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서 5시간 걸려 작은 어촌마을 도착 - 서핑 즐기기 좋은 파도와 사구 이색적 - 오토바이로 해변도로 드라이브 즐길수도 - 갓 잡은 해산물 가득한 보케거리 명물
부산에서 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했다. 이어 무이네행 침대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더 이동해야 했다. 한나절을 이동하는 데만 소모한 셈이었다. 250㎞ 정도 거리를 5시간 동안 이동하다니…. 도중에 다른 데는 흔하던 상업 광고도 하나 없어 '심심'했고, 때로는 유유히 도로를 막은 채 비켜주지 않는 소떼 덕분에 이동시간은 마냥 지체됐다. 잠들었다 깼다를 몇 번 반복하는 사이 무이네에 닿았다. 그리고 숱한 고생과 무료함을 단번에 보상받았다. 왜 이렇게 힘들게 가야 했는지, 왜 이런 곳을 꼭꼭 숨겨두고 있었는지를 끝없이 이어진 무이네의 바다가 말해주었다. 무이네는 힘든 여정을 겪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 끝없이 이어진 해변, 리조트
한적한 무이네 어촌의 풍경이다.
베트남 남부 판티엣 부근에 있는 무이네는 작은 어촌이다. 이 소박한 어촌은 1995년 베트남 정부가 리조트 단지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여행코스로 거듭났다. 사실 베트남의 첫 번째 휴양지로는 나짱이 있다. 편의성을 따지자면 무이네보다 나짱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핑을 즐기기에 딱 좋은 파도와 다른 곳에는 없는 모래언덕은 무이네만의 이색 볼거리이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여행객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훨씬 많다. 금방 서핑을 끝내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백인 남자의 모습과 에메랄드 빛 바다는 여기가 베트남인지 헷갈리게 한다. 묵었던 호텔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해무가 자욱한 아침에 잔잔한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자주 걷곤 했다. 길이 10㎞에 이르는 광대한 해변에서는 모두 저마다의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무이네에는 많은 호텔이 있다. 최상급 리조트에서 하룻밤 숙박료가 10달러에도 못 미치는 미니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선택의 폭은 넓다.
■ 싱싱한 해산물에 매료되다
무이네 어촌에서 갓 잡은 굴 가리비 생선 등 각종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보케 거리.
현지인이 오토바이를 빌려준다고 했다. 두 시간 타는 데 3달러로 흥정을 마친 뒤 무이네 해변도로를 달렸다. 어설픈 실력으로 한 40분쯤 오토바이를 몰고 가 보니 무이네에서 사는 현지인들의 '진짜 무이네'가 펼쳐졌다. 예쁘게 포장되지 않은 비릿한 마을이었다. 해변에선 어부들이 그물로 고기를 잡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어선들은 아름다운 무이네 바다를 점령했다. 막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둘러업은 어부는 그것들을 어디론가 가지고 갔다. 그곳은 저렴한 가격에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보케' 거리였다. 허름해 보이지만 바다가 잘 보이기에 기자도 여기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차림표가 사전만큼이나 두껍다. 노점 앞 수족관에서 직접 보고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구리와 자라가 들어있는 수족관에는 얼씬도 하기 싫어 앉은 채 주문했다. 일단은 굴과 가리비를 시켰다.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도 안 되는 가격. 질은 가격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해산물은 황홀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하게 빌린 오토바이 덕분에 석양이 질 때까지 해산물을 즐겼고, 결국 대여시간을 넘긴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 레드샌듄서 모래썰매 타는 재미 '쏠쏠'
- 바람에 모래 쌓인 두 사구 장관
많은 바람을 품은 무이네 바다는 특이한 풍경을 만들었다. 강수량이 많은 지역임에도 사막이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막이 아니라 바람 탓에 모래가 쌓인 사구(砂丘)다. 사구(샌듄·sand dune)는 레드 샌듄과 화이트 샌듄, 두 가지다. 처음 도착한 레드 샌듄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잇츠 레드 샌둔." 택시 기사가 어설픈 영어로 말하며 빨간 모래 언덕에 세워줬다. 언덕을 오르는 순간 광대한 사구의 위엄에 숨이 턱 막혔다. 언덕 너머 끝없이 펼쳐진 레드 샌둔은 사구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의 규모였다. 앞을 보면 끝없는 모래 언덕이, 뒤를 보면 무이네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뷰 포인트였다. 현지인 꼬마가 "원 달라"하며 장판을 건네준다. 경사가 높은 레드 샌듄에선 장판으로 모래 썰매도 즐길 수 있으니 무이네 해변을 보며 시원하게 넘어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레드 샌듄과 화이트 샌듄은 거리 차가 꽤 있다. 가는 도중 요정의 숲, 피싱 빌리지, 리틀 그랜드 캐니언 등 볼거리가 많으니 심심하지는 않다.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달리는 이 코스는 베트남의 아우토반이었다. 잠시 뒤 서부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오프로드가 나왔고 그 모래 먼지에 앞이 뿌옇게 번지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지중해를 닮은 바다 위 새하얀 화이트 샌듄이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도 가슴 설레게 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중동 사막보다 더 아름다웠다. 지중해 끝자락 보스포루스 해협보다 더 촉촉했다. 사막과 바다가 함께 공존하기에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대단했다. 한 폭의 그림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때쯤 나는 화이트 샌듄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내고 샌듄 중심까지 ATV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짜릿한 경험이었다. 샌듄의 중심에 선 순간 이미 레드 샌듄은 기억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온통 하얀 세상에 내 눈은 멀 것만 같았고 오직 구름에 그늘진 언덕만이 화이트 샌듄의 규모를 가늠케 해주었다.
화이트 샌듄은 호찌민에서 다섯 시간 동안 버스 멀미에 시달리며 무이네를 찾아온 나에게 하나의 보상 같은 존재다. 평생 잊지 못할 진풍경일 것이다. 그리고 무이네를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는 최고 일등 공신이다.
# 여행 팁
- 호찌민서 무이네행 버스 탑승, 시내 관광은 택시·지프로 - 화폐 계산 어렵다면 미달러 사용
호찌민에서 무이네로 가는 방법은 현지에 가서 버스를 예약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여행자의 거리인 호찌민 데탐 거리에는 수많은 여행사가 있다. 보통 '~cafe'로 끝나는 간판이 많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여행사다. 무이네로 가는 버스는 시간대별로 있고 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버스 외에도 슬리핑 버스라 불리는 침대 버스가 있다. 자는 시간을 아껴 이동하고 싶다면 슬리핑 버스를 추천한다. 가격은 10달러 안팎이다.
무이네 지역을 관광하는 방법은 많다. 기자는 택시로 움직였다. 택시는 60달러 정도로 가장 비싼 방법에 속한다. 그 다음으로 많이 선택하는 것은 '지프 투어'다. 말 그대로 지프를 타고 관광에 나서는 것이다. 보통 호텔에서 예약해주며 택시로 투어 하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사실 무이네 길은 외길이라 루트가 어렵지 않아 오토바이를 빌려서 직접 타고 갈 수 있다. 이게 가장 싸다.
베트남의 화폐 단위는 높다. 2만 동이 고작 1달러 정도이니, 베트남이 초행길인 여행자에겐 '0'이 많이 붙은 식당의 차림표 속 가격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미국 달러도 통용된다. '0'이 너무 많아 계산하기 어렵다면 미국 달러로 챙겨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