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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붕괴위험이 있는 시설에서 공부하고,
대다수 유치원은 소방시설이 없음은 물론 일부 통학버스마저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어느 국가나
가장 빈곤한 나라 이야기로 알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현실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학기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재난 위험시설 D급(보수 및 개축 필요)으로 판정받은 학교는 73개교 99개동이었으며 E급(철거대상)으로 분류된 학교도 19개교 21개동에 달했다.이 자체만으로는 탓할 일이 못된다.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녹슬기 때문이다.학교건물이라고 그렇지 말란 법은 없다.대신 낡고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오면 그에 따라 보수하거나 신축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위험 판정을 받고도 극히 일부 학교에서만 보수,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학교 건물은 일반 다른 건물과 달리 인구밀도 및 이용률이 높다.이를 바꿔 생각하면 만약 무슨 사고가 날 경우 그만큼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2세들의 교육장소라는 학교건물의 의미까지 더하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그 나라와 사회의 미래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그런 곳을 그렇게 방치한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빈곤에 시달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제치하에서도 학교 건물은 여러 가지로 지역사회를 대표했다.시설이 최고임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지주역할을 했다.교육장소였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일반건물과 주택의 시설이 나아짐에 따라 학교시설이 상대적으로 처진 점도 있지만 당국의 소홀도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냉.난방 시설이 가정보다 못하고 나머지 부대시설도 여러 면에서 떨어졌다.국가가 교육을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각 학교가 시설 개수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그러나 교육개혁이니 뭐니 해서 발생한 교사명예퇴직금 등 갖가지 명목에 예산을 투입하느라 그렇게 됐다니 교육정책의 앞이 어디고 뒤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씨랜드 참사가 바로 엊그제인데 해도 너무 한다.
말로만 2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말고 실천으로 그 물적, 정신적 토대를
튼튼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 10/1/99/kookmin -
* 스승의 날에 받은 어머니 선물
신록이 싱그럽고 훈풍이 감미로운 5월은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성인의 날들이 함께 있어 서로를 기억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달이다.
5월을 맞으면서 오래전에 한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옛 이야기와 우리 어머니에게서
받은 선물이 생각난다.
딸이 없이 쌍둥이 아들만 기르던 그 어머니는 '어머니날' 이 가까워지면 어린 두 아들이 무슨 선물을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은근한 기대감이 생긴다고 했다.
기다리던 어머니날, 한 아들이 작은 손으로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 손수건을 선물로 주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다른 아들은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하고 더욱 궁금한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아무 선물도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좀 서운했지만 무심한 성격인가 하고 접어두었는데 다음날에야 카네이션을 들고 와서 어제는 많은 사람들이 꽃을 사기 때문에 꽃값이 너무 비싸서 값이 내리길 기다렸다 하루 늦게 사왔다며 자신이 돈을 아껴쓰면 어머니가 더 기뻐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꽃을 늦게 산 경위를 설명하더라는 것이다.
한날 한시에 난 쌍둥이가 왜 그렇게 서로 다른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면서 평소 돈을 절약하고 저축을 잘해 무척 대견하게 생각됐던 그 아들이 막상 어머니날 꽃 한송이를 사는데도 절약정신을 발휘해 하루 늦게 꽃을 달아주었을 땐 그 어린 아들에게 매우 섭섭한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날 가슴에 꽃을 달아주던 그 아들은 평소 돈 씀씀이가 헤퍼서 똑같이 용돈을 주어도 벌써 떨어졌다며 또 용돈을 달라고 졸랐지만 그날따라 인정있어 보이고 인정있게 구는 그 아들의 앞날이 더 밝게 기대되더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행복은 가까운 데 있고 사소한 것에서 느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에게 거의 맹목적으로 조건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으면서 자식에 대한 기대감을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
그러한 부모들의 속마음에는 자식과 밀도높은 유대감을 공유하고 싶어 하고 살뜰한 정을 나누고 싶은 것이 어버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자신도 부모가 돼 자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식에게 바라는 그 소망을 살아계신 자기 부모에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모두 효자.효녀가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노인문제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곧잘 품안의 자식이 자식이지 품밖의 자식은 남과 같다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에 대해 짐짓 체념한 채 노경을 외롭고 쓸쓸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버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공과 성취가 곧 손에 잡힐 것만 같아 더 큰 일,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듯 몰두하며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러느라 가깝고 소중한 인연들에겐 미처 관심을 갖지도 못하고 따뜻한 배려도 해보지 못한 채 뒤로 미루다 도망가듯 빠져나가버린 세월 앞에 마치 굴복이라도 하듯 인생의 석양을 바라보며 세월의 덧없음과 아쉬움을 떨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오르고 싶은 사회적 욕망의 그 정상에 다 오르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지켜야 되는 도리를 묵묵히 지키며 가깝고 소중한 인연들의 소망과 바람을 채워주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을 가꾸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롭지 않은 준비가 될 것이다.
