이 열리고 들어가는 세규를 바라보는 재한의 눈빛,
재한(소리) : 손쉽게 집안에 들어갈 수 있는 아마추어. 그리고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을 사람. 저 놈이야.. 저놈이, 범인이다.
씬/59 D, 형기대 사무실, 반장실
반장실에 서 있는 재한에게 날아드는 재떨이. 잽싸게 피하는 재한.
그런 재한을 열받은 얼굴로 보는 반장.
반장 : 너 미쳤어? 거기가 어딘지 알구 기어가?
재한 : 뭘 기어가요. 걸어갔구만.
반장 : 너 지금 장난해?
재한 : 반장님이야말로 나랑 장난해요?
반장 : 무슨 소리야?
재한 : 우리야 밑에서 절루 뛰라면 뛰는 단순무식한 놈들이니 못 알아챘을 수 있지만.. 반장님은 알고 있었던 거죠?
반장 : (보는)
재한 : 반장님은 형기대, 관할팀, 순찰팀, 어디서 잠복하고 있었는지 어디로 범인 잡으러 뛰었는지 다 알고 있었잖아요.
재한, 자기가 조사한 지도를 반장에게 내민다.
재한 : 그날, 범인이 만약 있었다면 그 어디로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못 잡았을까..
처음부터 잡아야 될 사람이 없었던 거에요. 그렇죠?
반장 : (얼굴 굳어진다)
재한 : ..4차 피해자, 한세규. 그 놈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있지도 않은 범인이 저쪽으로 도망갔다고 구라친거에요.
반장 : ..어차피 범인 잡혀서 끝난 사건이야.
재한 : 그 범인을 잡은 결정적인 단서도 한세규의 증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거라면, 다시 수사해야죠.
반장 : 한세규 걔, 검사장 아들이야. 걔가 거짓말을 왜해?
재한 : 검사장 아들이면, 주둥이에 거짓말 탐지기 달고 나오나?
반장 : 아침부터 힘빼지 말자. 속쓰리다.
재한 : 영장 받아주세요. 그놈 주변 족치면, 뭐든 나올겁니다. 한세규 증언이 위증인거면 이거 처음부터 뒤집어 엎어야돼요.
반장 : 이게 무슨 호떡장사 뒤집개야? 엎긴 뭘 엎어. 서장 모가지 달랑달랑했다가 간신히 붙여논 마당에 위에서 잘도 엎어주겠다.
괜히 나대지 말고 자빠져있어.
재한 : 반장님!
반장 : 더럽고 엿같지만 사람들한텐 다 급이란게 있어. 알어?
한세규가 지껄이는건 증언인 거고 오경태가 지껄이는건 개소리란 거야.
재한 : 그래서. 가만히 입닥치고 눈치나 보라구요? 이 그지같은 상황에서?
반장 : 진짜 뒤집고 싶으면 증거부터 찾아오든가. 확실한 증거 없이는 죽었다 깨나도 영장 안나온다.
재한 : (분하고 울컥하는) 아, 세상, 참 아름답다!
씬/60 D, 과거, 교도소 면회신청실
데스크에 안쪽에서 재한에게 말하는 직원.
직원 : 오경태씨 본인이 면회를 거부했습니다.
재한 : 잠시면 됩니다.
직원 : 본인 뜻이 워낙 확고해서 저희도 방법이 없어요.
재한 : (실망하는)
씬/61 D, 재한의 차 안
답답함에 기운이 쭉 빠져있는 재한, 의자에 기대서 마른세수를 하는데, 치치칙 잡음이 들리며 해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듣고 있어요?
재한, 퍼뜩 정신이 들어서 콘솔을 열고 무전기를 급하게 집어든다.
재한 : 나에요. 어떻게 됐습니까? 경태형은 어떻게 됐어요?
씬/62 N, 현재, 차 안
11시 23분이란 디지털시계에서 빠지는 화면, 운전석에 앉아 무전중인 해영이다.
해영 : ...사람을 죽였습니다.
씬/63 D, 과거, 재한의 차 안
해영(소리) : 경찰이.. 죽었어요..
재한 : (절망스러움에 눈 질끈 감는)....
해영(소리) : ...대도사건은요? 진범은 잡았나요?
재한 : (애써 감정 다스리는) ....용의자 특정은 했는데... 거기까집니다.
(답답한) 영장은 구경도 못했고, 용의자 주변에서 증거를 찾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씬/64 N, 현재, 차 안
해영 : 혹시 그 용의자가 목격자였던 한세균가요?
