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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2021년 4월 24일. 7회차
○ 절기: 곡우후 4일째(초후)
○ 날씨: 주중에 기온이 많이 오른데다 수업 이틀전(4월 22일)에는 28도가량 올라서 여름같은 날씨였답니다. 수업때는 그 때보다 5도정도 내렸다고 하네요. 며칠동안 남은 겨울을 몰아내느라 바람이 많이 불었으나 따뜻한 바람들이었습니다.
○ 사진은 지선, 김재성, 청명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 4월 24일 수업안내(장재학선생님 문자)
- 오전 실습
밭만들기(밥만들기 아님^^)
옥수수 심기
-오후 강의
강사: 김석기선생
내용: 농생태학/농기구의 역사와 활용
점심은 각자 도시락 준비로 할께요.
개인텃밭은 오전 이른시간, 점심, 오후 늦게 틈틈이 가꿔주세요.
○ 토종학교 모습
아침에 토종학교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경들입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일찍 오신 분들은 미리 밭을 둘러보고 있더군요.
○ 8기 작물들 관찰
- 감자, 완두, 열무, 고수
위에 두개는 바깥 밭에서 자라고 있는 감자와 보리완두입니다. 완두는 많이 올라왔고 지난 주에 못본 감자도 쑥 올라왔네요.
아래는 하우스에서 자라는 열무입니다. 사진을 보니 앞쪽은 푸르게 잘 자랐고 그 뒤로는 노릇하니 키와 색이차이가 나네요. 왜 그럴까요? 솎아주기를 했어야하나요?
고수도 비닐하우스만 조금 올라왔습니다.
- 꽃밭들
꽃씨 파종한 곳은 확 드러나진 않구요. 개나리삽목한 것엔 싹이 돋았어요.
○오전 실습
- 옥수수 밭 만들기
토종학교 입구, 길거리와 붙어있는 곳에 밭을 만들었습니다. 역시 일잘하는 8기. 후딱 만드네요. 밭을 만든 후에 어느 정도 간격으로 옥수수를 심을 것인가 궁리하다 옆집 프로농부님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 옥수수 모종심기: 홍천 메옥수수
"잘 키운 모종 한 놈 열자식 안부럽다!!!"
프로농부님 하우스에서 키운 모종을 하나씩 떼어 내 밭고랑이 넓은 곳엔 양쪽 끝에 하나씩 두 개를, 좁은 곳엔 가운데 하나를 심어주었어요. 막걸리는 다 붓지 않고 물에 조금 희석해서 나중에 뿌려주었답니다.
장재학선생님이 옥수수가 얼마나 교잡이 잘되나를 설명해주었는데 예를 들어 찰옥수수만 심는 마을에서 딴 옥수수를 심겠다고 하면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옥수수가 교잡되지 않으려면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이용한답니다. 공간 차를 둘 때는 완전히 고립된 지역에 심기도 한답니다. 시간차를 둘 때는 한 종류의 옥수수를 먼저 심어 자라 수정을 마치면 그 다음에 자란 놈이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랍니다. 여러 옥수수를 채종해야하는 은은가에서 이 방법을 쓴다고 하더군요.
밭도 후딱 만들더니 심기도 후딱!
- 또 밭만들기
다음주에 여러 모종이 오기때문에 모종심을 밭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사진들은 뭘하는 건지 몰라서(딴짓하느라) 어떤 장면이냐 물으니 답해주며.. '4월엔 밭만들기에 열중하고, 4월 말에서 5월까지는 모종심고 씨앗심느라 바쁘다.' 라는 이야기를 곁들어 주었습니다. 농사에서 중요한 '때'!!!!
