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選擧)란 무엇인가?
선거(選擧)란 많은 사람 가운데서 투표 따위에 의하여 뽑아냄. 그리고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전국에 걸쳐서 또는 일정한 구역에서 공직을 맡을 일정한 수효의 사람을 투표에 의하여 선정하는 행위라고 '새 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찬양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선거판은 개판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않다. 당선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철면피들의 무법천지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어쩜 정상적 사고를 마비시켜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마성(魔性)의 속성을 함께 지녔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선거에 잘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나서게 된 이번 나의 신협 임원 선거 참여는 생에 최초이자 최후의 선거로 장식될 것이다. 아무튼 쑥스러운 일이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당선이냐? 낙선이냐?
2019. 2. 16(토). 16:30 경
선거관리위원장의 발표 내용이다.
"개표 결과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총 347명이 투표하여 기호 1번 김종일 후보 198표, 2번 Y 후보 147표, 무효 2표로 김종일 후보가 부이사장으로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순간 "축하합니다." "수고했습니다."
축하 인사와 악수 세례가 뒤범벅이 되어 소란하다.
백양초등학교 대강당 개표장에서 부산행복신협 부이사장 선거 결과를 선거관리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선포한 순간이다. 그렇게 선거는 끝났다.
공식 발표전 레이져 시선으로 개표를 참관하던 우리 참관인 셋이 개표 완료후 즉각 나를 향해 엄지 척 사인과 미소를 보낸다. 살짝...
'됐구나!' 짧게 전율하며 감사의 미소로 답했다. 맘속 쾌재를 불렀다. 입이 귀에 걸렸다.
'희망 2019. 전국 최고의 행복신협!. 전형위원회 추천 부이사장 후보. 1 김종일.' 넉줄로 좌측에 배치하고 우측엔 사진을 실었다. 선거용 명함의 앞면 내용이다.
뒷면에는 1 김종일. 전화번호, E-mail 주소와 학력및 경력을 기재했다.
'1961. 부산사범학교 졸업. 1969 동아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학사. 행복신용협동조합 이사(현), 부산광역시 파크골프협회 고문(현), 청록복지회관 도시락 배달 13년 봉사(전), 천주교 만덕성당 새롬대학장(전), 천주교 만덕성당 평협회장(전), 한마음 장학회 이사(전), 백산초등학교 운영위원(전), 모덕초등학교 교장(전)' 학력과 경력의 요약분이다. 그리고 열정적인 빨강을 바탕색으로 깔았다.
나는 금년에 산수(傘壽)로 80의 나이가 되었기에,90을 바라보는 망구(望九)의 원년이 된다. 또한 전국 최고의 행복신협으로 거듭나기 위한 원년의 해로 잡았기에 "희망 2019"를 캐치 프레이즈로 삼아 명함의 첫자리에 배치했다.
-희망이란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고향.
부산행복신협은 1992. 9. 20 창립총회를 거쳐 천주교 만덕신협으로 시작하여 1996년 지역 만덕신협이 되었다. 더욱 확대 발전하고 웅비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 2016년 부산행복신협으로 또 한 번 더 탈바꿈했다. 자산 1억 7천으로 시작한 아주 작은 신협이 지금은 3개의 지점을 거느린 자산 2000억을 돌파하며 부산지역 신협의 선두 그룹에 진입한 굴지의 신협으로 발전했다.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신협중앙회 경영평가 최우수 조합상, 우수 조합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신협중앙회 경영평가 대상 수상의 쾌거를 이루었다.
자랑 하나 더하자. 조합원에게는 해마다 고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복리증진및 장학사업, 이웃돕기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부산행복신협은 과실을 골고루 분배하는 나눔의 신협이다.
2019. 27차 정기총회가 2. 16(토) 11시 정각에 시작되었다.
제1부 기념식에 이어 제2부 본 회의에서는 부의안건이 모두 상정 처리되고 임원 선출의 건이 마지막으로 상정되었다.
새 임원 선출을 위해 이사회에서 사전에 전형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전형위원회에서는 임원의 정수를 후보로 추천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다. 전형위원회에사 추천받지 못한 조합원중 임원 후보 희망자는 법정 조합원의 서명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할 수 있다. 이번 임원 선거에서는 부이사장을 제외한 모든 임원은 정수 추천으로 무투표 당선되었고 2명이 출마한 부이사장만 선거를 치루게 되었다. 기호 추첨도 까다롭다.기호 추첨의 순서를 정하기 위한 추첨과 그 순서에 따라 기호를 추첨한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모두 1번을 뽑은 나는 기호 1번이 되었다. 처음부터 행운의 여신이 나를 향해 미소짓는 것같다. 우연히 나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셀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같아 기분이 좋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는 수십년의 만덕 생활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만덕 곳곳에 산재한 지인들의 자발적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타지로 이사한 지인들의 원거리 격려 전화 쇄도는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더욱 감격케 했다.
선거 당일, 집사람의 당찬 일갈은 당선의 일등공신이고 백미였다.
"나이 80인데 집에서 손자나 보지 뭐하러 나왔노?"
비아냥거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단다.
바람몰이꾼, 불법선거 운동꾼, 총회의 훼방꾼이다.
고개를 획 돌려 앙칼지게 톡 쏘아붙이며 맞받아쳤다.
"뭣이라? 100세 시대에 80나이가 어때서! 건강하고 일 잘하면 됐지.
지금까지 그자리에 앉아 행기 뭐있노? 일 못하면 바꿔야지!"
찍 소리 못하더란다. 기 싸움이다. 선거에서 기 죽으면 필패다.
또한 순발력이다.
미국 16대 링컨 대통령 암살후 부통령 앤드류 존슨은 17대 대통령에 출마했다.
그는 3살에 아버지를 잃고 학교 문턱을 가 본적이 없으며 10살에 양복점에서 일한 어려운 유소년기를 보냈다. 결혼후 읽고 쓰기를 배워 주지사, 상원의원을 거쳐 부통령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니 말이 됩니까?"
상대방 후보의 말에 존슨은 단 한 마디로 침착하게 대응하여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하,하! 고마워!!"
속이 다 후련했다. 통쾌했다. 역시 내 마눌님이셔...!
지금까지 신협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모든이의 지혜와 경륜은 신협의 잠재적 무형 자산이다. 다만 도덕적 가치와 최소한의 합법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들에게 한한다. 이제 저를 도와준 모든 분들의 뜻을 모아 부산행복신협이 전국 최고의 신협이 되는 그날까지 부이사장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열심히 뛸 작정이다.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꿈 너머 꿈을 꾸는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
거기에 부산행복신협이 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솔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