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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근 선생저 송찬문 번역
장자강의 내편 상하를 마하연에서
2015년5월15일 출판합니다
출판설명
(1)
이 책의 출판은 그 과정이 상당히 구불구불 복잡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1981년 가을에 남회근 선생님께서 장자를 대북의 십방(十方)서원에서 강해하셨습니다. 수 년 뒤에 당시 청중 가운데 원관(圓觀)스님과 영해(永會)스님께서 강해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문자로 기록했습니다. 뒤이어 편자는 문자 정리 작업을 시작했으나 첫 편만 완성하고는 사정 때문에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이 무거운 책임을 짊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6,7년 전에 갑자기 대륙에서 간체자 본이 출현했는데, 책 이름이 남회근선생강장자청기(南懷瑾先生講莊子聽記)였습니다. 그 책의 내용 문자는 녹음 효과와 언어장애 등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중요한 부분에서 의미가 틀리거나 편차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리 작업을 한 사람이 많은 부분에서 중복해서 조합 편집했기 때문에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가지런하고 편리하지만 원래의 의미와 정신은 오히려 모르는 사이에 유실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노고(老古)출판사는 독자들이 올바르게 시청(視聽)하도록 서둘러서 강의 기록을 정리할 계획을 했습니다. 먼저 굉인(宏忍) 비구니 스님께서 적극적으로 통합 추진했습니다. 대만 ․ 홍콩 ․ 싱가포르 ․ 상해 등지의 도반 여러 사람을 초대하여 2005년 9월 사이에 소주(蘇州) 묘항(廟港)의 ‘정명난야(淨名蘭若) 농과(農科)’에서 함께 모여 공동 협력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을 들여 마침내 초보적인 문자정리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뒤에 남선생님의 지시를 받아 많은 부분을 다시 수정(修整)하였습니다.
(2)
남선생님의 수십 년 동안의 강의를 살펴보면, 의미를 명백하게 주장하고 충분히 설명하여 나타내는 것을 중요시하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따지지 않습니다. 강의가 여러 종류의 학식과 수양에 관련되고 가없이 넓기 때문에 문자 정리 작업이 아주 쉽지 않습니다. 도반들이 비록 힘써서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고 시일이 걸림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늘 독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거나, 법을 위반하면서 엮고 인쇄 발행 판매하는 일조차도 나타납니다.
얼마 전에, 화우만천유마설법(花雨滿天維摩說法)(유마경 강의/역주)이 출판된 뒤 독자가 팩스로 보내온 편지에서 이렇게 원망했습니다. “남선생님이 20여 년 전에 강의한 것을 당신들은 지금에야 출판하다니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사람은 이미 열반해 버렸겠소...” 독자 대중들의 열성과 관심 때문에 강의 기록 정리 작업을 더욱 신중하고 엄밀하게 해야만 합니다. 글은 사상을 표현하는 것[文以載道]이므로 만약 잘못된 내용이 세상에 널리 퍼지면 독자와 문화에 대하여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장자강의기록을 대륙에서 멋대로 정리 인쇄 발행한 일에 대해 말해본다면, 그 동기에는 아마도 대중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는 좋은 뜻이 있었겠지만, 경솔하게 작성함으로써 타인의 권익을 경시했고, 원 강의자에 대하여 존중했다 할 것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런 갖가지 일들이 모두 세상 법에서 용납이 안 되는 것인데, 하물며 그 인과응보의 환난(患難)이야 더더욱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이와 유사한 사건이 아직도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남선생님이 강의한 종경록(宗鏡錄)을 대륙에서 허락을 받지 않고 인쇄 발행한 일은 더욱 엄중합니다. 내용의 많은 부분들이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아직은 자세히 수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선생님은 아직까지 대만에서의 출판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륙에서 부처님을 배운다고 자칭하는 인사들이 의외로 법을 어기고 인과응보를 이와 같이 소홀히 여기다니 슬프고 탄식할 일입니다!
