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기어 변속 트러블이 생겨 샾에 갔더니 기술자 선생께서 자전거를 여기 저기 살펴보더니 친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 하더군요
[ 허브가 맛이 간 것 같습니다. 정비를 해야겠습니다. 필요하면 베아링 교체도 해야 합니다. 비용은 십만 원입니다. ]
벌써 허브 사용한지가 5년 가까이 된지라 그럴 만도 하겠다싶어 대뜸 맡길까 했으나 타는 데는 별로 불편하지가 않아 며칠 좀 더 두고봐야겠다싶어 일단 보류했습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이야길 꺼냈더니 모든 공구와 베아링 등을 갖추고, 2 ~ 4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허브 수리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분이 계신다면서 핸폰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연락을 했더니 바로 엎어지면 코 닿는 한 동네 분이셨습니다. 75 세 남짓 되어 보이는데 평생 쇠를 깎는 철공 일을 하셨다더군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 하루 종일 탄천에서 소일하다 해지면 귀가하는 전형적 노후 형 자전거 애호가셨습니다. 자전거 분해 조립이 취미생활이라며 허브 쯤 손오공 여의봉 다루듯 자유자재로 만질 수 있다하셨습니다. 노인장 양반이 한참 동안 휠 셋과 허브를 진찰한 후, 입을 열었습니다.
[ 손에 장을 지지 건데 이 허브는 아무 고장이 없습니다. 불편해질 때까지 계속 타세요.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손봐도 늦지 않습니다. 제 아들이 현재 서울대 금속재료공학과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 아들이 저의 쇠 만지는 실력을 인정합니다. 제 말 믿으세요. ]
설마 미캐닉이 거짓말을 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제 휠 셋은 뜨거운 철판 위의 콩알처럼 잘만 굴러가고 있습니다. 말을 해야 속을 안다더라고, 사람이 병이 나든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든 여기 저기 떠벌리면서 자랑을 해야 합니다.
자전거에서 여기 저기 삐거덕거리고, 잡소리가 나는 것 역시, [ 여기가 문제이니 손 좀 봐 주소! ] 하는 일종의 알림입니다. 그 소리[ =말 ]가 없다면 자전거의 애처로운 속사정을 어찌 알겠습니까? 말이나 소리는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보통 자전거 잡소리가 많이 발생되는 원인으로 첫째, 안장과 싯 포스트, 둘째, BB와 크랭크 그리고 페달, 셋째 체인링, 스프라켓, 체인 등의 구동 계통을 듭니다만 의외로 큐알에서 잡소리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원인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 잡소리라면 큐알을 확인하여 좌우 밸런스를 정확하게 조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호인 후배 자전거가 라이딩 중 펑크가 났습니다. 철퍼덕 땅 바닥에 앉아 휠 셋을 분리, 튜브를 빼내, 바람 새는 소리로 펑크 자리를 찾아, 표시를 하고, 페이퍼로 갉아, 본드 칠을 하는 등, 고전적 방식으로 차례차례 천천히 때워 나가더군요.
[ 이 사람아! 바쁜데 그건 그냥 버리고, 새 튜브로 교체하지 그러나? ]
[ 웬걸요. 이 것 좀 보세요. 이래도 아무 이상 없답니다.]
그 튜브에 자그마치 10번 이상 때운 자리가 있었습니다. 좀 별나다싶었습니다만 그의 근검절약 정신에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펑크 때우러 샾에 가면 의레 이렇게 말합니다.
[ 그냥 교체 하십시오. ]
그럼, 새 튜브 값, 5~ 8천원 나갑니다. 약간 수고하면 몇 백 원으로 족할 것을!
어느 번개에서 빠사님께서 측정 기구로 제 자전거 체인을 조사하더니 교체 시기가 지났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샾에 갔더니 스프라켓까지 한꺼번에 교환하라 하더군요. 새 체인에 헌 스프라켓의 조합은 체인이 튄다나요? 말이 나와 말입니다만 저희 부부가 그 짝입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 헌 사람이고, 집 사람은 나이가 적어 새 사람이다 보니 맨 날 체인 튀듯 불협화음이 많습니다. 하하하!
