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송우는 매일 조회수를 체크했다.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시리즈 소설이 뜨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회수부터 체크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익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것도 기쁜 일인데, 거기에 일정량의 적립금까지 생기다니.
그러던 어느 날, K출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우는 그 전화를 받고 떨리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시리즈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제안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후에 K출판사 관계자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송우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들뜬 기분을 간신히 억눌렀다.
시리즈를 인터넷에 올린 지는 약 2개월 전부터였다. K출판사에서 낸 광고를 보고 올리기 시작했다. 광고의 내용은 이러했다. 인터넷상에서 인기가 높았던 소설가 이정민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어 그가 연재했던 ‘불의 바람’을 4부로 끝으로 부득이 끝마쳐야 했는데, 출판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그 시리즈를 계속 써 나갈 새로운 작가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광고를 보고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은 처음엔 수십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났을 때는 2명으로 좁혀졌다. 나머지 사람들이 올린 시리즈는 조회수가 형편없었던 것이다. 결국 남은 2명이 각축전을 벌이게 되었고 그 중에 송우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그가 올린 시리즈가 점차로 조회수 간격을 벌려놓으며 거뜬히 경쟁자를 물리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상대와 엎치락뒤치락 신경전을 벌이며 조회수 경쟁을 벌여야 했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는 교묘한 방법들을 썼다. 피를 튀기는 폭력적인 싸움에 음란한 얘기까지. 송우 역시 그런 방법들을 쓰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계획한 스토리대로 밀고 나갔다. 그 역시 자극적인 상황설정과 묘사들을 쓰긴 했지만 그 내용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침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이런 고집이 먹혀든 걸까. 어느 날부터 송우가 쓴 시리즈는 경쟁자의 조회수를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미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그때의 기쁨이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승승장구했고 결국 그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어제와는 다른 조회수를 확인하며 기쁨의 미소를 휘날릴 때 K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조금 늦게 연락 온 것이 흠이라면 흠일 수도 있었지만.
송우는 거울 앞에 섰다. 훤히 드러난 이마에 희멀건 얼굴과 큰 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했다. 집에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말쑥한 옷을 빼입은 그는 시내의 어느 카페 골목으로 들어섰다. 비좁은 도로 양편으로 카페들이 죽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간판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걸려 있었다. 출판사 관계자와 약속한 카페는 골목길 끝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천장에는 동그란 전구들이 예쁘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붙어 있었다. 두 명의 남자가 침묵 속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그림자가 옅은 구석에서 누군가가 일어나 송우쪽으로 다가왔다. 송우 앞에 선 그는 30대 후반의 남자로 밋밋한 회색 정장을 걸치고 있었는데 몸매는 호리호리한 편이었다. 장발에 가까운 머리는 중간 가르마를 탔고 무테안경 속에 자리 잡은 두 눈은 예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얇은 입술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김송우씨죠?”
송우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송우와 남자는 동그란 전구에서 나오는 불빛 아래 작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남자가 종업원에게 커피 두 잔을 시켰다. 종업원이 물러나자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K출판사에서 편집 쪽 일을 보고 있는 이경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송우와 악수를 나눈 그가 계속 말했다.
“지금껏 유례없는 조회수에 우리 출판사에서도 놀라고 있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 일을 기획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인기가 좋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송우는 새어나오려는 미소를 꾹 참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다 운이 좋았던 거죠. 뭐. 혹시 돌아가신 이정민 작가의 작품에 흠이라도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쓰면서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경철이 팔을 내저었다.
“그런 말 마세요. 송우 씨 때문에 ‘불의 바람’이 더 유명해졌어요. 흠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이경철이 소리 내어 웃었다. 송우는 만족한 얼굴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종업원이 커피 두 잔을 들고 그들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커피를 테이블에다가 놓았다. 종업원이 제 일을 마치고 물러가자 이경철이 송우에게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사장님이 송우씨를 만나보고 싶어합니다. 송우씨의 시리즈를 책으로 엮는 일로 보자고 그러십니다.”
송우는 함성이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간신히 꾹 참았다.
“그럼 내일 오전 10쯤 우리 출판사로 들러주십시오.”
송우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며 승낙했다.
이경철은 환한 불빛 아래서 송우가 역시 잘 생기기는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여럿 늘어선 고층 건물들 틈을 비집고 송우는 K출판사 앞에 도착했다. 주변 도로는 조용했다. 5층 건물이었고, 깔끔한 흰색 바탕에 아기자기한 검은 돌들이 띄엄띄엄 조화를 맞춰 박혀 있었다. 건물로 들어서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 굽 소리가 묵직하게 귓가를 울렸다. 정신이 멍했다. 넓지 않은 복도였다. 맞은 편 벽에는 이 건물의 각 업무 부서 위치가 상세하게 표시된 위치도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갈색으로 니스 칠한 목재 액자 속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기획부서는 3층에 위치해 있었다. 기계음이 들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정장 차림의 남자들과 여자들이 하나둘 내렸다. 그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송우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멎었다. 곧이어 이 층의 업무 담당을 알리는 자동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스르르 문이 열렸다. 복도는 보기에도 감촉이 부드러울 것 같은 고급 카펫으로 깔려져 있었다. 직접 걸어보니 마치 솜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발없는 유령들이 지나다니는 듯 했다. 그들은 지나가며 낯선 이방인을 흘깃 바라보았다.
송우는 편집실 앞에 섰다. 시계를 보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한 약속은 어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약속 시간을 지키고 지키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아버지의 말씀이기도 했다. 어쨌든 긴장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볍게 날숨을 내쉰 그는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은색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손잡이에 비친 길게 늘어진 자신의 모습이 기이하게 보였다.
실내는 수많은 사무용 책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책상에 틀어박힌 사람들은 제각기 분배된 자신들의 컴퓨터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엄숙한 침묵이 떠돌고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들어온 걸 눈치 차리지 못하는 듯 했다. 송우는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좋을지 난감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손목시계의 시침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어떤 남자가 일어서면서 고개를 쳐들다가 송우의 시선과 마주쳤다. 남자가 매서운 눈초리를 송우에게 던졌다. 어디서 온 인물인지 한 눈에 알아보겠다는 눈초리였다. 손때 묻은 원고를 가슴에 품고 구걸하는 눈빛을 보내는 애송이 작가 지망생 정도로 송우를 파악한 것이다. 남자는 긴장한 낯빛의 송우에게 어슬렁어슬렁 말없이 다가왔다. 송우는 미간을 찌푸린 남자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선수쳤다.
“저기, 이경철이란 분을 만나러 왔는데요.”
무슨 볼일이지 하는 얼굴로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가더니 어느 칸막이들 사이로 휙 들어갔다. 잠시 뒤 남자는 이경철과 함께 나타났다. 이경철은 반가운 미소를 띠며 잰걸음으로 송우에게 다가왔다. 그때 10시 정각을 울리는 시계소리가 들렸다.
“정확하군요.”
“예?”
송우가 당황해서 되묻자 이경철이 시계를 가리켰다. 그 사실에 송우가 멋쩍은 듯 웃었다.
“사장님은 이 건물 맨 끝 층에 계십니다.”