그러한 삶이 더 풍요롭고, 후회스럽지 않을 인생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필자도 5월을 맞을 때마다 젊은 날 어머니로부터 스승의 날에 받았던 선물의 의미를 반추해본다.
우리 어머니는 20대에 홀로 되시어 슬하의 두 자매를 길러 원불교 교무가 되도록 이끌어 주셨다.
항상 하신 말씀 "넓은 세상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해라. 그렇게만 한다면 이 어미는 너희들을 끝까지 가르칠테다" 하시며 50년대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 자매를 끝까지 가르쳐 주셨다.
우리 자매가 30대에 원불교 교무가 돼 개척교화를 할 때 어머니는 스승의 날마다 두 딸에게 비단 속바지를 지어 소포로 보내시며
"스승의 날에 이 어미는 네가 많은 사람을 구원할 큰 스승이 되길 빈다.
그리하여 나중엔 이 어미까지라도 건져줄 만한 큰 스승이 되어주길 간절히
축수한다"
는 사연을 보내주시곤 했다.
두 딸이 수도자의 외길을 온전히 가도록 인생의 길목을 지켜주시며 격려해 주신 그 큰 사랑과 은혜를 이제서야 더 잘 느낄 수 있게 됐다. -박청수 원불교 강남교당교무/5/2/99/joongang -
* 평생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대학이 운영하는 사회.평생교육원의 수강생 모집 광고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
대학마다 그 특성을 살려 다양한 과정들을 개설하고, 우리 사회의 '열린 교육'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사회교육원의 역사가 오래된 대학은 다양하고 폭넓은 과정이 마련돼 있으며 지방의 명문대학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과정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되는 비율이 전체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시민들의 경제.심리적인 위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아직까지 개인의 지적 욕구나 여가활동에 투자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 스스로도 특성이나 개성을 살려나가지 못한 채 학원과 차별화되지 않는 과정들을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개설해 교육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97년 2학기부터 시범실시하고 있는 학점은행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등 2000년 1학기부터 본격 실시를 코앞에 두고서도 아직까지 사회교육의 한 분야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홍보부족과 미비한 제도, 적절치 못한 실시시기 및 해당 실시기관의 무성의 등에 기인되고 있다.
이런 좋은 제도들이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 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회교육에 대한 시민의식이다.
시대의 급속한 변화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이중성이 바로 문제다.
소비활동이 지적 활동보다 중시돼 세일 기간의 백화점은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하지만 다양한 사회교육의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교육현장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세계에서 몇번째니 하는 등 자조섞인 한탄만 할 것이 아니다.
개인의 발전과 지적 훈련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당면한 문제에만 집착해 당장 써먹을 지식만 좇는 천박한 경제풍토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풍요로운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해나가려는 사람을 선망할 줄 아는 그런 사회적 풍토 조성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주당 한 시간씩이라도 마땅한 교육기관을 찾아 관심있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실속있는 시민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특히 정부는 사회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가를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할 뿐만 아니라 과감한 투자 또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중시하는 풍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론과 정서가 선행돼야 한다.
여전히 통제하고 간섭하는 관료적인 태도로부터 열린 사회, 평생 학습사회를 구현코자 열심히 일하는 기관들을 격려하고 북돋워주는 형태로 행정의 방향을 신속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학점 은행제가 무엇이며, 사회교육원이 무엇하는 기관인지도 모르는 풍토 속에서 이 제도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전적으로 무리다.-최창모 건국대 사회교육원장/joongang/99/8/7 -
* 교육법 개정
모든 법률에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대로 처리한다면 대한민국에서는 1년 내내 한건의 법률도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년에도 수백건의 법률이 개정, 통과되고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교육법 개정을 놓고 일부 계층이 심층분석도 하지 않고 '개악' 이라며 해당 국회의원들을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첫째, 초.중등교육법 중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해 살펴보자. 지금까지 사학은 운영위원회 설치 자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서는 사학에도 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리고 그 성격을 국.공립학교와 같이 심의기구로 하느냐, 자문기구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학교의 태생부터 그 원리를 따져봐야 한다.
