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보령 갈매못순교성지 관람
보령 오천항으로 들어가는 좁은 바다 연안에 긴 모래 해변이 있다. 오천면 영보리의 갈매못 해변이다. 옛사람들은 이곳 지형
을 일러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渴馬飮水形)'이라고 하여 갈마연(- - 淵)이라 했다 전한다. 그렇던 이곳이 오늘날은 천
주교 순교성지가 되었다. 평화로운 이 해변이 피로 물든 것은 지금부터 150여 년 전인 1866년 3월, 우리나라에 와 있던 프랑
스 인 안토니오 주교 등 다섯 분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형을 당하면서부터였다. 안토니오(1817~1866) 주교는 21년간 신리 공
소에서 사목 하면서 한국 천주교회사 사료 수집과 한불사전을 편찬하였었다. 당시는 고종 즉위 2년으로 쇄국정책을 펴던 흥
선 대원군이 어린 왕을 대신해 섭정을 하던 때, 그는 고종의 왕비 간택을 앞두고 있던 때라 한성에서 국사범(國事犯)을 처형
할 수 없게 되자 의금부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을 충청수영(忠淸水營)이 있던 이곳으로 압송하여 교수형도 아닌 참수형
으로 효수까지 하였다. 이후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은 전국에 걸쳐 극에 달하였고, 이곳 갈매못에서는 또다시 500여 명의 천
주교 신자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마르티노 위앵 루카 신부,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한국인 황석두
루카 회장, 장주기 요셉 회장 등 다섯 분은 이후 1984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의해 모두 성인품(聖人品)에 올랐다.
지난 10월 26일, 갈매못을 찾았다. 평화로운 보령 앞바다 유명한 대천해수욕장을 지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태안
반도 남단 안면도가 보령 앞 바를 지키고 있고, 보령항을 지나 천수만을 따라 올라가면 오천항으로 들어가는 좁은 바다가 광
천천 하구역을 향해 내륙 깊숙이 파고든다. 마치 해협 같은 좁은 바다 끝 안쪽에 오천항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조선의 충천수
영성이 있다. 충무의 경상 수영, 여수의 전라수영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수영이었던 충청수영은 천혜의 요새로 그 성곽 길이
만 해도 3,000m에 이른다. 옛날엔 하얀 모래 사구가 있었던 듯한 갈매못 해안은 지금은 잿빛 포도(鋪道)가 길게 이어지고 해
변은 마치 호안(湖岸) 같이 바닷물은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갈매못 모래밭을 매워 다진 성지에는 순교 당시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보기에도 끔찍한 효수대를 비롯한 순교터와
순교자들의 첫 매장지가 비석과 표석등으로 잘 보존되어 있고, 순교 기념관을 겸한 성당과 순교자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
십자가의 길 언덕에는 대성당이 세워져 있었다. 성당 안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순례객들 저마다 돌아보고 있었다. 대성당
아래 휴게소를 겸한 카페 뜨락에는 갖가지 꽃들과 함께 촛불 맨드라미도 피어 있었다. 바람에 몸을 흔드는 양은 영락없는 촛
불 같고, 마치 참수 때의 핏빛을 알기라도 하는 듯 선홍빛으로 피어선 곳곳에서 찾은 많은 순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촬영, 2024, 10, 26.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갈매못순교성지 정문
▼ 보령 오천면 영보리 앞바다 / 좁은 해협 바깥 서쪽에 안면도 있다.
▼ 영보리 해변 갈매못
▼ 갈매못 순교성지 입구
▼천주교 대전교구, 갈매못순교성지 정문
▼1866년 안토니오 주교 등 다섯 분이 참수형을 당한 순교터
▼당시 순교터에 세운 다섯 성인의 초상 비 - 1
▼ 당시 순교터에 세운 다섯 성인의 초상 비 - 2
▼ 당시 순교터에 세운 다섯 성인의 초상 비 - 3
▼다섯 분의 순교비
▼ 순교 후 최초의 시신 매장지 - 1
▼ 순교 후 최초의 시신 매장지 - 2
▼ 갈매못순교성지 기념관 겸 작은 성당 - 1
▼ 갈매못순교성지 기념관 겸 작은 성당 - 2
▼ 갈매못순교성지 기념관 겸 작은 성당 - 3
▼ 갈매못순교성지 기념관 겸 작은 성당 - 4
▼ 순교성인 안토니오 주교
▼ 순교성인 루카 신부
▼순교성인 베드로 신부
▼ 순교성인 황석두 루카 회장
▼ 순교성인 장주기 요셉 회장
▼순교 당시 참수형을 집행하는 회자수(劊子手. 망나니).
▼형 집행 후 효수(梟首)되신 다섯 성인
▼순교성지 대성당 가는 언덕길
▼ 다섯 성인 흉상 - 1
▼ 다섯 성인 흉상 - 2
▼순교성지 대성당 앞 야외석
▼ 대성당
▼대성당에서 본 갈매못 해안
▼갈매못과 천주교 순교 역사
▼갈매못 성지 앞바다
첫댓글 갈매못 순교성지를 별도로 포스팅한 덕분에
몽중루님의 시각에서 본 성지의
이모저모를 잘 감상했습니다.
주요해설이나 인물사진 등은 역시
캐논 오두막(5DM2)으로 담아야 반듯하게
보임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