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음식으로 뼈 없이 낸 고기국물,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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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의 특곰탕. 고기양이 보통보다 더 푸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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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처리 세심하게 한 곱창·천엽 고소
- 여러 부위서 느껴지는 다양한 고기맛
곰국, 곰탕이라면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는 큰 솥에 소뼈를 끓이는 것이다. 50대 이상의 아버지 세대는 '아내의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오죽하면 TV 광고에서 친구들과 긴 여행을 떠나는 아내가 가스레인지 위에 곰국 솥을 올려놓은 것을 보여줄까. 그만큼 곰탕은 어느 집에서나 해먹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뼈를 끓여 처음 만든 국물과 다시 물을 부어 만든 재탕을 섞어서 먹기도 한다. 혹은 재탕, 삼탕을 끓여내 그야말로 '뼛골 빠지게' 야무지게 우려먹는다.
가정의 일이나 요리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규합총서'에는 곰탕의 조리법이 나와 있다. 본래 곰탕은 그야말로 양반의 음식이었다. 뼈로 국물을 내지 않고 양지, 사태, 소의 내장 등만 넣어 끓여내는 것이 당시의 곰탕이었다. 그래서 보통 곰탕 하면 떠올리는 우윳빛 국물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약간 노르스름하면서 맑은 국물이 곰탕 국물이었다.
이랬던 것을 서민도 먹고자 하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뼈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뼈를 고면 소의 고기와 내장으로 낼 수 없는 찐득찐득한 맛을 낼 수 있고, 양도 많이 불릴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이렇게 변해왔다. 그래서 부산에서도 곰탕이라면 다 뼈를 고아 만든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예전의 맛에 더 가깝게 뼈가 아닌 소의 고기와 내장으로 국물을 끓여낸 곰탕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거대(부산 해운대구 중1동·051-746-0037)의 곰탕은 약간 노르스름하면서 맑은 국물에 사태, 양지, 곱창, 천엽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다. 모든 고기는 한우 암소 투플러스 등급만을 사용한다.
그릇은 놋그릇 대신 놋쇠와 티타늄을 합금한 소재를 쓴다. 이유를 물어보니 놋그릇은 너무 뜨거워 그릇을 옮기는 종업원이나 손님들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릇 맨 밑에 고시히카리를 들여와 경기도에서 재배한 고급 쌀로 지은 밥을 깔고 그 위에 국물과 고기가 올려져 있다. 국물 간을 맞출 소금은 게랑드 토판염을 볶은 것을 준다. 통후추를 직접 갈아서 뿌려 먹을 수 있는 후추통도 함께 준비된다. 국물의 간을 맞추는 데도 가장 좋은 재료를 쓰겠다는 고집이 보였다.
반찬으로는 넓적하게 섞박지처럼 담은 무 김치와 아삭 고추 무침이다. 무김치도 간이 세지 않게 잘 삭았고 아삭 고추는 참기름 향이 살짝 돌면서 달콤하고 고소하게 무쳤다.
게랑드 소금은 회색빛의 굵은 소금으로 '소금 중의 소금'이라고 불릴 만큼 좋은 맛으로 유명하다. 대서양과 맞닿은 프랑스 서북부의 해안 마을인 게랑드는 무역풍과 풍부한 염전으로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의 소금은 나트륨 함유량이 다른 소금보다 적지만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요리사들이 선호한다.
곰탕의 간은 심심한 편으로 조선간장과 약간의 소금으로 밑간이 돼 있다. 싱거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맞춰져 있다. 국물에는 그야말로 연한 고기 냄새와 고소함이 스며 있었다. 끈적하거나 진한 맛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감칠맛을 주었다.
사태 살을 건져 함께 나온 간장에 약간 찍어 먹으니 씹을 것이 없게 부드럽다. 양지가 오히려 조금 도톰하게 썰어져 나와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다. 천엽은 특유의 살캉거리는 식감이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곱창은 크림같이 부드러웠다. 내장 부위는 진한 맛이 있지만 전처리를 조금만 소홀히 하면 냄새가 나서 먹기가 힘들다. 게다가 구운 것도 아니고 물에 끓여낸 것이니 세심한 전처리가 돋보였다.
김유철 대표는 "한식의 고급화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곰탕도 여러 문서를 참조해 최대한 옛 맛에 가깝게 끓여내려 애썼다. 본래의 맛을 지켜가려는 노력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첫댓글 날추버지는데 재민이랑 행님 모시고 곰탕한그릇 하로 가고잡네예 ㅋ
같이함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