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수림 아래의 습한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제주 한라산에서 자생한다. 나리난초, 옥잠난초와 비슷한데 입술 모양인 꽃부리의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여 옥잠난초와 구별된다. 한라산 높은 곳에서 산다하여 구름나리란 또는 제주옥잠난초라 부르기도 한다. 7~8월에 담황녹색의 꽃 10여 개가 총상꽃차례로 핀다. 일본과 대만 등에도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 자생지가 있지만 개체수가 매우 적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고 있는 식물이다. 난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꽃의 모습이 상하는 다르지만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뒷면에는 ‘거’라고 하는 길쭉한 꿀주머니를 갖고 있다. 곤충을 유혹하는 방법도 다양하여 특별한 향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암벌 같은 모양이나 화려한 색으로 벌과 같은 곤충을 유인하기도 한다. 난초가 꽃을 피우는 목적은 생식인데 다양한 방법으로 곤충을 유혹하여 꽃가루받이를 해야만 종족 번식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들 중에서 난초가 가장 많이 진화된 까닭도 살아남기 위한 이와 같은 수단의 발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에 속한 대부분의 귀한 식물들이 난초과 식물이다. 예로부터 꽃이 아름답고 향이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탓에 사람들의 손을 타서 멸종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한라옥잠난초도 귀하디 귀하여 마음대로 볼 수가 없는 식물이다. 한라산 계곡을 따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니 숲속이 갑자기 환해진다. 나무가 없는 작은 초원이 펼쳐지고 질펀한 습지의 바위 옆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한라옥잠난초가 피어 있다.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가녀리면서도 의젓한 자태가 빛을 내뿜는다. 깨끗하고 품위 있는 그 모습을 어디다 비하랴! 두 장의 넓은 잎 사이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한라옥잠난초는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바로 앞이 진흙 밭인데도 불구하고 엎드려 들여다보니 환히 펼쳐진 꽃 속은 사람이 만들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오묘한 빛이다. 그들의 꽃말 “변치 않는 귀여움”은 사람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독차지 했는가를 나타낸 것이리라. 주위에 올라오는 다른 꽃들이 다칠세라 물러서면서 꽃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지도 않고 욕심쟁이의 손에 도채되지도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나 주길 빌어 본다. 촬영:2017년 7월 17일 한라산 글/사진 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