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00㎏ 번쩍 드는 3m짜리 ‘거대 팔’… HD현대로보틱스 가보니
車 넘어 다른 산업까지 공급 확대 ‘체질개선’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제품이 적용된 자동차 생산라인 / HD현대로보틱스
박정엽 기자
입력 2023.05.05 06:00
지난 3일 오후 방문한 대구 달성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HD현대(57,900원 ▼ 1,400 -2.36%)의 로봇 자회사 HD현대로보틱스 공장은 적막했다. 산업용 로봇을 연간 1만대까지 만들 수 있는 공장이 가동중이었지만 공장 밖에서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축구장 3개를 조금 넘는 넓이의 공장 안 생산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등을 포함한 이 회사 전체 제품의 생산라인에 있는 전체 인력은 40명 남짓에 불과했다. 공장 내에서 들리는 소리도 테스트중인 로봇 관절의 모터와 감속기가 만들어내는 작은 마찰음이 전부였다. 조립과 도장 등 주요 공정은 이 회사가 생산한 ‘로봇 팔’이 담당하고, 그 과정에서 제품 이동은 물류로봇(AGV)이 맡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회사 인력의 60% 이상을 경기도 분당의 글로벌 R&D 센터에서 연구개발과 영업에 투입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 대구공장(현풍공장) 내부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는 대형 산업용 로봇(로봇 팔)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최대 220㎏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길이 2.6m의 로봇 팔 HS220을 가장 많이 생산했다. 이 제품은 사람으로 치면 손목에 해당하는 부위에 용접기를 장착해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쓰인다. 1984년 현대그룹이 현대차(199,200원 ▼ 1,800 -0.9%) 생산에 필요한 로봇을 직접 만들기로 하고, 이를 현대중공업에 맡긴 것이 사업의 기원이다. 로봇 사업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소속으로 있다가 2016년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로 격상됐고 2020년에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이날 오후 공장 내부에는 주력인 HS220, HH050(최대 50㎏을 들어올릴 수 있는 로봇 팔) 반제품 100여기가 빼곡히 차있었다. 가반하중(최대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 300~600㎏, 길이 3m대의 초대형 제품도 눈에 띄었다.
공장 내 재고가 빼곡한 이유는 얼마 전부터 HD현대로보틱스가 주력 제품 재고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 납기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주력 제품의 경우 2개월 안에 인도가 가능하게 했다. 경쟁사는 주문 후 생산에 들어가 평균 납기가 6~10개월이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일본, 스위스, 중국 회사가 강자다. 지난해 3월 발간된 일본 후지경제 ‘2022 세계로봇시장의 현재와 미래전망’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111억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1위는 일본 회사 화낙으로 시장 점유율이 18%(20억1900만달러)였다. 독일 회사였다가 중국 회사에 팔린 KUKA(13%), 스위스 회사인 ABB(11%), 일본의 가와사키(9%)와 야스카와(9%)가 그 뒤를 쫓고 있다. 화낙은 NC(수치제어 공작기계), 모터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밀기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점, ABB는 전력설비 등 공장 신설에 필요한 제품을 일괄 공급할 수 있는 점, 야스카와는 자사의 용접기 라인업과 함께 공급이 가능한 점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국 1위인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1800억원으로, 1%가 조금 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와 기아(85,900원 ▼ 600 -0.69%)라는 대형 고객사에 힘입은 바 크다. 여기에 더해 로봇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제어기를 1990년대에 자체 기술로 만들면서 추가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제품중 대표작인 HS220 /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제품중 대표작인 HS220 /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는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 외에 한국 회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전기전자 산업, 식음료 산업 등의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장 1층 로비에 전시 중인 배터리셀 적층공정에 들어간 가반하중 7㎏의 소형고속 핸들링 로봇 HH7이 대표적이다. 전기전자 제품의 공정에 쓰이는 HH7 등의 생산량이 급증해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기아·BMW·GM 등 자동차 산업의 비중은 지난해 50% 이하를 기록했다. 대니시크라운 등 육류, 수산물 공정이나 롯데칠성(149,200원 ▼ 1,600 -1.06%) 등 음료 공정에서도 이 회사 제품군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유럽과 미국, 베트남 등에 문을 연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업을 더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선진국 시장의 산업용 로봇 교체 수요, 북미 및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생산시설에 대한 수요를 중심으로 체급을 꾸준히 키워 내수 중심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3~4년간 HD현대 그룹 공채 출신이 아닌 글로벌 로봇 업계 인재들도 대거 채용해 인력풀도 보강했다.
HD현대로보틱스 대구공장(현풍공장) 교육센터에 위치한 용접 로봇. /박정엽 기자
최근 관심이 높아진 협동로봇은 소량의 재고 외에는 공장 내에서 거의 찾을 수 없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이 산업용 로봇 시장을 일부 침식해오곤 있지만, 당분간은 가반하중과 효율성 등의 한계로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에 따르면 HH7 등 소형고속 핸들링 로봇은 동급의 협동로봇보다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속도는 배 이상 빠르다.
대구 공장 1층에는 HH7을 사용한 바리스타로봇이 설치돼 있었는데, 경쟁사의 협동로봇을 활용한 바리스타 로봇과 비교할 경우 커피를 만드는 속도 등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안전 규정상 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있어 공간을 더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신제품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중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장기적으로는 국내 로봇 생태계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배터리와 식음료 산업 분야에서 현재 쓰이고 있는 방식 외에 다양한 응용 방식이 새로 만들어져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장 옆에 대형 교육훈련 공간을 마련해 이 회사에서 생산한 로봇을 이용한 용접, 도장, 프레스 작업을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회사 제품을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작해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30여개에 이르는 대리점·준대리점도 질적·양적으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로보틱스 대구공장(현풍공장) 1층에 위치한 배터리셀 적층공정 데모. 소형고속 핸들링 로봇 HH7이 적용됐다. / 박정엽 기자
#르포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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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연
2023.05.05 11:05:21
독일 놈들은 정신 못차렸네, 미래 전략 산업 로봇을 중국이 사게 내비두고 ㅉㅉ 우리나라 하이디스도 중국 BOE 팔아서 지금에 와서 LCD, OLED 개고생하는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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