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풍은 싫다, 초지일관 권력견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마자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돌며 접경지역 지원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강원도지사 선거전이 막판 최대돌풍을 일으킨 한 원인으로 접경지역주민들이 남북대결보다 평화협력을 더 원했다는 점이 꼽힌다. 휴전선에 걸쳐 있는 기초단체장들이 줄줄이 바뀌었다. 강화 고성 인제에서 무소속, 파주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부터 정권이 선거 때 북한문제를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렸다.
공식 선거개시일에 천안함사건 결과 발표를 한 정부여당을 상대로 유권자들은 정권견제론의 초심을 관철시켰다.
2. 소통의 광장 폐쇄하면 투표로 분출한다
촛불시위때 쏟아져 나온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소통을 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이후 소통에 대한 기대를 접은 국민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보장된 투표 때면 극적으로 민의를 분출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이번엔 여론조사 오차를 20%까지 넓혀버렸다. 정부여당은 표현의 자유공간인 온오프라인의 광장을 폐쇄했고,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모든 친여매체는 천안함에만 매달려 선거정보와 정치적 의사소통의 기회를 차단했다.
그 결과 최대 피해자는 여당이 됐다. 사실상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 벌어진 것은 투표 5일전인 5월 28일부터였다.
야당은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며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나라당은 대세론에 안주해 별 선거전도 펴지 못하다 극적 반전을 당했다.
3. ‘지방분권형 지도자’ 시대 열렸다
오세훈 김문수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의 공통점은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기 또는 차차기를 내다볼 지도자들의 성장코스로 지방정부가 제대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차세대 지방분권형 지도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세훈 김문수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2012년 대선출마여부를 묻는 공세에 시달렸던 데서 보이듯이 차기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안희정 이광재의 부상은 충청과 강원의 대통령감을 키우자는 호소와 맞물렸다. 중앙의 정당정치권이 토양이던 정치지도자의 양성코스가 확실히 지방정부로 이전된 셈이다.
4. 지역주의 독점정당 체제가 흔들렸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은 ‘10%가 마의 장벽’이다. 전북 정운천 전남 김대식 광주 정용화 모두 14~18%의 지지도를 올렸다.
부산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는 44%, 대구경북권에서 야당후보들도 상당한 선전을 했다.
무엇보다도 지역독점정당의 후보를 이긴 새 인물이 나온 점이다. 한나라당 독점지역인 경남에서 김두관 도지사가 자유선진당의 아성인 충남에서 안희정 도지사가 등장한 것은 지역주의 정치질서의 해체가 시작됐음을 상징한다.
5. 이 대통령, YS 길 따르면 더 큰 어려움 온다
천안함 사건 처리과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화해협력정책을 완전히 무효화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대로 돌아갔음을 보여줬다. 온탕냉탕을 오가는 면도 닮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기중반 지방선거에서 패한 점도 닮았다. 그 후 대응과정까지 닮아간다면 이명박대통령은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김영삼은 95년 지방선거에 패한 후 야당으로부터 국정기조 변경을 요구받았으나 금융개혁 노동개혁 등 자기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다가 IMF를 맞았다. 대북정책, 세종시, 4대강 사업 등 국정기조 변화에 대한 요구를 이 대통령이 얼마나 수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 야당, ‘기초’다졌지만 승리라고만 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5개로 나뉜 정당을 단일화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선정과정에서 야당은 국민의 눈높이나 기대보다는 ‘당내 정치현실’을 우선하여 실망감을 주었다.
야당은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등을 석권해 ‘견제정당의 기초’를 쌓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이기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안정당으로서 기대를 모으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민심은 야당에게 ‘기초’는 부여했지만 최종결과(광역단체장)는 패배로 안겨주었다.
진병기·정치팀 종합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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