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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서 국밥과 소주를 자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둘이서 먹어도 좋지만, 혼자서 사색을 즐기면서 먹는 맛이 또 쏠쏠한 게 바로 '국밥'입니다.
아직 국밥에 대한 내공이 부족해, 국밥부장관은 못되지만 그래도 차관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밥을 열렬히 사랑하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국밥의 종류는 딱 다섯가지가 있습니다.
(돼지국밥은 너무나도 기본적이니 항상 제마음의 원픽)
첫번째가 대구의 닭개장, 두번째가 창녕의 수구레국밥, 세번째가 나주곰탕, 네번째가 병천 순대국밥, 다섯번째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속초의 '가리국밥'입니다.
가리국밥은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낸 함흥식 국밥인데, 속초를 들리면 무조건 먹어야할 정도로 맛있는 국밥입니다.
만약 전날 속초에서 수산관광시장에서 맛있는 회와 소주 한잔을 걸치셨다면 가리국밥은 해장으로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가리국밥을 시키셨다면, 다대기를 풀기전에 맑은 국물을 먼저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담백한 맛이 알콜의 쓴맛을 중화해줍니다.
그리고 양념장을 풀어 밥을 말아드시면 얼큰함이 또 다시 피로에 지친 위와 간의 멱살을 잡아 일깨워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만약 지갑의 상황이 괜찮으시다면 또 다른 주력 메뉴 중 하나인 '아바이순대'도 겟 해보시길 바랍니다.
통통한 오징어 안에 꽉찬 순대의 소가 입안의 풍미를 돋우며, 국밥 채워주지 못하는 맛의 빈자리를 꽉 매워줍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새콤달콤한 명태회무침을 함께 드시면, 입안을 머금고 있는 기름의 맛을 모두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리국밥은 해장하러 갔다가 오히려 술을 부르게 되는 녀석입니다.
만약 제가 이날 차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정말 해장술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국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속초에서 해장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언제 다시 속초에 들릴지 알 수 없는 분이시라면 가리국밥은 충분히 좋은 맛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