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에는 골수와 마찬가지로 혈액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뿐 아니라 연골·뼈·근육·신경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어 의학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특히 조혈모세포의 이식은 1988년 프랑스에서 판코니 빈혈을 앓고 있는 5세의 남자아이에게 시행하여 처음으로 성공하였는데, 골수 이식에 비해 6가지 항원 중 4가지만 맞아도 실시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 적고 완치율도 높다.
현재 제대혈이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서 치료가 가능한 질병은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겸상적혈구 빈혈과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 고셰병,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같은 선천성 질병 등이다. 또한 당뇨와 심근경색증, 치매와 뇌졸중 같은 신경계 질환 등의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제대혈의 장점 때문에 필요할 때에 녹여서 사용하기 위해 제대혈을 채취하여 냉동보관하는 제대혈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탯줄 혈액인 제대혈에는 혈액 질환이나 항암 치료 시 꼭 필요한 조혈모세포가 들어 있다. 치명적인 질병에 대비해 출산 시 채취해 보관하는 제대혈과 조혈모세포 이식, 제대혈 은행에 대해 알아본다.
제대혈이란?
임신 기간 동안 엄마가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세포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탯줄 혈액을 제대혈이라고 한다. 제대혈에는 일반 혈액과 달리 혈액과 면역 체계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와 인체의 장기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인 간엽모세포가 들어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의 필요성
골수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혈액 질환을 치료하거나, 항암 치료로 인해 약화된 골수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해야 한다. 골수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사용하면 ‘골수 조혈모세포 이식(골수이식)’, 제대혈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사용하면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제대혈 이식)’이라고 한다.
제대혈 은행
제대혈 은행은 제대혈 조혈모세포를 냉동 보관해두었다가 이식이 필요할 때 제대혈을 공급하는 곳이다. 제대혈 은행에서는 제대혈 보관을 신청하는 임신부에게 제대혈을 채취할 수 있는 채취 세트를 제공하고, 출산 시 산부인과의 협조로 제대혈 채취가 이루어지면 제대혈을 24시간 이내에 제대혈 은행으로 운송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검사를 거친 다음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분리, 영하 196℃의 액체 질소 냉동 탱크에 보관한다.
제대혈 은행은 크게 공여 은행과 가족 은행으로 나뉘는데, 공여 은행은 제대혈을 기증받아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는 공익 성격의 은행이고, 가족 은행은 미래에 가족에게 닥칠지도 모를 불행에 대비해 본인이 경비를 부담하며 제대혈을 냉동 보관하는 은행이다.
제대혈 보관은 왜 필요할까?
제대혈은 태어날 아이는 물론 가족 구성원들의 치명적인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서 보관한다. 제대혈 속 조혈모세포는 직접적인 이식을 통해 백혈병이나 악성빈혈림프종 등을 치료하고, 간엽모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장기를 이루는 세포로 분화 발전시켜 세포 치료제의 형태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보관된 제대혈은 본인의 발병 시 즉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의 조직 적합성과 완벽하게 일치하므로 치료 성과 또한 매우 높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질병 시에도 조직 적합성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 이식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골수 이식이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 적합한 골수기증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대혈 보관은 암이나 백혈병을 비롯한 수많은 난치병에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는 건강보험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혈모세포
혈액 세포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으로 분화되는 줄기세포로 인체의 혈액 체계와 면역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조혈모세포는 혈액 질환이나 면역 질환, 암 등을 치료하는 데 중요하게 쓰인다.
줄기세포
혈액과 면역 체계로 발전하는 조혈모세포와 간, 신경, 심장 등 인체의 장기로 발전하는 간엽모세포를 통칭해서 줄기세포라고 한다. 즉,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 발전하는 모체가 되는 세포를 뜻한다. 이들 줄기세포는 제대혈과 골수에서만 채취할 수 있다. 또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