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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7일 14:00-17:00
순천 너풀까페
앨리스, 인담(까치), 최이숙, 권혜린(맨발동무20년다큐감독)-맨발동무
자허-관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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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맨발동무도서관과 관옥나무도서관 달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읽으며 공부할 책 두권은 이렇습니다.
1.<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 도서문화재단씨앗 만듦/Libab
2.<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홍기빈 옮김/학고재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는 제목 그대로, 12-19세 중심의 공공도서관인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2005년 개관하여 올해 20년을 맞이하고 있고, 관옥나무도서관은 2013년 시작하여 13년째 접어 들고 있지요. 두 동무도서관은 새로운 눈으로 도서관을 볼 시점이라는 생각으로,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책은 <도넛 경제학>. 도서관 달공부를 하는데 무슨 경제학이냐?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두 동무도서관의 좋은 선배께서 적극 권하는 책이기도 하고, 지은이가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더라구요. 케이트 레이워스는 '도넛 경제학'을 발표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어요. 인류가 직면한 사회적, 생태적 도전을 해경하는데 꼭 필요한 경제적 사유를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는 사람입니다. <도넛 경제학>을 통하여 도서관의 '균형으로 찾아가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계'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를 시작합니다.
<도넛 경제학> 첫 장을 열면서부터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었어요. 우선 '경제학'의 '경'짜도 알 길 없는 도서관사람들이 모였잖아요? 그래서 첫시간에는 소리내어 함께 읽었습니다. 읽고서 아는 대로, 무슨 말인지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혼자 읽을 때는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것이 함께 읽으니 그나마 '이런 말인가?' '아, 그런 거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구요. 물론 잠시 뒤에는 다시 백지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재미도 났어요. 어려운 말들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4월달에는 공부방법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하기로 합니다.
읽고 요약해 와서 들려주기. 입니다. 바보 셋, 문수 지혜!
다음 공부시간이 기다려집니다.
함께 공부해서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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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읽고 요약한 부분을 남깁니다.
여는 글
누가 경제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가
2008년 10월, 위안 양은 경제학을 공부하러 옥스퍼드 대학교에 왔다.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인류의 미래를 염려했으며, 이 세상을 바꿔 보기로 굳게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되는 게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위안은 곧 좌절했다. 경제학 이론이, 그리고 그 이론을 증명하는 수학이 어처구니없게도 협소한 전제와 가정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위안이 질문할 때마다 교수들은 공불ㄹ 더 하면 자연히 통찰력이 생길 거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위안은 그러지 않았다. 2000년에는 파리의 경제학과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주류 이론만 가르치는 독닫넞인 교육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상상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선생들에게 외칩시다. 더 늦기 전에 어서 깨어나라고!’ 금융위기가 닥치자 위안과 학생들도 30여개국에서 80개가 넘는 학생 집단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출법시켰다. 이들은 2014년 공개서한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기를 맞은 것은 세계 경제만이 아닙니다.’
항의하는 학생 가운데 급진파는 반문화적인 전략을 동원해 권위와 무게를 과시하는 학술회의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2015냔 1월, 보스턴의 세러턴 호텔에서 전미경제학회 연례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성명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경제학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모든 대학의 권좌에서 우리는 당신들 늙은 염소들을 쫓아 낼 것이다. 그다음 다가올 몇 달, 몇 년 안에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가는 시한폭탄의 뇌관 제거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혁명의 성공 여부는 옛 사상이 거짓임을 폭로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연 새로운 사상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 책은 이런 도전을 받아들여, 21세기 경제학자답게 생각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내놓고자 한다.
21세기의 도전
‘경제학’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크세노폰이다. 가정을 뜻하는 ‘오이코스’와 지배 혹은 규범을 뜻하는 ‘노모스’를 결합해 살림살이 관리라는 말을 만든 것이다. 21세기의 우리는 지구의 살림살이를 이끌어줄 지혜로운 관리자가 필요하고, 그 관리자는 지구에 사는 모든 주민의 필요에 기꺼이 주의를 기울릴 줄 알아야 한다. 지난 60년간 인류의 안녕은 실로 괄목할 만큼 진전했다. 오늘날 신생아의 기대 수명은 71세에 이른다. 수백만명이 아직도 극도의 빈곤상태에서 살고 있다. 이런 빈곤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적 불안정성과 불평등이다. 이렇게 인간 세상이 극단으로 내몰렸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터전인 지구의 위기도 갈수록 심각해졌다. 이 속도로 간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성장 계획이란 것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과제를 추가할 것이다. 하루에 10-100달러를 지출하는 중산층은 현재 20억명에서 2030년이 되면 50억명으로 급속하게 불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건설 자재와 소비 제품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미래로의 여정을 앞둔 우리 인류에게는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할까?