국.공립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설립했고, 사립은 공익법인인 교육재단이 설립한 것이다.
따라서 국.공립은 학부형.교사 등이 모여 학교운영을 심의.논의할 법적 기구가 없이 운영돼 왔다.
그러나 사립은 법에 의한 재단이 있고 이사회라는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한다면 옥상옥이 되는데다 법 체계상 재단이사회를 없애든지 운영위원회를 없애든지 해야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래서 이 법을 입법할 당시에 사립은 운영위원회 설치를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공.사립 모두에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교육부 안에 동조해 원리와 법체계에 맞추어 자문기구로 개정한 것이 어떻게 개악이 되는가.
둘째,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보자. 사립학교법 제24조의 임원 선임조항과 관련, 교육부로부터 '3분의1의 공익이사를 추천, 파견하고 모든 이사들에게 급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자' 는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로 제안됐다.
이에 교육위원들이 "어려운 여건아래 있는 사립학교에 공익이사라고 보내 월급까지 받게 할 이유가 있느냐" 라고 질의하자 전 (前) 장관은 "잘못됐다" 면서 제25조 임시이사 조항에 '분규가 있는 학교에 최초 3분의1의 공익이사를 파견한다' 라고 수정제안했다.
하지만 분규가 있는 학교에 공익이사를 보낸다면 기존의 이사 중 누구를 해임하고 누구를 남기겠는가.
또 재단비리나 학교분규의 책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재단비리나 분규시 기존 이사들을 1백% 교체해 이른 시일안에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개정한 것이다.
때문에 분규 사립재단측에서 볼 때는 악법일 수 있으나 교수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는 친인척의 이사참여도 5분의2 (40%)에서 3분의1 (33%) 로 축소했다.
바로 다른 공익이사의 참여를 유도해 사립학교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고등교육법에 교무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되지만 법체계상 문제가 있었다.
교육공무원법상의 대학인사위원회와 사립학교법상의 대학평위원회, 교원인사위원회, 예산결산자문위원회 등의 구성.기능이 중복되므로 관련규정을 삭제후 발안하든지 최소한 이 법의 제안과 동시에 상기 두 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교육부의 검토 미비로 삭제됐다.
이처럼 이번 3개 법안은 법체계와 교육원리를 감안한 개정안이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joongang/99/8/19/박승국 한나라당 국회의원 -
* 대학경쟁력 학부개혁서부터
국가경쟁력은 대학의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쓴 적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학경쟁력의 원천이 대학의 학부제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이의를 달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진정한 아들.딸들은 학부 졸업생들이다.
일반 및 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은 모금운동 때를 제외하고는 '사촌'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학부는 곧 문리과대학이다.
그 학장은 총장 다음의 제2인자며 대학원장들도 서열상 그 아래다.
교수 월례회의실도 상아탑의 센터인 문리과대학에 있다.
특정 전공과목보다는 지적 (知的) 으로, 사회적으로 성숙된 지도자로서의 기본그릇을 가다듬어주는 곳이 다름아닌 학부이기 때문이다.
영어의 'humanities' 는 '인성 (人性) 의 체계적 연구' 라는 뜻에서 보통 인문대학으로 불리지만 실제 순수과학 및 사회과학과의 경계는 모호하다.
현실적으로 이 모두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학부를 지칭할 때가 많다.
지난해 서울대를 다녀간 하버드대의 닐 루딘스틴 총장의 연설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성의 탐구는 인간을 둘러싼 자연의 본성을 모르고는 완전할 수 없다.
철학과 윤리에서 수학적 추리로, 자연과학에서 문학으로, 역사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로 넘나들어야 한다. 과학자에게 예술을, 예술가에게 과학을 이해토록 기본소양을 길러주는 인간학습 (humane learning) 이 학부교육의 요체" 라고 그는 강조했다.
따라서 대학 학부에서 전공은 별 의미가 없고 학과별 칸막이도 없다.
복수전공이 예사고, 학제 (學際) 간 다양한 공부를 한 학생일수록 대학원입학때 유리하다.
학부때 폭넓게 바탕을 쌓고 이를 토대로 전공을 정하고, 대학원에 가 '대기만성 (大器晩成)' 의 승부를 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대학진학때 '과학벌레' 들만 우글거려 따분하다며 매사추세츠공대 (MIT) 를 마다하고 하버드를 택한 일화는 유명하다.
'과학은 쉽다. 휴매니티는 어렵다' 는 경구가 제2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명문 메디컬스쿨의 의사지망생들을 짓누르는 요즘이다.
