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나꼼수]와 월가 시위는 같은 맥락"
[뉴욕 혀장] 월가 시위대와 공조 논의, 한인 팬4들 대거 광장에 몰려 환호성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와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 운동이 결국 같은 맥락의 정신이라고 생각해서 응원하러 찾아왔다."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출연진들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이날 뉴욕 로어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에 위치한 시위대의 사무실을 방문, 집행부들과 투쟁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공조를 다짐했다.
[나꼼수]는 이어 2개월 넘게 점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를 찾아가 시위대와 함께 피자를 나눠 먹었다. 이들은 이날 시위대를 위해 500인분의 피자를 준비했다. 미국인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광장에 '나꼼수'를 보기 위해 150여 명의 미주 한인 팬들이 몰려 진풍경이 연출됐다.
김어준 총수는 "결국 전 세계적으로 1%를 위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월가 시위대와) 그런 것을 어떤 식으로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 공조해 나가자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집행부 사무실을 방문
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아웃리치 워킹그룹 리더인 아폴로(가운데)와 법률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캐런 스타더스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어준 "우리의 방식은 결국 투표 운동"
[나꼼수]는 이날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의 사무실에서 아웃리치 워킹그룹 리더인 아폴로, 법률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캐런 스타더스 등과 1시간에 걸쳐 환담을 나눴다.
김어준 총수는 우선 "우리는 한국에서 국민의 3분의 1이 방송을 들을 정도로 가장 큰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팀"이라며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있다"고 [나꼼수]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우리 대통령은 큰 기업의 CEO 출신이기 때문에 (99%가 아닌) 1%를 위한 정치를 한다"며 "우리는 이것을 뒤집고 싶어서 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폴로는 "[나꼼수]와 우리는 같은 운동이고, 같은 이슈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 총수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었기 때문에 돈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우리는 광고를 받지 않기 때문에 티셔츠도, 달력, 책 등을 팔고, 콘서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타더스가 "훌륭하다"면서 팔을 치켜들어 김 총수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스타더스가 "책 제목이 뭐냐"고 묻자, 김 총수는 금세 답변하지 못하고 한참 궁리하다가 "Shut up, be interested in politics(닥치고 정치)"라고 답해줬다.
김 총수는 이어 "여기서는 어떻게 자본을 마련하느냐?", "자체 웹사이트나 팟캐스트 방송이 있느냐?", "법률지원은 어떻게 받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김 총수는 특히 "우리는 3년 전 촛불집회의 경험이 있다"면서 "사실 지도부도 없고, 장기전이 되면 지쳐서 흐지부지된다. 당신들도 비슷한 염려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아폴로는 "이 운동이 분해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끊임없이 자기 진화를 하고 있다. 이 운동의 강점은 사람들이 특정한 이슈의 해결 방안을 찾는 작업을 이 운동 안에서 시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특정한 이슈에 개입하게 하는 이런 활동들이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이 운동은 사람들이 박차고 일어나, 그들의 목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과 방안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정치인들을 움직이기 위해 정치인들을 직접 타깃으로 삼는다"며 "우리가 원하는 뜻과 반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을, 예를 들어서 한미 FTA에 찬성한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서 노래를 만들고 퍼뜨린다"고 소개했다.
아폴로 "우리는 낙선 투쟁을 하지 않지만, 어떤 조직이 그런 일을 한다면 지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정책이 아니다."
김어준 "우리는 특정 정치인을 돕지는 않는다. 이 사람이 우리 편이라도 편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람이 우리 편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지적은 한다."
아폴로 "의원 개개인의 투표 기록을 분석해서 사람들이 자기가 선출한 정치인들이 어떻게 그들을 대표하는지 알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거구별로 당선시킬지, 낙선시킬지를 결정하도록 도우면 좋겠다. 유권자에게 전화 걸기, 집회, 행진 등과 같은 행동으로 특정 정치인을 의회에서 몰아내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일부 정치인들은 너무 오래 권력을 쥐고 있었고, 이제 이들이 물러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여 변화를 이끌 때다."