이경철은 송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는 건물 끝 층에 섰다. 층수를 알리는 여성의 딱딱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들은 내렸다. 송우는 이경철이 인도하는 방으로 갔다. 그 방의 문은 극장 입구 같았다. 문 중앙을 사이로 기다란 봉이 세로로 달려 있었는데 그 봉이 손잡이인 셈이었다. 이경철이 봉을 잡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지는 않고 먼저 안의 동정을 살폈다. 여비서가 문으로 걸어오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경철에게 말했다.
“지금은 곤란한데요.”
“그럼 언제쯤 뵐 수 있는데?”
“몰라요. 확실히는.”
“이거. 어쩌죠? 송우씨.”
이경철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송우를 바라봤다. 송우는 괜찮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여비서는 게슴츠레한 눈길로 송우를 죽 훑어보았다.
“원. 여자들이란.”
이경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찼다. 송우는 그런 그를 의아하게 보았다. 여비서가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이경철은 난감한 얼굴로 이마를 가볍게 만졌다. 그때였다. 육중한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에서부터 나왔다. 두꺼운 청바지에 칭칭 감은 군화를 신은 남자였다. 지저분한 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나 있었고 얼굴은 큰 편이었다. 숱 많은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그 남자는 흘깃 송우를 보고는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이경철은 이 남자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저기 미안하게 됐는데……사장님은 다음에 만나기로 합시다. 내가 사장님을 대신해서 얘기해 드릴게. 그래도 괜찮겠죠? 어차피 사장님을 만났더라도 지금 내가 얘기하려는 것과 똑같은 얘길 들었을 거니까…….”
송우는 흔쾌히 응했다.
이경철이 전하는, 사장이 했다는 말은 대략 이러했다.
시리즈를 지금처럼 써주면 되고, 이제껏 올렸던 시리즈들은 모두 책으로 출간될 것이다. 새로 출간되는 책에는 인터넷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이 수록되는데 이를테면 그림, 지명과 인명의 색인 따위다.
송우는 모조리 찬성이었다. 그런데 이경철의 다음과 같은 제안에서 약간 망설여졌다. 이제부터 K출판사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라는 제안이었다.
“우리가 베푸는 호의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개인 작업실이 없는 마당에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대학졸업 후 번번한 직장도 잡지 못한 채 집에서 글만 쓰려니 식구들에게 여간 눈치가 보였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찾아오다니. 이 제안을 망설이고 있는 자신이 터무니없게만 느껴졌다. 송우는 곧 승낙했다. 소설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개인 작업실이 생긴다는 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 이런 제안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경철이 이런 송우를 안심시켰다.
“편안하게 생각해요. 우리로서는 일종의 투자니까.”
K출판사에서 일한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송우는 출판사에서 따로 마련해 준 독방에서 글쓰기에 매진했다. 밤늦게까지 글을 쓴 뒤 다음 날 오전까지 잠을 자기가 일쑤였다. 그렇기에 식사시간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책상 옆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10분 내로 식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오후시간이면 송우는 바람을 쐬러 베란다로 나와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느긋한 한때를 보냈다. 담배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면 절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백수였던 자신의 신세가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그는 이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빌었다. 어쩌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소설쓰기에 더욱 더 열심히 매진한다면 이 행복은 이변이 없는 한 보장될 것이다.
그는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보며 두 손을 비볐다. 어떤 작가들은 글을 쓰기 전 시합에 임하는 운동선수들처럼 유별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머리를 감지 않던지, 손을 씻는다던지, 손톱을 깎든지 말든지 따위의 예사롭지 않은 징크스들을. 하지만 송우는 그런 징크스들이 없었다. 작가라면 언제 어디서든 술술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한낱 그런 징크스에 의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막힘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마술 같은 자신의 손놀림을 보면서 송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K출판사에 들어온 이후로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신이 쓰고 있는 시리즈의 조회수를 예전처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 즐거운 눈요기를 뺏긴다는 건 고통스런 일이었다. 이경철에게도 몇 번인가 그것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을 넣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당일의 조회수에 얽매이다가 자칫 걸작을 놓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말이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니었다. 매회 조회수를 확인하다보면 조금만 조회수가 내려가더라도 조바심이 일어 당장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되면 당연히 걸작은 멀어지게 마련이다. 송우는 점잖게 자신을 타이르며 구상한 대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려 했다. 혹 조회수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면 출판사 측에서 무슨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불길하게만 느끼고 있던 일이 현실로 닥치고야 말았다. 이경철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송우는 눈앞이 캄캄했다. 요 며칠 새 조회수가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송우는 낙담했다.
“아무리 걸작도 좋지만 이렇게까지 조회수가 추락하는 마당에 그저 수수방관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게다가 실력있는 경쟁자까지 나타났으니…….”
이경철은 송우의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어떻게 하든 다시 조회수를 끌어 올릴테니 두고 보세요. 어떤 애송이가 애쓰는 모양인데, 제가 누굽니까? 곧 따라잡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럼 저도 마음을 놓지요. 그리고 사장님도 송우씨를 믿고 계십니다.”
사장이란 말에 송우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주는 사장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기필코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리라. 두고봐라!
하지만 이경철이 나가고 난 뒤에도 송우는 하얀 문서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입속이 무섭게 타고 머리가 무거웠다. 최악의 경우 K출판사와의 재계약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여유있게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었다.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2일이 지났다. 3일째 되던 날, 송우는 이경철을 눈빠지게 기다렸다. 정오였다.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이경철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이런 표정을 기다린 게 아닌데. 송우는 실패를 직감했다.
“조회수는 올라올 생각을 않더군요. 당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송우는 실망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며칠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다니.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요. 난 당신의 실력을 믿으니까. 우린 이대로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송우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앞으로의 얘기는 달라질 거예요. 극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미루어 뒀던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곧 등장합니다. 그때가 되면 조회수가 다시 올라갈 거예요. 이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요.”
“우리도 그렇게 믿습니다.”
송우는 이경철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그날 밤, 오랜 시간 글쓰기에 매달렸기에 송우는 배가 고팠다. 그래서 버튼을 눌렀다. 식사가 들어왔다. 야참으로 들어온 식사는 햄버거와 콜라였다. 송우는 군침이 돌았고 주저 없이 그것들을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음식들을 다 먹어치운 뒤 갑작스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소설을 써야 하는데. 이렇게 자버릴 수는 없는데.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그의 눈은 무겁게 감겨왔다. 왜 이러는 걸까. 다리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당장 무너져 내릴 듯 했다. 침대까지 걸어간다는 것도 무리였다.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엎어진 그는 벌러덩 바닥에 드러누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고 온대도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듯 했다. 더 이상 잠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람인 듯 보이는, 형체가 불분명한 것들이 크게 꿈틀거리는 듯 했다. 그것들을 향해 말을 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송우는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깊은 잠 속으로 빨려들었다.
송우는 어렴풋한 빛에 눈을 떴다. 자기 방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머리가 무거웠다. 순식간에 현기증이 일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변화를 눈치챈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5분 뒤 전신 거울 앞에서였다. 전에는 글쓰기에 방해된다고 없었던 거울이었다. 어쨌든 그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고 확연하게 달라진 외모에 할말을 잃었다.