이 장면은 미안해서 헛웃음이 나와요. ㅎㅎ 교장선생님이 밭만들기 설명하셨어요. 그런데 동시에 한쪽에선 토종박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서 저는 그 쪽에 더 정신이 팔렸답니다. 문득 설명하다 학생들이 집중을 안한다며 집중하던 일부만 데리고 밭갈러 가셨어요. 다들 곧 바로 따라가긴 했지만 바쁜 봄철에 책임자를 중심으로 좀 더 집중해야 겠다고 반성했습니다. ㅎㅎ
먼저 와서 밭만드는 분들.
바로 따라와서 또 후딱 밭을 만드는 8기들
잡초를 제거할 때 어떤 것은 생장점을 끊으면 되고 어떤 건 뿌리까지 뽑아야되는 것이 있는데 쑥이나 토종박하는 뿌리번식이라 뽑아주는 것이 좋지만 박하는 쑥만큼 강하진 않아서 생장점끊기도 된다고 했습니다. 생장점은 지표면에 닿는 곳이에요.
여긴 어린이선생님들이 두 분이나 잡초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 토란심기
강의 시작 전 막간에 또 일하는 분들.
두둑에 토란을 심었습니다. 사진찍는데 갑자기 이게 뭔줄 아냐 물어서 당연히 토란밭이니 토란! 이라고 대답했는데 알고보니 잡초뿌리. ㅎㅎ 오늘의 웃음 포인트입니다. 당시엔 정신없이 지나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서 웃는 경우가 종종있는데요. 이 사진 보고 또 5분 구르며 웃었습니다. 어쩐지 멍게님이 옆에서 '그래~ 토란심는데 토란이지 뭐겠냐. 묻는 사람 잘못'이라며 웃으시더니.. ㅎㅎ 뭔 식물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저 장면을 찍은 것이 뿌듯하네요.
그런데 강의 시작도 안했는데 10분이나 일찍 불렀다고 한소리 들었어요. 미안했습니다. ㅎㅎ 바쁜 농사철에 10분은 귀한 시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 점심
학생들이 많이 결석이라 오붓하니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했습니다. 장재학샘이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망초를 무쳐왔다고 내놨는데요. 망초와 지칭개를 헷갈려서 왜 쓴맛이 없냐 했네요. 지칭개는 너무 써서 장을 이용해 무친다고 하네요. 망초나물 맛있었어요. 그런데 전 향이 강한 것들을 좋아하나 보네요. 지칭개 당귀 두릅 고야 이런 향들이 좋군요.
○ 오후 강의
농생태학/ 김석기
농생태학과 농기구에 대해 들을 것이라고 안내받았는데 농생태학 위주로 듣기도 빠듯했습니다. '토종 곡식'외 여러 권의 공동/저자이고,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도 번역하셨네요. 생태텃밭의 예가 풍부했던 이유군요!
'농생태학이 뭐인 것 같냐'는 질문과 '농학과 생태학'이라는 답변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전통농사가 어떻게 파괴되었으며 생태학적 관점을 왜 농사와 연결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득을 농사의 역사와 최근의 다양한 농사실천을 예로 말해주었습니다.
화학산업과 화학비료의 등장, 기계의 발달과 대규모 농업의 발전은 또 나왔습니다. 위에 사진 중 하얀 옷의 농부는 60년대 안양지역에서 촬영된 것인데 초기에 화학비료사용법을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지금처럼 쏟아붓지않고 한꼬집씩 일일이 작물옆에 묻어주는 모습인데 저 정도면 충분히 흙에서 소화가능한 정도라 생태에도 해가 덜했다고 하네요.
1부에서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곡식과 축산업등 식량생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악취같은 것을 견뎌야하는 상황들이 있다는 것과 대부분의 식량들이 지방에서 만들어져 수도권(도시)으로 보내지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식량을 생산하는 지역인들은 공동으로 이런 환경을 감내해야 함에도 식량값에 포함되지 않고 도시인들은 이 상황을 모른다는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잠시 쉬었다 수업이 이어졌는데요. 연풍이 동무를 자처해서 연풍이 따라다니느라 2부는 못들었어요. 김석기선생님네 열입곱 아들이에요.