의술 (醫術)에서 인간의 얼굴은 갈수록 중시된다.
학부교육, 특히 인문학연구는 당장의, 또 손에 잡히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남의 나라 언어와 문학.역사.철학.문화 등의 연구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이들을 앎으로써 우리의 것과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문제를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법, 역사적 안목과 국제적 차원, 그리고 자기발전의 동인 (動因) 과 창의성은 여기서 싹이 자란다.
학문도, 인생도 마라톤 경주다.
레이저광선과 실리콘 칩, 초전도체와 광섬유 등 세기적 발명들은 당장의, 어떤 실용적인 목적과 관계없이 순수기초과학의 연구과정에서 고안됐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더구나 21세기는 인간자본의 세기요, 정보와 아이디어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뇌본가 (腦本家) 시대라 하지 않는가.
우리 대학들의 병은 이미 깊어진 지 오래다.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감에서 한 두해 들떠 지내다 고시다, 입사시험이다 해서 상아탑이 금세 학관으로 변하고, 공대생들이 고시를 준비하는 판이다.
그 잘못은 학생들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대학의 시스템에 있다.
학과별 칸막이 속의 그 알량한 전공보다는 '롱런' 을 위한 바탕과 기초체력부터 다져야 한다.
그러려면 칸막이부터 없애 학문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법학.의학.경영부문 등은 선진대학들처럼 전문대학원체제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
세칭 인기학과로 몰려 인문학과들은 고사되고 만다는 우려들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미국 명문대학들도 어떤 강좌는 수강생이 3백~4백명 넘게 몰려 대강당에서 마이크로 강의하고, 강좌에 따라 수강생이 10명도 안되는 경우도 흔하다.
인문학의 한 우물파기는 어차피 대학원이 본령이다.
학부교육에서는 학과별 이기주의를 떠나 '인간학습' 에 걸맞은 강좌로 전체 학부생들의 시야와 바탕을 넓혀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신입생도 학과별로 모집하지 말고 총정원 베이스로 뽑은 다음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학과를 선택토록 함이 더 합리적이다.
인문계열학과가 비인기학과로 외면당하는 것은 학풍부재 (不在) 와 학과의 지나친 세분화, 교수들의 영토의식 등 인문학과들 스스로에 더 큰 이유가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입학때의 성적이 아니라 졸업때의 성취에 좌우된다.
우수한 두뇌를 뽑아다 4년뒤 '바보' 로 내보내는 '학관교육' 아래서 나라의 장래는 암담하다.
경쟁도입과 시장원리에 따른 대학의 구조개혁은 사실 기업구조조정보다 더 절박하다.
-변상근 논설위원/joongang/99/4/14 -
* 교육개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육부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지난달 벌였다.
보름이 채 안된 기간에 교사 15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30여만 교원 중 절반 이상이 교육정책의 수장 (首長)에 대한 불신과 교육개혁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낸 중대한 '사건' 이다.
이는 단지 교육계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개혁과 그에 따른 반작용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한국교총이란 반세기 역사를 지닌 교원단체다.
그 전신이 대한교련이다.
보수적이고 때로는 어용단체라는 비난도 받아온 순하디 순한 단체다.
이 단체가 화가 난 것이다.
교원정년단축.수행평가.성과급제 등 교육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들이 교육개선은 커녕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교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교육공황' 을 몰고 왔으니 개혁 책임자인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게 교총 쪽의 주장이다.
나는 교육개혁이 막 시작된 지난해 11월 초 본란을 통해 교사의 자존심을 살리는 입장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개혁의 중요변수는 대학 무시험전형, 교원노조 합법화와 복수화, 교원정년단축이다.
모두가 개혁의 당위성을 지니고 있지만 개혁의 주체는 교사들이지 대통령도 장관도 아님을 환기시켰다.
교사를 개혁대상으로 몰지 말고 개혁주체로 맡겨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교사 1만여명이 무더기 명퇴를 신청하는 '교단 공황'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여기에는 공무원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지만 차제에 관두자는 교사들의 허무주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짓밟힌 자존심과 계산된 현실주의, 그리고 이를 충동질하는 단체 세불리기 작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관사퇴 서명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개혁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교육부장관이 퇴진하면
교육공황 사태는 사라질 것인가.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개혁방향은 바로 된 것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개혁방향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교육이 바로 서야 교육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성을 키우는 토론형 학교교육으로 바꾸고 이를 토대로 한 학교성적과 수행평가, 그리고 수능성적이 대학전형자료로 다양하게 제공돼야 교육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는 방향설정이다.