물결치는 가르마 상태의 머리는 이마 위에서 나풀거렸고 전보다 더 우뚝 선 코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푹 파인 볼은 눈매를 더욱 선명히 보이게끔 했다. 엷은 입술엔 하얀 크림이 발라져 반짝거렸다. 검지로 입술을 가볍게 쓸다가 볼로 향했다. 볼에는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달라진 헤어스타일하며 주름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목까지. 사람의 피부라고 말하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듯 했다. 송우는 자신의 변화에 심히 당황했다.
그때 이경철이 웃는 낯짝으로 불쑥 들어왔다. 송우가 도대체 어찌된 노릇이냐고 물으려는 찰나 이경철이 팔을 휙휙 휘저으며 말했다.
“신경 쓸 거 없어요. 당신은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그게 무슨…….”
“요즘은 작가도 외모가 출중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러면서 이경철은 송우의 팔꿈치를 꽉 잡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바쁠 거니 그리 알아요.”
송우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 했지만 이경철은 내일이면 알게 될 거라고만 말하고는 쏜살같이 방을 나가버렸다.
다음날 오전, 송우는 위아래 검은 양복을 말쑥하게 빼 입고 늘씬한 몸매로 고급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그 옆에는 물론 이경철도 있었다. 송우는 모든 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이경철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내의 어느 대형 서점 앞이었다. 송우가 차에서 내려 서점을 바라보았을 때 서점 입구에는 거창하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우리 시대 작가 김송우 초청 사인전.”
송우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놀란 그가 이경철을 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책이 출간되었는데 기념사인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팬들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말이지요.”
어찌됐든 송우가 서점 문을 열고 막 들어서는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몇 명의 여성들이 그 주위를 빙 둘러쌌다. 오른편 벽에는 그의 사진들이 하나같이 지금의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송우가 돌연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자 여성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서점 안내원이 인도하는 층으로 올라간 송우는 서점에서 마련해 준 목재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여성들은 하나같이 ‘불의 바람’을 가슴에 품고 사인을 받기 위해 달려왔다. 모두들 송우의 외모에 반한 눈치였다. 사인을 받고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웠던지 어떤 여성은 가벼운 포옹을 원했고 또 다른 여성은 볼에 가벼운 키스까지 원했다. 여성들과 함께 사진도 여러 번 찍었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이경철이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여성들 틈에 남자들도 몇 명 끼어 있었다. 그들은 사인을 받아가면서 물어보곤 했다. 어떻게 몸매 관리와 피부 관리를 하는지. 송우는 어찌 답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이경철을 바라보았다.
“크게 관리하는 건 없어요. 다 운이 좋은 거지요. 뭐.”
이경철은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송우가 팔아치운 책은 그날, 서점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송우는 우울했다. 자신은 작가였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쇼란 말인가! 이런 남모를 고민을 하면서 며칠 동안 글도 쓰지 못한 채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복도 이쪽에서 저쪽까지 몇 번인가를 거닐다가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어떤 여자와 마주쳤다. 아담한 체구에 청초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귀 뒤로 넘긴 머리가 동그스름한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쌍꺼풀이 깊은 눈은 가늘게 떠져 있었다. 언뜻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길이 차가워 보였다. 일반 직원인 듯 보였는데 경멸과 비웃음이 뒤섞인 미소를 보내는 듯 했다. 송우는 여자의 그런 태도가 기분 나빠 자신을 스치는 여자를 불러 세웠다.
“왜 그렇게 보는 겁니까?”
여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작가라면 작가답게 처신하시죠. 당신은 연예인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던 송우는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누구는 그런 게 좋아서 이러는 줄 압니까? 저도 제가 작가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송우의 그 말에 여자가 흔들리는 듯 했다. 여자가 돌아섰다.
“난 당신이 이런 걸 즐기는 줄 알았어요.”
“이봐요. 난 어엿한 작갑니다. 작가. 글로 말할 수 없는 작가가 얼마나 서글픈지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법이죠.”
여자가 송우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렇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요! 도망쳐요!”
“도망을…… 왜요? 나가고 싶을 때 당당히 나갈 겁니다.”
여자가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그때는 너무 늦어요. 지금 가야해요.”
송우는 언뜻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일 원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송우는 어안이 벙벙해서 멍청하게 서 있었다. 여자는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송우에게 건넸다.
“이리로 전화해요."
여자는 순식간에 돌아섰고 어느새 복도 코너를 돌고 있었다.
송우는 명함을 보았다. 이정희. 송우는 여자가 사라진 복도 끝을 다시 보았다.
독방으로 돌아와서도 송우는 줄곧 그 여자가 한 충고를 머리 속으로 되씹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이경철이 들어왔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노크하는 걸 무시하고 방으로 들이닥치기 일쑤였다. 그 점을 송우가 따졌지만 이경철은 눈도 끔뻑하지 않았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송우씨. 대박입니다. 대박!”
송우는 얼떨떨한 얼굴로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는 이경철을 보았다.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어요. 베스트 셀러가 된 겁니다. 축하합니다. 송우씨.”
송우는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뭐, 제가 한 게 있어야 말이죠.”
“그런 말이 어딨습니까? 송우씨가 그만큼 신경을 썼으니까 이렇게 일이 잘 풀린 거 아닙니까?"
송우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 그리 나쁜 기분도 아니었다.
“계속 써 주세요. 독자들은 다음 시리즈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사장님 말씀인데 이젠 예전처럼 글에만 몰두하세요. 독자들에게 이 잘생긴 얼굴을 비치는 것도 좋지만 진정 독자를 위하는 길은 그런 서비스가 아니라 열심히 쓰는 거겠지요. 그래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야합니다. 그게 진정 독자들을 위하는 길이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송우는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팔고 다닌다는 데 대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계속 열심히 써 주세요. 책 한권 분량이 되면 그 즉시 출간해야 하니까.”
이경철의 이 부탁만큼 송우를 흡족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이경철이 나가고 난 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손이 근질근질했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충고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송우는 손바닥을 마주 친 뒤 떨리는 기분으로 키보드에 가지런히 손을 올렸다.
“그럼 한번 시작해 볼까나~.”
송우는 이발사가 자신 앞에 놓인 머리를 두고 가위를 쳐들 때의 심정으로 꾹꾹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하얀 문서를 뚫고 글자들이 싱싱하게 튀어 올랐다. 가위가 싹둑 머리카락을 베어 바닥에 뿌리듯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역시 칼날을 쳐들어 적의 머리를 베어 바닥에 피를 뿌렸다. 주인공은 적을 뒤로 하고 쳐든 칼을 천천히 내린다. 붉은 핏물이 칼날을 적신다. 바람 소리 외에는 오로지 정적만 흐른다. 고꾸라진 적의 칼이 주인을 잃고 바닥에 박혀 있다. 주인공은 이렇듯 적들을 물리쳐간다. 주인공의 험한 여정은 시끄럽게 방안을 울리는 키보드 소리에 맞춰 계속된다.