연풍이가 학교주변을 돌다 하우스로 들어가면 조금씩 들었는데요. 마치 누가누가 똘똘한가. 누가누가 재간꾼인가를 뽐내는 듯한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함께 심으면 좋은 작물들, 미끼 작물로 벌레나 동물을 유인해서 생산작물을 보호하는 이야기들, 옥수수밭에서도 들었던 시공간의 차이를 활용하는 방법들을 들었고 온갖 지혜들이 들려와서 재미있었답니다. 강사님은 실제로 우연히 떨어져 싹이 난 동부의 덕을 보기도 하셨다는데 벌레가 모두 동부에게만 달려들어서 주변 주작물의 피해가 덜했다고 합니다.
김석기선생님은 대규모 농사나 기계농 그리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하거나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다만 어떻게 슬기롭게 사용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방법을 만들것이냐에 더 주목하셨는데요 페트병들을 이용하여 벌레와 짐승을 막는 법. 기계로 두 가지 작물을 대규모로 잘 어울리게 심는 농장 이야기 등을 예로 들어주었답니다.
전통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위에 설명한 모든 지혜들이 다 적용되었고 다양한 작물들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욕심을 내지 않고 충분히 작물 사이를 넓혀준다고 하네요.
얼핏 들려왔던 것 중에 작물을 강하게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도 귀가 쫑긋했는데요. 어느 정도 고난을 겪은 작물은 안간힘을 내어 더 많은 가지를 뻗어 더 풍성해진다고 합니다. 일부러 고통을 준다니 약간 섬찟했습니다. ㅎㅎ
농생태학은 작물의 생산성에만 촛점을 두지않고 지구 위 모든 존재가 어떻게 하면 생태시스템의 일부로 균형을 맞추고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순환적 삶을 살려낼 수 있을것인가를 고민하는 개념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집그림이 순환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과 공생의 예인데요. 똥오줌까지 어느 하나 버려지는 것 없는 삶의 방법이라고 하네요.
○ 개인밭 만들기
공부끝나고 마무리하는 모습입니다. 이때 가실 분들은 가고, 개인밭 하는 분들은 남아서 밭을 만들었어요.
하여간 뭐든 뚝딱하고 만드는 분들.
구석에서 쇠스랑과 잠깐 놀았는데 어느 새 7기 꽃밭 선배님과 밭을 두 고랑 만들고 멀칭까지 하셨네요. 그리고 다시 하우스에서 모종내기도 하셨어요. 대단해요.
쇠스랑질입니다. 쇠스랑을 머리 위나 뒤로 번쩍!! 치켜 올렸다 내리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래가 밭 안될 것 같은디.. 쇠스랑은 힘에 겨워 호미질로 밭만들기 검색해보렵니다.
강사분들이 뭘 물어보심 대답은 참 잘해요. 인디카종 자포니카종 탄저병 등등 모두 어릴때 학교에서 배운건데 잊질 않아요. 그런데 실물경험이 없으니 상상과 완전히 다른 현실을 만나곤 한답니다. 8기 개인밭에서 나온 두더지 길이에요. 너무 작아서 놀랐습니다. 두더지는 고양이 정도로 큰 줄 알았거든요. 저 정도면 그냥 쥐네요.
○ 토종학교 밭과 하우스 안의 작물들.
봄은 노랑꽃들의 향연이네요. 학교에 오면 눈에 띄던 저 노란 꽃이 배추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우스 안에 핀 열무꽃은 흰색이에요. 파꽃도 처음 봤는데 너무 이뻐요.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좀 징그러우면서도 신기합니다. 보라색 꽃은 차이브랍니다. (지선씨가 쪽파꽃이라며 찍고 박은주샘이 차이브라고 알려주고.)
