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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수행이야기]〈17〉그대는 어디 있는가? “영정 속 고승은 어디 있는가”
스스로 불성 지닌 존재임을 자각
“고승의 초상입니다.” “영정은 여기 있지만, 고승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지가 아무 말도 못하자, 배휴가 “이 절에 참선하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요즘 어느 객승이 머물며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데, 그가 참선하는 스님인 것 같습니다.”
곧 황벽이 도착하자, 배휴가 물었다. “제가 아까 스님들께 ‘영정은 여기 있는데, 고승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더군요. 스님께서 한 말씀 해주시지요?”
“배휴!” 황벽의 큰 일갈에 배휴가 놀라 얼떨결에 황벽을 쳐다보았다.
“그대는 어디 있는가?”
대중들이 얼떨결에 고개를 돌리면, 백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고(是甚?)?”
백장이 제자들 스스로 불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념념(念念)에 잊지 않고 자각시키고자 하는 교육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거슬러 올라가면, 백장의 스승인 마조(馬祖, 709~788)도 이 방법을 활용하였다.
틱낫한 스님이 활용하는 종소리는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도 자신 내면의 소리를 자각하며, 화두나 사띠가 여일(如一)할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황벽이 배휴에게 ‘고승의 초상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그 고승을 보고 있는 자신의 존재 자각이 더 중요한 것임을 경책하는 것이다. 물론 마조와 백장이 제자들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충격요법으로 이름을 부른 것도 유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고, 이 글을 읽는 자는 누구인가?”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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