(3)
장자라는 책은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 도가로 분류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교에서는 이를 수행 근거로서 남화경(南華經)이라고 받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천고 이래로 식견 있는 선비는 모두, 그것이 제자백가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그 내용이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관념 법칙과 실제의 심신수양의 도리를 포괄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중화문화의 가장 위대한 불후의 저작으로 보았습니다. 더욱이 미국의 1977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jine)은 1970년대에 일어난 물리학계의 중대한 카오스 이론이 장자의 혼돈설과 서로 꼭 부합한다는 등등의 말을 스스로 했습니다. 서양의 최신 과학인 카오스 이론은 뒷날 계속 발전하여 중국문화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새로운 관점을 낳았습니다. 그러므로 장자가 중요시되고 있는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자는 비록 긴긴 세월을 지나며 시간과 공간이 바뀌었더라도 그것이 말한 바는 시종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장자의 문장 기세가 얼마나 절묘하고 고상하고 우아하던 간에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글이 까다롭고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고 그 높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근대에 많은 학자들의 관련 주해나 구어체 번역이나 주석들을 참고로 보면 대부분 문자적인 해석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주해를 모아 놓은 것일 뿐,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로부터 이익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문학가나 철학자는 세간법 해설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출세간의 도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면의 전문가들은 출세간 부분의 연구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그 양쪽을 다 겸비한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4)
지금의 남회근 선생님은 청년 시기에 이미 제자백가의 학문을 두루 연구했고, 30대에는 불경과 도가의 법술에 깊이 들어가 여러 해에 걸쳐서 몸소 힘써 실제 수증(修證)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장자를 강해함에 있어 경사자집(經史子集) 가운데서 노닐면서, 출세간이든 입세간이든 그 정수(精髓)를 이루고 있는 의미를 평론 비교하고, 정면으로 말하기도 하고 반면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더더구나 장자가 선종과 도가에 들어가고 나오는 의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말로써 깊은 내용을 쉽게 풀어내어 독자 청중을 위하여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남선생님의 강의가 따로 일가의 풍격을 갖추었다고 일컫더라도 과분하게 칭찬하는 말이 응당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남선생님의 강의 특징은 작은 부분에 구애받지 않고 훈고(訓詁)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학술 면에서 정확함[精確]이 부족하다는 비평을 늘 받습니다. 대체로 남선생님이 집중하는 곳은 주요 취지[宗旨]와 대의(大義)일 뿐입니다. 서상기(西廂記)이든 홍루몽(紅樓夢)이든 말하는 사람이 손숙오(孫叔敖)여도 되고 다른 사람이어도 됩니다. 오직 말하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식자들 중에는 결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말하는 자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 일체(一切)에 대하여, 남선생님은 남들이 자기를 소라고 부르던 말이라고 부르던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문자 정리작업 입장에서 보면 우리들은 반드시 깊이 자기를 검토하고 고쳐나감으로써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밖에 특별히 독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은, 이 책의 내용 중 여러 부분의 강해가 앞뒤가 다른 곳이 있는 듯하여, 남선생님에게 풀이를 해달라고 했지만 시종일관 원래 의미를 유지하였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특별히 독자들에게 말씀드리는데, 한쪽만 단단히 붙들어 쥘 필요는 없습니다. 뒷날 응당 따로 해득[悟解]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한번 웃고 말아도 됩니다.
게다가 남선생님의 강의 방식은 두루 분석하고 강해하고 비유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는 선종 교육법과 같습니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남겨두어 청중으로 하여금 이해하고난 뒤에 스스로 결론을 짓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득입니다. 남선생님이 일부러 한수 남겨 놓고는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기에 여기서도 특별히 독자에게 말씀드립니다.
