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강 화장실-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6 1. 월
화장실
민문자
지금부터 화장실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어디를 가나 대부분 가정집처럼 청결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는 국가가 경제발전으로 살림이 나아져 환경미화 차원에서 공공복지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관리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88년 올림픽이전만 해도 사람들이 공중화장실 사용을 꺼렸습니다. 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불결했기 때문이지요. 사용자들도 의식 수준이 남은 생각지 않고 이기주의적 사고로 자신이 편리한 대로만 이용하였기 때문에 악취가 코를 찔렀지요.
나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 집에서는 초가삼간의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나무판이 낡아 발이 빠질 위험이 있는 변소를 이용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는 볼일 보고 머리 위쯤에 설치된 물탱크 줄을 잡아당겨서 화변기에 물을 내리는 방법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때 처음 화장실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좌식 양변기는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 가서 호텔 방에서 처음 구경했습니다. 몹시 긴장한 상태로 생소한 환경에 변기 사용법을 몰라 한참 혼자 궁리하고 애를 쓰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원래 결벽증이 있어 변기 좌대를 물로 여러 번 씻어내고 그 위에 올라가 쪼그리고 볼일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그때 그 모습을 돌이켜 본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움이라 아무에게도 말 못하다가 십여 년이 지난 다음 손아래 올케한테 슬그머니 고백했습니다. 자신도 ‘그리했노라’ 해서 얼마나 둘이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어댔는지 모릅니다.
현대에 와서는 화장실 문화가 획기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이제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서면 전기 센서가 알아서 물을 내려주어 사용 후에는 저절로 청소되고 수도꼭지에 손만 대면 물이 나오다 그치도록 최신시설로 설치된 곳이 많습니다.
호텔이나 백화점의 화장실은 고급 인테리어에 말 그대로 화장하며 휴식도 할 정도로 음악이 흐르는 쾌적한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2007년도 제9회 ‘아름다운 화장실’대상(大賞)에 선정된 경기도 이천 덕평자연휴게소 화장실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전국 각지는 물론 외국에서도 관람을 온다고 합니다.
전국의 대부분의 학교 은행 지하철이나 버스터미널의 공중화장실뿐 아니라 회사 빌딩에도 쾌적한 환경과 휴지를 비치하여 모든 이용자의 편리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퍼세식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열악하던 한국의 화장실 문화가 이젠 외국에 화장실을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형의 화장실을 개발하여 중국 북경올림픽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출까지 하였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 화장실을 배우자’라며 한국의 화장실을 시찰하러 오고 있습니다. 화장실 문화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수출로 국부도 창출하는 한류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좋은 화장실 개발과 보급을 위하여 해마다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화장실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제 시민들의 문화수준 의식도 높아져 깨끗하게 사용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화장실 문화는 곧 미개인과 문화인을 가르는 척도입니다.
지금까지 화장실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유안진 시인 약력
1941년 10월01일, 경북 안동시 출생, 1965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
마산제일여자중·고등학교와 대전호수돈여자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1970년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서울사범대학 음악대학 강사, 1972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1976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신여자대학교·단국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1981년부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65, 1966, 1967년 3회에 걸쳐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 〈달〉·〈별〉·〈위로〉가 실리며 등단했고, 1970년 첫 시집 〈달하〉를 출간했다. 이향아·신달자와 함께 펴낸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1986)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주요작품으로 시집 〈절망시편〉(1972), 〈물로 바람으로〉(1976), 〈그리스도 옛애인〉(1978), 〈날개옷〉(1981), 〈꿈꾸는 손금〉(1985), 〈달빛에 젖은 가락〉(1985), 〈약속의 별 하나〉(1986), 〈풍각쟁이의 꿈〉(1987), 〈남산길〉(1988),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1993), 〈누이〉(1997), 〈봄비 한 주머니〉(2000), 〈다보탑을 줍다〉(2004)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5), 〈그리운 말 한마디〉(1987), 〈한국여성 : 우리는 누구인가〉(1991), 장편소설로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3) 등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우리 민속의 가치에 눈떠 30여년 간 한국 전통사회의 아동 및 여성 민속을 연구하여 〈한국전통 아동심리요법〉(1985), 〈한국전통사회의 육아방식〉(1988), 〈한국전통사회의 유아교육〉(1991) 등의 연구서와 〈아동발달의 이해〉, 〈아동환경론〉, 〈부모교육론〉 등 다수의 이론서를 출간했다. 1998년 〈세한도 가는길〉로 제10회 정지용문학상, 2000년 〈봄비 한 주머니〉로 제35회 월탄문학상, 2009년 〈성병(聲病)에 걸리다〉로 제7회 유심작품상, 2009년 〈거짓말로 참말하기〉로 제4회 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가을 타고 싶어라 / 유안진
벤치에 낙엽 두 장
열이레 달처럼 삐뚜름 멀찍이 앉아
젖었다 말라 가는 마지막 향기를 나누고 있다
가을 타는 남자와 그렇게 앉아
달빛에 젖은 옷이 별빛에 마를 때까지
사랑이나 행복과는 가당찮고 아득한
남북통일이나 세계평화 환경재앙이나 혤리혜성을
까닭 모를 기쁨으로 진지하게 들으며
대책 없이 만족하며
그것이 고백이라고 믿어 의심 없이
그렇게 오묘하게 그렇게 감미롭게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은
이 한 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 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 / 유안진
아지랑이 눈 빛과
휘파람에 얹힌 말과
강물에 뿌린 노래가, 사랑을 팔고 싶은 날에
술잔이 입술을
눈물이 눈을
더운 피가 심장을, 팔고 싶은 날에도
프랑스의 한 봉쇄수도원 수녀들은
붉은 포도주 '가시밭길'을 담그고
중국의 어느 산간 마을 노인들은
맑은 독주 '백년고독'을 걸러내지
몸이 저의백년감옥에 수감된
영혼에게 바치고 싶은 시의 피와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