다들 파꽃 앞에서 떠날줄 모르고 파 이야기를 했답니다. 파꽃이 이쁘다. 토종학교 파는 단단하다. 야물딱지다. 파란 곳 안에 벌레가 많아서 약을 많이 친다. 아는 사람들은 윗둥은 절대 안먹고 하얀 뿌리 부분만 먹는다. 등등.
연풍이랑 돌아다니다 사로잡힌 모습이에요. 오랜만에 봐서 좋았습니다. 어릴때 벽돌 빻고 갑오징어 뼈 빻고 풀뜯어 놀던 기억도 나는데 다음에 날잡아서 놀아봐야겠습니다.
하우스 안과 밖입니다. 저 키큰 작물은 토종이라서 큰것이 아니라 웃자란것이라고해서 허탈. 키를 대조하려 옆에 진영씨를 세우고 찍었죠. 마지막 사진은 하우스 뒤에 있는 딸기들. 그리고 입학식날 하우스 입구에 자라는 모습을 보고 길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던 금강초?? 무성하고요. 하우스 안에서는 치커리 상추 등등이 무성해져서 땄습니다.
○ 농막 정리
하우스 정리도 조금 했지요. 냉장실 청소했구요. 역시 박은주선생님이 또 나서서 냉장고안 이것저것 설거지 해주셨어요. 동기들이 문이 안열리는 이상한 배치의 방향도 바꿨습니다. 모두들 시간없다면서도 빼지않고 힘을 합쳐 단숨에 원하는 위치로 돌려줬구요. 김재성님이 끝까지 남아서 냉장고 균형도 잡아주고, 책상도 나란히 놓아줘서 생각하던 '주방'모습도 완성해 주셨네요. 공간이 정리될수록 기분이가 좋아져요.~~ 수고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 흙의 상태
멀칭의 효과
작물을 키우는 흙, 밭은 멀칭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야생에서도 좋은 흙은 자연적으로 덮어주는 이불들 덕분에 만들어지는 것처럼요. 선생님이 항상 '밭만들고 흙을 만졌으면 멀칭을 꼭 하시고~ '라는 말을 주문처럼 하는데 이제 땅덮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게되었어요. 이불덮은 흙들과 그 옆의 흙은 확연히 차이가 나요. 역시 도시인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흙은 아니었네요.
아예 저렇게 지푸라기로 이불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재미있어요. 머릿속에는 계속 멀칭 생각이 들어서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멀칭할 것들, 땅에게 도움될만한 것들을 도시에서도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어요.
흙의 세세한 구분은 한참 공부해얄 듯 합니다.
○ 절기 곡우: 4월 20일 경
곡우절을 검색하니 익숙한 모판이 뙇!나옵니다.
곡우절 의미와 풍습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가져왔습니다.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경기도 김포에서는 곡우 때 나물을 장만해서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곡우날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기라고 찰밥을 해서 먹는다. 그리고 새를 쫓는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기도 한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樹液)으로 거자수라고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경남 남해에서는 이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인천 옹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는 가뭄이 든다는 말이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하며, 전북 순창에서도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긴다."
○ 수원 날씨와 동정
수원은 기온이 확 올라서 따뜻했고요. 이팝나무에 꽃이 폈어요. 정확한 날짜는 몰라도 마을에서 가장 먼저 꽃피는 나무나 꽃피는 순서는 알고있고 어렴풋이 때도 기억하는데 이팝나무가 일주일에서 열흘은 일찍 꽃이 오른 것 같네요. 벚꽃도 너무 일찍 폈다가 비바람에 정신없이 내려갔고요. 올해는 다들 좀 이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토종학교 갈때 수원의 팔달문 인근 못골부터 전통시장들을 지나서 오는데 토종생강과 백합종자를 보고 반가웠습니다. 왜?? ㅎㅎ 지난 주, 양평 용문역 앞에 나물을 여러 푸대 가져오신 분들 있었거든요. 수원 팔달문 채소 파는 언니들도 나물을 가져오셨네요. 오후에 보니 많이 사갔어요.