그렇게 얼마나 썼을까? 오랜만에 시간이 흘러가는 걸 잊고 썼다.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가슴은 감동으로 꽉 차고 손가락엔 묵직한 느낌이 감돈다. 송우는 의자 뒤로 몸을 젖힌 뒤 만족스런 한숨을 내쉰다. 오늘 같이만 써준다면 며칠 내로 책 한권이 뚝딱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밥 먹는 시간도 잊고 무수한 별들이 하늘을 메웠다 사라질 때까지 그는 쓰고 또 썼다. 나팔대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주인공을 찬양했다. 뻐근한 손가락을 주물러가며 그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손가락들은 춤을 췄다. 주인공은 지금 어느 여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송우는 주인공과 동화되어 여인의 노래에 도취되었다. 한줄기 부드러운 선율은 저 하늘의 사라지고 있는 별똥별을 찬미했다. 주인공은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드넓은 대지의 풀밭으로 기어들었다. 마음 깊이 퍼져드는 음악에 송우는 정신을 빼앗겼다. 자신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오래였다. 그는 깊은 무의식을 헤매면서 거대한 리비도를 마음껏 분출했다.
송우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홀가분했다. 푸근한 마음으로 콧노래를 흥얼대며 잠들었다. 정오가 되어서야 무거운 눈꺼풀을 떴다. 하지만 당장은 일어나지 않고 이불 속에서 꼼지락댔다. 곧이어 배가 고파왔고 그는 버튼을 눌렀다.
식사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해치우는 데만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듯싶었다. 음식의 반도 채 먹지 못했는데 배가 불러왔다. 갑작스런 포만감 때문에 괴롭기까지 했다. 다시 버튼을 눌렀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남은 음식들을 내갔다.
송우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를 부렸다. 담배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방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이경철이었다.
“어떻게 일은 잘 돼 갑니까?”
“그럼요. 조만간 책 한 권이 또 나올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거 참 잘 됐군요.”
송우가 베란다에서 방으로 들어오니 이경철은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송우에게 내밀었다. 못 보던 책이었다. 송우가 책을 받아 쥐었다. 순간 송우는 감격에 벅찼다. 양장본 ‘불의 바람’이었다. 표지엔 멋있는 그림이 휘날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기사였는데 그 기사는 언뜻 나폴레옹을 연상시켰다.
“이번에 나온 책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럼요! 표지도 멋있고 종이 질도 이만하면 수준급인데요. 책에 수록된 그림들도 하나같이 고풍스럽고……정말 마음에 듭니다.”
송우의 칭찬에 이경철이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은 양장본을 찍어내는 추세죠. 같은 내용이라도 양장본이 더 잘 나가니까. 이 책도 잘 나갈 겁니다."
송우는 책장을 이리저리 넘겼다. 책장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는 향긋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 양장본엔 특수 향수를 썼죠. 냄새가 그만일 겁니다.”
“정말 그런데요.”
송우는 책에서 코를 떼지 못했다.
이경철이 나가고도 송우는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책 겉장에 힘껏 키스했다. 책을 펼쳐 책장을 어루만졌다. 벅찬 감동을 억누르며 슬며시 책을 덮어 책장에서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꽂았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다시 불타올랐다.
그렇게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난 뒤 송우는 복도로 나왔다. 언뜻 화장실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그곳에서 만났던 이정희를 떠올렸다. 그 여자가 했던 경고가 우습게 여겨졌다.
복도 코너를 여러 번 돌다보니 뜻하지 않게 편집실 근처에 닿았다. 그런데 그때 막 편집실에서 어떤 여자가 나왔는데 송우는 그 여자를 보고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름아닌 이정희였다. 여자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송우는 그저 지나칠 생각으로 가까이 다가갔는데 경계하는 눈초리로 불쑥 이런 말을 던지는 게 아닌가.
“지금은 안돼요. 30분 후에 전화로 연락줘요. 그때 만나요. 알겠죠?”
‘무슨 소린가? 내가 탈출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사실 송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자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여자는 어느덧 등을 보이며 저만치 가고 있었다. 여자가 사라진 복도 코너에서 잠시 뒤 이경철이 나타났다. 그는 잰걸음으로 송우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바람이나 쐬려고…….”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자 이경철이 핀잔을 주었다.
“이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한자라도 빨리 쓰셔야지. 송우씨의 작품을 기다릴 수많은 독자들을 생각하세요.”
송우는 그런 말을 뚝 던지고 가버리는 이경철에게 짜증이 솟구쳤다. 다 알아서 쓸 것을 이렇게 간섭하다니.
송우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이경철과 이정희가 휴게실에 같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경철은 여자에게 종이컵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매몰차게 그것을 거절하고는 뒤돌아섰다. 이경철은 무안해서 얼굴을 붉혔다. 여자가 휴게실을 나오자 이경철은 쓰레기통에 종이컵을 던져 버렸고 커피가 바닥에 튀었다.
송우는 독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방금 전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이정희는 이경철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들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그들이 어떤 관계이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건만 송우는 쉽사리 그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음을 잡고 글을 쓰려 했지만 생각은 다시 그 여자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30분 후에 연락하라고 했었다. 그녀가 전에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송우는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전화를 할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10여분. 책상에 손가락을 퉁기며 그는 얼굴을 괸 채 갈등에 빠졌다.
결국 약속 시간이 채 되기 전에 그는 이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규칙적으로 흘러갔다. 여자는 받지 않았다. 끊어버릴까. 그 순간 그녀가 받았다. 그녀는 대뜸 전에 만났던 화장실 앞으로 나오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갑작스런 통보에 송우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여자의 말에 따랐다.
그런데 화장실 앞으로 갔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화장실 쪽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손 하나가 그의 등덜미를 잡아끌었다. 그는 그 손에 이끌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고 보니 여자 화장실이라는 걸 깨달아 재빨리 나가려 했지만 이정희가 말렸다.
송우가 항변했지만 이정희는 대꾸도 않고 4개의 칸막이 문들 중 가장 끝에 위치한 문으로 그를 데려간 뒤 변기 쪽으로 밀어붙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송우가 따졌지만 이정희는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걸린 조그만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낼 뿐이었다. 양장본 ‘불의 바람’이었다.
송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정희를 보았다. 그녀가 책을 내밀었다. 책을 받기는 했지만 뭘 어쩌라는 건지 송우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자 여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책을 들쳐보라고 요구했다.
바보 같은 짓을 한다는 생각에도 송우는 그저 한번 여자가 시키는 대로 해봤다. 대충 한번 훑어 본 다음 책을 덮었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요구했다.
“천천히 꼼꼼히 살펴봐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테니까.”
송우는 귀찮은 얼굴로 다시 책을 펼쳤다. 이번에 첫 장부터 제대로 살폈다. 그러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다급한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이건 내가 쓴 게 아니잖아!”
송우는 목청을 높이며 재빨리 표지를 보았다. 제목은 ‘불의 바람’이었고, 저자 역시 자신이 맞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송우 자신이 쓴 것이 아니었다.
이정희가 차분하게 송우에게 말했다.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이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이에요.”
송우가 떨리는 손길로 계속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확인했다. 송우는 혼란스러웠다.
“사실 당신이 쓴 글은 하나도 출간되지 않았어요.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다른 사람이 쓴 글이 출간됐어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나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저자로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어떻게…….”
송우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책을 보다가 이정희를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경철이 나한테 ‘불의 바람’을 줬습니다. 그건 내가 쓴 거 하고 똑같았습니다.”
“그래요?”
조롱하는 투였다.
