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9년08월초 이튿날
누구와 : 윤태형님과.
어디로 : 봉수산(535.2m)
7월 정기산행을 도봉산으로 다녀온 후 배낭 멘지가 쾌 오래된듯하다. 요즘은 자전거 타기에 재미가 붙어 쉬는 토요일 아침이면 한강으로 나서니 산에 대한 애착이 멀어졌나 싶지만 그것도 안인 거 같으면서 이상하게 배낭을 메어 본지 무척 오래된듯한 기분이다. 토요일 오전 윤태형님의 메시지가 왔다 2일 날 산에 가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이 더운 날에 뭔 산? ㅋㅋㅋ
전철 타고 멀리 멀리 가보잖다. 충남 아산에 있는 봉수산. 오케이 후, 오전에 잠깐 자전거로 한강을 돌고 오후에는 인근에 있는 안산을 한 바퀴 돌고 온후 마트에 들여 산에 갈 준비를 한다. 대형마트라 식품점에 가니 싱싱한 회 감이 눈에 보인다. 우럭으로 회를 처 놓은 것이 군침이 돌아 장바구니에 슬그머니 넣고 와이프 몰래 소주한병도 챙긴다. 계산할 때 들키더라도 먹고 싶은 걸 참으면 병이 되느니. ㅋㅋㅋ.
봉수산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옛날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던 봉수대일 것이지만 이곳 산의 봉수는 상상의 길조인 봉황의 이름이다. 전국으로 봉수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들이 많이 산재해 있고 바로 옆 예산에도 근래에 군에서 만들어 놓은 자연휴양림을 가지고 있는 봉수산이 있다. 아산 봉수산은 태백산맥의 줄기에서 갈라져 나간 차령산맥이 치악산 백운산을 지나면서 기세가 꺾여 경기, 충북의 경계인 안성, 진천에 이르러 600m급의 나지막한 산 군을 일구며 부드럽게 이어져 나가다 망경산과 광덕산을 지나 공주와 아산의 경계인 각흘고개에 이른다. 금북정맥 제 7구간인 각흘고개에서 출발하면 바로 봉수산에 다다르는데 아산, 예산, 공주 3개 시 군에 걸쳐 있는 이산은 봉황새 머리를 닮았다 하여 신라 진성여왕시대에 봉수산이라 붙여졌다 한다. 산세를 보면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봉곡사 방향이 봉황의 왼쪽 날개에 해당되며, 남쪽의 천방산 능선이 우측 날개에 해당되며, 대술면 상항리 갈막고개가 봉황의 꼬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봉수산 정상은 봉황의 머리가 되는 셈이다. 이산은 남북으로 날개를 펼친 채 동쪽에 있는 광덕산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내륙지방의 전형적인 육산으로 등산로는 뚜렷이 잘 나있고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어서 가족과 함께 산행 후 인근에 있는 온양온천에서 피로를 풀면 더한 것 없이 좋다.
종로 3가 1호선 환승역에 도착, 시간표를 보니 공휴일에는 신창까지 한 시간에 2대정도 배차가 되어 있으며 8시대에는 3분과 22분에 출발이다. 청량리에서 넷째 칸에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이동하여 들어 오는 차량을 탑승 휴일인데도 승객들이 자리다툼을 한다. 예전에 고향 갈 때 영등포 역에서 장항선을 타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먼 기억 속에서 가물거린다. 신창이면 바로 옆이 고향인데……
수원을 지나면서 연세 많이 드신 승객들로 봄 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철이기에 무료 탑승이고 온양에 와서 온천 욕을 즐기기 위하여 가는 분들이란다. 친구분들과 같이 하루 보내기에 제격이라고들 소문이 자자하다면서 노인 한 분이 이야기를 해준다. 2시간15분만에 현대식 전철역사로 바뀐 온양온천 역에 도착 안내실에 들여 버스탑승장소를 알아본다. 도로 좌측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봉수산가는 버스가 있단다. 132,133,140번을 타면 되지만 배차시간이 길어 한없이 기다린다. 옆에 산객 한 분도 초행길인 듯 이사람 저 사람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지만 모두들 모른다는 답변뿐이다. 우리도 입장이 같은 처지라 별 도움도 주지 못하고, 우리보다 먼저 타긴 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다른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모습을 본다. 11시 탑승, 온양시내를 돌아서 39번 도로에 들어서니 졸음이 몰려온다. “여기가 봉곡사 입구입니까” 하는 소리에 비몽사몽간에 배낭을 메고 앞사람 따라 하차하니 8월의 뜨끈한 열기가 온몸에 전해온다. 좌 우측에는 벼들이 약간의 바람에도 춤을 추며 푸른빛을 발하고 저만치 나지막한 산군이 푸른 파도처럼 굽이쳐 있다. 봉곡사 1.5Km라는 이정표가 서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십여 분 진행하니 별장처럼 지어 놓은 집들을 지나 논에는 벌써 이삭이 피어 있다. 벼는 이삭이 피고 41일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올해는 윤달이 있어 추석에는 햅곡식으로 차례를 지낼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 좌측으로 승용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는 아담한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듯하다. 노송이 조금씩 나타나며 이곳 주민인 듯 엄마와 어린이 둘이 즐겁게 내려온다. 사찰진입로로 들어서며 아름들이 노송들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곳 소나무 숲은 2004년도에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라는 단체에서 우리나라에서 몇안되는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했듯이 수백 년이 된듯한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아름다움 속에서도 흉한 모습이 있듯이 어느 산을 가나 큰 소나무에는 송진 채취한 자국들이 나있다. 일제 때 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곳 소나무들도 온통 칼집이 나있어 보기가 안쓰럽다. 가족인듯한 여행객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냐고 멋진 포즈들을 한다. 윤태형 진행하다 말고 배낭 속에서 무지 비싼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 디카는 슬그머니 배낭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ㅋㅋㅋ.