아무튼 체인 값, 3만 원, 스프라켓 값, 9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그 이야길 어느 선배에게 했더니 혀를 찼습니다.
[ 쯧쯧! 나쁜 놈들! 통째로 팔아먹었군, 다음번엔 1~6번 뭉치는 그대로 두고, 7,8,9번만 교환토록 하시오. 그러기 전에 디레일러 장력을 조절해 맞춰 보는 것도 잊지 말고, ]
7,8,9번 스프라켓 값도 똑 같은 물건을 2만 원 하는 곳도 있고, 3만 원 하는 곳도 있다더군요. 장사꾼이란 소비자를 속여도 되는 라이센스를 얻은 사람들이라고 하는 말이 한 치 틀리지 않습니다. 똑 같은 중고 자동차로 네 군데 카센타에 수리 견적을 의뢰했더니 갑은 삼백, 을은 백오십, 병은 칠십, 정은 이십만 원이 나왔다더군요.
집사람 자전거 뒤 휠 셋이 자꾸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얼핏하면 브레이크 슈가 림을 애인인양 얼싸안고 떨어지질 않는 것입니다. 전문가에게 원인 규명을 맡겼더니 허브 ( 아메리칸 클래식 )가 규격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35 미리 여야 하는데 5미리가 부족한 130 미리가 장착됐다는군요. ( 아마도 다른 미니 밸로나 생활자전거 용 이었던가 봅니다. ) 그러다보니 충격을 받아 휠 셋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가운데로 원위치가 안 됐던 것입니다. 설마 처음 자전거 조립한 기술자가 이를 모르고 지나쳤을까요? 모르긴 해도 싼 맛에 그 부품을 구해, 억지 춘향 식으로 조립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초보 때라 뭘 모르고 불편을 참으며 2년 쯤 그냥 지나쳤지 뭡니까? 나중에 항의했더니 그 사실을 기억하더군요. 그러나 < 뭐 어찌하겠느냐? >하는 데 더 항의할 말이 없었습니다. 쓸만한 휠 셋 한 벌, 구하려면 중고라도 기십만원 후딱 들어갑니다. 다행히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해서 타는 데 까진 타보려고 뒷 행어를 바짝 끌어당겨 강하게 큐알로 채워 쓰고는 있습니다만 언제 고장이 재발하지 걱정입니다.
어떤 친구가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에서 하도 윙! 소리가 강하게 나서, 골머리를 앓다가 누군가 팁을 가르쳐 주어 결국 간단히 해결 했다고 합니다. 요령은 패드를 빼내 가스 렌지 불에 적절히 구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소하다 디스크 브레이크 로터에 손가락이 끼어 심각한 부상에 휘말리는 것을 제 주변에서 두 건이나 접했습니다. 정비나 청소하기 위해 디스크 브레이크를 만질 때, 이점 극단적인 주의가 요망됩니다.
어제 지인 몇 분과 불문맹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만, 마지막 맹산은 새나리 고개로 해서 반 코스만 했습니다. 중도에 기어가 고장이 났기 때문입니다. 평지에선 별 문제가 안 됐습니다만 업 힐 때 부하가 걸리면 어느 단 가리지 않고, 체인이 끊어질 듯, 벗겨질 듯 심하게 튀었습니다. 율동공원 부근 샆에 갔더니 케이블이 산화되어 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변속 케이블을 교체해주더군요. 문제가 잘 해결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만 살 전이 만 원 들어가 좀 아까웠습니다. < 인생은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자전거 역시 문제가 계속 발생합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돈을 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큰돈을 쓸수록 문제 해결이 빠름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은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 어쩔 수 없이 돈이 들어가게 되는데 여유를 갖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절약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