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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 싸움의 심리학>
동생을 돌봐주는 착한 언니, 오빠만 있으면 울음을 뚝 그치는 여동생은 엄마 아빠의 꿈인 걸까? 시도 때도 없이 때리고 할퀴고 대들고 때론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두 아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우애 좋은 형제•자매•남매 간을 꿈꾸는 부모를 위한 아이 싸움의 심리 연구.
혼자 있을 땐 심심하고 외롭지만, 같이 있으면 괜히 귀찮고 얄미운 존재, 이름 하여 형제(이하 자매와 남매 포함). 세상엔 죽이 잘 맞는 형제도 있지만 대개는 어릴 때부터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크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제의 타고난 숙명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며, 장난감 하나도 서로 양보하며 사이좋게 나눠 쓰고, 서로를 돌봐줘야 한다는 것. 즉, 무엇이든 ‘공유’해야 하는 사이다. 누구의 몫인지 딱 정해지지 않은 것을 차지하려는 사람이 둘 이상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쌍둥이를 제외하곤 보통 형제는 연령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연령 차는 싸움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령에 따라 신체적•인지적 능력 차이가 생기는 등 힘의 불균형으로 다투는 것. 따라서 형제간의 갈등은 형제 관계의 일부분이며 결코 피할 수 없다. 이 밖에도 형제 싸움의 원인은 다양하다.
1. 부모의 차별적 태도
형제는 부모와 공간, 물건 등 꽤 많은 것을 공유해야 한다. 아이는 이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경쟁하다 보니 부모가 자신이나 형제를 대하는 사소한 행동과 태도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작은 차이도 금세 알아채고 질투하는 것. 따라서 부모의 작은 행동 하나가 형제 싸움의 도화선이 될 때가 많다.
2. 형제가 싸울 때 부모의 반응
아이들 사이의 갈등에 대응하는 부모의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설득시키며 중재자로 나서고, 또 다른 부모는 갈등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을 강요하는 역할을 하며, 아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부모도 있다. 최악의 부모는 강한 억압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 이때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간다. 또 부모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을 때 아이는 싸움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하고, 부모가 명확한 규범에 따라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일 때 갈등이 감소한다.
3. 형제간의 연령 차
연령 차는 형제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형제의 연령 차가 적은 경우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해 서로를 잘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해 싸움을 별로 안 할 것 같지만, 흥미가 비슷하며 친구나 동료처럼 상호작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도 같아 갈등과 경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특히 형제간 연령 차가 두살 이하인 경우가 네살 이상 차이 나는 형제에 비해 더욱 말다툼이 잦으며, 공격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반면 연령 차가 클수록 형제간에 애정을 보이는 행동을 한다.
4. 출생 순위
형제 중 첫째가 둘째를 자주 때리고 장난감을 빼앗는 등 공격적 행동을 먼저 시작하며, 둘째는 첫째의 공격에 저항하기보다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첫째가 둘째에 비해 더 자주 싸움을 시작한다고 본다.
5. 각자의 기질
기질 역시 형제 갈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 기질이란 개인의 성격을 결정짓는 심리적 특성을 일컫는 말로, 보통 활동적이고 성격이 강하며 융통성 없는 까다로운 아이가 갈등을 많이 겪는다. 그러나 형제 갈등의 문제에서는 개인의 기질보다 부모와 자녀 관계, 형제 관계에서 각각의 기질이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형제 모두 성격이 강하고 융통성이 없다면 한치의 양보 없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다 결국 갈등 상황으로 내몰린다. 반면 한명은 까다로운 기질이나 다른 한 명이 순하고 융통성 있다면 갈등 상황에서도 순한 기질을 가진 쪽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상황이 평화롭게 해결된다.
형제 갈등이 그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갈등이란 단어가 내포하는 뜻은 부정적이지만, 형제 관계에서의 싸움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므로,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만 할 수 없다. 생각보다 형제간의 갈등이 주는 긍정적 영향도 많다.
1.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
어떤 경우든 갈등을 겪는 이유는 각자의 생각이나 입장이 달라 의견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제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을 겪으며 자신과 상대방의 욕구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또 갈등 상황에 부딪혔을 때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다른 자신의 욕구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경험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지름길이기도 하며, 자아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2. 갈등 해결법을 배운다
형제와 여러차례 갈등을 겪으면서 각자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기 마련. 이런 과정을 통해 떼쓰거나 소리 지르기, 때리기 등의 방법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처럼 갈등을 해결하면서 감정적 방법보다는 협상이나 타협 등 이성적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형제와 경험한 이 같은 갈등 상황과 갈등 해결법은 사회에 나가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긍정적 대인 관계를 형성한다
형제간의 상호작용은 가까운 친구를 형성하는 사회적 이해관계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기술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겪은 형제간 갈등을 토대로 가족 외에 다른 사회적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자연스레 학습해 친구와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때문에 형제가 있는 아이가 형제가 없는 아이에 비해 친구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다.
