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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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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여 만에 닿은 영취산 산행들머리에서 올려다 본 영취산은 능선을 중심으로 천상의 화원이다. 군데군데 무리지어 핀 진달래는 거대한 초목에 수놓은 봄 궁전이다. 쳐다보는 사람들은 안내도 한번 산 한번 목마른 병아리 물마시는 흉내 속에 꽃밭궁전의 주인공이 될 기대에 들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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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꽃잔치 인파에 더딘 걸음은 기본일 것 같다. 천천히 음료와 채비 를 점검하고 느긋함에 익숙할 각오를 다진다. 꽃구경하랴 군중 속에 일행 의 꼬리 잡을랴, 사진 촬영에 헐떡거 리지 말고 아예 느림의 미학에 듬뿍 빠질 셈이다. 베낭 양쪽에 시원함 물 과 막걸리 두병이 꽂혀 있고, 베낭 안 에는 저녁까지 먹을 만큼의 음식이 있으니 모처럼 만난 꽃 세상 흠뻑 취 해 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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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에 발갛게 물든 진달래 군락에는 잡목 이 하나도 없고 억새 경계로 꽃만 단 진달래 천 지이다. 남도나 어디의 꽃 산행은 시간 맞추기 힘든데 보기드문 꽃밭을 보는 행운을 가진 사람 들의 함성이 산을 메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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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부터 첫 진달래 군락지까지는 쉼없이 오르는 급경사로 모두 거친 숨을 모라 쉬 지만, 진달래 꽃밭에서는 아무도 힘들었다 하지 않는다.'이런 맛에 산에 오르는 기야. 봐 오 길 잘 했제.' 누가 오자고 하고 누가 힘드니 그만 가자고 한 지 구분이 업ㅅ다. 모다 '봐라 내말 맞제.'의 당사자이고 싶은 게다. 푸짐한 꽃 무리에 묻혀 그저 환한 웃음 뿐이다. 만개한 진달래는 다른 색깔을 모두 덮고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마을 가까이 흐더러지게 핀 매화 꽃마져 붉은 진달래를 받쳐주는 보조꽃밭일 뿐 영취산은 온통 홍조의 부드러운 새악시 볼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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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다와 여수 석유 산업단지의 하얀 벙크들 영취산 뾰족한 정상 봉우리에 이르는 진달 래 무더기들 사람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나비도 아니면서 꽃에 굶주린 이들은 이미 꽃밭 속 에 숨어 들거나 능선을 깔고 앉아 넋을 잃은 듯이 산비탈로 전개된 꽃밭 주인이 된다. 카메 라에, 휴대폰에, 머릿 속에 담는 풍경, 함께 한 이들과 나누는 화담이랑 공통되는 꽃과의 대 화들은 사람마저도 진달래 꽃이 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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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아닌 들 어떠랴. 정상을 향한 외줄기 길이 아예 사람들로 막혀 버린다. 한 줄로 서 서 기다리는데 자꾸 옆으로 추월하는 무질서 가 길을 막은 게다. 우리는 지진 후 일본인들 의 침착함과 질서를 보고도 배울점을 찾지 못 하는가 보다. 앞으로만 빨리 라는 문화를 여유 가 있는 질서의 문화로 바꾸는 게 절실하다. 우리는 정상을 거치는 길을 포기하고 돌아가 는 길을 선택한다. 정상만이 아닌 진달래 동산 에서의 하루를 생각했으니. |
진달래 밭의 경계역할에 그치는 억새 밭에서 바알간 물을 뚝뚝 흘리는 진달래꽃에 취하여 막걸리 몇잔이 흥겨워 하늘에 붕 뜬 오찬을 즐긴다. 순박한 시골이 묻은 사람들이기에 베낭 속에 가득가득 채워온 음식이 널브러진다. 어거 좀, 저거 좀, 이 술 한잔 펼친 음식마저도 화안한 꽃색을 띠었으니 꽃이 담긴 주고받는 술에 얼큰한 사람들의 얼굴이야 발간 꽃이 아니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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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선다. 오름은 여기까지다. 진달래 꽃 숲의 황제로서 몇시간을 보냈으면 정상이 아니라 도 산의 권세를 마음껏 누렸으니 봉우재 돌아서 정상의 비탈을 간들 어떠랴. 다시 한번 뒤돌 아 정상부근의 긴 산꾼의 행렬을 쳐다 보면서 임도로 내려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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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재에 서니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 봉우재 진달래 군락지에오르거나 내리는 사람 흥국 사에서 오는 사람, 그리고 붉은 꽃, 울긋 불긋 꽃대궐이라더니 예가 거기 아닐까.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볍다. 봄나들이 가는 노랑 병아리의 경쾌함이 묻어난다. 온 산이 진달래로 덮여 있으니 봄에 흠뻑 젖어 스스로 궁궐을 한가로이 노니는 신선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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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치를 마무리하고 계곡을 따라 산에서 벗어난다. 내려오다가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니 꽃에 묻혀 행세를 못한 피로가 차가운 물에 실려가니 온몸이 나른해진다. 산길 돌아돌아 온 길 피로도 떨궈 버렸고 내림길이니 걸음이 빨라진다. 산행이 마무리되는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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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줄기가 끝날 무렵 산의 발등 쯤에 아늑하게 자리한 흥국사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벚 꽃길에는 남도의 갓김치에 막걸리 한잔의 인심이 있고, 흥국사는 옛스러움과 현대 건축이 뒤섞여 여느 사찰이 다 그렇듯이 사찰이 대중화되어 가는 일반적인 어색함이 있다. 우리는 머릿 속에 늘 절다운 절을 나름대로 각인하고 있기에 고찰의 기풍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 움으로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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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산을 벗어났다 오름과 내림이함께 하는 산은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은 게다 정상이라 고 늘 정상이랴. 그 가르침은 산을 오를때마다 느끼는 게고. 산 아래 횟집에는 고향 에서 온 사람들을 맞는 여수 사는 산북인이 큰 상을 마련한다. 여수 바다냄새가 가득 든 회를 앞에 두고 술잔이 오고가고, 고향노래도 한자락이다. 요즈음 정치나 사회 모두가 지역간의 이권 으로 시끄럽지 않을 날이 없는 분열이 난무하고 있지만 끈끈한 정으로 맺어지는 고향으로 귀속되는 마음들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강점이고 약점인 게다. 따지고 보면 이런 저런 인 연의 고리가 걸리지 않을 사람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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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섬진강변의 눈부신 벚꽃만큼 화려한
나들이를 한다. 왁자지껄한 귀향이다.
산북 산악회원들과 함께 한 하루는 종일 꽃밭에 묻힌 셈이다.
모두가 그만큼 행복한 여행들이 아니었으랴.
다시 일상으로 와서도 늘 아름다운 꽃밭에앉은 삶을 이어갔으면 한다.
2011/04/21
문경 산북의 산돌
첫댓글 보기에도 좋습니다. GOD BLESS YOU!
언제나의 그 모습 보기 좋습니다. 부럽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