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4월 22일(금)*
▲봄날은 간다.
◼귀룽나무꽃 이야기
◼봄날은 간다.
◀장사익☓최백호
◀오정해☓박창근
◀린
◀주현미
◀한영애
◀이선희
◉텃골의 명품 귀룽나무가
15m 정도 높이의 위에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흰 꽃을 매달고 바람에 흔들리는
윗부분의 모습이
마치 일렁이는 구름 같습니다.
북한에서 ‘구름 나무’라
부르는 이유를 알만합니다.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지만
벌써 상큼한 향기가 산골동네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며칠 안에 꽃이 만개하면
동네는 귀룽나무꽃 향기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만큼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은은하고 매혹적인 향기입니다.
좋은 향기에 좋은 꽃이 가득하니
지금부터 주변의 벌들이
바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불리던 이름은
구룡목(九龍木)이었습니다.
나무의 형상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아름입니다.
굳이 아홉 마리가 된 건
불교 설화와 관계있는 듯합니다.
아무튼 구룡 나무란 말이 변해서
지금의 귀룽나무가 됐습니다, ,
잎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생강나무, 산수유 등은
봄에 꽃부터 피워 봄을 알리지만
귀룽나무는 연두색 잎부터 재빨리
돋아나도록 해서 봄을 알립니다.
그래서 상록수를 제외하고는
봄에 가장 먼저 녹색을 갖추는
나무입니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밑으로 쳐지면서
포도송이처럼 달립니다.
같은 길이로 어긋나게 갈라진
꽃대가 나와서 그 끝마다
꽃이 달립니다.
그 모양을 총상꽃차례라고 부릅니다.
우산 모양을 한 거대한 나무가
가지마다 촘촘히 꽃을 달고 나서
장관을 이룹니다.
용이 꿈틀대는 모습으로 보고
이름 붙일 만합니다.
◉귀룽나무는 버드나무처럼
물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동네 텃골에서도
하나산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개울가에 몇 그루 자리 잡았습니다.
습기만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음지서도 잘 자라고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꺼떡 없습니다.
공해에도 잘 견디니 성격 좋은
나무가 분명합니다.
잎이나 열매 모두 식재로,
약재로 유용한 나무입니다
◉게다가 나쁜 기운을 몰아 내주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당극 등에서 귀룽나무 가지가
그런 용도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신목(神木)에 버금가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 왔습니다.
궁궐이나 사찰에서 이 나무를
많이 심었던 이유입니다.
창덕궁과 창경궁 같은 궁궐과
북한산 태고사, 치악산 구룡사
같은 사찰에서 이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넓은 터에 새로 나무를
심을 일이 있으면
추천해줄 만한 귀룽나무입니다.
◉봄이 절정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 만한 친구들은 대부분 도착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봄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하나둘씩 떠나가는
친구도 물론 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습니다.
지금 화려한 친구들도
조만간 떠나가면서
봄날이 흘러갈 것입니다.
절정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덧없음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가는 봄을 생각하며
‘봄날은 간다’를 올해도 듣습니다.
◉한 잡지가 시인 백 명에게
좋아하는 노랫말을 물었습니다,
1위는 ‘봄날은 간다’였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가는 .
1953년에 나온 노래가
거의 8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온 것을 보면
노랫말도 멜로디도 한국인들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매년 봄이면 한 번 이상
듣고 지나갑니다.
커버한 가수만 줄잡아
50명을 넘습니다.
◉백설희의 원곡을
커버한 가수 가운데
‘봄날은 간다’의 거장은
역시 최백호와 장사익입니다.
두 사람 모두 일흔이 넘었습니다.
장사익이 한 살 많은
사실상 동년배입니다.
이들은 50년 내공을 바탕으로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슬픔을 끌어올려
정한을 뿌립니다.
그래서 소리 하나하나에
혼이 담겨 있습니다.
