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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정치학](제2판, 숲,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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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을 '행복(eudaimonia)'으로 본다.
* 그는 개인의 행복에 관해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고찰한다.
* 그는 공동체의 행복에 관해서는 [정치학]에서 고찰한다. (박희택)
제1권 국가 공동체의 본질
제1장 공동체로서의 국가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음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좋음(agathon)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좋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분명 으뜸가는 좋음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politike koinonia)이다. (15쪽)
제2장국가는 본성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선 서로 상대방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은 한 쌍으로 결합해야 한다. 예컨대 암컷과 수컷은 번식을 위해 결합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식물들에도 내재하는, 자기를 닮은 존재를 남기려는 타고난 욕구에 기인한다. 타고난 치자(archon)와 피치자(archomenos)도 자기 보존을 위해 결합해야 한다. 지성(知性, dianoia)에 의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자는 타고난 치자이자 주인이지만, 남이 계획한 것을 체력으로 실현할 뿐인 자는 피치자요 타고난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despotes)과 노예(doulos)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17-18쪽)
* '서로 상대방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은 '이원상대(二元相對)'의 '대대(對待)'를 일컬음. (박희택)
이 두 가지 결합에서 맨 먼저 생겨난 것이 가정(oikos)이다. 따라서 헤시오도스가 "먼저 집과 여자 그리고 밭갈이할 소"라고 말한 것은 당연하다. 소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사 노에(oiketes)이기 때문이다. (18-19쪽)
* '이 두 가지'는 남녀의 결합과 주인과 노예의 결합을 말함. (18쪽 주5)
날마다 되풀이되는 필요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가정으로 구성된 최초의 공동체가 마을(kome)이다. 마을이 형성되는 가장 자연스런 형태는 한 가정에서 아들들과 손자들이 분가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마을의 구성원을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자들'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19쪽)
여러 마을로 구성되는 완전한 공동체가 국가인데, 국가는 이미 완전한 자급자족(autarkeia)이라는 최고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국가는 단순한 생존(zen)을 위해 형성되지만 훌륭한 삶(eu zen)을 위해 존속하는 것이다. (...) 국가는 이전 공동체들의 최종 목표(telos)고, 어떤 사물의 본성(physis)은 그 사물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 국가는 자연의 산물이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zoion politikon)임이 분명하다. (20쪽)
* 'zoion politikon'은 흔히 '정치적 동물' 또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번역한다. polikon은 polis의 파생어인 만큼 본디의 뜻을 살려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이라고 번역한다. (20쪽 주15)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logos)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 인간만이 좋음과 나쁨, 옳고 그름 등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공유에서 가정과 국가가 생성된다. 또한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 국가는 분명 자연의 산물이고 개인에 우선한다. (21쪽)
맨 처음으로 국가를 만든 사람은 인류에게 최대 은인이다. 인간은 완성되었을 때는 가장 휼륭한 동물이지만, 법(nomos)과 정의(dike)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무장한 불의(不義)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 그래서 미덕(arete)이 없으면 인간은 가장 불경(不敬)하고 가장 야만적이며, 색욕과 식욕을 가장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다.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주고, 정의감은 무엇이 옳은지 판별해주기 때문이다. (22쪽)
제3장 가정과 노예
가족 구성원에 따라 가사 관리(oikonomia)는 여러 부분으로 나뉘는데, 완전한 가정은 노예와 자유민(eleutheros)으로 구성된다. (...) 가정의 최소 요소는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자식이다. (...) 주종 관계(despotike), 부부 관계(gamike) - 남녀 간의 결합에 관해서는 우리말에 특정한 명칭이 없다 -, 부자 관계(,patrike) - 이 또한 우리말에 특정한 명칭이 없다 -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고찰해야 할 이 세 가지 요소 말고도 가정에는 이른바 재산 획득 기술(chremastike)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ㅡ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가사 관리라고 생각하며, 어떤 사람들은 가사 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23쪽)
주인과 노예의 관계부터 논의해보자. (...) 노예에 대한 주인의 지배(despoteia)는 지식(episteme)이며, (...)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는 것은 자연에 배치되는 것으로,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관행에 의한 것이고, 본성상으로는 이들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는 힘(bia)에 근거한 것이어서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23-24쪽)