이는 정부만이 주도할 일이 아니라 교사가 앞장서 주장하고 추진해야 할 교사 본연의 업무에 속한다.
이를 등한히 했으니 대입제도에 따라 학교교육이 흔들리고 학원이 번창하며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지 않았는가.
두번째 개혁방향이 교사의 자질.능력 향상이다.
농경시대의 교원교육을 받은 교사가 첨단시대의 아이들을 교육시키려면 부단한 자기계발과 재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달라진 시대환경과 바뀌는 교육여건에 합당한 교육을 하자면 교사 스스로 또는 교원단체가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정년단축을 해서라도 새 피를 넣자는 주장이 국민적 여론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정년을 2, 3세 낮춘다고 교사 자질과 능력이 당장 개선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으면 교사도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없이는 교원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이제 막 그 첫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
교사들이 여기서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면 스스로의 개혁 자체를 거부한다는 말밖에 되질 않는다.
정부의 개혁방향이 옳다고는 하지만, 힘이 있는 임기초에 한꺼번에 몰아붙여야 한다거나 내 재임 중 개혁을 달성했다는 한건주의 졸속개혁에 치우치면 개혁주체가 반개혁세력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정부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절차상 불가피한 혼란을 기화로 개혁주체여야 할 교사들이 개혁 자체를 거부하고 개혁추진세력을 반개혁으로 모는 처사는 교사 스스로 개혁 주체임을 포기하는 행위다.
교원의 자질 향상을 위해선 교원양성체계의 개편, 교직의 개방화.다양화를 모색해야 하고 능력중심의 승진.보수체계 도입으로 교사의 거름장치를 통해 거듭 태어나는 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개혁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개혁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년단축 하나로 개혁 끝이라고 손을 터는 교육개혁이어선 안된다.
개혁 시작에서 생겨난 혼란을 교육 주체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
개혁대상 아닌 개혁주체로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이제 개혁은 우리의 일상적 업무에 속한다./joongang/99/5/6 -
* 대학생조직은‘NGO 젊은피’
대학생들의 사회참여 열기가 전반적으로 크게 식으면서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시민단체의 대학생조직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뿌리가 약했던 많은 조직이 해체되거나 유명무실해진 반면 애초부터 양적 팽창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던 곳은 대학생들로 인해 큰 활력을 얻고 있다.
94년 출범한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연대」에는 「젊은 피」 조직으로 「대중교통연구모임」과 「지역사례연구모임」이 있다.
대중교통연구모임은 교통공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10여명이 차가 아닌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주제로 삼아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이들은 어린이보호구역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요즘엔 6대 도시의 자전거도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도 이들의 연구대상이다. 내부 시설은 잘돼 있는지, 노선이나 요금체계가 시민위주로 돼 있는지 등 서비스 측면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다.
역시 10여명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지역사례연구모임은 교통연구모임의 자매격. 「차없는 거리」를 시행중인 「서울 인사동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인사동을 역사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한 연구조사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김은희 조직부장(36)은 『이들 보고서는 단체의 활동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에는 대학 환경동아리의 참여가 왕성하다. 서울대 의대 환경동아리 「공존」은 89년부터 녹색연합과 함께 자연생태계 보호 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올해에도 강원 남부지방의 산을 찾아다니며 밀렵도구 제거작업을 벌였다. 녹색연합의 수도권 지역 대학생 회원 30여명은 「자원활동가 모임」을 따로 만들어 올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탐사활동을 통해 환경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경북대를 비롯한 대구지역 대학 환경연합동아리인 「녹색네트워크」 역시 96년 이후 녹색연합과 대구지역 환경실태 조사활동을 벌여왔다.
「한국YMCA 전국연맹」은 대학생 조직이 가장 많다. 전국 30여개대학 1,000여명으로 구성된 매머드조직으로 각 대학내 환경운동을 연결하는 한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각각의 목소리를 규합하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대를 포함, 전국 10개 대학을 상대로 「정보화 평가작업」을 벌였고 각종 정보화 포럼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동료 대학생들에게 알리는 일, 실직가장과 고아원, 양로원에 대한 자원봉사도 이들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흥사단」 소속 전국 30여개 대학 700여명의 학생들은 농촌지역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생 조직이 꽤 활발했으나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의 관심이 취업문제로 옮겨가 참여가 저조해졌다』며 『시민운동의 장기적 발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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