본서의 제목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건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선생님의 일생의 특성은 본디 학자로서 자부하지 않고, 더욱이나 자기가 강의한 저작을 중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수십 년 동안의 강의가 책으로 만들어질 때 마다 책의 제목을 겸양(謙讓)하게 했습니다. 예컨대 논어강의는 논어별재(論語別裁), 맹자강의는 맹자방통(孟子旁通), 노자강의는 노자타설(老子他說)이라고 했는데, 모두 다 학술의 정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주변의 비전문가의 말일 뿐임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도 특별히 ‘장자남화(莊子諵譁)’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남선생님께 그 원래 의미를 물어봤더니 ‘혼자 중얼거려본 것일 뿐이다!’는 뜻이라고 말하셨습니다.
(5)
이번 작업에 참가 협조한 친구들로는 첫째로 굉인 스님이 컴퓨터로 원고를 고치느라 가장 수고하였습니다. 장진용(張振熔) 선생은 주요 자료의 조사 검증을 맡았고, 친증(親證) 비구니와 염위연(閻瑋燕) 여사는 원래의 강의 녹음을 다시 청취하며 대조했습니다. 그밖에 이소미(李素美) 거사는 세심하게 오류를 교정했고 허강(許江) 선생과 미쓰 남영영(南榮榮) ․ 마굉달(馬宏達) ․ 사복지(謝福枝) ․ 사금양(謝錦揚) ․ 구양철(歐陽哲) 등 여러 선생들과 도반들은 타자를 하거나 자료를 찾거나 교정 대조하면서 모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이 책의 인쇄 발행에 즈음하여 각 분들에게 최고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본서가 채택하여 사용한 장자 원문은 중화서국(中華書局) 판본입니다. 책속의 문장부호를 찍는 데는 왕재귀(王財貴) 선생이 편찬 수정한 노자장자선(老子莊子選)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책속의 소제목들은 편자가 더하였습니다.
2006년 2월 대북에서
유우홍(劉雨虹) 쓰다
역자의 말
천하의 기서 장자 코끼리 만지기 주해서들
우리는 흔히 말하기를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이나 물건이나 일 등도 자기의 지식, 견해, 경험, 이해관계, 지혜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다르게 알고 봅니다. 하물며 옛날부터 천하의 기서(奇書)요 난해(難解)하기로 유명한 장자라는 고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로써 미루어보면, 고금중외(古今中外)의 그렇게 많은 장자 주해서들에 대해 우리가 한마디로 서평을 한다면 그 대부분은 아마 ‘중맹모상(衆盲摸象)’이라는 네 글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장자를 십대 후반에 처음 읽었는데 시골 바로 이웃집 친구에게 빌려 본 것이었습니다. 송지영(宋志英) 역해 동서문화사 출판본 장자였습니다. 아직 철모르는 소년이 장자의 심오한 사상이야 어찌 이해하리요만은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재미있어 연거푸 세 번이나 다 읽었습니다. 그 뒤에도 출판된 몇 종의 번역본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장자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은 아름답지만 역시 ‘중맹모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회근 선생이 강술한 장자남화(莊子諵譁)가 2006년 4월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저는 곧바로 중국서점을 통해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선생의 강의는 논어별재가 그렇듯이 참으로 탁월한 이해요 해석이었습니다. 일생동안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깊게 연구하고 종통(宗通)과 설통(說通)을 겸비한 일대(一代)의 종사(宗師)의 강해는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선생은 장자의 이해와 해석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자적인 해석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주해를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선생 자신이 통철(通徹)한 장자 사상의 논리로써 장자 내7편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회근 선생이 장자를 꿰뚫다
독자들의 책 읽기 안내를 위하여 선생의 해석 입장과 중요한 개념에 대한 설명을 본문에서 몇 단락 뽑아 소개합니다.
장자를 연구하면서 각 가(家)의 주해를 사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의 재간이 부족하고 학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직 후대의 불학(佛學)으로써 해석하는 것만이 비교적 이해하기에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학에 대하여 진정으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장자 내7편은 서로 연관된 것입니다. 이는 제가 논어별재(論語別裁)에서 논어 20편은 연관된 것이라고 말함과 같습니다.