“못 믿겠다면 보여주죠.”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이경철이 줬다는 ‘불의 바람’은 당신을 속이려고 준 걸 거예요. 어쨌든 서점에 나가 있는 책은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이니까.”
송우는 현기증이 일어 벽에 몸을 기댄 채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희미하게 눈을 뜬 채로 이정희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 착각 속에 살게 내버려두지…….”
“이 일은 당신만 겪은 게 아니었어요.”
“뭐라고요?”
잠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뒀던 이정희가 송우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녀의 입가는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이정민요. ‘불의 바람’의 최초 원작자.”
송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내 애인이었어요. 자신이 이름이 도용되는 걸 알고 사장을 만나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던데…….”
“아니오!”
이정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장 짓이 틀림없어요.”
송우는 그녀의 생각이 지나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의혹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와 바로 옆문을 열었다. 변기 뚜껑을 쳐드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옷을 내리는 소리, 간헐적으로 들리는 오줌소리. 그들은 꾹 숨을 죽이고 있었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뒤를 이었다. 잠시 뒤 문을 열고 나가는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화장실에서 40대 초반의 여자가 급히 나왔다. 그 여자는 즉시 화장실 옆에 서 있던 이경철에게로 갔다. 그런 뒤 그에게 사실을 확인시켰다. 화장실 안에 틀어박혀 있는 두 명의 사람을.
이정희와 헤어지고 독방으로 돌아온 송우는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정민은 피살되었다. 사장을 만나러 갔다가. 송우는 그녀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불안은 어쩔 수 없었다.
송우는 책장에서 ‘불의 바람’을 뽑아 들었다. 책을 들쳤다. 자신이 쓴 글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았다.
‘이정희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서점으로 가서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방밖으로 나간 그는 복도를 걸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특히 이경철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1층으로 내려와 현관문을 나서는데 수위가 날카로운 눈길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출판사를 빠져나와 지나가는 버스를 세워 올라탔다.
그가 내린 곳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어느 서점이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여자에게 책의 이름을 댔다.
“아, 그 책요. 잠시만요.”
여자가 책이 얹혀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런데 빈손으로 돌아왔다.
“손님, 어쩌죠. 책이 다 팔려서 지금은 없는데. 오늘 주문 넣으면 내일쯤 들어오니까 죄송하지만 내일 한번 더 나오세요. 여기 연락처를 써 주시면…….”
송우는 주인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점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몇 군데 서점을 돌아다녔는데 모두 다 팔렸다는 것이다. 송우는 기진맥진했다. 무서운 판매율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잘 팔리는 책의 저자가 자신이 아니라니. 그 놈은 대체 누구란 말이냐. 송우는 심장이 죄어 들어오는 듯 했다.
정신없이 서점을 찾아 뛰어 다닌 끝에 송우는 어느 조그마한 서점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는 ‘불의 바람’을 볼 수 있었다. 반가웠다. 그런데 이럴 수가. 책은 비닐로 꽁꽁 싸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급한 마음에 책을 집어 비닐을 마구 뜯기 시작했다. 책을 넘겨 첫 페이지 첫 문장을 확인하려는 찰나였다. 누군가가 와락 책을 뺏어 버렸다.
“책을 보려면 돈을 내야지. 이렇게 비닐을 뜯어서야 쓰나?”
서점 주인이었다. 송우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지갑이 없었다. 독방에서 급히 나오다 지갑을 깜빡한 모양이었다. 서점 주인은 그럼 그렇지 하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중 턱을 늘인 채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는 책 도둑이라도 잡은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송우가 그에게 사정했다.
“이보세요. 지갑을 두고 왔는데 첫 페이지만 확인할게요.”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책을 변상해야지. 이렇게 뜯어 놓으면 누가 사 봐? 빨리 변상해!”
“부탁입니다. 그리고 난 이 책을 쓴 사람입니다. 김송우요. 모르세요? 여기 적혀 있잖아요? 한번만 보게 해 주세요.”
서점주인은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표지를 보았다. 이름이 맞긴 맞았다.
“그걸 누가 믿어?”
“아, 진짜라니까요. 이 글을 쓴 김송우가 맞다니까요.”
“정말이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해요?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서점주인은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송우는 서점주인에게서 책을 뺏어 표지를 넘겼다. 거기엔 턱하니 송우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뽀얀 피부에 부드럽게 미소짓고 시선은 비스듬히 측면을 향하고 있었다. 신비한 느낌을 풍겼다.
“맞잖아요.”
서점주인은 사진 속 인물과 자기 앞에 서 있는 인물을 비교하고 나서야 송우의 말을 믿었다.
“그렇다고 공짜로 책을 볼 수는 없는 법이지. 설령 이 글을 쓴 사람이래도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니요? 그리고 자신이 쓴 책을 왜 이런 식으로 보려는 거요?”
“그건 저도 복잡해서 몰라요. 하여튼 첫 장만 확인할게요.”
그제야 서점주인은 계면쩍은 얼굴로 책을 내밀었다.
송우는 책을 받아 쥐고 급히 표지를 넘겼다. 그런데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들의 등 뒤에서 들렸다.
“아까 전부터 듣고 있었는데…… 주인 양반, 내가 이 사람 대신 그 책값을 내면 안되겠소?”
서점주인과 송우가 동시에 그 말을 한 사람을 보았다. 서점주인이 말했다.
“거참. 희한한 일도 다 있네. 뭐. 난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해요.”
송우는 빙긋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경철이었다.
이경철은 주인에게 다가와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계산을 치렀다.
어떻게 여기까지……. 송우는 이경철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 건지 알아내야 했지만 우선은 손에 쥐고 있던 책의 문장들을 확인하기 바빴다. 첫 문장부터 자신이 썼던 것과는 달랐다. 이정희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송우는 숨이 막혔다. 간신히 책을 덮고 이경철을 보았다. 대체 어찌 된 일인지 해명을 요구하는 눈길로.
대답대신 이경철은 송우의 팔을 잡고 서점 밖으로 그를 데리고 나가 준비된 차에 오르게 했다. 송우 옆에 앉은 이경철이 운전사에게 K출판사로 가자고 명령했다. 송우가 따졌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째서 내가 쓴 거 하고 다릅니까?”
이경철이 흥분한 송우의 팔을 움켜잡았다.
“곧 알게 될 테니 조용히 좀 있을 순 없는 거요?”
“뭘 알게 되는데요?”
송우가 이경철의 팔을 뿌리쳤다.
“이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요. 우선 제안을 하나 하겠는데…….”
송우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뭘 또 제안하겠다는 겁니까?”
이경철은 느긋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좀 진정해요. 내가 다 얘기해 줄 테니까.”
송우가 창 쪽으로 눈길을 돌려버렸다.
“흥분하지만 말고 내 말을 들어요. 지금 김선생 이름을 빌려서 누군가가 글을 쓰고 있는데, 난 이 일을 김선생이 잠자코 모른 척 넘어갔으면 해요.”
“뭐라구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이경철은 송우의 항변을 무시하고 자신의 용건만 말했다.
“사인회도 이제 곧 다시 열거요. 독자들에게 당신 얼굴은 계속 보여줘야 하니까.”
송우는 코웃음을 쳤다.
