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는 ‘세책점’에서 필사본 빌리고
‘책쾌’에게 책을 샀대요.
서 점
그림 : ▲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서점 ‘회동서관’. /출판문화
오프라인 서점 매출 3위였던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던 서울문고가 경영 악화로 부도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반디앤루니스 부도는 인터넷 등 발달로 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에요. 오랫동안 지식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서점, 어떻게 등장했고 발전해왔을까요?
서점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엔 책을 쌓아놓고 판매할 정도로 많이 생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책 판매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고대 이집트에선 죽은 사람을 위한 지하 세계 안내서인 '사자의 서'를 파피루스에 작성해 망자와 함께 묻었는데, 이 '사자의 서'를 판매하는 사람이 있었대요. 그런데 이들은 평판이 안 좋았어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불법으로 빼내 베껴 쓴 필사본으로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에요. 중세까지도 필경사(책을 손으로 베끼는 사람)가 책을 주로 판매했어요.
서점은 독일 구텐베르크(1398년쯤~1468년)가 1440년대 활자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해 유럽에 전파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출판과 서점을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세계 기네스북 기록상 '현재도 운영 중인 가장 오래된 서점'은 1732년 문을 연 포르투갈 리스본의 베르트랑 서점이에요. 18세기 포르투갈에 프랑스 책 판매상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는데, 그중 한 명이 설립했대요.
우리나라에선 조선 시대 때 서사(書肆)라는 서점이 있었어요. 성종 때인 1470년 한명회가 관영 서사 '교서관'에서 책을 인쇄해 팔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18세기 후반 서민 문화가 발달하고 한글 소설이 등장하면서 책 수요가 증가했어요. 이때 일종의 도서 대여점인 '세책점(貰冊店)'이 생겼어요. 필경사가 책을 베껴 써 사람들에게 빌려준 거죠. 일종의 '서적 외판원'인 '책쾌'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당시 세책점 책들은 여러 사람이 읽어도 찢어지지 않게 질 좋은 종이를 사용했어요. 본래 한 권인 책을 여러 권으로 나누기도 했는데, 이를 욕하는 낙서를 책에 남긴 사람도 있었어요. 이에 대해 세책점주는 한 권으로 묶기엔 양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낙서 아래 변명을 달아놨지만, 사실 재미있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끊어야 사람들이 다음 책을 또 빌려갔기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서점은 1897년 서울 광교 근처에 설립된 '회동서관'이에요. 회동서관은 출판사도 겸했는데 이광수의 '무정',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도 출판했어요.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말 금지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1950대 중반 문을 닫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