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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핼러윈 기간에 오픈했던 에버랜드 호러메이즈가 이번에는 여름 더위를 한 방에 날려 버리기 위해 조금 일찍 문을 열었다. 7월 25일 개장한 호러메이즈2를 체험해 보기 위해 구교은, 백동훈 기자가 찾아갔다.
호러메이즈2는 에버랜드 유러피안 어드벤쳐 내 롤러코스터 ‘티익스프레스’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한 폐가가 보인다면 잘 찾아온 게 맞다.
호러메이즈는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한다. 티켓은 자유이용권, 입장권, 연간회원권 등과 별개로 5천 원에 구매해야 한다. 만 14세 미만, 임산부, 노약자, 심혈관계 질환자들의 경우엔 이용에 제한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호러메이즈를 체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12분 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무서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1분 1초가 무척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시큼한 냄새가 퍼지는 프리쇼 공간, 당신은 이미 공포의 세계에 젖어들고 있다
입장하기 전 동영상을 보는 프리쇼 공간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방, 시큼한 소독약 냄새, 알 수 없는 소리와 말없이 안내를 도와주는 귀신이 청각, 시각, 후각, 촉각을 자극했다.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스산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귀신의 지시에 따라 4명이 한 팀을 이뤄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입장했다. 맨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작은 등 모양의 램프가 주어진다. 신기하게 램프는 입으로 ‘호~’ 하고 불기만 해도 켜졌다. 하지만 램프의 밝기를 가장 환하게 조정해도 눈앞 발길만 약간 보일 정도이기 때문에 그다지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프리쇼 공간에서 나오는 동영상을 보면서 ‘호러메이즈2’의 내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호러메이즈는 30년 전 한 박사가 불치병에 걸린 딸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각종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곳이라는 설정으로 만들어졌다.
“박사는 처음에는 시체를 샀지만, 경제 사정으로 이마저 어려워지자 사람들을 무작위로 납치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의 직원들과 직원의 가족까지 신약을 위한 희생물로 사용되었다.
이후 계속된 실험으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박사는 장기를 적출해 내다 팔기까지 했다. 딸의 몸은 이식 받은 장기와 피부로 인해 상처투성이로 변하지만, 병이 나아지기는커녕 곳곳이 썩어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낙뢰가 떨어져 박사의 실험실과 시체 소각장은 모두 불타버린다. 집은 폐허로 변했지만, 그 주변에는 광기에 휩싸인 박사와 그의 딸의 영혼, 그리고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악령은 정처 없이 떠돌게 되었다.”
동영상을 보고 난 후 두 기자는 공포에 휩싸여버렸다. 현실 세계를 벗어나 공포의 세계로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출발하라는 귀신의 손짓에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데시벨을 올려라
‘호러메이즈는 어느 정도 무서울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두 기자는 데시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비명의 크기를 측정해보았다. 수술실 소녀의 방 라커룸 소각로 프리쇼 공간을 벗어나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깜깜한 어둠이 우리를 맞이했다. 램프를 불어봤지만, 심연이 주는 막막한 공포감은 한 발자국 띠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구석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사람 형상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괜찮아, 마네킹이야’하고 지나갔다. 그 순간! 그 마네킹이 일어나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한 팀을 이뤄서 걸어가고 있던 일행과 기자들은 “꺅!”하고 달려나갔다. 기가 막힌 분장술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수술실
몇 걸음 나아가서 맞이하게 되는 커튼의 향연. 그곳은 바로 박사가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술실이다. 이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귀신이 튀어나왔다. 함께 가던 커플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아, 이곳은 커플을 위한 곳이구나’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포인트는 자연스러운 스킨십! 생각을 미처 정리할 겨를도 없이 그 옆에 방인 장기 분류실에 들어섰다. 수술을 마친 후 적출한 장기를 팔기 위해 장기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기던 곳이었다. 어두운 구석에서 튀어나오는 귀신에 또 한 번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함몰된 눈두덩과 찢어진 입꼬리가 섬뜩했다.
‘아빠 왜 나를 죽였어?’, 소녀의 방
길고 검은 중간 복도를 지나며 중도 포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좋은 기사를 위해 이왕 들어왔으니 끝내보자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박사의 방, 그리고 소녀의 방이 나왔다. 소녀의 방에는 머리카락이 천장에 주렁주렁 거미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원한을 갖고 죽은 소녀가 방 한쪽에서 튀어나왔다. 소녀가 나올 것을 예상해서일까 함께 팀을 이룬 한 여자는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남자는 “안 무섭네, 안 무서워”하며 램프를 휘둘렀다. 하지만 기자는 달랐다. ‘끄으으으…’하는 소리를 내며 째려보던 소녀 귀신과 눈이 맞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라커룸
그 다음은 라커룸이었다. 중학교 체육 창고에서 보았던 로커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로커 안에서 누군가가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이 로커 안에 귀신이 있나? 저 로커 안에 있나?’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라커룸을 빠져나가며 ‘이제 끝났나?’하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얼굴 불쑥 튀어나왔다. 그동안 꾹 참아왔던 소리가 튀어나왔다. “엄마야!” 기자는 앞사람의 어깨를 꼬집으면서 펄쩍 튀어 올랐다.