제4장 도구로서의 노예
재산(ktema)은 가정의 일부이고, 재산 획득기술(ktetike)은 가사 관리의 일부다. 생활필수품 없이는 잘 살기는커녕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재물은 살기 위한 도구이고, 재산은 도구들의 집합이다. 또한 노예는 일종의 살아 있는 재물이고, 조수는 다른 도구들에 우선하는 도구다. (25쪽)
통상적인 의미의 도구는 생산을 위한(poietikon) 도구인 반면, 재산은 활동을 위한(praktikon) 도구다. 예컨대 베틀의 북을 사용하면 다른 것이 생산되지만, 침대나 옷은 사용할 뿐이다. 그리고 생산(poiesis)과 활동(praxis)은 서로 종류가 다르고, 이들은 둘 다 도구를 요하므로,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들도 필연적으로 종류가 다르다. 그런데 삶은 활동이지 생산이 아니다. 따라서 노예는 활동을 위해 쓰이는 도구다. (26쪽)
본성적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노예다. 또한 사람이면서도 하나의 재산인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속해 있으며, 재산은 그 소유자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는 행위를 위한 도구다. (26쪽)
제5장 노예제도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배하고 어떤 사람은 지배받아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이며 유익하기 때문이다. (...) 치자와 피치자의 관계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더 나은 피치자들을 지배하는 것이 더 낫다. (...) 어떤 것은 지배하고 다른 것은 지배받는 경우 우리는 그들의 관계를 양자의 합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쪽)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모든 사물에서는 언제나 치자와 피치자의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이원적 구성은 전체 자연 중에서도 특히 생명 있는 것들에서 드러난다. 생명 없는 것들에도 선법(旋法)처럼 주도적 원리(arche)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는 우리의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 먼저, 생명 있는 것은 혼(psyche)과 몸(soma)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전자는 본성적으로 치자이고 후자는 피치자다. (...)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정 완전한 사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28쪽)
생명 있는 것들에서 주인이 노예에게 행사하는 것과 같은(despotike) 지배와 정치가가 동료시민들에게 행사하는 것과 같은(politike) 지배라는 두 가지 형태의 지배를 볼 수 있다. 몸에 대한 혼의 지배는 주인의 지배와 같고, 욕망에 대한 지성(nous)의 지배는 정치가나 왕의 지배와 같기에 하는 말이다. (28쪽)
자연은 자유민의 몸과 노예의 몸을 구별하고자 노예에게는 천역(賤役)을 감당할 수 있는 강한 몸을 주고, 자유민에게는 그런 일에는 쓸모없지만 시민생활(politikos bios)에는 적합한 꼿꼿한 몸매를 준다. 시민생활은 전시의 요구와 평화 시의 요구에 따라 구분된다. (29쪽)
제6장 법적 노예제도와 자연적 노예제도의 관계
본성상의 노예와 노예제도 말고 법에 의한 노예와 노예제도도 있으니 말이다. 이 법에 따르면 일종의 관행으로 전쟁에 패하는 자들은 승자의 소유물이다. 그러나 이런 '정의(正義, dikaion)'에 대해 많은 법률가들이, 민회에서 현행법에 위배되는 법안을 발의한 연설가에게 제기함 직한 이의를 제기한다. 그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폭력과 우월한 힘에 제압되었다고 해서 그의 소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혐오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견해를 지지하고 있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31쪽)
미덕이야말로 필요한 물질적 수단을 갖추면 남을 복속시킬 가장 큰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승자는 언제나 어떤 미덕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쟁점은 무엇이 정의인가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쪽에서는 정의를 '선의(善意, eunoia)'로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강자의 지배'로 보기에 하는 말이다. (...) 어떤 사람들은 법(nomos)도 일종의 정의이므로 스스로 정의의 원칙에 따른다고 생각하며, 전쟁에 의한 노예제도는 합법적인 만큼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왜냐하면 우선 전쟁의 원인이 정당하지 못할 수도 있고,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을 노예라고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2쪽)
제7장 노예지배의 특성
주인의 지배(despoteia)와 정치가의(politike) 지배는 서로 다르며, 어떤 사람들이 말하듯 모든 종류의 지배(arche)가 서로 같은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정치가는 타고난 자유민을, 주인은 타고난 노예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 주인이 주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가 습득한 지식 때문이 아니라, 타고난 미덕 때문이다. 이 말은 노예와 자유민에게도 적용된다. 그럼에도 주인을 위한 지식과 노예를 위한 지식이 있을 수 있다. (35쪽)
주인은 노예를 획득해서가 아니라 노예를 부림으로써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예를 부리는 것은 위대하거나 고상한 지식이 아니다. 주인은 노예가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시킬 줄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살림이 넉넉한 주인들은 노예의 관리를 집사(執事)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정치와 철학에 전념한다. (....) 노예를 정당하게 획득하는 방법은 일종의 전쟁 기술 또는 사냥 기술이다. (36쪽)
제8장 재산 획득 기술에 관하여
