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出(불출)
-변계량(卞季良, 1369~1430) 조선 전기의 문신. 자: 거경(巨卿). 호: 춘정(春亭). 시호: 문숙(文肅). 1385년(고려 11)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다. 1407년(태종 7) 문과 중시에 급제하여 당상관에 오르고 예조우참의가 되었다. 1420년 집현전 대제학이 되었고, 1426년 우군도총제부판사가 되었다. 특히 문장에 뛰어났으며 《태조실록》 편찬과 《고려사》 개수에 참여하였고, 기자묘의 비문을 지었다.
幽意自多愜 유의자다협
竟無賓客來 경무빈객래
酒杯浮蟻嫰 주배부의눈
花朶近人開 화타근인개
試筆添詩藁 시필첨시고
移牀掃石苔 이상소석태
數旬仍不出 삭순잉불출
冠帶暗生埃 관대암생애
그윽한 뜻 스스로 꽤 흡족하니
결국 오는 손님이 없네
술잔에 떠도는 술지게미 곱고
꽃송이는 가까이서 피었네
붓을 시험 삼아 시의 초고에 더하고
평상을 옮겨 돌이끼를 쓸어보네
여러 날 여전히 나가지 않으니
갓과 띠에는 몰래 먼지가 쌓였네
自多愜 (자다협): 스스로 흡족하다, 竟 (경): 뜻밖에, 마침내, 결국.
浮蟻 (부의): 술 위에 떠 있는 술지게미. 嫰 (눈): 어리다, 곱다
花朶 (화타): 꽃송이 詩藁 (시고): 시의 초고,
數旬 (삭순): 여러 날. 暗生 (암생): 몰래 생기다,
埃 (애): 먼지.
변계량은 여말선초의 뛰어난 문장가이자 학자다. 이 시는 은거하며 홀로 지내는 봄날의 한가롭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그리고 있다. 외부와의 교류는 끊겼지만, 자연 속에서 술을 즐기고 꽃을 감상하며 시를 짓고 주변을 정리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얻고 있다. 그의 은둔 생활이 길어 오랫동안 외출하지 않으니 갓과 띠에 먼지가 쌓인 모습은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하다. 정적이고 소박한 삶의 모습이 오히려 운치 있어 보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