드디어 끝을 향해!
기계실을 지나 소각로에 도착했다. 박사는 불법 실험과 거래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시체를 이곳에서 태워버렸다고 한다. 마치 나치 강제 수용소의 소각로 같은 분위기가 났다. 소각로 곳곳에서도 귀신들이 손을 뻗었다. 마지막엔 다 같이 거의 울다시피 뛰쳐나왔다. 장막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밝아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리의 힘이 풀려서였을까? 그 자리에서 눈만 끔뻑거리고 서 있었다.
구교은, 백동훈 기자가 뽑은 베스트 귀신 3
3위) ‘안녕, 호러메이즈는 처음이지?’
호러메이즈의 시작과 동시에 맞닥뜨린 귀신. 가녀린 팔과 다리를 보고 당연히 마네킹인 줄 알고 지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 뒤로 다른 방에서도 마네킹이 나오면 무조건 램프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2위) 머리카락의 악령
호러메이즈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백동훈 기자는 계속해서 팔, 다리, 티셔츠 곳곳에서 긴 머리카락이 나온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이 사방에 놓여 있던 ‘소녀의 방’에서 묻어 나온 것이었다. 본 기자는 이를 보고 소녀 귀신의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버스 안에서도 계속해서 머리카락이 나오자 백 기자의 얼굴은 굳어만 갔다.
1위) 뒤를 조심하시오
어두운 구석, 벽 측면, 문 옆 등에서 튀어나와 다리를 만지거나 얼굴을 들이미는 귀신들이 많았다. 이제 다 끝났겠거니 생각했던 찰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캄캄한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며 복도 끝으로 내달렸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뒤에서 튀어나온 귀신이 가장 무서웠다.
종종 호러메이즈에 심취해 귀신을 때리거나 귀신에게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무서워도 그러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너무 무서워서 못 견디겠다 하는 경우에는 비상구를 이용해 중도에 포기 하거나, 팔을 들고 ‘X’자를 만들면 된다.
무서운 것을 싫어한다면 소소한 팁 하나 공개하겠다. 앞서 얘기했듯, 4명이 한 조를 이뤄 들어가게 되는데, 맨 앞이나 맨 뒤에 서는 것보다 중간에 서는 것이 덜 무섭다. 눈을 감거나 귀를 막는 것은 오히려 더 무서우니 비추. 앞사람의 어깨를 꼭 잡으면 그나마 힘이 난다.
호러메이즈를 만든 장본인, 황재훈 그룹장을 만나다!
호러메이즈를 나온 후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이런 무시무시한 곳을 누가 만들었을까?’였다. 장기 매매와 같은 섬뜩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운이 좋게도 호러메이즈를 기획한 황재훈 그룹장을 만날 수 있었다. 에버랜드 리조트 사업무에서 컨텐츠 운영 그룹장으로 일하고 있는 황재훈 그룹장은 2011년 호러메이즈1, 2012년 호러메이즈2로 국내 ‘귀신의 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호러(Horror)는 한국인의 매운맛과 같아요. 처음에는 먹기 힘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즐기게 되는 것처럼요.”
황재훈 그룹장은 호러메이즈는 동양적 호러와 서양적 호러 중 동양적 무서움을 지향하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서양적 호러는 피가 낭자하고, 무서운 무기를 든 악당이 등장하고, 위협적, 폭력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동양적 호러는 ‘싸한’ 느낌, 즉 보이지 않는 무엇으로부터 오는 상상적 두려움이라고 한다. 프리쇼 공간에서 보는 영상 역시 동양적 호러, 다시 말해 상상으로부터 오는 이상하고 찜찜한 공포감을 극대화한 장치인 셈이다.
그는 동양적 호러 어트렉션에는 다섯 가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그 다섯 가지는 1) 어둠 2)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성 3) 마치 진짜 같은 리얼리티 4) 기계에 의한 것이 아닌 사람에 의한 공포 5) 체감적 공포이다. 호러메이즈는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 만들었다.
무더운 여름 땀구멍이 쏙 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에버랜드 호러메이즈2를 추천한다! 연인과 함께 간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서로에 대한 믿음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난달 오픈한 호러메이즈2를 이미 방문했다면, 핼러윈에 열릴 호러메이즈1을 기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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