재산 획득 기술은 가사 관리와 동일한가, 아니면 그것의 일부인가, 아니면 보조적 수단인가? 만일 보조적 수단이라면 베틀 북을 만드는 기술이 옷감을 짜는 기술에 보조적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한가, 아니면 청동을 주조하는 기술이 청동상을 제작하는 기술에 보조적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한가? 왜냐하면 이 두 가지 기술은 같은 방법으로 보조적인 것이 아니라, 전자는 도구를 제공하고 후자는 재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사 관리는 재산 획득 기술과 같은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후자는 재료를 제공하고, 전자는 그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37-38쪽)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이런 종류의 재산은 모든 생물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다 성장할 때까지 자연에 의해 주어지는 것 같다. 어떤 동물은 새끼를 낳는 순간 새끼가 식량을 지급할 수 있을 때까지 새끼를 충분히 먹일 만한 식량을 생산한다. (...) 식물은 동물을 위해 존재하고, 다른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39-40쪽)
자연은 어떤 것도 불완전하거나 쓸데없이 만들지 않는다면, 자연이 이 모든 것을 만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라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냥은 재산 획득 기술의 일부인 만큼, 어떤 의미에서 전쟁 기술은 본성적으로 재산 획득 기술의 하나이며, 이런 기술은 들짐승은 물론이요 지배받도록 태어났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인간들에게도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 종류의 전쟁은 본성적으로 정당하기 때문이다. (40쪽)
재산 획득 기술은 본성적으로 가사 관리 기술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국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에 유익한 재물들 가운데 비축될 수 있는 것들은 넉넉히 비축되어 있거나, 아니면 가사 관리 기술이 그런 것들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부(富)는 그런 재물들로 구성되는 것 같다. 그리고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재물이 무한히 많을 필요는 없다. 솔론(아테나이의 입법자 겸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사람들에게 부의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40쪽)
제9장 재산 획득의 자연스런 방법과 부자연스런 방법
또 다른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이 있는데, '재산 획득'이라는 용어는 대개 이 기술에 적용되며 그것은 정당하다. (...) 앞서 말한 기술은 자연에 의해 주어지지만, 다른 기술은 경험(empeiria)과 숙련(techne)의 산물인 것이다. (42쪽)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건은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두 가지 용도 모두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 양상은 같지 않다. 한 가지 용도는 물건에 고유한 용도지만, 다른 용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샌들은 신는 데도 사용되고 교환하는 데도 사용된다. 샌들은 두 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 물물교환(metabletike)은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 돈 버는 기술(chremastike)이 사업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아님을 추론할 수 있다. (43쪽)
물물교환에서 돈 버는 기술이 생겨났다. 한 나라 주민들이 다른 나라 주민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되어 필요한 것은 수입하고 남는 것은 수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화폐가 사용된다. (...) 화폐가 도입되자 생필품의 물물교환은 재산 획득의 또 다른 형태, 즉 상업(kapaelike)으로 발전했다. (...) 화폐가 도입되면서 재산 획득 기술은 주로 화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그리고 어디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알아내는 기술로 간주된다. (44쪽)
자연스런 부와 자연스런 재산 획득 기술이란 그와는 다른 것으로서 가사 관리에 속하지만, 상업은 진정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교역을 통해서만 재산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업은 오직 화폐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폐가 상업의 필수 성분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45쪽)
인간은, 그들의 욕망이 무한하듯, 그 욕망을 총족시킬 수단도 무한하기를 원한다. 훌륭한 삶은 추구하는 자들마저도 물질적 향락에 도움이 되는 수단을 추구한다. (46쪽)
제10장 가사 관리의 적절한 한계 : 대부(貸付)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재산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의 기술이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제공하는 사람들을 받아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또 자연은 인간들에게 대지나 바다 등을 식량원으로 제공할 것이 틀림없는 만큼 가사 관리인의 의무는 주어진 것들을 받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8쪽)
재산 획득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사 관리인의 임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그의 임무가 아니라 보조 기술의 임무라는 것이다. (...) 재산 획득 기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사 관리에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업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는 필요하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교역에 의존하는 후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리대금(obolostatike)이 가장 심한 증오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지당한 일이다. 그것은 화폐의 본래 기능인 교역 과정이 아니라, 화폐 자체에서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 고리대금이 모든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 가운데 가장 자연에 배치된다. (49쪽)