◉두 거장이 함께 만나 꾸마는
귀중한 무대가 지난 2월
마련됐습니다.
음악 동반자이지만
한 무대에 선 것은 처음입니다.
두 사람 모두 ‘봄날은 간다’의
레전드입니다.
그 만남이 어떤 감동으로
이어지는지,
‘불후의 명곡’ 듀엣 무대입니다.
https://youtu.be/uTFsVXsgvf8
◉시인들이 가장 좋아할 정도로
생명이 긴 노랫말은
작사가 손로원의 작품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글을 접은 대신
그림 그리며 방랑 생활을 했던
기인 손로원입니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강원도 철원에서 농사를 짓던
어머니는 방랑 생활을 하는
아들을 안타까워하며
아들이 결혼하면 19살 시집올 때
가져온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는다는 소원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합니다.
◉1945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953년 부산역 대화재 때
판잣집 단칸방에 간직해온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은
어머니 사진마저 잃었습니다.
불효를 자책하던 손로원은
연분홍색 치마를 입고
봄속을 걸어오는
어머니를 떠올라며
노랫말을 썼습니다.
여기에 박시춘이 곡을 붙이면서
‘봄날은 간다’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가 됐습니다.
‘서편제’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꾼 오정해와
국민가수 오디션에서 우승한
박창근이 꾸미는 듀엣 무대로
만나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https://youtu.be/msOom8x1nBY
◉봄꽃들 속에서
보내는 봄날을 린의 애절한
감성으로 만나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꽃들은
지금 대부분 만날 수 있는
봄꽃들입니다.
그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노란 붓꽃 아이리스,
다양한 모습으로 땅에 엎드린
여러 제비꽃,
그 옆에서 친구 하는 양지꽃,
할미꽃과 유채꽃과 벚꽃에
연꽃까지 등장합니다.
연꽃은 아직 때가 이르지만
다른 봄꽃들은 봄날이 가면서
함께 데려갈 친구들입니다.
https://youtu.be/KDB5i3aLqAU
◉원곡을 부른 백설희는
지난 2010년 83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해 트롯 가수 주현미가
백설희의 정서를 담아
별 기교 없이 부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광석의 잔잔하지만 힘있는
기타반주에 얹은
주현미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pcSV1U3QpLg
◉작사가 손로원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많은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물방아 도는 내력’, ‘귀국선’,
‘비 내리는 호남선’ 등아
그의 작품입니다.
‘인도의 향불’, ‘샌프란시스코’등
세계 자도를 펴놓고 만든
이국적인 노래 대부분이
그의 작품입니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검정 점퍼를 입고다니면서
‘막걸리 대장’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만년을 보내던 부산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62살 때
세상과 이별합니다.
◉앞서 주현미가 소개했던
한영애 표 ‘봄날은 간다’입니다,
트롯과 블루스의 리듬을
버무렸습니다.
특히 전반부에서부터 퍼커션으로 ㅡ
고전적인 이미지를 털어냈습니다.
한영애 특유의 목소리로
만들어낸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커버곡입니다.
https://youtu.be/NG1_E3HQVkc
◉가수 이선희가 지난 2015년 ‘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일 교민들에게 보내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광부, 간호사로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살아온 그들은
이제 대부분 노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봄날은 간다‘가
주는 느낌은 각별할 것입니다.
타국에서 보내는 봄날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선희의
노래입니다.
성우 김세원의 나레이션까지
들어있는 이 버전은
지난해 봄 소개했었지만
다시 들어보려고 소환했습니다.
https://youtu.be/DAWSknWUPig
◉4월을 일주일 남겨 놓은
주말이 옵니다,
아침은 다소 쌀쌀하지만
낮엔 벌써 초여름입니다.
봄날이 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오는가 하더니
이내 가고 있는 봄날이고
4월입니다.
사실상의 4월 마지막 주말에
뭘 할 것이지
생각해 둬야겠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