경제학의 권위
이렇게 얽히고설킨 도전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경제학 이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맡을 거라는 점이다. 경제학이야말로 모든 공공정책의 모국어일 뿐 아니라 공공생활의 언어이며, 사회를 형성하는 세계관과 사고방식이다. 플로라 마이클스는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모든 것을 지배한 것이 바로 경제 이야기였다. 경제적 이념. 가치, 가정과 전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결정짓는다.’
이미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사고는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흔히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항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우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노벨상이 경제학에서 그 누구도 절대 가져서는 안되는 권위를 개인에게 수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경제학자의 영향력이 일반인, 즉 정치가, 언론인, 공직자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대륙의 들판과 숲에서 ‘자연자본’과 ‘생태계서비스’를 화폐가치로 계산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2050년 시민들이 배울 경제학 사고는 1950년대 교과서에 뿌리를 두고 있고, 게다가 이는 1850년 경제 이론에 근거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것이 21세게 본질임을 생각한다면 이는 재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20세게에는 획기적인 경제적 사유가 나타나기도 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사상투쟁이었다. 하지만 두 대표 사상가가 정반대 관점을 갖고 있음에도, 그 차이의 근원을 세밀히 따져보면 모두 이전 시대로부터 문제투성이의 가정과 전제, 흔한 맹점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1세기의 맥락에서는 잘못된 전제와 맹점 들을 분명히 드러내 경제학을 원점에서 다시 돌려봐야 한다.
경제학을 그만두다, 그리고 되돌아오다
나는 1980년대에 십 대를 보냈다. 1980년대가 끝날 무렵 나는 빈곤과 환경 파괴를 종식시키기 위해 옥스팜이나 그린피스 같은 조직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가 장착해야 할 최고의 무기는 경제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교로 갔다. 하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 이론은 나를 좌절시켰다. 졸업 이후 나는 경제학 이론으로부터 벗어나기로 했다. 대신 현실의 무수한 경제문제에 몰두했다.
나는 아프리카 잔지바르의 여러 촌락에서 ‘맨발의 혁신사업가들’과 함께 3년간 일했다. 그 다음에는 유엔이 매년 선보이는 대표작 ‘인간개발보고’집필팀으로 옮겨 유욕 맨해튼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4년을 보냈다. 이후 나의 오랜 꿈이었던 옥스팜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그다음에는 아이가 생겨 1년간 육아 휴가를 얻었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나는 경제학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을 자명하게 깨달았다, 왜냐하면 경제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결정하고 그토록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고방식마저 결정하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다시 경제학으로 돌아가 경제학을 아예 뒤집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오랫동안 굳건하게 확립된 경제학 이론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 인류의 장기 목표를 세우고 새롭게 경제학을 시작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 목적을 이뤄 줄 경제적 사고방식을 만들어나간다면? 나는 그 목적들을 나타내려고 그림을 그렸다. 참으로 한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도넛처럼 생겼다. 다음 장에 전체 그림을 그렸지만 본질만 말하자면 동심원 한 쌍이다. 안쪽 고리는 사회적 기초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 안으로 떨어지면 기아와 문맹같은 심각한 인간성 박탈상태가 벌어진다. 그리고 바깥쪽 고리는 생태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밖으로 뛰쳐나가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 치명적인 환경 위기가 닥친다. 두 고리 사이에 도넛이 있으니, 이 공간이야말로 지구가 베푸는 한계 안에서 만인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역이다.
이 이미지를 염두에 두면 아주 절박한 다음 질문으로 곧장 들어가게 된다. ‘만약 21세기 인류의 목표가 이 도넛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 줄 가능성이 가장 놓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무엇인가? 이 도넛을 손에 쥔 채, 나는 오로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낡은 경제학 교과서는 무시했다. 열린 마음을 가진 대학생, 진보적인 사업가, 혁신적인 학자, 가장 앞서가는 실천가 들을 만나 그들의 새로운 경제적 사고방식을 추적했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발견한 핵심 지혜와 통찰을 한데 모은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트플러는 말했다. ’학생들은 낡은 생각을 어떻게 버릴지, 언제, 어떻게 그것을 대치할지 배워야 한다.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그리고 다시 배우는 방법을...‘ 지금이야말로 여지껏 배운 경제학의 기본들을 전부 머리에서 털어내고 새로이 배울 최적기다.
