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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남시조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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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꽃들은 피는 시기를 무시하고 모두 순식간에 싸우듯이 피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기에 더욱 아쉽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흘러가는 시간들은 역사를 만들고 그중에서 소중한 것의 기록과 보존은 더욱 의미있기에 생생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지는 문학특구로 지정된 전남 장흥이다. 장흥군은 예부터 문향의 고장이라 불린다. 하늘과 바다, 강과 들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도 아름답지만 특히 지자체 최고의 마케팅은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단체장이 있는 곳이다. 이 작은 고장은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시조시인 김제현, 시인 이대흠, 아동문학가 김녹촌을 비롯해 90여명의 문인들이 배출된 땅이요 현재도 많은 문필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장흥으로 가면서 이달 20일 재개장할 순천만정원에 들렀다. 노산 이은상님의 ‘나무의 마음’이라는 시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작 가고파의 고향 마산에서는 환대받지 못하는 시비를 이곳에서 만나는 감회는 참으로 착잡했다. 다음은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의 집필실 ‘해산토굴’로 갔다. 한승원은 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목선’이 당선됐고, 장편 ‘불의 딸’ ‘다산’ 등이 있으며 특히 영화화된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창 임방울 일대기를 소설로 한 ‘사랑아 피를 토하라’를 출간했다. 해산토굴 아래에는 장흥군에서 그를 위해 지어준 문학학교 ‘달 긷는 집’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주로 토요일에 학생과 학부모와 작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어서 회진면 진목마을에 있는 한국문학의 거목 미백 이청준 생가로 갔다. 이곳은 ‘눈길’부터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등에 이르기까지 문학적 성취가 높은 자전 소설들이 태어난 곳이다. ‘벌레이야기’는 가장 짧은 단편소설이었지만 영화 <밀양>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작은 시골집이었지만 작가의 한 생애를 정갈하게 잘 정리해 놓았는데 이것도 2004년 장흥군이 생가를 매입해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필기구, 생활도구, 육필원고 등을 전시해 두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한다. 다음은 천관문학관이었다. 아름다운 천관산 기슭에 문인들의 뜻을 기리고 계승 발전시키고자 군에서 직접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마침 오후에 시낭송 행사가 있었는데 알프혼의 연주와 은은한 차향과 더불어 함께했던 사람들을 문학의 숲으로 안내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토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군수님이 참석해 인사와 시낭송 시간도 함께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비교해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천관문학관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5·18 등 분단문제에 깊이 있는 천착을 해온 송기숙 작가, 한승원, 이청준 외 장흥 출신 문인들의 자료가 태어난 고장별로 즐비하게 전시돼 있었으며 또한 천관산 기슭 자연숲을 활용하여 50여개의 문학비를 건립한 문학전문 공원도 조성돼 있었다. 문학은 인간의 삶에서 용기를, 사랑을, 그리고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과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 준다. 이제 두 달 후에 펼쳐질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서는 어느 행사에서든 시 한 수를 외울 수 있는 멋진 감성을 가진 사람, 문학을 최고의 브랜드로 경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당선됐으면 참 좋겠다. 서일옥 시조시인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장흥이 고향인 어떤 동생이 장흥 물축제 자랑을 하던데, 이렇게 많은 작가들을 배출한 문향이었군요.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