○이생각 저생각
- 옥수수가 교잡되면 왜 안되나요?
김석기선생님 질문인데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ㅎㅎ 그 뒷 이야기를 더 물어볼 걸 그랬어요.
지지난주 농막을 정리하다 쓸모없어진 옥수수 두개를 농막앞 퇴비가 될 더미에 버렸는데 집에 오니 옥수수는 교잡이 잘된다는 말이 떠오른거에요. 옥수수 교잡 잘된다는데 내가 옥수수를 버렸으니 이제 큰일 났다. 나 때문에 8기 옥수수는 다 교잡되겠다고 한숨을 쉬면서 얼른 가서 옥수수를 건져야 한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 이야기를 했더니 뭐 교장샘도 별 대수롭지 않게! 그리고 김석기님은 '옥수수는 교잡되면 왜 안되나요? 교잡안된 작물이 있을까요?' 라고 하셔서 마음은 편해졌지만 인간에게 곡물 뭘까??? 생각이 또 많아졌습니다.
- 유리보석 옥수수
전에도 오색이 찬란한 옥수수는 그림이나 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그때는 이쁘다 신비롭다는 생각이었고. 이번엔 저건 분명 교잡종이다!!! 라는 생각으로 또 버린 옥수수 염려가 앞섰죠. ㅎㅎ 김석기님이 그림을 보시곤 '유리보석 옥수수' 이고 한국에도 재배하는 분들이 있으며 교잡종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산인 품종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ㅎㅎ 저 그림은 러시아 화가가 그린 인도산 옥수수입니다.
곡물이든 뭐든 씨앗은 함부로 버리지 않을겁니다.
- 세자매 작물
김석기선생님 자료중에는 농사와 전혀 무관했던 제게 꽤 익숙한 것들이 있어서 삶이 또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했습니다. 요즘은 응용할만한 자료들이 보이면 모아두는데 세자매 곡물도 재미있어서 담아두었던 것이랍니다. 지난번 진영씨 차타고 오면서 이야기했었고 그래서 옥수수도 심어야하는데 개인 밭엔 안된다니 어쩌나 했더니 지선씨가 그럼 해바라기를 심어봐라. 해서 해바라기씨도 가져온 것이죠.
그런데 김석기선생님도 세자매작물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이야기 말미에 세형제였다면 어땠을까 싸움나지 않았을까라며 농담하셨는데 의도는 이해하나 저는 좀 생각이 달랐어요. 오랫동안 여성을 대지나 땅으로 연결해서 비유하며 여성으로 태어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라며 해석하는 것이 과연 현대의 여성들이나 생활과 잘맞을까 자주 생각합니다. 세자매도 피터지게 싸웠을거에요. 또 자연을 모두 인간 삶과 대비하여 설명할때 어긋나거나 놓치는 것은 없나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 상당수는 자연이 마치 진리이고 고정불변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더군요. 그러나 자연과 야생은 인간이 발견하고 이해한 만큼만 아는 것이고 아직 발견 안되고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모를 뿐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만 안다는 것이 최근의 전제로 알고있습니다. 농사분야에서도 그동안 고착화된 개념이나 비유들을 다시 돌아보고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이 많아지길 바래봅니다..
- 자웅동체 옥수수
옥수수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또 해주셨는데요. 장재학선생님이요. 옥수수는 한몸에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고있다고 합니다. 옥수수 꼭대기에 달린 옥수수털이 수술이고 암술은 옥수수 줄기와 잎사이 움푹 파인 곳에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꼭대기에 있는 수술이 암술 사이로 떨어져 수정된답니다. 정말 신박한 수정방법이에요. 옥수수의 자웅이 한몸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는데 생물의 가짓수를 기준하는 생물다양성 외에도 작물들 각자의 존재방식의 다양성, 생활방식의 다양성을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를들어 냉이가 잎모양이 변화되는 것 같은 것이요.