“내 얼굴을 팔 생각인가 본데, 난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할 수 없다?”
이경철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반문했다. 송우는 고집스럽게 이경철을 노려봤다.
“진심이요?”
송우는 대답이 없다.
이경철은 다리를 흔들면서 송우를 지켜봤다. 한동안 둘 사이는 말이 없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깬 건 이경철이었다.
“당신 뜻이 정 그렇다면 진상을 말해줘야겠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당신이 인터넷에 올렸던 시리즈들은 하나같이 조회수가 형편없었어!”
송우는 뜻밖의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줄까요? 당신 글은 하나같이 인기가 없었어. 처음으로 인터넷에 응모했던 글부터 지금의 글까지…… 모두 다. 하나같이 똑같았어.”
송우는 믿을 수 없어서 대들었다.
“처음 인터넷에 응모했을 때 내 시리즈 조회수가 가장 높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들이 날 뽑은 거고. 그 후에도 몇 번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인기가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경철이 씩 웃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당신 글은 인기가 없었다는데. 당신 시리즈는 응모 때부터 조회수가 바닥을 기었지만 그건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 거야 숫자조작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왜 내 말이 믿어지지 않아요?”
말문이 막힌 송우가 간신히 물었다.
“그럼 왜 날 뽑았습니까? 인기도 없었다면서.”
“그거야 인터넷에 오른 응모자들의 사진을 보고 그 중 외모가 가장 낫다고 판명된 사람을 뽑은 거지. 그게 바로 당신이었고. 조금만 손을 보면 꽤나 괜찮을 외모가 될 것 같았으니까…….”
무거운 눈꺼풀을 떠서 거울 앞에 섰는데 바뀐 외모 때문에 놀랐던 때가 송우의 뇌리를 스쳤다.
“생각이 나는 모양이죠?”
이경철이 짐짓 점잔을 빼면서 물었다.
힘없이 송우가 물었다.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겁니까?”
“당신 대신 글을 쓰는 사람은 대중 앞에 서질 못하기 때문이지.”
“왜요?”
“아직은 때가 이르니까.”
“뭐가 이르다는 겁니까? 혹 그 사람 얼굴에 끔찍한 흉터라도 있는 겁니까?”
이경철이 껄껄댔다.
“흉터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잘 생긴 외모는 아니지. 어쨌거나 너무 좌절 마세요. 내 보잘 것 없는 생각에 당신은 글을 잘 쓰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봐요.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오?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란 말이오. 돈이 되지 않으면 말할 것도 없지.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야 원래 이런 족속들인데 어떻게 하겠어?”
송우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창문 틈으로 바람이 밀려들었다. 그 바람도 분노로 달아오른 송우를 잠재울 수 없었다. 그 즉시 ‘불의 바람’을 쓰는 놈을 만나고 싶었고 이경철에게 요청했다.
“지금 말고 좀 더 있다가 만나요. 곧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아니요. 차에서 내리는 즉시 만나게 해 주세요!”
“아 참, 성미도 급하시긴…….”
드디어 차가 K출판사 앞에 섰다. 그들이 차에서 내리기 전 이경철이 송우에게 물었다.
“그래, 내 제안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요? 꾹 입 다물고 있을 거요?”
송우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고집을 부려도 결국 받아들여야 할거야. 이제 고생스럽게 글 쓸 필요도 없어. 그저 얼굴만 팔면 돼. 그럼 그 대가로 돈도 나갈 거고……그리 손해보는 일도 아닌데. 어때?”
송우의 침묵에 이경철이 중얼거렸다.
“빨리 답을 줘야 할거야.”
독방으로 돌아온 송우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차에서 들었던 이경철의 말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다. 울분이 솟아올랐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꼭두각시 인형. 자신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솟았다. 이제껏 이용만 당한 셈이라니. 입 다물고 있으라고. 웃기고 있군.
송우는 이정희에게 전화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물어보고 싶었다. 설령 그녀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말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희씨예요?”
말이 없었다. 몇 초 뒤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자였다. 송우는 얼른 전화를 끊으려 했다.
“여자를 만나고 싶은 모양이지. 애써 전화할 필요가 있을까?”
송우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이경철이었다. 송우는 순식간에 전화를 끊었다. 듣기도 싫은 목소리였다. 그때 이정희가 걱정되었다. 어떻게 됐을까. 여길 벗어나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혼자 도망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이경철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이경철의 뒤에는 이정희가 서 있었다. 이정희는 두려움에 찬 눈길로 송우를 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놀라시나? 혹 어디라도 갈 모양이지?”
그때에도 이정희는 송우를 간절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길은 ‘도망’을 소리치고 있었다. 송우는 이경철에게 달려들었고 방밖으로 뛰쳐나갔다. 급습을 받은 이경철이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이정희의 손을 잡고 달아났지만 현관문을 몇 미터 앞두고 그들은 몇 명의 남자들에게 붙잡히고야 말았다. 그리고 송우는 이정희와 헤어져 자신의 독방에 감금되었다. 송우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 역시 ‘불의 바람’의 최초 원작자인 이정민처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는 굳게 잠겨 있는 문을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어느덧 그의 시선은 거울에 가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혐오에 차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책상에 놓여 있던 면도날로 눈이 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스스로도 놀랐다. 막상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니 망설여졌지만 철저히 이용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는 책상으로 가서 면도날을 집어들어 다시 거울 앞에 섰고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숫자를 세어나갔다. 손에 힘을 주었고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는 면도날을 쳐들어 오른쪽 볼을 그어버렸다.
송우는 낯선 방에서 눈을 떴다. 형광등 불빛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삐걱대는 철제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벽에 몸을 기댔다. 맞은편에 전신거울이 붙어 있었다. 얼굴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볼을 면도날로 그었던 일이 생각났다. 흉터가 남을 것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고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꺼운 청바지에 군화를 신고 있었다. 수염으로 덥수룩한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문득 그를 어디서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K출판사에 처음 왔던 날 사장실에서 봤던 남자가 틀림없었다.
“따라와!”
매몰차게 남자가 말했다. 송우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따라오라는데 뭘 꾸물대는 거야?”
그제야 송우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송우를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문이 열렸고 그들은 올라탔다. 송우가 안쪽 벽에 기대서자 남자가 버튼을 눌렀다. 끝 층이었다. 사장이 있는 층이었다.
‘사장을 만나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문득 이정희의 말이 떠올랐다. 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퍼져 보였다. 굳은 얼굴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송우는 남자 뒤를 따랐다. 남자는 사장실을 지나쳤다. 송우는 당황했다. 어디로 데려 가는 걸까.
복도 끝에 위치한 어느 방 앞에서 남자는 걸음을 멈췄고 묵묵히 뒤따르던 송우에게로 홱 고개를 돌렸다. 방문에는 ‘직원 외 절대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남자는 아랑곳 않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
남자가 옆으로 비켜섰다. 송우가 방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침침했다. 검은 장막이 방 한가운데 드리워져 있었다. 어디선가 직직대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사방이 환해졌다. 송우는 팔로 눈을 가렸다. 팔을 내렸을 때 장막이 옆으로 걷어지고 있었다.
공간이 드러났다. 큼직한 사각기계가 턱하니 놓여 있었다. 묵직한 느낌의 회색기계로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언뜻 세탁기를 연상시켰다.