우측으로 말소리가 들려 내려보니 한참 밑 계곡에는 피서객 몇몇이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20여 분 만에 봉곡사에 올라서니 공터에 두동의 피서객 텐트가 설치 되어있고 좌측으로 정상가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으며 바로 위에는 수덕사에서 본 만공탑이 설치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석축을 쌓아 세운 봉곡사가 아담하게 눈에 들어 온다. 조선말 만공선사의 오도송(悟道頌)으로 유명한 이 사찰은 신라 진덕여왕 당시에 창건했으며 베틀바위의 석자를 붙어서 석암(石庵)사라고 했다가 조선 정조 때에 이 산이 봉이 나르는 형국이라 하여 봉곡사라 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입구에 있는 약수로 목을 축이니 한여름의 더위가 내 몸에서 달아난다. 돌 축대 아래 수백 년이 족히 넘을 듯한 은행나무 옆 아담한 연못은 무성히 자란 수풀 가상자리에 연꽃 두 송이가 청초하게 피어 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후퇴 정상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정상까지 2.3Km로 되어 있으며 등산객이 없어 우리 둘만이 호젓한 산행을 한다. 윤태형은 잘도 간다 수술 후 퇴원 계속 도봉산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따라 갈려고 하니 한 달에 한번 배낭 메고 다니는 넘의 실력으로는 허락이 안 된다. 완만하면서도 헉헉거리며 20여분 오르니 송악저수지 4.5Km, 오형제고개3.8Km, 봉수산 정상1.6Km 삼거리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그래도 봉수산 정상이 제일 가깝다. 다행이다 ㅋㅋㅋ. 이제는 능선산행이라 좀 괜찮겠지, 숨을 고르고 바로 앞에 있는 베틀바위 쪽으로 진행한다. 넓다란 바위 위에는 선두로 올라온 윤태형님과 젊은 산객 몇 명이 있으며 어느 바위가 베틀바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베틀로 변하였다는 아낙의 염원과 한의 표상이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옆에 나무로 된 의자가 설치 되어 있어 과일을 꺼내 먹고 땀으로 범벅이 된 상의를 벗는다. 능선길로 연결되어 있어 조망이 괜찮을 것 같은데 양 옆에 나무들이 울창하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조망은 전혀 느낄 수 없어 아쉽다. 겨울에 오면 보이려나??? 중간중간 구조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산행에 많은 도움을 준다. 어느덧 배는 고파오고 중간에 먹고 가자고 하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안 했는데 하면서 계속 전진한다 우쒸~~
전방에 봉우리 하나가 있지만 아직도 정상은 0.3Km 남았다고 이정표는 말하고 있다. 전망대 역할은 하지만 그곳도 역시 조망권이 제로라 그냥 8부 능선으로 나있는 등산로로 진행한다. 약간의 내림길이 있고 통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다. 헉헉거리고 올라 우측으로 도니 이곳에도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휴식 후 가파른 내리막길로 또 다시 내려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 다시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아까보다도 더 가파른 길을 오른다. 이곳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르다 보니 안전장치로 설치되어 있는 밧줄 너머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리는 붉노랑(?)색깔로 포장한 독버섯이 유혹, 건너가 사진을 찍는다. 등산로 너머로는 낙엽이 쌓여 있어 사진을 찍고 나서 오르려니 무척 힘이 들어 할 수 없이 다시 밧줄너머 편한 길을 택하여 오른 후 뒤를 돌아보니 까마득한 내리막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니 바닥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하산하기로 했던 느름실 방향과 얼마 남지 않은 정상방향이 표시되어 있는 석판을 뒤로하고 진행하니 정상다웠다고 빨리 오랜다. 그렇게 산행해서 뭐에 쓰냐면서.^^! 사실 배낭무게도 무게지만 내 산행속도는 다른 이들이 보면 답답하게 느껴지리라, 할 것 다 하면서 그러면서도 약간의 오르막에도 헉헉거리고. 그래도 내는요 내 스타일이 제일 좋습니더.ㅋㅋㅋ
정상에도 큰 떡갈나무들이 많아 조망은 없고 예산군에서 설치한 삼각점 및 정상 표시석 외 아산시에서 설치한 정상표시 이정표가 있다. 여기부터 또 다른 정맥길이 이어지기에 나뭇가지에는 종주꾼들의 리본들이 수없이 걸려있다. 다시 백하여 나무의자가 있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나도 2인분을 준비했는데 윤태형님도 배낭에서 2인분을 꺼내 놓으며 내가 좋아하는 연태 고량주도 내어 놓는다. 그 향을 느끼며 혼자 마시기 미안하다. 나중에 술 마시고 싶은 생각 없느냐고 하니 전혀 생각이 없단다. 다행이다 싶다, 수술하고 얼마 안되어 술을 마시는 내 친척 형님이 한 분 계셔서 향상 걱정인데.