씬/65 D, 과거, 재한의 차 안
재한 : (멈칫하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씬/66 N, 현재, 차 안
해영 : 한세규의 목격자 진술조서를 읽어봤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가
마지막에 오경태로 번복했답니다. 게다가 보통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정서적 동요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요. 그런데 한세규는 정확하게 오경태의 생김새를 진술했습니다.
-인서트 -6부, 3씬 몽타쥬 첫씬
세규에게 형사들이 보여주는 오경태의 사진, 20대 중반의 흐릿한 사진이다.
해영(소리) : 당시, 형사들이 보여준 오경태의 사진은 체포되기 10년도 더 된 옛날 사진이었어요.
-다시 현재의 차로 돌아오면
해영 : 그런데, 한세규는 정확하게 30대 중반의 오경태의 얼굴을 묘사했어요. 그래서 더 증언에 신빙성이 더해졌죠.
재한(소리) : 그러니까..
해영 : 한세규는 사건 전, 이미 오경태를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타겟으로 삼았던 거에요.
씬/67 D, 과거, 재한의 차 안
재한 : (의아한) 오경태는 절도전과3범의 탑차기사였어요. 한세규와 알고 지냈을 리 없습니다.
씬/68 N, 현재, 차 안
해영 : 어떻게 알게됐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한세규는 오경태를 알고 있었어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알아낸다면 한세규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씬/69 N, 과거, 재한의 차 안
재한 : (씁쓸해지는) 오경태는 날 만나주지 않아요. 절대..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절대..
씬/70 N, 현재, 차 안
해영, 무전기 너머 재한의 침묵을 듣다가.
해영 : 그럼 제가 알아내겠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기에도 오경태가 있으니까요.
대신 형사님께서는 그곳에서 증거를 찾아주세요. 그때 사라진 장물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훔친 게 아니란 얘기죠. 그 장물을 찾아낸다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거에요.
씬/71 D, 과거, 재한의 차 안
재한 : ..찾아내죠. 꼭 찾아낼 테니까.. 경위님은.. 오경태를 꼭 설득해 주세요.
씬/72 N, 현재, 차 안
해영 : 형사님도.. 꼭 사건을 해결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보면 무전기 꺼져 있다. 그런 무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씬/73 D, 현재, 광수대 유치장, 면회실
마주앉아 있는 현재의 늙은 경태와 해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있는 해영과 경태.
경태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해영과 달리
경태는 더 이상 어떤말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해영은 보지도 않고 조사실 한 쪽 구석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해영 : 그래서 기분이 어떠십니까?
경태 : ......
해영 : 속이 좀 쓰리겠네요. 20년 동안 공들였던 계획이 결국 실패했으니까..
경태 : (드디어 해영 보는)
해영 : 지금쯤 신동훈은 딸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하고 있겠죠.
경태, 수갑찬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친다.
경태 : 그 놈 이름 한번만 더 꺼내봐. 너부터 죽여버릴거야.
해영 : 아니. 당신은 처음부터 잘못 짚은겁니다. 신동훈도 피해자에 불과해요.
경태 : 피해자?! 내 딸이 그 놈 손에 죽었어!!
해영 : 당신이 그 상황이었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신동훈은 아니에요. 복수를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죠.
그 따위로 다리 만든 놈들, 다리가 안전하다고 구라친 사람들한테 해야죠.
왜요? 힘센 양반들한테는 복수하기가 무서웠어요? 건설회사 회장, 저기 저 위에 계신 공무원 나리들.
경태 : 니가 뭘 안다고 지껄여! 경찰새끼들이 뭘 안다고!!
해영 : 그래요. 경찰족속들 무능하고 거지같은 거 나도 알아! 당신만큼 당신보다 더 뼈져리게 느껴봤어!
하지만 최소한 당신이 죽인 그 경찰은 아니었어! 당신은 당신을 이해해줄 유일한 경찰을 죽인거라구!
경태 : 날 이해해? 이 세상에 날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경태, 일어서서 돌아서려는데.. 해영, 감정을 추스르며 그 뒷모습에 대고.
해영 : 진짜가 아직 남았습니다.
경태 : (아랑곳하지 않고 나가려는데)
해영 : 당신 딸 은지..
경태 : (멈칫하는)
해영 : 당신 딸 은지가 죽어갈 때 당신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사람..
경태 : (돌아본다)
해영 : 경찰 조직을 이용해서 당신에게 누명을 씌운 그 사람. 그 사람 벌받게 해야죠. 그게 진짜 복숩니다.
경태 : (본다)
해영 : 진짜 벌을 받아야 할 그 사람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죠. 이제.. 그 사람이 지은 정당한 죄 값을 치르게 해야합니다.
경태 : (본다)
해영 :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협조해 준다면..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아니.. 절 도와주세요. 그 사람을.. 잡아야 합니다.
