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뿌리를 찾아서＞ 담양 전씨 경은 문원공 후손 미포마을 세거

[해운대라이프]

해운대의 뿌리를 찾아서

담양 전씨 경은 문원공 후손 미포마을 세거

미포는 해운대 동남쪽에 위치한 와우산 자락의 포구이다. 와우산은 장산에서 내려다보면 누워 있는 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소의 꼬리에 해당하는 갯가라 하여 ‘미포(尾浦)’불렸다. 미포마을의 형성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인동 장씨 남산파 후손이 살고 있었으며 임진왜란을 전후해 파평 윤씨, 경주 김씨, 담양 전씨, 달성 서씨, 함안 조씨가 입향하였다. 

미포마을은 미포오거리에서 동해남부선 폐선 아래 자리 잡은 해안마을이다. 마을 북동쪽으로 달맞이길이 지나가고 마을 남동쪽으로 해운칠포의 하나인 미포항이 있고 그 주변으로 횟집 50여 군데가 자리한다. 그리고 해운대 앞바다를 지나 동백섬, 오륙도를 돌아오는 해운대 관광유람선 선착장이 있으며 오륙도 어장에서 갓 잡아 온 어류 해산물 직거래장터가 새벽녘에 열린다. 

이 마을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이 있다. 3대마다 소가 한 번씩 꼬리를 털어 버리기 때문에 3대 부자가 없고 망하는 가문이 발생해서 3대가 되기 전에 다른 곳으로 떠나야 재물과 가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이다. 이는 올 한 해, 다음 해도 고기가 잘 잡힌다 하여 그 다음 해도 고기가 잘 잡힌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욕심을 부려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교훈이다.

경은파 문중총무 전상용 선생 (해운대초 27회)

마을은 조선 후기 동래군 동하면에 속하였고 1914년 남면 중동리 미포마을이 되었다. 1980년 해운대출장소가 해운대구로 승격되면서 중동 미포마을이 되었다. 미포마을에 입향하여 세거한 담양 전씨는 경은 문원공의 후손이다. 이 마을에 언제부터 기촌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영(중동 산 120번지)에는 5분의 선조 묘가 있다. 20세 전익원(田益源, 1704~1765) 선조 대의 묘로 추론한다. 문중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첫째 일요일 추향제를 지낸다.

담양 전씨 시조는 전득시(田得時)이다. 그는 고려 의종 때(서기 1155년) 문과시에 장원급제하여 좌복야(左僕射)와 참지정사(參知政事)를 지내고, 시호는 충원공(忠元公)이며 담양군(潭陽君)에 봉군(封君) 되었다. 이후 7세에 이르러 녹생(祿生), 귀생(貴生), 조생(祖生) 3형제가 나왔는데, 이들이 여말 선비로서의 정절을 지킨 유명한 삼은(三隱)선생으로 각각 그 호가 야은, 뇌은, 경은이다. 오늘날 셋째 경은(耕隱)의 자손이 번성하여 문중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증동 산 120번지 담양 전씨 경은 문원공 선영

야은은 간신 이인임 등의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하는 충의의 인물이었고, 뇌은은 두문동 72현 중의 한 분으로 절의의 인물이었으며, 경은(耕隱) 전조생(田祖生, 1318~1355)은 고려 충혜왕 때 어린 두 왕자의 스승이었으며, 계자시와 경학문(警學文)을 지었고 당대의 문장가였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송죽을 벗 삼았다. 그는 고려가 망하자 아예 산골로 들어가 절개를 지켰으며 학문과 덕망이 높아 후손들이 지금도 경모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 개국으로 고려왕실의 근친은 모두 주살되고, 원친은 유배되며, 살아남은 자 모두는 종모성(從母姓)하라는 이태조의 명을 따르기도 했으나, 일부는 옥(玉), 전(全), 전(田)씨로 바꾸었는데, 오늘날 왕씨 성들이 희귀한 것으로 보아 많은 수의 왕씨들이 전씨(田氏) 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담양 전씨는 대쪽같은 선비의 기질로 조선 초에는 출사하지 않았지만 고려와 조선시대를 통틀어 문과 급제자 127명, 봉군 15명, 정승 3명, 판서급 22명을 배출, 가문의 번영을 이루었다.

/ 이광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