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맨드라미
열정,수호,지킴이….맨드라미의 꽃말입니다.
붉은 투구를 눌러쓰고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키는 보초병을 상상해보시길.악귀와 역병이 감히
들어서지 못하는,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고 가을 초입에
붉게 피는 맨드라미는 꽃 모양이 닭의 볏을 닮아 계관화(鷄冠花) 또는 계두화(鷄頭花)라
부릅니다.영어 이름도 ‘cock’s comb(수탉의 머리빗)’로 동서양이 같지요.꽃말은 무뚝뚝하지만
민초들에겐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친숙한 꽃입니다.보기에 좋고,몸에도 이롭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맨드라미꽃의 방향성분이 혈맥을 안정시킨다 하여 방안에 꽂아만 두어도 효과
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이런 이유로 혈액순환,스트레스,우울증,구토,거담,설사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일각에서는 맨드라미 꽃차가 혈압을 낮추거나 피부 가려움증을 해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강조합니다.음식을 만들 때도 맨드라미는 훌륭한 재료입니다.음식의
색을 유지하거나 풍미를 더해주지요.가지김치와 동치미를 담글 때 맨드라미의 붉은 꽃을
활용한 기록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등 옛 요리책에 보입니다.
부귀(富貴)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맨드라미는 길가 또는 뜰 안팎에 주로 심었습니다.꽃이 크고
탐스러워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지요.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술을 넣어 발효
시키는 증편은 맨드라미꽃잎을 만날 때 가장 멋진 작품이 됩니다.규합총서 등 옛 요리책에 맨드
라미를 고명재료로 활용한 기록이 보입니다.맨드라미 붉은 꽃잎을 품은 흰 증편은 그 자체가 예술품!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진 이 때,굳센 생명력을 뽐내는 맨드라미를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겠지요.가을바람 소슬한 저녁,맨드라미꽃잎 한 조각 찻잔에 띄워보시길.노래 한
소절에 맨드라미 붉은 술은 더욱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