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내려얹은 놀이터 쓰레기봉투 뒤지는 고양이와 마주치면 그들만의 세계를 엿본 것 같아 자못 난처해져 외면하게 되죠
아이들이 사라지자 덩달아 모래도 사라진 놀이터 그네는 누가 밀어주나요 두 팔 벌린 허수아비 시소는 날아올 참새들 무게를 기다려요
방심하면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생이라는 놀이터에서는 들어올린 공중은 추락에 가깝고 눈 깜짝할 사이 구름그네에 올라타요
한밤의 놀이터는 길고양이들 세상
잔가지를 흐드는 목백일홍이 기어가는 어스름의 등에 붉은 혈점을 찍어요
능소화 바닥
넘겨다볼 담장 갖지 못해 머리 얹지 못한 능소화가 바닥에서 꽃 핀 채 젖고 있다
목 빼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당신 처마에 걸린 초승달은 한 많은 여 인이 품은 은장도 같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도 오매불망 오작교에서 만나는데 어우렁더우렁 기댈 인연 없어 천변 배회하는 달은 외루움의 증표, 고운 옷 입고 얼굴 단장하지 않아도 그대 마음 얻을 수 있다면 까치발 세워 담장 밖 발돋움으로 고개 내밀지 않아도 될것을
피 울음 토해내는 꽃숭어리들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올라탈 벽도 기댈 나무도 없었으니
그대로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갈 수밖에
-『 감응의 구간 』( 형상시학 10집 )
약력 2016년 《시와경계 》신인상 등단 형상시학허ㅣ, 대구시인협회, 시산맥특별회원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상 동상 수상 시집 『손톱의 진화 』 『발랄한 거짓말 』
-서평 시인은 사물로부터 현실 존재의 속살을 떠낸다. '넘겨다 볼 담장 갖지 못해 / 머리 언지 못한 능소화 / 바닥에서 꽃 핀 채 젖고 있"(김건화「능소화 바닥 부문 )는 상황을 목격하는 순간 사물의 외면이 벗겨지고 존재의 내연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시인은 현상하는 사물의 결단을 인간사에 대치시키는 언술로 묘사한다. 이때 사물은 아무런 승락없이 사물의 맹목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너무나 연스러운 광경이다. 이 현상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특정한 시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시선이 사물의 내부로 향하면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할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 피 울음 토해내는 꽃숭어리들/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올라탈 벽도 기댈 나무도 없었으니// 그대로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갈 수밖에" (김건화 「능소화 바닥」 부문) 없는 현실의 목격을 자아에게 부려놓고 싶어 한다. 이때 자아의 내적 상황에 의해 공간과 시간성의 인식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 시간은 순간적이고 과정적인 실체이다. 그래서 과거가 모두 다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기억된다 하더라도 굳이 지금 나에게 의미 있게만 재생되지는 않는다. 시인이 이 현상이 보편적인 생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 한 점에서 현실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고 볼 수있다.( 우영규 시인의 총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