평소에 장자를 연구하면서 가장 골치 아프고 문제가 가장 복잡한 곳이 바로 제물론(齊物論) 편입니다. 그리고 장자 문장의 사고 맥락이 가장 ‘기세가 웅장 성대하면서도, 정신이 멍해지고 흐릿한 것[汪洋博大, 淌恍迷離]’도 바로 이 편입니다. 이 말은 장자에 대한 옛사람의 비평인데, 사실은 조금도 흐릿하지 않고 조리가 아주 분명합니다.
장자의 문장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읽어보면 이 말 한 마디 툭하고 저 말 한마디 툭합니다. 만약 전편의 논리를 분명히 알게 되면 그것은 대단히 조리가 있습니다. 그는 빙빙 돌려 말하기도 하고, 기뻐 웃기도 하고, 성내 욕하기도 하며, 정면으로 또는 반면으로 말합니다.
중국 도가인 노자가 말하는 ‘자연(自然)’이란 인도철학에서의 자연이 아니요 서양철학에서의 자연도 아닙니다. 서양 학문에서 말하는 자연은 물리세계를 가리키는 것인데, 질(質)이 있고 형상[象]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자연과학과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인도의 자연외도(自然外道)입니다. 그 자연도 역시 물리세계의 자연이 아니라 생명의 자연을 말하는 것입니다. 추구하지 말고 그대로 그냥 내맡겨두어 흘러가는 구름이나 물처럼 모든 것을 그 자연스러움에 맡기는 것입니다. 인도의 이 철학사상의 자연교파(自然敎派)는 하나의 주재자가 있고 생명이 있는 그런 이론관념세계의 자연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다시 중국 도가에서 말하는 자연을 살펴보면, 물리세계인 자연도 개괄했다고 할 수 있고 인도철학에서의 자연도 개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의 부호가 바로 도(道)인데, 공자가 역경(易經)에서 그 의미를 확대한 형이상의 도인, 이 본체의 힘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국 도가에서 말하는 자연의 개념을 살펴보면 서양과 인도철학에서의 개념과 다른 것이니 절대 구분해야지 같은 것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들이 후대에 번역한 물리화학 등의 학과는 통틀어 자연과학이라고 말하는데, 고대의 자연이라는 이 명사를 차용한 것일 뿐입니다. 다들 흔히 본말이 도치되어 옛 고서에 나오는 자연을 자연과학의 자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체의 만유생명은 모두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만물과 생명, 사람의 신체와 심리는 모두 자연스럽게 변화과정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조물(造物)’과 또 하나의 명사인 ‘조화(造化)’도 장자가 말한 것입니다. ‘조물’이란, 우주 사이에는 한 가지 기능이 있고 한 가지 힘이 있어서 만물을 창조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종교가들이 말하는 인격화된 어떤 것이 아닙니다. 인격화된 어떤 것이거나 고정적으로 형체화 된 하나의 전능한 어떤 것이 아닙니다. 이 기능은 ‘할 수 있다[能]’, ‘할 수 없다[不能]’고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물이라고 명칭을 하나 지었습니다. 그것은 만물을 창조하고 만물은 자연스럽게 모두 변화 속에 있습니다.
장자에서 말하는 생명과 관계되는 도리와 우언(寓言) 비유(比喩) 가운데서 대단히 중요한 중심점이 하나 있는데, 여러분들은 소홀히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도(道)를 안다면 비록 자연스러운 변화 속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우주의 주인이 되어 자기의 생명을 주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생명의 승화(昇華)입니다. 이러한 사람을 진인(眞人)이라고 부릅니다. 진인은 천체 상의 해와 달을 손에 가지고 있어 마치 새알처럼 가지고 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진인은 우주보다도 더 위대하며 견줄만한 생명의 기능이 있습니다.