그림의 힘
21세기에 우리가 공유할 경제적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 역사상 가장 큰 힘을 발휘한 이야기는 항상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만약 경제학을 다시 쓰고 싶다면 경제학의 그림도 새로 그려야 한다.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 시작해 런던 지하철 지도에 이르기까지, 이미지, 도해 도표 등은 항상 인류의 서사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두뇌는 눈에 보이는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 버거는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는 이미 뛰어난 관찰자로 태어났다. 시작 판별 전문가인 리넬 버마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말하는 단어, 개념, 아이디어는 이미지와 연결되지 못하면 한 귀로 들어와서 두뇌를 휭 돈 뒤 다른 귀로 나가버린다. 언어는 단기 기억으로 처리되며, 여기서 우리가 붙잡아둘 수 있는 정보는 고작 일곱 조각 정도다, ....하지만 이미지는 장기 기억으로 바로 들어가 지워지지 않고 새겨진다.’ 그림 한 장의 가치가 1,000단어와 같다는 옛말이 참말인 셈이다. 세계 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이마고 문디는 기원전 6세게 페르시아 사람들이 점토판에 새긴 그림이다. 1837년 찰스 다윈은 처음 현장 연구에서 공책에 불규칙적으로 가지를 뻗은 나무 형상 다이어그램을 작게 그리고 그 위에 ‘내 생각에는’이라고 적었다. 훗날 <종의 기워>으로 발전할 핵심 아이디어를 그때 이미 포착했던 것이다.
마음의 눈에 한번 달라붙은 그림은 말없이 우리의 세계관을 바꿔놓는다. 행성의 운동을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야 용기를 내 출간한 것이 바로 그림 한 장이었다는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우리 태양계를 그린 코페르니쿠스의 그림은 사고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카톨릭 교회의 교리를 무너뜨리고, 교황의 권력을 위협하고, 우주와 우주 안 인류의 위치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그린 그림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결정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을 결정한다.
경제학에서 이미지의 역할:숨겨진 역사
경제학을 창시한 이들 중 다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했다. 1758년 프랑스 경제학자 프랑수아 케네, 1780년대에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윌리엄 플레이페어,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 등등.
20세게 후반에 이미지를 경제사상의 중심에 박아넣은 이는 폴 새뮤얼슨이었다. 방정식과 다이어그램을 경제학 이론과 교수법에 사용하는데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욱 결정적인 건 그가 방정식이 적합한 청중과 다이어그램이 적합한 청중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방정식은 전문가에게, 그림은 대중에게 맞다는 것이다. 새무얼슨은 학과장 프리먼의 말 ‘학생들이 경제학에 진저를 낸다네....자네가 새로 만든다면 지금에 비하면 엄청난 개선일 테니까’ 새뮤얼슨은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인쇄기술이 없던 중세 유럽, 카톨릭 교회는 교리를 전파하는데 사뭇 다른 두 가지 방법을 썼다. 우선 학식 있는 소수 수도승, 사제, 신학자 등은 라틴어 성경을 한줄 한줄 베껴 쓰며 읽게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글을 못 읽는 대중은 성경이야기를 그림으로 배웠다. 성경 그림은 프레스코로 교회 벽을 채웠고 스테인글라스 창문으로 반짝였다. 매스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서는 대성공으로 판명된 바다. 새뮤얼슨은 영리했다. 전문가가 사용하는 방정식은 밀어두고, 다이어그램, 그래프, 차트를 전폭적으로 사용했다. 이것은 후에 새뮤얼슨의 가장 유명한 다이어그램-이른바 ‘경제순화모델’로 진화하며, 파이프 배관을 따라 흐르는 물에 비유해 표현했다. 곧 미국 전역에서 모든 대학교수가 <경제학>을 교과서로 채택했고, 금세 세계로 퍼져나갔다.
벗어나기 위한 기나긴 몸부림
마음속에 자리 잡은 낡은 모델들을 떨쳐버린다는 건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나서는데도 조심할 점들이 있다. 첫째, 철학자 알프레트 코집스키가 말한 ‘지도는 땅이 아니다’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 둘째, 분석 이전 단계에서 이미 올바른 시야를 확보한다든가, 유일 진리의 패러다임을 얻는다든가, 완벽한 틀을 마련하는 등의 일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 그렇게 하려 해서도 안된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이미 어딘가에 있는 완벽한 틀을 발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옛날 틀을 논박해 무너뜨리려면 설득력 있는 대안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레이코프는 정치와 경제 논쟁에서 언어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래도록 환기시켜왔다. 미국의 보수파가 널리 사용하는 ‘세금 덜어주기’라는 말을 예로 들었다. ‘세금 덜어주기 결사반대’는 그럴수록 세금은 고통이며 짐이라는 생각 틀만 더욱 공고히 할뿐이다. 간명한 단어 두 개로 자기들의 관점을 압축하고 상대방에 맞서야 한다. ‘조세 정의’라는 틀. 이 말은 공동체, 공정성, 투명성 등의 개념을 환기시킨다.