떨리는 눈빛의 경태를 바라보는 해영.
씬/74 D, 동장소
해영과 경태, 테이블을 마주보며 앉아있다.
해영 : (뒤쪽에 서 있는 순경에게) 수갑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순경, 보다가 경태의 수갑을 풀어주고 뒤쪽으로 가서 선다.
해영, 손이 자유로워진 경태에게.
해영 : 지금부터 오경태씨의 20년 전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합니다.
경태 : (보는)
해영 : 단서는 대도사건이 벌어지던 1995년 9월에 있을 겁니다. 그 해 9월 1일부터 시작해 보죠.
그 날에 대한 어떠한 것이든 좋습니다. 기억나는 거 아무거나 말씀해 주세요.
경태 :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해영 : 아침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그 날 날씨는 섭씨 3도. 찬바람이 불고 맑았어요.
경태 : (생각하려 하지만 생각나지 않는)
해영 : (초조한 내색을 감추고) 아주 자그마한 것도 좋습니다. 천천히 생각해 내시면 되요.
씬/75 D, 과거, 식당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김이 펄펄 피어오르는 뜨거운 국밥 두 그릇.
망원(남, 20대), 양념장을 듬뿍 넣고 휘휘 젓고는 한입 크게 떠 넣는..
망원 : 근데 형님 수육은 안 먹나?
재한 : 너 언제부터 고기 먹었다구... (하다) 시켜 시켜 이모! 여기 수육 한 접시!
망원 : (다시 국밥 한 입 먹는)
재한 : 그러니까 장물이 하나도 풀린 게 없다고?
망원 : (물 먹으며 끄덕끄덕) 종로 금방들 쪽엔 확실히 들어온 거 없고.
도깨비시장 나까마 애들도 내가 아는 선에선 걷어간 놈 없고.
재한 : 확실해?
망원 : 풀렸으면 경찰 애들이 먼저 알았을걸. 대도땜에 난리도 아니었잖아.
씬/76 D, 과거, 세규의 집 앞
세규의 집 앞 골목길 한 구석에 서 있는 재한. 높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세규의 고급저택을 바라본다.
재한(소리) :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면 장물은 아직 범인이 가지고 있다. 어디에 숨겼지..
집은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있어.
씬/77 D, 과거, 세규의 별장 안
교외에 있는 한적한 별장 안.
쾅, 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별장안으로 들어서는 재한. 그 뒤를 따라 들어서는 관리인.
관리인 :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재한 : (신분증 보여주며) 공무집행 중입니다.
다급한 손길로 거실, 안방, 주방 싱크대 문 등을 쾅쾅 열고 장물이 들어있을 만한 옷장 등을 뒤지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사이렌소리. 돌아보면 다가오고 있는 관리인.
관리인 : 영장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경찰 불렀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재한 : 아, 나갑니다. 나가요. 참.. 사람.. 거..
씬/78 D, 과거, 은행 건물 뒤편
건물 뒤편, 으슥한 곳에서 대화중인 은행직원과 재한.
직원 : 최근 6개월동안 한세규란 사람이 새로 개인금고에 위탁 신청한 물품은 없어요.
재한 : 정말, 다 찾아본 거 맞아요?
직원 : 찾아봤다니까.. 그리구 자꾸 이런 거 부탁하지 마세요. 곤란하게..
재한, 얼굴 역시 답답해지고..
씬/79 N, 과거, 골프장 락커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고급 골프장 개인락커룸 쪽으로 다가오는 재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상단부에 H.S.K라고 쓰여있는 락커룸을 옷핀으로 조심스럽게 딴 뒤 락커를 열어보는데
골프용품과 골프웨어, 신발 따위 말고는 특별한게 없다.
다시 곱게 문 닫아놓는 재한. 여기도 아니다. 답답한 재한.
씬/80 D, 현재, 광수대 유치장, 면회실
여전히 인지면담 중인 해영과 경태.
해영 : 9월 10일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주로 일요일엔 뭘 했죠? 전날인 9월 9일, 추석때까지 인천쪽으로 일을 나가셨다고 했죠.
9월 10일엔 쉬었나요? 어디로 놀러가진 않았습니까?
경태 : ...추석 다음날에도 일을 했을 거에요. 배달이 제일 많은 때니까요. 쉴 틈이 없었어요.
해영 : 그 날은 어디로 배달을 갔죠?
경태 : ...(기억을 떠올리려는)
해영 : 아침에 배달물품을 받으러 가셨을 겁니다. 무슨 물품을 받으러 갔었죠? 추석이니까, 생선이나 고기였을 거에요.