장자의 내7편 내용은 겉으로 보면 모두 어떻게 해탈하고 그 자연스러움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 법칙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이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 이 변화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직 도(道)를 아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중심의 중점입니다. 우리가 장자를 읽을 때 왕왕 이 자연스러운 변화와, 아름다우면서도 유머적이며 재미있는 문자에 빠져버려 그 사이에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대개 장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장자를 좋아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제 경험에서 보면, 고금 이래의 각종의 주해는 대부분 그저 ‘소요해탈(逍遙解脫) 순기자연(順其自然)’이라는 이 일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역행수도(逆行修道)하여 생명을 주재한다는 이 일면은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의해야합니다! 중국의 아주 먼 상고 시대의 이런 신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문화중심은 시종일관 사람의 생명 가치를 두 개의 단계까지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그 하나는 입세(入世)의 성인입니다. 또 하나는 세상에 들어가 성공한 다음에 공로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몸이 물러나 다시 인간세상을 벗어나는 출세(出世)의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국문화의 총결론인데, 장자는 신화(神化)의 요점을 모두 가리켜보였습니다. 생명마다 모두 신화(神化)의 기능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들 자신들의 지혜가 부족하여 이 기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우리가 알듯이 장자를 읽고 난 뒤에 사람은 두 가지 것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는 지각(知覺)이요 하나는 감각(感覺)입니다. 우리들의 지각 생각이 최고처에 이르고 완전히 고요해지면 모르는 게 없는 속에서 실제로는 무지(無知)인 것 같습니다. 그게 최고의 경계입니다.
장자는 지(知)와 부지(不知)의 중요함을 말하는데, 이 강령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인류의 지식은 학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에게는 하나의 대 학문이 있는데 바로 ‘알지 못하는 바가 없는[無所不知]’ 그 도체, 즉 우리들 생명의 근원입니다. 자신이 일생을 살면서 생명의 근원조차도 모르니 헛되게 사람 노릇 한 겁니다. 그러므로 몹시 가련합니다. 장자의 관념은 자기 생명의 본원(本源)을 인식해야 진인(眞人)이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남회근 선생이 강술한 장자남화(상,하)를 완역한 것입니다. 역자가 2009년 1월부터 매주 1회 3시간 씩 여러 학우님들과 서울 인사동(仁寺洞) 모처에서 강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강독하여 오다 2010년 7월초 제가 뜻 밖에 큰 병을 얻어 부득이 원서의 제6편 대종사(大宗師) 앞부분에서 중지하였습니다. 그때 함께 공부하였던 분들은 성원경(成元慶) ․ 황규진(黃圭珍) ․ 김상훈(金尙勳) ․ 권오향(權五香) ․ 전은숙(田銀淑) ․ 최석화(崔錫花) ․ 정재희(鄭在熙) ․ 이용우(李龍雨) ․ 송효석(宋孝錫) 님 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1 년 반 동안의 요양으로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그 나머지를 구두 번역 녹음 하였습니다. 이 모든 녹음테이프들은 정창숙(鄭昶淑) 님이 컴퓨터로 청취하여 문자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출판을 위해 2014년 가을부터 번역 원고를 검토 손질하기 시작하여 미흡하나마 이제 마쳤습니다. 강독 학우님들과 정창숙님, 그리고 낙고(樂苦)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천근의 짐을 쿵! 내려놓으면서, 독자들이 이 장자 강의를 읽고 흉금이 높이 날고 넓어지고, 마침내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노닐기를 바랍니다.
