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에는 임진왜란으로 불타기전 경복궁을 그린 조선전기의 불화가 전시되고 있다.
조선 성종이 왕세자의 탄생 기념으로 석가 탄생도를 그린 이야기
일본 후꾸오카 혼까꾸지에 전해지는 석가 탄생도.
임진왜란으로 불타기 전 경복궁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한 불화이다.
일본 큐슈 후쿠오카에는 혼카쿠지 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이 사찰에는 조선 전기에 그려진 소중한 불화 한 점이 소장되어 있다. 불화는 세로 145센티 가로 109센티의 비단천에 천연염료로 채색한 작품으로 보관상태가 너무 좋다.
조선 성종 1476년 제작되었다. 그때는 성종이 왕세자 연산군을 출산했을 때이다.
그림의 내용이나 당시 정황으로 볼 때 연산군 탄생 기념으로 왕궁 화가를 시켜 석가 탄생도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싯달태자의 탄생을 그린 불화이지만 성종의 아들 연산군의 탄신을 기념하는 불화이다.
조선 전기 왕비와 궁녀들의 복식을 볼 수 있는 귀한 불화이다. 성종 때 그려진 석가 탄생도는 월인석보의 팔상도를 모본으로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이 중요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작품의 구성이 월인석보의 도판을 배경으로 하여 구성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작품의 내용은 세종의 찬불가 월인천강지곡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싯달태자의 아버지 정반왕을 탱화의 발원자인 성종 자신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인도의 카필라성을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임진왜란 때 불타기 전의 경복궁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점이다.
석가 탄생도는 색채가 뚜렷하고 선명하여 최근에 그린 것처럼 불화 속의 내용이 그대로 전해진다.
불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종임금의 왕세자 탄신잔치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하늘에는 오색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그 사이로 천상의 신들과 용들이 하늘에서 붓다의 탄생을 축하하며 예경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문무백관이 붉은 비단옷과 의관을 정제하고 계단 밑에서 경배드리고 있다.
아버지 정반왕은 바로 성종 임금의 모습이다. 성종의 진영이 전해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작품은 성종의 진영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이다.
불화에는 정반왕으로 표기되었지만 실제 모델은 조선 성종이다.
성종의 어진을 복원할 수 있는 귀한 불화이다. 조선 왕의 복식과 12가지 문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뒷 벽면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같은 그림이 걸려있다.
정반왕의 등 뒤에 걸린 산수화는 7.5센티에 불과한 작은 화면에 섬세한 필치의 그림은 안견의 화풍과 일치한다.
칠보 수레를 이끄는 하늘 신령, 새로 생긴 네 개의 우물, 숱한 동물들의 출산 등 석가 탄생의 이적들이 월인천강지곡의 내용을 그대로 불화로 재현한 것이다.
초기 한글 불전이 조선 왕실의 애독서로 내려왔음을 알 수 있다.
성종은 12살에 즉위한 이래 왕실은 세자 출산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성종의 어머니 소혜왕후나 할머니 정혜왕후 등이 독실한 불교 후원자였음을 생각하면 석가탄생도의 비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산군 탄생을 석가의 탄생으로 경축했지만 연산군 즉위 후에 조선 불교는 최악의 폭정과 위기를 맞게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산군은 자기의 잘못을 질책하는 상소가 한글로 쓰인 것에 분개하여 수많은 한글 전적을 불태우기도 하였다.
사진 1번 조선 성종 1476년 제작된 석가탄생도이다.
사진 2번 경복궁 전각의 위치와 이름이다.
사진 3번 조선 성종의 모습을 정반왕으로 표현하였다.
사진 4번 왕세자의 탄생을 싯달태자의 탄생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