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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실망이나 하지 말라는 최명길(41)의 엄포(?)를 뒤로한 채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자 고개를 내민 아이는 아빠를 쏙 빼박은 무진이(4). 낯을 가리지도 않고 생글거리는 폼이 참으로 애교덩어리다.
“얘가 이래요. 강아지가 따로 없다니까요. 남편이 아무리 꼭두새벽에 일어나도 옆에 착 달라붙어서 졸졸 따라다니죠. 밥 먹을 때도 까치발을 하고 옆에 서서는 자기를 한번 봐달라는 듯 쳐다보고 있지요. 어진이(7)는 이제 커서 그런지 애교부리는 것은 졸업했는데 얘는 말도 못해요. 어떨 때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샘도 나요.”
이 집 부부가 무엇보다도 신경 쓰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 큰 아들인 어진이와 대화를 할 때면 꼭 존댓말을 쓰는데 이는 아이가 원했기 때문이라고.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잘못을 했을 때만 야단치는 스타일인데, ‘저는 이제 아기가 아니니 존댓말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당찬(?)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다 싶어 따라주는 중이라고 한다.
1 소파 반대쪽 장식장에는 가족사진을 올려두었다. 요모조모 뜯어보면 네 식구가 닮은 구석이 많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고.
2 무진이의 첫번째 생일을 기념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아이와 남편은 그에게 가장 큰 활력소가 된다.
◀ 수면 시간이 짧은 부부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햇빛을 차단,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짙은 컬러의 커튼을 달았다. 침구도 비슷한 계통으로 통일해 차분한 느낌을 준다.
◀ 이 집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들의 방. 한창 색깔에 예민한 시기임을 고려해 알록달록한 벽지와 가구로 꾸몄다.
“어진이 아빠와 아침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도 제 결론은 늘 똑같아요. ‘아이들이 컸을 때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주자’는 거지요.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을 대하면 아마 상처받는 사람, 불행한 사람도 없겠지요?”
◁◁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해도 나무라지 않는 편. ‘한창 낙서하다가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스스로 스케치북에 그리더라’며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 판박이처럼 닮은 무진이와 남편 김한길씨. 이 녀석은 남편의 무릎에 앉으면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고.
◀ ㄱ자로 싱크대를 배치해 동선을 짧게 만든 주방. 말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주부의 매운 손끝이 느껴진다.
◀ 손님 치를 일이 종종 있다 보니 10명까지 앉을 수 있도록 길이 조절이 되는 익스텐션 식탁을 놓아 다이닝룸을 꾸몄다. 모던한 할로겐 조명과 한국적인 테이블 세팅이 조화를 이룬다.
▷ “아이구, 우리집 강아지~.” 부부만의 조찬 모임에 자주 참석한다는 무진이. 까치발을 하고 아빠 한 입, 나 한입 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확 가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