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겨울수박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다고?
지난겨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정사정없이 겨울수박 하우스를 초토화시켰고 날씨만큼이나 겨울수박 농가는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이에 경남도는 전국 최초로 겨울수박을 포함한 5개 농산품에 대해 정부 추경 재난지원금을 확보하고 지급한다.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 겨울수박 90% 생산지 경남
‣ 코로나 영업제한 농가 직격탄
‣ 500농가 100만 원씩 총 5억 원
‣ 김경수 도지사 등 공무원 노력 결실
코로나19와 겨울수박이 무슨 상관?
겨울수박 출하 막바지에 접어든 4월 말 함안의 한 수박농가.
여름을 방불케 하는 하우스 안에는 잘 익은 수박이 넝쿨을 따라 가득했다. 땀을 흘리며 출하작업을 하고 있던 홍재민(42) 사장을 만났다.
“너무 힘들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여는 그의 하소연 속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묻어났다. “인건비, 임대료, 퇴비, 자재비 등을 합하면 하우스 당 거의 1500만 원의 적자를 봤다”며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지난 2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유흥주점·노래방·뷔페 등의 영업이 제한됐다. 도미노처럼 그 타격이 겨울수박 하우스를 덮쳤고 수박 가격은 한때 1/5 수준까지 곤두박질했다. 이들은 겨울수박의 주 거래처들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수박 출하기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인 것을 생각한다면 본격 출하기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농가를 돕자” … 공무원이 발 벗고 나서
경남은 전국 겨울수박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겨울수박 농가가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경남도 농정국과 도내 생산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함안군은 비상이 걸렸다. 겨울수박뿐 아니라 화훼농가 등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은 농민을 돕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이 뛰기 시작했다. 실무진들이 농림축산식품부를 드나들며 현장 목소리를 전했고 소비 촉진 마케팅 비용 5000만 원을 확보했다. 농가당 재난지원금 지급도 강력히 건의했다. 농협중앙회에는 농가 대출이자 상환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 대목이 다가오자 경남도, 시군, 생산자가 겨울수박을 팔기 위해 똘똘 뭉쳤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SNS를 통해 겨울수박 소비를 호소했다. 관공서, 농협, 학교, 온라인 등에서 소비 촉진 행사를 열었고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 마트에 겨울수박 판매 행사도 제안했다. 다행히 설날 이후 겨울수박 가격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그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으로 남았다.
겨울수박, 재난지원금 받다
겨울수박은 경남에 치중된 작물이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려되기를 여러 차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실무진들의 노력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마침내 화답했다. 희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겨울수박, 화훼 등 경남 대표작물 5개 품목이 피해품목으로 지정되었고 국회 추경예산을 통과해 겨울수박은 농어업분야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경남도내 겨울수박 약 500농가에 5억여 원이 지급된다. 개별 작물에 대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준 것은 처음이다.
경남도 농정국 농산물수급담당 김재욱 사무관의 말을 들으니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속담이 와 닿는다.
“당시 함안군은 비상상황이었습니다. 함안군의 요청을 받고 실사를 나갔을 때 그 농민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책상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죠. 발에 땀나도록 뛰어 이번 결실을 얻어내면서 담당 공무원의 적극성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발로 현장을 뛰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큰 깨달음을 준 농민들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
글 이지언 사진 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