그때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요.”
송우가 돌아섰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수염이 듬성듬성한 턱이 튼튼해 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갈색 정장 차림으로 덩치가 좀 있는 남자였다. 두 손은 앞으로 얌전히 모은 채였다.
“여기 사장 최성구요. 반갑소.”
송우는 두려운 한편 반감이 생겼다.
“당신 얼굴을 좀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쉽네. 그려.”
천천히 거니는 그를 송우가 지켜봤다.
“육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도 않을 사람이 얼굴에 칼을 대다니…….”
“당신한테는 돈이 될지 몰라도 나는 아닙니다.”
최성구가 실소했다.
“어쨌든 유감이오. 멋진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사실 당신 얼굴은 당신 게 아니었지. 그런데 그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따지고 보면 당신 건 아무 것도 없었어. k출판사에 들어온 이후부터…….”
그는 송우를 지나쳐 기계 앞에 가 섰다.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 걸로 아는데. 하지만 난 당신을 그냥 보내지 않을 거요.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생각이니까…….”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전 입이 가벼운 놈입죠.”
가소로운 눈길로 송우를 보던 그가 말했다.
“아, 그리 빨리 결정을 내릴 건 없어. 시간은 아주아주 많으니까. 지금부터 하는 내 말을 잘 들어요.”
최성구는 사랑스런 손길로 기계를 어루만졌다.
“이놈이 어디에 쓰일 것 같소?”
송우가 기계를 바라보았다. 둥그런 버튼 몇 개가 눈에 띄었다. 투명 유리를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기계 뒤편으로 나온 빨갛고 파란 전선들이 컴퓨터와 연결되어져 있었다.
“이경철이 말로는 '불의 바람'을 쓰는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당신의 이름을 빌려 쓰는 작가. 얼굴에 남모를 콤플렉스가 있어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작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자신의 운명을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작가. 그 비극의 천재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들었는데……?”
긴장한 낯빛으로 송우는 최성구를 보았다. 그가 기계를 향해 팔을 쳐들었다. 기계로 시선을 두던 송우가 다시 그를 향했다. 세탁기 같이 생겨먹은 기계가 어쨌다는 건가.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한 거요.”
송우의 동공이 커졌다. 송우는 믿을 수 없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 기계를 두고 말하는 겁니까?”
최성구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농담합니까? 이 따위 기계가 글을 쓴다고요?”
“그렇소. 엄밀히 말하면 쓰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거겠지만.”
말문이 막힌 송우를 보고 최성구는 껄껄댔다.
“놀랄 만도 할 거요. 처음엔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지. 교만한 인간들에겐 말이야.”
그의 신랄한 말은 계속됐다.
“작가들은 창작의 고통에 대해 떠들어대지. 어린애들처럼 말이야. 제발 자기들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떼쓰지. 하지만 창작은 고통과는 거리가 먼 소리요. 난 그 사실을 잘 알지. 그럼 작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피를 짜내는 고통이냐? 아니지. 그럼 고통이 아니라면 대체 뭐야? 모방인가? 미메시스인가? 그럴 듯한 소리지만 실은 그것도 아니야. 그럼 어디서 나오느냐?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모방이 아니라면 말이야. 마음의 눈으로 그린 모방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럼 도대체…… 그건 바로 …… 그래, 그거야. 조합! 위대한 조합에서 나오는 거지.”
최성구가 핏대를 세웠다.
“이 기계가 바로 그 위대한 조합을 성취해낸 거요. 아시겠소? 이 기계는 '조합기계'로 불리지. 조합기계는 매시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어. 엄청난 속도가 아니요?”
송우는 귀가 멍하면서 속이 메슥거렸다.
“로얼드 달의 ‘위대한 자동 문장 제조기’가 현실이 된 거요. 여기 있는 버튼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거요. 기존의 글들을 이 기계에 연결된 컴퓨터에 입력시키지. 입력된 글들은 기계로 전송되고 기계는 전송된 글들 다음으로 가능한 상황들을 모조리 검색해 내요. 그러면 시리즈 같은 글들은 쉽사리 만들어지고.
단행본은 어떨까? 그것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오. 기존의 글들을 믹스하는 거지. 전에는 완전히 다른 10가지 장르의 글에서 조금씩 발췌를 해서 조합해 낸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 이제는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유사 상황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까. 소설의 어느 상황을 검색한 뒤 그와 유사한 상황을 찾아내어 새 글에 이용하는데, 보통 10권 정도의 스토리를 조합하면 그 10배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소. 하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오. 지금은 흥미 위주의 얘기들만 만들어내지만 앞으로는 인간의 심오한 인생관이나 철학을 담아낸 글들도 만들어 내야 하니까.”
최성구의 말은 계속되었다.
“사실 인간들은 변덕이 심해. 특히 작가란 놈들은. 지들이 엄청 잘난 줄 알아. 하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지. 절대로 변덕 따위는 부리지 않거든. 마감일도 척척이야. 지금부터 작가가 하는 일은 조합기계가 만들어낸 얘기들을 베껴 쓰기만 하면 되는 거요!”
송우를 여기까지 데려온 남자가 들어왔다.
“소개하지. 기존의 글들을 컴퓨터에 입력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오. 또한 K출판사에서는 해결사라고도 불리지. 각종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결해 내니까. 그저 정씨라 불러요.”
남자의 거만한 눈초리가 송우를 훑었다.
“다시 제안하는데 어떻게 할 거요? 그저 모른 척 있을 거요? 아직은 이걸 공개하기엔 일러. 감동을 받고 재미를 느낀 책을 기계가 만들어냈다는 걸 알았을 때 사람들이 느껴야 할 상처는 클 테니까. 혹 기계가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인간들이 반감을 가지면 큰일이니까. 아무리 재밌어도 팔리지 않으면 다 필요 없지. 하지만 공개할 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일이오. 자 어떻소? 그때까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송우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정씨는 덥수룩한 수염을 뜯고 있었다.
“이정민도 나와 같은 제안을 받았겠군요?”
최성구가 말했다.
"아, 이정민. 그 불쌍한 친구. 인간들의 마지막 자존심."
"근데……거절했나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송우의 목이 뻣뻣해왔다.
"당신은 어떻게 할 작정인지……."
그때 윙 소리가 울리며 기계가 작동을 시작했다. 프린터가 돌아가며 글들이 새까맣게 찍힌 종이들이 튀어 나왔다.
"미발표의 '불의 바람'이군. 어떻소. 한번 읽어 보는 게."
최성구는 막 뽑혀져 나온 따끈따끈한 종이를 송우에게 내밀었다. 송우가 종이를 내려쳤다.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주우며 최성구가 말했다.
"한번 읽어 봐. 재미가 그만일 테니까."
송우는 고개를 숙였다.
"왜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모양이지? 그럼 이건 어때? 이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이 기계와 내기를 한번 해 볼 생각은? 그러니까 누구의 글이 더 대중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말이오. 아니 어느 글이 더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 거 참 재밌겠는걸. 어때? 한번 해 보지 않겠소?"
송우는 어떤 답도 하지 못했다. 기계는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었다. 최성구는 종이를 집어든 뒤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송우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정말 완벽해!”
