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의식화

[다나]

며칠 전, 한 외국인 남성과 쿤달리니증후군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는 5년 전 쯤부터 쿤달리니 현상으로 짐작되는 신체적, 심리적인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제 신혼생활을 갓 시작한 그는 쿤달리니 현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느끼면서 이러한 현상을 적절하게 컨트롤해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스승을 찾고 있었다. 그의 한국인 부인의 통역으로 2시간 이상 진행된 면담 후에, 나는 그에게 명상지도자 과정에 들어와서 요가와 명상을 배우면서 쿤달리니를 다스리는 법을 배울 것을 권하였다. 그는 본원과의 거리, 그리고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여 그룹 강의를 참여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어제, 그 남성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달부터 명상지도사 과정에 남편과 함께 참여하려고 하는데, 결정 내리기 전에 명상지도자클래스에 참관이 가능한지요?”

본인이 대표로 재직 중인 요가협회의 전문가 과정 규정으로는 요가명상지도사 과정은 3일전에 등록을 필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규정상 안 되며, 전에 그러한 사례도 없었다고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그녀는 당혹해 하면서 참관을 허락해 주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 나서 혼자 생각해보니 그들 부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너무 규정을 강조한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저녁 무렵,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협회규정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을 주장했네요. 선생님의 말씀대로 따르려고 합니다.”

때마침 후회하고 있던 차라서 나도 얼른 “아닙니다. 제가 두 분 부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너무 규정만을 내세웠네요. 원하시는 데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보냈다.

사실 참관 수업을 허용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회원 간의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 협회의 특성상, 일단 수업을 시작하면 서로 간에 긴밀한 상호관계를 맺게 된다. 만약 하루만 참관 수업을 하고 그 다음 주에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서 수강을 포기한다면 다른 수강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이유였다. 그러나 이 일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편리를 봐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뒤 늦게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서 오쇼 명상카드를 한 장 뽑아서 이 일에 대한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명상 카드는 ‘존재’의 카드가 뽑혔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어떤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존재의 깊은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무위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왜 무위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을까? 이제라도 괜찮다고 메시지를 보냈으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이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생각 속에서 이 일에 관하여는 명확한 판단이 내려졌고 이런 경우에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여야 할지에 대하여 내적으로 모두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일은 내게 있어서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나의 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밤에 잠을 자면서 꿈은 분명 아닌데, 의식의 한쪽이 풀리면서 밤새 이런 내면의 주장이 들렸다.

“그 분들이 등록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어, 낮선 그들이 두 명씩이나, 그것도 외국인까지 수업에 한번 참여 했다가 다음 주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많은 지장이 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돼!”

잠자는 동안에 나의 무의식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소리는 매우 강경해서 이미 대답해 버린 이 일을 다시 번복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상당히 고민하면서 잠을 잤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언제 그런 생각을 했나’ 할 정도로 그 번민의 기억이 희미해져 버렸다.

“별 일 아닌걸 뭐!”

그러나 아침에 출근하면서는 나는 간밤의 잠 속에서의 경험이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나에게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잠을 자면서 의식한 나의 생각과 깨어 있는 동안에 의식하는 나의 생각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구나? 깨어 있을 때,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은 무의식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 즉 억압일 수 있구나. 아! 이것이 내면의 부조화구나. 내가 자각하는 나와 무의식적인 내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의식된 생각과 무의식적인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 통합되지 않은 의식의 분열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의 내용을 자각하고 의식하는 내용과 일치시켜야 하는구나.

그렇게 알아차리고 나니 지난 세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어떤 제안을 받았을 때, 지나치게 강경하게 “안 됩니다!”라고 외치던 나 자신의 모습들이 굴비 꿰듯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던 상황들이 그렇게도 절대적으로 부정해야만 했던 상황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순간마다 나의 의식의 검증을 통해서 나왔다고 생각했던 “안 돼”하는 말들이 오히려 나의 무의식에 딱딱하게 굳어있는 역기능적인 신념들 ‘그런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라는 지시를 받으면서도 지성을 갖춘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오해하며, 반복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보이는 세계 이면에 통합되어 있는 본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이상으로 자유롭다. 훨씬 풍요롭고 훨씬 지성적이며, 훨씬 수용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의 근본에 닿아있지 못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짧고 긴 것을 맞추려 한다. 우리는 가장 멋진 내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통제한다. 그러나 아무리 조건에 결과를 맞추어 조절하려고 해도 자아의 통제는 무의식적인 조건화의 사슬에 잠겨있다. 이 조건화의 사슬을 풀어헤치고 본연의 나가 되어 존재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상호 소통과 물 흐르듯 순리에 맡기는 삶의 기술을 마스터하게 될 것이다. 내게 잠의 무의식에 접촉하여 분열된 자아를 확인하게 해준 나의 친애하는 내담자 부부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2015.2.13. 사단법인 한국요가명상협회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