2015년 5월 2일
신평리 심적재(深寂齋)에서
송찬문(宋燦文) 씁니다
차 례
출판설명 ... 3
역자의 말 ... 9
강의를 시작하며 ―23
남을 위할 것인가 자기를 위할 것인가를 다투다 ... 24
온유돈후(溫柔敦厚)와 공령쇄탈(空靈灑脫) ... 26
침착하고 시원스러웠던 사람들 ... 28
외편과 잡편의 영향력 ... 31
제1편 소요유(逍遥遊) ―33
소요 해탈한 인생 ... 35
구견(具見)과 비유 ... 36
물화(物化) 피화(被化) 자화(自化) ... 38
대우(大禹)가 물을 다스렸다 ... 40
북명의 물고기 ... 42
성난 듯 기(氣)가 충만하여 날아오르다 ... 46
신기하고 괴이한 기록들 ... 49
6월의 비행 ... 50
생명의 힘 ... 52
하늘은 얼마나 푸르고 얼마나 멀까 ... 54
큰 바다와 같은 포부 ... 56
큰 바람을 타고 높이 날다 ... 58
대붕새와 작은 새 ... 61
계획된 여행 ... 64
생명의 길고 짧음 ... 68
북극의 천지(天池) ... 73
큰 것과 작은 것 75
붕정만리(鵬程萬里) ... 79
당신은 무슨 재목입니까 ... 82
자기를 높게 보는 사람 ... 87
특출한 고인(高人) ... 88
다섯 번째 종류의 사람 ... 90
진단노조(陳摶老祖) ... 93
여섯 번째 종류의 사람 ... 96
일곱 번째 종류의 사람 ... 100
지인(至人) 신인(神人) 성인(聖人) ... 103
은사(隱士) 이야기 ... 108
햇빛과 때맞추어 내리는 비 ... 111
큰 경계 작은 경계 ... 114
세간의 해탈과 출세간의 해탈 ... 119
막고야 산의 신선 ... 124
지식 면의 귀머거리와 봉사 ... 126
마음이 물질을 전변시킬 수 있음과 선정 ... 128
성인과 제왕 ... 132
큰 박과 조상이 전해준 비방 ... 137
박 배 ... 142
큰 나무와 여우 ... 144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 148
진정한 소요 ... 150
제2편 제물론(齊物論) ―153
남곽(南郭)과 안성(顔成) ... 156
교비비고(交臂非故) ... 159
망아(忘我)와 제물(齊物) ... 161
지구의 호흡 ... 165
기효람(紀曉嵐)의 경험 ... 169
다른 것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바람 ... 171
사람을 놀라게 하는 소리 ... 173
영풍(泠風) 표풍(飄風) 여풍(厲風) ... 175
인뢰 지뢰 천뢰 ... 179
취만부동(吹滿不同) ... 183
주재자도 없고 자연도 아니다 ... 187
신(神) 기(氣) 지혜 ... 188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가련한 사람 ... 193
심리상태 정서상태 ... 196
생명존재와 의식의 흐름 ... 202
주재자는 누구일까 ... 205
미혹과 깨달음이 둘이 아니다 ... 211
누가 옳고 누가 그를까 ... 219
진정한 시비 ... 224
언어란 무엇인가 ... 226
도(道)와 언어 ... 231
도(道)가 가려져버렸다 ... 234
시비(是非) 그 옳고 그름 ... 239
태어나자마자 죽어가고, 죽자마자 태어나고 ... 242
성인은 어떠할까 어떻게 도를 얻을까 ... 247
천지만물은 한 마리의 말과 같다 ... 252
최후의 일동(一同) ... 258
평범하게 보이는 높은 지혜 ... 265
모사조삼(暮四朝三)은 습관이 안 되어요 ... 269
조화를 아는 사람 ... 274
우주만유의 시작 전후 ... 276
음악과 도 ... 283
실제 증득에 온 마음을 기울이다 ... 289
성인이 추구하는 경지 ... 292
태극(太極) 무극(無極) 태태극(太太極) ... 298
큼과 작음, 장수와 요절이 하나다 ... 305
셋 이후에는 무엇일까 ... 311
도를 도라고 할 수 있다면 영원한 도가 아니다 ... 316
공자의 춘추 ... 322
인의도덕은 무엇인가 ... 327
도의 보고(寶庫) ... 340
인륜의 도 ... 343
장자의 논변 ... 346
지인(至人)의 경계 ... 357
도를 구함과 도를 성취함 ... 365
심물일원(心物一元)을 말하다 ... 371
문자와 언어 ... 377
어느 곳으로 돌아갈까 ... 380
꿈과 깨어남 ... 387
적궤(弔詭)와 기봉(機鋒) ... 392
누가 공정한 평론자일까 ... 397
생명의 주재자 ... 404
호접몽(蝴蝶夢) ... 411
제물론의 작은 결론 ... 415