1. 형제 싸움
남자아이 사이에서는 단순한 일도 말싸움보다 주먹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부모도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는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 또 아이가 싸운다는 이유로 매를 드는 행위 역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이므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제는 싸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서열을 알고 양보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때마다 부모가 나서 중재할 필요는 없다. 또 형제간의 경쟁을 부추기거나 비교하는 행동과 말을 해서도 안 된다. 두 아이가 함께 있을 땐 모두에게 똑같이 칭찬한다.
형제 키울 때 중요한 원칙은 양보와 복종을 강요하지 않는 것. 보통 형이라는 이유로 동생에게 양보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런 말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동생 역시 항상 형 말을 잘 들으라는 말을 듣다 보니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싸울 일이 더 많아지고 점차 사이도 나빠진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에게 양보와 복종을 강요하지 말고 두 아이 모두 공평하게 대한다. 아이를 혼낼 때도 마찬가지다. 형이 동생을 때렸을 때 상황을 묻지도 않고 형만 다그친다거나, 동생을 나무라는 것은 금물. 아이가 싸웠을 땐 두 아이 모두에게 싸운 이유를 들어본 후 똑같이 주의를 준다. 다만 형과 동생의 우위를 구별해야 하는 상황은 명확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2. 자매의 싸움
여자아이는 서로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것이 싸움의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남자아이에 비해 조용하고 덜 활동적이므로 폭력적으로 싸우거나 뛰어다니며 노는 일이 적지만, 시샘과 질투가 훨씬 심해 엄마 아빠를 자기편으로 만들거나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서로 고자질하거나 상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또 자매의 경우 동생은 어릴 때부터 언니가 입던 옷, 언니가 갖고 놀던 장난감 등 모든 것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예쁜 것의 개념이 생기면 자매끼리 싸우는 일이 더욱 잦아진다. 따라서 비싼 물건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사주고, 값비싼 물건이라면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구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대체로 자매는 형제나 남매에 비해 사이 좋은 경우가 더 많다.
3. 남매의 싸움
첫째 아이가 남자고 둘째가 여자아이인 경우 오빠는 신체적 우월감을 무기로 동생을 괴롭히곤 한다. 자신이 우월감을 느끼는 만큼 동생의 복종을 기대하며, 동생이 이에 상응하지 않을 땐 공격적 모습을 보인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은 옳지 않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 오빠의 공격적 태도로 동생은 오빠에 대한 피해 의식을 갖기 쉽고, 힘으로 오빠를 제압할 수 없으니 약을 올리거나 비꼬며 말로 공격하기도 한다. 따라서 큰아이에겐 동생을 대할 때 힘보다는 칭찬으로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평소 동생에게 예쁘다는 표현을 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준다. 반대로 누나를 힘으로 제압하는 남동생도 있다.
이때 역시 동생에게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옳지 않은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또 동생에게 누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임을 인식시키며 신체적 우월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어떤 경우든 두 아이에게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의 성장이 빠르고 애교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사랑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남동생이나 오빠는 비교 대상이 되어 자주 주눅이 들고, 이 때문에 여자 형제를 더욱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언제나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남매 모두 똑같이 사랑한다는 점을 자주 표현해줄 것.
1. 경쟁과 비교는 금물
아이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평소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고친답시고 자주 하는 말 중 "누가 양치질을 빨리할까?", "누가 더 빨리 옷 입나 보자"등은 아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말이다. 따라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경쟁 대신 협동심을 기르도록 한다. 더불어 "왜 누나처럼 공부를 못하니?" 같이 서로를 비교하는 식의 말을 해서는 안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2. 아이의 고유한 장점과 차이점 키워주기
아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은 형제자매 간의 경쟁을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다른 형제와 구별되는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한 아이가 미술에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아이에겐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선물하고 미술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한다. 각자 타고난 능력을 키우며 자신을 뽐내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러면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3. 사생활 보장하기
형제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면 잠시나마 자신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형제자매가 방을 같이 쓰고 있다면 옷장이나 책상은 따로 쓰게 하거나, 공간을 반으로 나눠 사용하게 해도 좋다.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책꽂이, 정리함, 장난감 상자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서로의 놀이 시간이 겹치지 않게 아이들의 일과를 다르게 구성해준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 갈등상황을 최소화해준다.
4. 협력할 땐 칭찬하기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했을 땐 엄마 아빠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부모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줄 때 아이는 칭찬을 받기 위해 바른 행동을 반복하며 강화한다.
5. 중립 유지하기
아이 싸움에 부모가 개입할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건 아이들이 싸움을 하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 때 조언을 해주는 정도는 괜찮다.
6.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싸움이 일어나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어준다. 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 아이가 말을 할 때 다른 아이는 그 말을 집중해서 듣도록 미리 일러둔다. 이때 아이의 말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모든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말이 다 끝난 뒤엔 부모가 아이들 각자의 관점을 정리해주며 아이 말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런 다음 싸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아이들이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규칙을 함께 만들어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출처 : 네이버 라이프 메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