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크족의 만찬 참관기/ 이 령
암막이 드리워진 아웃백스테이크 집 창가에 앉아
모르는 그와 알 것도 같은 그녀의
익숙하지 않는 대화를 익숙한 척 엿듣고 있다
바닥에 가까운 인상을 가진 그가
바닥에 닿은 포크를 닦지도 않고 고기를 푹푹 찍어
울컥울컥 그의 표정을 타전하던 그녀에게 건 낸다
*자꾸만 당신의 눈을 봅니다
천국은 가장 비밀스러운 금기(禁忌),
이렇게 빨리 천국을 맛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Over and Over 라라무스크리의 음률이 흐르자
저 서러운 그늘들은 그들만의 비밀 성소(聖所)로 완성되고.
없는 신앙을 끌어 모아 나는 빛을 비춰주고 싶다
말로는 못다 할 어떠한 말로 저 성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어떠한 세간의 구설이 저 환하디 환한 만찬에 끼어들 수 있을까
그늘에 앉아 그늘을 오래 두고 본 이는 안다
빛에 노출된 시야는 점멸의 순간도 기억하기 때문에
간혹 빛을 벗어난 그늘에 대한용서가 가능하다는 걸.
*인생의 여름, 잎새는 황금색으로 바뀌어 가지만
우리 사랑은 영원해요
영원하지 않다는 걸 부정하기 위해
영원을 가장하며 깊어지는 그늘들, 사랑은,
어쩌면 세상의 빛은 신神이 보낸 가장 환한 그늘이다
*라라무스쿠리의 노래가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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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家系圖-제삿날에/ 이 령
절절하게 그리워하다 쓴 연서에
정인의 답장이 없다고 자살한 조상이 단 한 명도 없구나
이웃집 여인내를 탐해 담을 넘다
담장 밑 개에게 물려죽은
용감한 조상이 어쩌면 단 한명도 없구나
열다섯에 과부댁 홀로 독수공방하다
열여비 하사받은 고조할매 찬사에
종가마실 완장 찼던 내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들이여!
인류의 슬픔이란 슬픔은 모조리 그대들이 만든 삽짝울타리 안에서 창조된 것이라오
위대한 집구석은 그대들의 극악무도한 도덕성 안에서 구석을 키웠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