제3편 양생주(養生主) ―419
아는 것이 적으면 번뇌가 적다 ... 421
원자재(袁子才)와 정판교(鄭板橋) ... 428
모든 악행을 하지 말고 많은 선행을 하라 ... 431
독맥을 통하게 하다 ... 436
독맥의 삼관(三關) ... 440
명리(名利)도 바라고 신선도 바라고 ... 445
소 잡는 솜씨 ... 450
포정(庖丁)이 설법하다 ... 454
인생의 관건과 지엽 ... 461
근신하는 사람 ... 468
독립자주적인 생명 ... 473
높으면 반드시 추락한다 ... 478
다함없이 서로서로 전해지는 장작불 ... 485
제4편 인간세(人間世) ―489
안회가 왕의 스승이 되고 싶어 하다 ... 491
진흙 보살이 강을 건너는 안회 ... 498
직업과 사업 ... 506
도(道)는 도이고 덕(德)은 덕이다 ... 508
도덕의 범람 ... 511
인정세태를 통하지 못한 사람 ... 515
주위에서 질투하는 사람들 ... 522
바보인 좋은 사람 총명한 나쁜 사람 ... 527
안회의 수양 ... 532
외원내방(外圓內方) ... 537
옛사람을 모방하는 게 좋을까 ... 542
군주의 길 신하의 길 스승의 길 ... 547
심재(心齋)란 무엇인가 ... 554
팔풍(八風)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다 ... 561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고 남에게 속고 ... 568
내성(內聖)의 수양 ... 575
외교 대사의 고통 ... 582
송나라 진종(眞宗)과 구준(寇準) ... 587
곽자의(郭子儀)의 경지 ... 591
천하의 큰일 두 가지 ... 595
충과 효 ... 603
외교정치의 철학 ... 607
양모(陽謀) 음모(陰謀) ... 613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 ... 619
선심이 있되 각박하지 않다 ... 622
남에게 분풀이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범하지 않는다 ... 627
태자의 선생님 ... 631
풍도(馮道)의 인생 경지 ... 636
영도자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 640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마귀 ... 646
호랑이 성질 말의 성질 사람의 성질 ... 648
제나라의 거목 ... 657
나무신이 설법하다 ... 660
한비자가 말하는 이야기 ... 669
기재(奇才)와 뛰어난 재능 ... 672
좋은 것이 바로 좋지 않은 것이다 ... 678
상서롭지 못함이 바로 큰 상서로움이다 ... 683
공자의 초나라 여행 ... 689
인간세 편의 작은 결론 ... 697
차 례
제5편 덕충부(德充符) ―711
왕태(王駘)란 어떤 사람일까 ... 713
산이 산이 아니요 물이 물이 아니다 ... 721
지지이후유정(知止而後有定) ... 727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 739
도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생활할까 ... 743
당신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 747
운명처럼 편안히 받아들이고 안주하는 사람 ... 753
곽상의 장자 주해의 아름다움 ... 757
도덕이 충만한 사람 ... 761
공자에게 설교하는 사람 ... 765
노담은 어떻게 말하는가 ... 771
노나라 애공이 홀려버리다 ... 777
사람을 끄는 것이 무엇일까 ... 783
다시 수양을 말하다 ... 789
이비(李泌) 이야기 ... 793
재능과 도덕이 둘 다 온전하다 ... 796
스승을 쓰면 왕 노릇하고 벗을 이용하면 패자가 되고
무리를 이용하면 망한다 ... 802
내재와 외재 806
네 가지 관념을 발휘하다 ... 811
정과 무정 ... 816
무엇이 정(情)이고 무엇이 성(性)일까 ... 820
유정 감정 망정 무정 ... 826
제6편 대종사(大宗師) ―833
천명과 자연 ... 836
앎과 알지 못함의 문제 ... 841
당신은 천지와 함께 장수하고 싶습니까 ... 844
누가 정말 생명을 이해할까 ... 848
지식학문은 절대적이 아니다 ... 854
진인이 일을 행하는 풍격 ... 858