제11장 독점의 발생에 관하여
재산 획득 기술의 유용한 분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축 사육에 관한 경험적 지식이다. (...) 그 밖에 다른 분야들은, 곡물 또는 과일 농사, 양봉,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 만한 물고기와 가금류 사육에 관한 경험적 지식이다. (50쪽)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재산 획득 기술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상업이다. 상업은 용선(傭船), 운송, 판매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것들은 다시 안전성이 더 높으냐 수익성이 더 높으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두 번째 분야는 고리대금이고 세 번째 분야는 용역인데, 더러는 숙련된 기술자로, 더러는 비숙련 육체노동자로 고용된다. 재산 획득 기술의 이 두 가지 주된 범주의 중간쯤에 세 번째 재산 획득 기술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것은 자연적인 요소와 함께 교환적인 요소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0-51쪽)
탈레스는 그렇게 자신의 지혜를 입증했지만, 그의 재산 모으는 계책은 앞에서 말했듯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다름 아닌 독점(monopolia)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돈이 궁하면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말하자면 물품들을 독점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52쪽)
제12장 남편의 권위와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간단한 고찰
가사 관리 기술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는 노예들에 대한 주인의 지배 - 이에 관해서는 앞에서 이미 논의했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지배, 남은 하나는 결혼 관계에서 비롯되는 남편의 지배다. (...) 아내에 대한 그의 지배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정치가(politikos)의 지배와 같고, 자식에 대한 그의 지배는 피치자들에 대한 왕(basileus)의 지배와 같기에 하는 말이다. (54쪽)
자연에 배치되는 예외적인 경우 말고는, 남성이 여성보다 본성적으로 지배하는 데 더 적합하며, 연장자와 성인이 연소자와 미성년보다 지배하는 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가 지배하는 경우 대개 치자와 피치자는 교대를 하며 국가는 차별 없는 평등을 지향한다. (54쪽)
제13장 가정에서의 윤리와 효율성
노예들에게 미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들도 인간이고 이성을 분유(分有)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식에 관해서도 유사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양쪽 모두에게 고상한 품성이 똑같이 요구된다면, 왜 한쪽은 언제나 지배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언제나 지배받아야 하는가? 치자와 피치자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지배와 피지배는 종류의 차이며, 정도의 차이는 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57쪽)
치자와 피치자는 둘 다 미덕을 지니되 그 종류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본성적 피치자들 사이에서도 부류에 따라 미덕의 종류가 다른 것과 간다. 이는 혼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혼에는 본성적으로 지배적인 부분과 피지배적인 부분이 있고, 이들의 미덕은 서로 다른데, 그중 하나는 이성을 가진 부분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이성적인 부분의 것이기 때문이다. (57-58쪽)
노예는 기획 능력이 전혀 없고, 여자는 기획 능력이 있긴 하지만 권위가 없고, 아이는 기획 능력이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리적(ethike) 미덕의 경우도 그 점은 마찬가지라고 보야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모두들 윤리적 미덕을 지니되,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각자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지닌다. 그래서 치자는 완전한 형태의 윤리적 미덕을 지녀야 하는데, 그것은 그의 기능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두머리 장인(匠人)의 기능이고, 이성이야말로 우두머리 장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구성원도 각자 필요한 만큼 윤리적 미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58쪽)
미덕이 '영혼의 좋은 상태' 또는 '올바른 행위' 등등이라고 일반화해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 그렇게 일반화한 정의보다는 고르기아스처럼 서로 다른 여러 미덕을 열거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예컨대 우리는 "여자란 잠자코 있을 때가 가장 예쁜 법이야"라는 시인의 말이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진리는 남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분명 노예에게는 약간의 미덕만이, 말하자면 무절제하고 비겁하여 가끔 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미덕만이 필요하다. (...) 노예는 주인과 함께 살지만, 기술자는 주인과 좀 더 떨어져 있으며 노예 노동을 하는 만큼만 노예의 미덕을 지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천한 기술자는 제한된 의미이에서 노예인 셈이다. (59쪽)
주인은 노예에게 고유한 미덕을 심어주어야지, 노예가 할 일을 일일이 지시하는 관리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노예에게는 이성이 없으며 주인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노예들에게는 아이들보다 더 충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