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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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8 11:41
33집 원고입니다
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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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오래 타는 불이다 울퉁불퉁한 몸이 연기도 불꽃도 없이 여러 날 제 몸을 태우고 있다 향이 진동한다 딱딱하고 무거운 돌 같은 열매가 꽃이었구나 여기저기 널린 수많은 돌들도 꽃일까 검게 변할수록 짙어지는 향 열매는 점 점 돌이 되고 만개하는 허공 붉게 노을이 번지고 코끝을 스치는 공기가 단단하다 거미 어두운 구석이 꼬물꼬물 깨어난다 소리도 무게도 다 흡수한 고요가 기어 나온다 후 불면 쓰러질 집에 후 불면 날아갈 몸 바람보다 가볍고 공기보다 투명한 속을 뽑아내고 있다 무슨 성자의 삶을 살아내는가 햇살이 걸리면 반짝 빛나기도 하는 집에서 혼처럼 없는 듯 살다 간다 애가 콩을 불렸다 원래대로 커진 몸 바짝 말려 두었다 원래대로 돌일 수 있는 일 사람은 안되는가 콩알 마다 박힌 당신 물에 담구면 어룽지는 얼굴 당신이 보고 싶을 땐 나를 보라 했던 말 콩 껍질 같은 말 소용없고 쓸모없어 아름답기만 한 스프링 흰 노루귀 피었다 귀중에 작은 귀 햇살 속으로 한껏 열어 놓았다 바람 쪽으로 한 참 딸려갔다 돌아왔다 귓속이 동굴 만해져 꽃잎을 여는 귀 솜털 간질이는 소리에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녀석들 이쯤이면 짐승 중에 짐승 뒷발로 차 올린 공중이 활짝 벌어졌다 풋, 풋 나무에 달린 것 보다 떨어진 것이 더 많은 적과(摘果) 웃는 듯 비웃는 듯 풋, 풋 떨어지는 어린 자두 골라내고 솎아 내고 바닥은 벌써 새파란 풋것으로 즐비한데 실한 것을 위해 약한 것을 버리는 일이라지만 왠지 시고 떫은 일 나를 위해 버려진 너를 보는 차마 면목 없는 일 봄비 뱃속에 애가 들어섰어 노모 내 귀에 속삭이는 말 귓속에 비가 내린다 가만 가만 온 몸을 적시는 비 속속들이 파고들어도 흘러넘치지 않게 새어 나가지 않게 뒤죽박죽 노모의 치매 세상 동생이었다가 언니였다가 죽은 사람도 다 살아 있어 비가 내린다 마른 솔잎 비비는 소리로 밥 뜸 들이는 소리로 속속들이 따갑게 뜨겁게 적시는 비 흔적 사냥은 짧고 빠르게 소리 없이 치열하게 사막이 한 순간 요동쳤다 공기가 파르르 떨렸다 잡아먹는 강자에게도 잡아 먹히는 약자에게도 견디기 가혹한 곳 적막이 덮이자 모래를 쥐어 짠 몇 방울의 독으로 사 억년 동안 살아남은 방울뱀이 천천히 움직였다 화상자국 같은 흔적을 바람이 스윽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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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집 원고입니다/ 서강
꽃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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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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