경태 : ...생선... (멈칫)
해영 : (보는)
경태 : ....그 날.. 생선을 배달했습니다. 계수동.. 계수동에 갔어요.
해영 : (멈칫, 대도사건이 벌어졌던 동네다) 계수동이요?
씬/81 N, 과거, 세규네 집 앞
세규의 집 앞에 세워진 탑차. 뒷문을 열고 생선박스를 내리려고 하는 경태.
그때, 그런 탑차 옆으로 와서 멈춰서는 세규의 빨간색 고급승용차.
기사 문 열고 세규 내려서서 집쪽으로 걸어오는데, 탑차에서 생선박스를 꺼내들고 돌아서는 경태와 부딪치면서
경태,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들고 있던 박스안의 생선들도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면서 세규의 구두에 생선박스의 얼음조각들과 작은 오물들이 튀고..
세규 : (짜증내며) 아 진짜, 드럽게..
경태 : (손으로 세규 구두를 닦는) 어이구,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세규 : 더러운 손 안 치워?
세규, 경태를 밀어버린다. 경태가 넘어지며 대문 우편함에 손을 짚는다.
경태, 당황해서 세규를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생선들 보고 기겁 다급히 박스안에 담으려는데,
그런 생선을 발로 차버리는 세규.
세규 : 아..씨, 냄새. 아, 드러워.
세규, 짜증내며 현관문쪽으로 걸어들어가고,
경태는 화도 못 내고 생선을 어떻게든 담으려 애쓴다.
씬/82 N, 과거, 세규의 집 앞/재한의 차 안
늦은 밤, 인적 없는 세규의 집 앞에 세워진 재한의 차 안.
전씬의 바닥에 떨어진 생선을 담던 경태가 있던 바로 그곳을 바라보며 기가막힌 듯, 무전을 하고 있는 재한.
재한 : 설마.. 그것 때문에.. 경태 형이 범인으로 몰린 겁니까? 그 사건으로 얼굴을 알았던 경태형을 봤다고 거짓진술한 거라구요?
(기가막힌 세규에 대한 울분에 찬 혼잣말) 처음부터.. 자기만 아니면.. 누구건 상관없었던 거였어.. 이 개새끼..
씬/83 N, 현재, 해영의 차 안
해영, 착잡한 얼굴로 무전기를 보다가.
해영 : 장물은요? 찾았습니까?
씬/84 N, 과거, 재한의 차 안
재한 : (답답함에 제 머리 꿍꿍 때리는) 장물. 증거. 증거... 진짜 영장만 있었어도
(말하다보니 울컥한)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짓을 해도 잘 먹고 잘살아요?
씬/85 N, 현재, 해영의 차 안
무전기를 들고 있는 해영의 시선 쫓아가보면,
세규 집안이 운영하는 삐까뻔쩍한 로펌건물 앞 고급스러운 외제 세단이 세워져 있고,
건물안에서 비서들과 걸어나오는 세규. 40대의 중년이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건방진 모습이다.
재한(소리) :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렇죠?
해영 : (차마 말 못하겠는) ....예.. 달라요. 그때하곤..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만들면.. 됩니다.
씬/86 N, 과거, 재한의 차 안
어두워지는 재한의 얼굴.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해영의 목소리.
해영(소리) : 오경태씨 증언에 분명히 힌트가 있을 겁니다. 이재한 형사님이 잡아야 합니다. 여기선 안돼요.
재한, 천천히 생각에 잠기다가 멈칫...
재한 : ...차가.. 무슨 색이라고 했죠?
씬/87 N, 현재, 해영의 차 안
해영 : (수첩을 열어 확인해보는) 빨간색이요. 왜요?
씬/88 N, 과거, 세규의 집 앞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세규의 차. 집 앞에 멈춰선다. 자동차 색깔, 하얀색이다.
그런 차를 바라보는 재한. 눈빛이 서서히 변한다.
재한 :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씬/89 N, 현재, 차 안
차문을 여는 기사. 비서들, 차에 올라타는 세규의 뒤에 대고 90도로 인사.
손 하나 까딱 한 뒤, 출발하는 차량.
뒷좌석에 탄 채, 편하게 뒤에 기대는 세규를 가만히 바라보는 해영의 귓가에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재한(소리) : 아니, 꼭 잡을 겁니다.
씬/90 N, 과거, 차 안
기사가 열어주는 문에서 내려서는 과거의 세규를 바라보는 재한의 눈빛.
현재, 로펌에서 출발하는 세규를 보는 해영의 모습 양분되면서 그 위로 재한의 목소리 깔리며.
재한(소리) : 넌.. 이제 죽었어.
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