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강 소설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
NYT "가부장적이고 여성 혐오적... 한국 여성 작가들 저항"
24.10.12 15:00 l 최종 업데이트 24.10.12 15:00 l 윤현(yoonys21)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이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한 여성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문학, 여성의 힘 표현할 수 있는 통로"
NYT는 "한강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이라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의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강의 수상이 한국의 가장 큰 문화적 업적으로 찬사를 받은 반면에 한강을 비롯한 한국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NYT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의 이름을 갖춘 2008년 이후 여성 장관은 단 한 명뿐이었고, 남성 중심의 한국 문학 평론계는 고은 시인을 가장 유력하고 합당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아왔다고 짚었다.
또한 고은 시인이 성 추문에 휘말리기 전까지 노벨 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그의 집 앞에 많은 기자들이 몰려 대기했지만, 한강은 이 같은 군중을 모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강의 작품은 무거운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페미니즘적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이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결정은 가부장적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여성이 여전히 정치, 경제, 뉴스 미디어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학은 여성이 자신의 힘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라고 분석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 리는 "(문학은) 성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라고 말했고, 언론인 겸 작가 유니 홍은 "최근 전문직 여성 계층이 늘어나면서 한국 문학 시장에 여성 독자들이 더욱 강력해졌고, 국내외에서 성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갈증도 생겼다"라고 밝혔다.
"김대중과 한강, 피비린내 나는 투쟁 보여줘"
NYT는 "한강이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남북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의 노벨상은 모두 한반도 분단, 전쟁, 군사독재,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긴 투쟁으로 점철된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깊이 관련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한강이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대해 "시위대 탄압이 과거 보수 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기 때문에 한강이 박근혜 대통령의 보수 정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룬다"라며 2014년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항쟁을 다루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국 작가 전혜진은 <가디언>에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계층을 다루는 작품을 쓰는 데 헌신한 그의 모습이었고, 곧이어 한강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과 광주는 차별과 편견을 겪었고, 잔혹한 독재를 견뎌내며 어려운 시기에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했다"라며 "한강도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차별을 표현하고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보여준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한국 작가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겪은 식민지배, 분단, 독재,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 속에서 강력하고도 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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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