이 책에서는 논쟁에서 ‘그림’틀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밝혀내고 이 그림들을 21세기 경제적 사유를 변환하는데 사용하려 한다. 나는 시각적인 틀이 언어의 틀과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 지적 자신이 될 때가 종종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21세기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일곱 가지 방법
하지만 그저 비판만 할 때는 지났다. 이제부터 우리를 이끌어갈 필수 원칙들을 포착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첫째, 목표를 바꿔라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지구의 한계 안에서 모든 개개인의 인간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목표 말이다. 이제 할 일은 인류를 이 도넛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으로 데려올 지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창출하는 일이다. 이제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번영할지를 찾아야 할 때다.
둘째, 큰 그림을 보라.
사회 안, 또 자연 안에 포함되어 태양을 동력으로 돌아가는 경제 그림을 새로운 그림은 새로운 서사를 불러온다. 시장의 힘, 동반자로서의 국자, 가계의 핵심적인 역할, 또 코먼스의 창의성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코먼스: ‘공유지’혹은 ‘공유재’로 번역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두가 모두 적절치 않기에 더 좋은 말이 생길 때가지 원어를 그대로 쓰는 고충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이유는 첫재, 코먼서는 비록 전통사회에서 공유지를 뜻할 때가 많긴 했지만 결코 토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각정 유무현 자원을 두루 포괄한다. 둘째, ‘공유재’는 소유 대상물에만 관심을 집중시켜서 정작 중요한 코먼스의 사회적 관계와 과정 즉 ‘코머닝’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셋째, 인간 본성을 피어나게 하라.
새로운 초상화의 밑그림에서 우리는 사회적이고, 상호 의존적이며, 정확하게 계산하기보다는 근삿값에 근거해 행동하고, 신봉하는 가치도 유동적이고, 우리가 속한 생명 세계에 의존하는 존재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도넛의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공간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인간 본성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시스템의 지혜를 배워라
이제 경제를 무슨 단추나 레버 몇 개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기계로 보고 그 단추를 찾아 헤매고 다니는 짓은 그만둘 때다. 대신 경제를 영속적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복잡계로 보아 돌보고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분배를 설계하라
불평등 문제가 개선되려면 그 전에 먼저 더 악화되는 국면을 거쳐야 하지만, 경제 성장을 거친 뒤에는 결국 다 개선될 거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불평등은 경제 논리에서 필연적인 게 아니라 설계 오류로 인한 결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세기 경제학자들은 경제에서 생겨나는 가치가 더 잘 분배되도록 설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며 이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 ‘플로들의 네트워크’다. 소득 재분배에 그치지 않고 부를 재분배하는 여러 방법, 특히 토지, 기업, 기술, 지식, 화폐 창출 권력 등을 통제하는 데 깃들어 있는 부와 재산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여섯째, 재생하라
21세기에 필요한 경제학적 사로는 선형이 아니라 순환형 경제를 창출하게 해 주는 사고, 나아가 인간이 지구의 생명순환 과정에 온전히 참여하도록 회복시켜줄 재생적인 설계를 풍부하게 내놓는 사고다.
일곱째,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경제학 이론에는 너무나 위험해 실제로는 한번도 그려진 적이 없는 다이어그램이 하나 있다. GDP 성장의 장기경로 그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가 성장하든 말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경제다. 관점을 이렇게 근본적으로 뒤집으면 우리는 금융,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성장에 중독된 지금의 경제를 성장 맹신으로부터 해방시킬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이 21세기가 요구하는 경제학에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마련하는 초석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 원리들은 새로운 경제사상가에게 모두의 삶이 피어나는 경제를 만드는 도구가 되어 줄 것이며,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경제학자로서의 본성 역시 같은 방향으로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제대로 해내야만 하는 일은 지금 출현하는 여러 사유 중 최상의 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경제학의 사고방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결코 끝나는 법 없이 계속 진보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다음 세대의 경제학을 생각하는 이들의 임무는 이 일곱 가지 사고방식을 실천 속에서 결합시켜나가는 것, 그리고 일곱가지 외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더 많이 착아내 추가하는 것이다.
자, 배가 떠나려한다. 서둘러 승선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