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8
보험해지 하고 받은 돈으로 여행 간다고 공항에 나왔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김해공항에 서 있으니 촌놈 정신이 하나 없게 만들던 인천공항이 생각
난다. 역시 부산에 사는 게 행복이다. 일기예보를 볼 때 마다 느끼던 것을 또 느낀다.
출발을 기다리며 배회하다 보니 흡연실이란 팻말이 보인다. 좁은 방에 남자들이 오골오골
모여서 열심히들 일한다. 바쁜 듯이 일한다. 마치 바깥의 많은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듯한 의
연한 표정으로 낯선 이들끼리 어색하게 마주앉아 연기를 뿜어대고 있다. 밖에서 구경하니
우습고 고맙다.
2시간 만에 타이완에 도착했다. 활주로 주변 잔디밭에 하얀 대만 나비들이 내 눈길을 끈다.
“니 하오 마!”. 코가 먼저 이국을 눈치챈다. 친구들과 왔으면 자유여행 했을텐데 뻣뻣한 신
랑과는 팩키지 여행이다. 우리팀은 16명이다. 세 가족과 두 자매와 우리부부다. 가이드 미
스(?) 유가 우리를 맞이한다. 도와주는 이가 튼실해 보여 맘이 편하다. 지난번 중국여행에서의
남자 가이드는 허약해 보여 안쓰러웠거든.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고궁박물관에 갔다. 대만에 대해서는 어릴 때 우리동네 중국집 아저
씨가 어느날 자유중국으로 돌아갔다는 것 외 에는 아는 게 통 없었다.
팩키지는 손님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장개석이 배로 실어올 수 있는, 가능한 소품의 중국유물들
이 60만점 이상이 있다는 박물관의 백분의 1도 못 본 듯한데 어느새 밖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오동통한 양귀비와 비취로 만든 벌레 먹은 배추 등 몇점 만 기억에 남아 이번 여행 중 가장
아쉬웠다. 도망가는 장씨의 배를 폭격하자는 부하의 말에 모씨는 차마 유물을 수장시킬 수
없다고 보내 주었단다. 중국 자금성의 직원은 오늘도 그 보물이 돌아올 날을 위해 열심히
보물이 있던 바닥을 닦고 있다고 미스유가 본 듯이 말한다
지금 날씨는 조금 더운데 가로수는 야자나무이다. 거리에서 암컷은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단다.
열매가 떨어지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하여 야자없는 야자나무만 뽑혀있단다. 그 곁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잎사귀라 자세히 보니 화분에서만 보던 고무나무가 진짜 나무로 거리에 듬직하게
서 있다. 아 열대가 맞나보다.
다음에 들른 곳은 중국향내 가득한 용산사란 절이다. 가운데 큰 부처님 방이 계시고 주변을
둘러 작은 방에 각종 할아버지들이 사는 방이다. 도교의 나라라 여러 제단이 동거하는 이채
로운 풍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관우님도 계셔서 인사 여쭈었다. 통로 곳곳에 함석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신도들이 올린 각종 제물 들이 가득하다. 꽃과 과자, 과일과 빵, 그리고 리
본 두른 잘생긴 무 와 파까지 있다. 그 위엔 수험생들이 올린 수험표가 얹혀있다.
각자 맘속으로 비는 안 들리는 기도들이 내 눈에도 노골적으로 보인다. 나도 온 김에 대만
부처님께 남의 제물들을 쳐다보며 한국의 수험생 아들당부를 하였다. 비행기 타기 전에
‘내 아들을 잘 부탁한다, 고 3 누나야’ 라고 딸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
가이드가 나무조각으로 운세를 점 쳐 보라하여 내가 먼저 기도하며 던져보니 점쾌가 아주
잘 나온다. 놀러 나온 고3 엄마가 덕분에 잠깐 자위한다.
절 근처 야시장을 낮에 구경하란다. 野야? 夜야? 모르겠다. 사전지식에 망고빙수를 먹어보
라던데 빙수는 안보여서 망고 아이스크림을 대만 돈 40원에 배부르게 핣아 먹었다.
여행은 역시 동성친구랑 해야 되는데 .. 나는 악세사리나 예쁜 것들에 발길이 가고 신랑은
전자제품이나 술병 쪽으로 발길이 끌려 신경 쓰인다. 자유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
어두운 골목 안에는 작은 식당과 생선가게와 배암 가게가 보이고 발마사지방과 우리의 도로변에
한번씩 서 있던 성인용품점의 진열대가 슬쩍 보인다.
이 골목에선 뱀 껍질 벗기는 동영상도 볼 수있다하니 아이를 대동한 가족은 되돌아선다. 그 옆 골
목은 저렴한 공창이란다. 나는 어릴 때 사창가라고 들어보았다. 그런데 그 단어가 공식적인
창에 대비한 사적인 창이었음을 공창이란 말을 듣고 여기와서 자각한다. 외국인에게 어두운 단면까지 보여주는
성숙한 여행센스! 우리부산의 뒷골목 상품으로는 어디를 데려가면 될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까지 해본다.
호텔가서 본전 생각하며 목욕 길게 하고 잤다. -계속

(양귀비 양)-사진금지구역에서의 불법행위임

(임금에 비유한 배추에 벌레가 붙어 갉아먹고 있다, 부패를 상징함을 알아차린 왕이 이 선물을 바친이를 아웃시켯다 한다)

(고궁박물관 앞 야자나무 아래 - 파룬궁)

(절 내의 개인이 가지고 온 제물들 -절 하고 다시 가져들 간다)

(용산사)
첫댓글 표현이 재미나네요.
내것인 척 하고 들고가도 아무도 안뭐라칼까여^^
망고 아이스크림에 눈이 확 커지네요...동남아 가면 제일 좋은건 신선한 열대과일을 원없이 먹는다는거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