흡족한 얼굴로 최성구가 소리쳤다. 그는 송우 가까이 다가왔다.
“잘 생각한 거야. 이놈과 대결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송우는 힘없이 뒤돌아섰다.
사장실을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는데 그 사이로 발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정씨였다. 그의 눈빛은 위협과 경멸이 뒤섞여 있었다. 송우의 체념한 표정을 본 그가 천천히 발을 뺐다.
독방으로 되돌아온 송우는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막막했다. 그는 이 방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그 기계와는 상관없이 계속 글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 일이 전혀 내키지 않았다. 이 방에서는 아무도 그의 글을 읽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K출판사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때우던 그도 종종 이정희 생각이 났지만 그녀는 볼 수 없었다. 편집실 앞을 기웃거렸지만 허사였다. 어떻게 됐는지 이경철에게 묻기도 힘들었다. 다른 직원들처럼 이경철의 잡일이나 봐주며 가끔 자신의 사인회에 얼굴이나 내밀었다. 비상구를 찾지 못하던 송우는 현재의 위치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길들여져 갔다. 그러자 그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붙었던 정씨도 차츰 뜸해졌다. ‘불의 바람’은 그의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계속 연재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 연재소설이 실리는 사이트에 이런 광고가 떴다.
“김송우의 ‘불의 바람’은 작가의 개인 사정상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이정민, 김송우를 이을 역량있는 작가를 찾습니다. 김송우의 마지막 시리즈를 이어서 인터넷에 올려주세요.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한 응모자가 그들 뒤를 잇습니다. 많은 응모바랍니다.”
독자들 사이에서 김송우란 인물이 싫증도 났을 거라는 판단 하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송우는 담담했다. 이경철과 시내에 나왔다가 편의점에 들렀는데 어떤 젊은 남자가 선반에 신문을 올려놓고 보고 있었다. 그 신문 면에는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는데 바로 ‘불의 바람’을 쓸 새로운 작가를 찾는다는 광고였다. 그 남자는 그 광고를 뚫어져라 보면서 벌써 자신이 그 새로운 작가라도 된 것처럼 마냥 흥분해서 볼이 발그스름했다. 남자는 장밋빛 미래를 떠올렸고 두 눈은 열의로 반짝했다. 남자는 분명 자존심을 지닌 수많은 인간들 중 한 명일 거라고 송우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후기- 이 소설은 K출판사의 조합기계가 만들어낸 첫 번째 소설이다. 로알드 달의 자본에 침식된 작가들의 우울을 그린 The Great Automatic Grammatizator, 로버트 패널의 지구를 정복하려는 우주인의 음모를 그린 SF소설 The Fire Of Wind, 한국 스릴러 작가 김정우의 섬에 고립된 남자의 고뇌를 그린 몰락 등과 같은 여러 얘기들이 뒤범벅되어 탄생된 소설이다.
첫댓글후기가 인상적이네요 ㅋㅋㅋ 근데 약간 호러소설의 느낌이 많다고나 할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호러물 내지는 SF물이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글 만드는 기계나 정체불명의 거대 출판사같은거는, 리얼리티가 약간 떨어지잖아요. 그리고 주인공이 단지 '얼굴마담'으로 채택되었다는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얼굴마담을 뽑는데 굳이 작가중에서 뽑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차라리 잘생긴 연기자와 계약을 한다면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출판사에 가둬놓을 이유도 없을거 같은데... 아무튼 재미있었어요.ㅋ 호러소설의 입장으로 놓고 보더라도 두근두근 하네요. 거대 조직의 음모와 그 앞에 선 작고 평범한 인간이라는게
공포심을 유발하는거 같고... 사회에 대한 비판, 풍자도 인상깊고 ㅋ 자동조합기계라는거 참 독특한 소재같아요.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거 같았음. ㅋ 다만 초반부에 출판사에 가둬놓고 하는 부분이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요, 그런면에서 추리소설이라기 보다 오히려 진짜 재밌는 호러소설같았어요.
후기에 나오는 소설들 중,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얼드 달의 위대한 자동문장제조기는 실제로 있는 소설입니다. 최성구 사장의 말을 빌어 밝혀두었죠. 원래 이 소설은 3부로 꾸몄는데, 이 부분은 1부입니다. 몇 년 전에 썼었는데, 그 뒤 로얼드 달의 위대한 자동문장제조기란 소설을 알게 되었죠. 그 기회에 달의 다른 단편들도 읽었는데, 너무도 재밌습니다. 읽지 못하셨다면 추천합니다. '당신을 닮은 사람' '맛'이란 단편집이 출간되었죠. 또 동화로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의 원작가입니다.
2부에서는 동인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아놓은 소설이 기계로 완성된 소설임이 밝혀지자 작품을 뽑아놓은 평론가와 소설가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하죠.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뺏는 것에 대한 불안을 다룬 겁니다. 은행에 가도 요즘은 모두 기계가 일을 보죠.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우리는 점점 기계가 없으면 못사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라면 어떨까하고 쓴 소설이었습니다.
첫댓글 후기가 인상적이네요 ㅋㅋㅋ 근데 약간 호러소설의 느낌이 많다고나 할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호러물 내지는 SF물이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글 만드는 기계나 정체불명의 거대 출판사같은거는, 리얼리티가 약간 떨어지잖아요. 그리고 주인공이 단지 '얼굴마담'으로 채택되었다는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얼굴마담을 뽑는데 굳이 작가중에서 뽑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차라리 잘생긴 연기자와 계약을 한다면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출판사에 가둬놓을 이유도 없을거 같은데... 아무튼 재미있었어요.ㅋ 호러소설의 입장으로 놓고 보더라도 두근두근 하네요. 거대 조직의 음모와 그 앞에 선 작고 평범한 인간이라는게
공포심을 유발하는거 같고... 사회에 대한 비판, 풍자도 인상깊고 ㅋ 자동조합기계라는거 참 독특한 소재같아요.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거 같았음. ㅋ 다만 초반부에 출판사에 가둬놓고 하는 부분이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요, 그런면에서 추리소설이라기 보다 오히려 진짜 재밌는 호러소설같았어요.
후기에 나오는 소설들 중,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얼드 달의 위대한 자동문장제조기는 실제로 있는 소설입니다. 최성구 사장의 말을 빌어 밝혀두었죠. 원래 이 소설은 3부로 꾸몄는데, 이 부분은 1부입니다. 몇 년 전에 썼었는데, 그 뒤 로얼드 달의 위대한 자동문장제조기란 소설을 알게 되었죠. 그 기회에 달의 다른 단편들도 읽었는데, 너무도 재밌습니다. 읽지 못하셨다면 추천합니다. '당신을 닮은 사람' '맛'이란 단편집이 출간되었죠. 또 동화로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의 원작가입니다.
2부에서는 동인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아놓은 소설이 기계로 완성된 소설임이 밝혀지자 작품을 뽑아놓은 평론가와 소설가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하죠.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뺏는 것에 대한 불안을 다룬 겁니다. 은행에 가도 요즘은 모두 기계가 일을 보죠.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우리는 점점 기계가 없으면 못사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라면 어떨까하고 쓴 소설이었습니다.
재밌네요~~
억 찰리와 초콜릿 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