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운탄고도 1330 기행, 4-2길(타임캡슐공원~화절령) 걷기
때 없는 가을장마 속 궂은비 내리던 날, 정선 질운산 자락 해발 850m의 고랭지 채소밭에도 보슬비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질운
산과 두위봉은 구름모자를 썼다가 벗기를 반복하고, 밤새 함백골에 내려 쉬든 구름들은 기지개를 켜고 서서히 산능선을 타오
르고 있었다. 지난 주말, 운탄고도 1330 제4길을 가든 날 아침 10시 30분, 정선 타임캡슐광장 앞 풍경이다. 빗속 산행을 각오
하고 왔는데 때마침 서쪽 하늘 구름사이에 간간이 파란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고, 빗줄기는 차츰 약해지고 있었다.
운탄고도 제4길은 함백과 만항재를 잇는 평균고도 1,100m의 석탄을 실어 나르던 옛길 구간 중의 일부구간이다. 이 중 4-2길은
두위지맥 마루금의 두 고개인 새비재와 화절령을 잇는 운탄길로 지맥 마루금 바로 턱밑을 따라 이어진다. 보슬비 우산 속 잰걸
음으로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 사이 언덕길을 올랐다. 갓 수확을 끝낸 배추와 무 밭들이 듬성듬성하지만 워낙 큰 고랭지 채소밭
은 여전히 푸른 언덕이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로 인해 올 가을 채소값은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수확을 앞 둔
무와 배추가 온 산 가득 천지였다. 수확 끝낸 밭에는 상품성 떨어지는 무와 배추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상한 데가 없지만 그대
로 밭에 버려지고 있었다.
지난날 석탄을 실은 트럭도 쉬어 넘던 아라리고개에 올랐다. 새비재다. 가늘게 내리던 보슬비도 멈췄다. 이곳부터 날머리 꽃꺾
기재(화절령)까지는 16여 km의 운탄길, 지금은 관리가 잘 된 임도길이다. MTB 자전거가 무리 지어 달리고, 운탄길 가는 이들
이 또 무리 지어 걷는다. 이따금씩 영월과 정선의 소형트럭이 오가고, 오지 여행을 즐기는 승용차도 달렸다. 비포장 신작로지
만 대형 버스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진 길은 그러나 걷기에는 지루했다. 산모퉁이 돌고 돌며 끝없이 이어졌다. 이따금
씩 만나는 가파른 절벽길은 위엄이 스려 있고, 발치의 영월 산솔면 직동리의 가파른 계곡은 깊어 외경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길 중간 사동골 쉼터까지는 평길 같은 내리막 길이라 힘은 들지 않아 편했다.
사동골 쉼터를 찾았다. 새터재와 화절령 중간에 있는 두위봉 자락 높은 계곡이다. 길손을 위해 호스로 끌어온 샘물은 차고 시
렸다. 쉼터 위의 높고 큰 입석바위는 이곳의 터줏대감 격으로 먼 곳에서도 사동골 표석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곳부터 화절령
까지는 다시 완만하지만 쉼 없는 오르막 길, 먼 길 걸은 뒤라 발걸음 점점 무거워졌다. 길섶엔 가을 야생화들이 줄지어 피고
있었다. 해발 1000m의 산골 습지에 보기 드문 하얀 물봉선이 피었고, 곤드레나물로 더 잘 알려진 고려엉겅퀴도 무리 지어 피
었다. 가을산의 요정 같은 과남풀(칼일 용담)도 보라색 꽃을 피웠다. 용담보다 더 큰 키에 층층의 잎자루에 두세 송이 둘러 피
운 보랏빛 진 한 꽃을 보면 누구나 절로 입맞춤하고픈 마음 이는 꽃이다. 날머리가 가까워지자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며 부슬
비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 속에 찾은 꽃꺽이재(화절령)는 언제나 그렇듯 높은 산 큰재 답지 않게 넓고 평평하게 자리하고 영
월 상동과 사붓, 만 항재와 새비재의 네 방향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촬영, 2023, 09, 16.
▼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산 70. 정선 타임캡슐공원 / 길 외편은 방제리
▼ 운탄고도 1330, 제4길( 예미역 ~ 화절령) 개념도
▼ 운탄고도 1330 제4-2길 1 지도
▼ 운탄고도 1330 제4-2길 2 지도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 고랭지 채소밭
▼ 두위지맥 두위봉과 방제리 / 무 수확 끝낸 밭
▼ 질운산 자락 방제리
▼ 방제리, 청결농장
▼ 운탄고도 새비재 가는 길
▼ 돼지감자(뚱딴지) 꽃
▼ 방제리 무밭
▼ 지운산과 새비재 길
▼ 새비재 아래에서 본 방제리 / 해발 1,000m 고랭지 채소밭
▼ 새비재 아래 방제리 (해발 1,000m) 해바라기 밭
▼ 새비재 아래 방제리 (해발 1,000m) 화훼농장. 리시안셔스 꽃
▼ 새비재 아래 방제리(해발 1,000m) 사과 농장
▼ 두위지맥 질운산 새비재(아라리 고개)
▼ 새비재에서 본 방제리 고랭지 채소밭
▼유투버 수석천 님
▼ 아라리 고개 쉼터
▼ 새비재 넘어 운턴고도 4길 / 함백과 만항재를 잇는 옛 운탄고도
▼ 영월 쪽( 산솔면 직동리)에서 뒤돌아 본 새비재
▼ 필자의 인증 - 1
▼ 필자의 인증 - 2
▼ 운탄고도 아래, 영월 산솔면 직동리로 이어지는 접속 도로
▼ 운탄고도 4길, 직동리 구간 인증 스탬프 지점
▼ 직동리, 박정골
▼ 두위봉 남사면 '사동골 쉼터' - 1
▼ 사동골 쉼터 - 2
▼ 사동골 쉼터 위 입석바위
▼ 사동골 두위봉 등산로 들머리 / 직동리 쪽에서 오르는 등로
▼ 해발 1,000m 운탄고도 가을 야생화 - 1 / 고려엉겅퀴 (곤드레나물)
▼ 해발 1,000m 운탄고도 가을 야생화 - 1 / 흰꽃 물봉선화
▼ 해발 1,000m 운탄고도 가을 야생화 - 1 / 산 쑥부쟁이
▼ 해발 1,000m 운탄고도 가을 야생화 - 1 / 까실쑥부쟁이
▼ 등골나물꽃
▼ 과남풀 (칼잎용담)
▼ 참빗살나무 폭포 / 운탄고도 4길에서 만난 작은 폭포와 붉은 열매를 단 참빗살나무
▼ 4길 이정목 / 새비재에서 15,1 km 지점
▼ 화절령 두위봉 등산 들머리
▼ 두위지맥 화절령(꽃꺾기재)
▼ 화절령 운탄고도 4길 날머리
▼ 화절령 4거리, 운탄고도 제5길 (도롱이연못 쪽 ) 입구
▼ 화절령 4거리, 사북 쪽 내려가는 길 입구
▼ 화절령 삼거리 내려가는 길
▼ 하이원 하늘길 '화절령 삼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