근 한시간정도 여유로운 식사와 휴식 후 하산이다. 약 50여 메타를 후진 오른쪽으로 나있는 느름실1.2Km라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가파른 하산 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곳 길은 등산객의 왕래가 얼마 없었는지 낙엽이 등산로에 수북이 깔려있어 하산 시에 안전에 유의해야 될 것 같다. 그나마 중간중간 미끄러지면 잡을 수 있도록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앞에도 기술 해듯이 난 이것 저것 다 보고 산행을 한다고, 길옆에 조그마한 이상한 것도 보인다. ㅋㅋㅋ 한참을 내려가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있다. 소나무 옆에 손가락 만한 영지가 몇 개 보인다. 오랜만에 본 것이기에 생각도 없이 건너가서 채취를 하고 나니 후회가 앞선다. 그냥 놔둘걸 이 조그만 한 걸 따서 무엇에 쓸려고…… 내려오면서 윤태형님에게 이것이 영지 맞죠 하니 쳐다보고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또다시 후회한다. 결국은 집에 가지고 와 화분에 싶어 놓았지만 퇴근 후 베란다에 나가보니 얼마 못 버틸 것 같다.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지만 25여 분만에 반송(다복솔, 다박솔)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날머리에 도착한다. 송학리 길과 버스정류장가는 길이 갈리면서 개울을 지나는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석축을 쌓아 개울을 정비했지만 얼마 전까지 장마로 인하여 비가 많이 내려 수량이 풍부해야 할 개울이 물 흐름은 전혀 없다. 마을 주변은 잘 정리 되어 있고 내려오면서 개울에 물이 흐른다. 물길이 어디 지하로 연결되었다가 나오는지 모르지만 잘도 흐른다. 마을 민가 담 옆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봉숭아 꽃과 흰색의 무궁화 꽃이 잘 어울리는 이 마을에 나도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며 멀리 차도에서 쌩쌩 내달리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한여름 낮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고 잰 걸음으로 정거장 입구 순두부집 앞에 선다. 버스시간을 알아 보려고 정거장 앞 슆터를 가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마당 나무그늘에 쉬고 계시는 어른께 여쭈니 40분에 이곳을 지나가는 버스가 있다면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신다. 어르신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든는 재미로 20여분 지나는 사이 윤태형님 고향 근처가 처갓집이라며 서로 가까워진다. 5분전에 나가지 않으면 그냥 간다는 버스를 잡기 위하여 일어나면서 인사를 하니 다음에 오면 순두부 두 배로 준단다.
산행길잡이
종주코스로는 들머리 날머리를 유곡리(봉곡사) 및 각흘고개이지만 우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단축 코스를 정하여 산행을 하였음.
종로3가 전철역(08:03분)-온양온천 역(10:19분)-133번 버스승차(11:00분)-봉곡사(유곡리)입구(11:40분)-봉곡사(12:05분)-베틀바위(12:38분)-무명봉 능선(13:16분)-정상(13:28분)-식사 후 출발(14:19분)-유곡2리(느름실)(14:45분)-유곡2리 버스정류장(15:07분)-버스승차(15:40분)
서울에서 전철이 신창까지 시간당(휴일) 2대정도 배차되어 있고 금액은 출발 역에 따라 차이가 있음, 필자인 경우 홍제 역에서 출발 온양온천 역까지 3,400원임. 소요시간은 2시간15~20분(너무 길다, 약간의 지루함)
상경 시에는 일반열차 이용하면 좋겠지만 휴일 날이면 아침에 예매를 해야 좌석이 있음.
봉곡사행 : 온양온천 역에서 09:00~19:00까지 7대정도 배차 요금 1,050원
(132,133,140번)
※ 온양온천까지는 39번 도로에서는 1시간당 배차되어 있음. (귀가 시 참고)
-주변에 도고산, 광덕산, 망경산, 설화산등 아기자기한 산들이 있고 현충사, 외암민속마을, 맹씨행단 및 온양온천, 도고온천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