어떤 파?인지 심어 놓으면 따로 심거나 채종하지 않아도 계속 몸을 불린다는 작물 이야기를 씨드림 유튜브에서 봤을때도 해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 씨앗과 꽃과 벌과 동물들
배추꽃을 찍으려고 앞으로 갔다가 온통 벌떼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벌들이 떼지은 모습도 처음봤지요. 그리고 벌들이 인간에 전혀 관심없이 오로지 자기 일에 전념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파꽃에도 벌들이 두마리씩 매달려 꿀을 따고 있는데 길가에 피는 꽃에 이렇게 벌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장관이었어요.
씨앗을 받으려면 꽃을 피워야하고 땅을 살리려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안써야하니 가능한 모습같더군요. 8기들이 밭을 만들때 참새 한마리도 도망가지 않고 사람이 흙을 파면 내려앉아 뭔가를 먹는 모습이나 두더지가 살만한 모습이라거나 이런 환경들이 오늘 배운 농생태학적 환경과 연결되었어요.
퍼머컬처를 검색하면 벌농장하는 분들이나 벌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씨앗받는 농사는 벌을 살리는 농사네요.
- 사과의 정석
어쩌면 그날 즉시 이야기를 회피했던 것이 잘못된 대화가 이어지며 더 실망하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염려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교장선생님은 마치 사과하는 법을 배워온 것이 아니냐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주셔서 티끌 만큼의 응어리도 남지 않았답니다. 살면서 비슷하거나 더 심한 경험들을 하며 제대로 사과받아본 적은 없고 오히려 적반하장 문제제기하는 성격탓만 들었었는데 그 전의 것들까지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던 것을 전혀 사소하게 보지않는다/않겠다 먼저 말해줘서 감동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반면 저는 또 한편 울컥해서 대화중 하지말아야할 극단적 표현과 높은 언성으로 엄한 사람을 몰아세웠던 것이 부끄럽더군요.
- 조직도
소개마다 위원님들이 많아 씨드림과 토종학교 조직도와 관계도를 찾아봤습니다. 토종학교는 씨드림 조직도에서 상당히 독립적인 영역이고 그 동안 위원들이라고 소개받았던 강사님들은 토종학교위원이 아니라 씨드림위원이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 부지런 학생들
부지런한 분들이 밭에 있던 허브를 가져다 심으셨네요. 전 먹는 것보다 어찌 놀까가 더 관심많아서 저 열무들 잘키워서 염주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선씨는 파를 키우고싶다며 얼른 나가서 파씰 받아왔고요. 신기. 세자매작물 해보고 싶다는 제 바램을 도와주려 해바라기씨를 가져다주었답니다.
봄은 모든 생명이 살기 위해 다투어 생동하여 꿈틀거리며 용솟음치는 생명력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이 엄청난 기운으로 대지가 몸살을 앓고, 그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때를 놓쳐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 존재들은 자칫 생명줄을 놓게 된다네요. 봄은 그래서 여느 때 보다 가장 위험하고 힘든 시기라고 하더군요. 밭에서 자라나는 생명들과 할일들, 쓸것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실감되네요. 완급조절을 하며 조심히 지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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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명님 글 너무 재밌어요ㅋ.ㅋ 잘 보고 가요!
선생님 유튜브가 더 재미나요 ㅎㅎ 8기들이 심은 모종들 궁금해요. 씨앗 여러개 심었던 것이랑 살짝 엎었던 것들 어찌됐나 궁금하네요. 대전 분이 심어놓고 온 작물도 궁금해했어요. ^^
청명님의 글은 정성이 가득해서 좋아요.
덕분에 8기도 너무 풍성하고요^^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수다를 정성으로 써줘서 고맙습니다. ㅎㅎ 근데 두 분 선생님이 동시에 답글 올리니 막 전문용어 생각납니다. ㅋ
나눠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유익해요
잘 들어가셨나요?? 저탄고지 안전한 식당 찾으면 담엔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