김어준 "정치인들은 오직 겁먹었을 때만 움직인다."(웃음)
아폴로 "그것은 정말 사실이다. (웃음) 정치인의 권력은 유권자가 준 것이다. 그들에게 그 외에 다른 권력은 없다. 미국 헌법은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좋은 문헌이고 완벽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완벽하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이것은 그들 중 일부는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아웃리치 워킹그룹 리더인 아폴로(왼쪽에서 두번째), 법률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캐런 스타더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어준 총수는 이어 "우리의 방식은 결국 투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의 뒤에는 항상 정치가 있다. 그 정치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얘기를 끊임없이, 쇼 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재미있게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정치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한다. 그래서 서울시장을 바꾸는 데 직접적인 영향도 미치게 됐다. 그 시장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에서 나온 게 아니라 시민그룹에서 나오게 됐다."
이에 대해 아폴로는 "현재 세계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이 극에 달했다"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아폴로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전략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 상호 간에 대화 채널을 만들자"는 김 총수의 제안에 대해서도 "매우 좋다"며 흔쾌히 응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딴지! 피자 고맙다. 뉴욕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꼼수다! 와, 저기 온다. 환영합니다! 멋있어요!"
[나꼼수] 일행이 점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리버티스퀘어 인근에 모습을 나타내자, 광장 안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미주 한인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김어준 총수 등이 뉴욕경찰을 지나쳐 광장을 둘러싼 철제 바리케이드의 쪽문을 통해 광장 안으로 들어오자, 한인들은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또한 곳곳에서 "너무 잘 생겼다", "방송 잘 듣고 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등의 격려가 쏟아졌다. 남성보다 여성, 중장년층보다 젊은층의 팬들이 훨씬 많았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나꼼수]를 보기 위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부부도 눈에 띄었다.
[나꼼수] 일행은 한인들을 비집고 들어가 미리 피자를 먹고 있던 시위대와 만났다. 시위대는 김 총수를 향해 "딴지, 피자 고맙다. 뉴욕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김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게도 피자를 먹으라고 권했고, 두 사람은 피자를 들고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나꼼수]는 또 지난달 22일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를 벌였던 공정무역 워킹그룹과 작은자공동체(김동균 목사) 소속 한인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김어준 총수는 "(미주 한인들이) 내년 4·11 총선 재외국민투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도 하고, [나꼼수]가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에서 하나의 사례로 소개되기를 원했다"며 "또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처럼 [나꼼수]와 비슷한 정신을 가진 전 세계의 운동과 서로 교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유니스 최(35·뉴저지)씨는 "월가 시위대가 99%를 대변한다고 하는데, [나꼼수]도 그런 것 아니냐"며 "시위대를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피곤할 텐데도 이렇게 일정을 조정해서 온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러나 [나꼼수]가 즐겁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소연(40·뉴욕)씨도 "[나꼼수]가 미국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하러 와서 고맙고 뿌듯하다"면서 "그 전에는 재외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이번 기회에 선거인 등록도 하고 내년에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광장에 시위대가 아닌 한인들과 국내 취재진들이 대거 몰리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은숙(45·뉴저지)씨는 "딸아이에게 [나꼼수]를 통해 '99%'의 의미를 가르쳐주기 위해 데리고 왔는데, [나꼼수]가 너무 빨리 가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황씨는 이어 "나와 남편은 요즘 밤을 새워가면서 [나꼼수] 방송을 즐겁게 듣고 있다"며 "[나꼼수]가 항상 첫 마음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가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다.
시위대의 미디어팀을 담당하고 있는 제이슨 아마디(26)는 "([나꼼수]가) 피자를 사줘서만 고마운 게 아니라 이렇게 와서 연대 의지를 표명하고 같은 투쟁을 하려는 것에 고마웠고, 즐거움을 줘서 고마웠다"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너무 흥겹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나꼼수] 출연진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이번 미주 순회공연에 함께하지 못했다. [나꼼수]는 6일(현지시각) 뉴욕을 시작으로 6박7일 동안 미 전역을 돌며 순회 강연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