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서 왔구먼?"
햇살님이 벙개를 올려서 찾아 가는 길.
성남에서 발산역까지 분명히 네비게이션이 일러준 대로 갔을 뿐인데,
자칫 차선 하나 놓치면 몇 십분이 훌쩍.....
그리 해서 본의 아니게 절두산 성지 앞마당을 순회하고 다시 합정역으로 돌고 돌았으니
50분 거리가 두 시간이 걸렸다.
금요일, 복잡한 퇴근길을 감안했대도 강만 안 건넜으면 훨씬 일찍 도착했을 것을,
지금에사 지도를 들여다 보며 지나친 경로를 되짚어 확인 중이다.
햇살님이 송년 모임에도 참석을 못 했고,
요즘 새롭게 일을 하느라 산행도 쉽지 않아 사람이 그리웠단다.
화로구이집 2층 창가 쪽에서
운선님, 햇살님, 엘레강스님은 오붓하게 갈비를 먹고 있는 중.
여덟시가 넘었으니 약속시간에서 한참은 지났지만, 낯익은 얼굴은 역시나 반갑다.
1년 열두 달이 새겨진 머그컵 하나 씩을 전해 준다. 햇살님이.
일년 내내 생각해 달라고.
외로움에 대해,
나 이리 사람이 그립노라고 표현하는 일 또한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뭔지 모를 허전함의 근원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때,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나면 그런대로 후련해지기도 할테니.
어느날부터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낮추고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터득한 한 가지.
먼 길 떠날 때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엘레강스님은 어색한 분위기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웃게 만드는 기발함이 여전했고,
소년 같은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인생 후반전을
조심스럽게 걱정하는 천상 여자로 보여진 햇살님의 반전된 모습.
그래서 사람은 한번 보고 평가하면 안 되는가 보았다.
종이 인형처럼 화장을 하신 식당 아주머니가 잘못 알고 내려 놓은 밥 한공기를
농담 몇 마디로 덥썩 덤으로 받아낸 재미.
그 분 표현대로 하자면 한 숟갈씩 들고 가란다. 더 맛있는 고기를 먹고 있는 참인데...
강서구 제2의 번화가에서
엘레강스님이 고기를 사고, 운선님이 커피를 사고....
운선님 참 심심하고 따분했겠다 싶었지만, 저절로 발 길이 이 곳에 머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송미님이 파마를 마치고 뒤늦게 들어섰다.
늦은 시간임에도 이 근처 어딘가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냥 갈 수가 있겠느냐고....
그러고 보면 이 쪽 분들은 예전에는 모임이 매우 잦았던 듯, 듣고 보니 추억들이 참 많다.
무언가에 홀리듯, 이 느닷없는 만남에서 다시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완전히 담담해지기를 꿈꾸기는 힘들지만,
관객이 되어 내 인생을 바라보는 것 또한 괜찮은 일 같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수월했다.
일러준 대로 강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직진해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정확히 40분만에 무사히 도착, 이 또한 경험 하나 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