진인의 생명현상 ... 864
용병의 원칙 ... 874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성취 ... 880
춘추를 얘기하고 사기를 말한다 ... 884
장자 눈높이의 고사(高士) ... 889
엄자릉과 한나라 광무제 ... 894
진인의 경지 ... 900
한나라 선제와 병길 ... 906
장자이지 노자가 아니다 ... 910
법가와 법치 ... 916
세상을 벗어날 수도 세상에 들어갈 수도 있다 ... 919
충신과 간신이 함께 지내다 ... 928
한나라 선제를 다시 말한다 ... 932
병길을 다시 얘기한다 ... 936
법가와 도가가 함께 다스리다 ... 941
사람의 일생을 말하다 ... 943
장자의 비유 ... 950
곽상이 인생변화를 해석하다 ... 954
도를 닦고 도를 전하고 ... 960
도가 있던 옛사람의 성취 ... 971
여신선의 전수 ... 979
우언이면서 수도이다 ... 985
생명은 신체의 구속을 받을까 ... 993
도를 이길 수 없다고 장자는 말하다 ... 1002
당신은 죽음이 두렵습니까 ... 1006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게 거역하고 ... 1012
무극(無極)에 도전하는 사람 ... 1019
방외인(方外人) 방내인(方內人) ... 1023
성인(聖人)이 바라보는 생사의 문제 ... 1034
자공과 공자 고달픈 운명을 타고나다 ... 1038
고기는 물에서 잊어버리고 사람은 도에서 잊어버린다 ... 1041
천도의 군자 세속의 군자 ... 1045
장례 상례 ... 1048
생명은 변화이자 꿈이다 ... 1055
인의와 시비를 담론하다 ... 1063
안회의 수행성취 ... 1075
누가 대종사인가 ... 1083
제7편 응제왕(應帝王) ―1089
요순 이전 ... 1092
왜 인의와 효도와 자애를 제창했을까 ... 1097
상고인의 생활과 도행 ... 1100
민주자유는 도덕적일까 ... 1103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까 ... 1108
어떻게 영도자가 될 것인가 ... 1113
총명하고 노력한다고 꼭 되는 건 아니다 ... 1119
진정한 명왕(明王)의 다스림 ... 1123
신무(神巫)가 호자(壺子)의 관상을 보아주다 ... 1129
호자의 경지 ... 1137
호자가 수도를 말하다 ... 1146
열자가 문 걸어 닫고 수행하다 ... 1155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응제왕 ... 1165
혼돈(渾沌)이여 혼돈이여 ... 1169
저자 소개 ... 1173
첫댓글 송선생님의 노고와 좋은 번역에 감사드리며, 명징하고 기쁜 마음으로 책을 보게됩니다.
...출판의 수고를 벗어나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2015년 5월에 수고의 열매가 맺어진 것을 축하드립니다.
송선생님,
감사합니다,
애독자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표지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귀여우면서 독특하고 좋습니다.
책이 두꺼워서 이번 산후조리는 확실히 잘 하셔야 할꺼같습니다...막걸리 한 잔 올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에 남선생님 책이 출판되니 더 뜻깊은듯 합니다! 근데 그날 서점에 나오는 건가요?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축원합니다..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실 기원 합니다..._()_
인터넷 서점에서 남회근 선생님의 신간을 보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몇군데 오자가 있던데 2쇄들어갈때 수정했으면 합니다. )
<비움과 소통>을 통해, 마하연에서 출간한 책을 거의 구매했습니다만
장자 상.하.는 근래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매했습니다.
매우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번역/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