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해부 32.. (p.269-280)
산산조각난 대통령의 희망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1. 환상적인 조합의 꿈이 깨지다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p.269)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p.269)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 가운데 의미있었던 것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깊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p.270)
"유무죄 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그간에 생겨난 갈등과 분열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데 송구한 마음이나,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놓아주고 재판 결과를 지켜봐주시면 합니다." (p.273-274)
2. 다른 신을 섬기는 배역
"시대정신이란 신이 있다면 신은 각자에게 배역을 주었을 것이나 연극은 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른 신을 모시던 다른 한 명의 배우는, 자신이 따로 준비한 각본이 있었기에, 연극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p.274-275)
3. 감정, 이성, 의지
감정의 지배를 받던 인간들은 어느날부터 이성의 지배를 받기로 서로 약속합니다.
오래전 읽은 불빈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려 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 역시 감정의 지배를 받습니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분노하며...
거만하고 교만했던 인간들은 신들의 질투와 분노의 대상이 되어 하나같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더랍니다.
얼마전 제가 포스팅한 내용을 잠시 소개합니다.
"기계에 고장이란 것이 있다면, 신에겐 실수가 있으며, 사람에겐 오류가 있다." (kjm)
인간 이성의 오류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이 맹목적이나 생존에 대한 끊임없는 의지라고 설파합니다. 그 뒤를 이은 니체는 권력의지, 즉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고 설명합니다.
계속해서 힘에의 의지를 불태우려는 윤석열의 최후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윤석열의 거만함과 교만함이 어디에서 멈출지를 가늠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4.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의지
"민주주의"란 '큰 틀' 속에서, 검찰개혁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누군가는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저렇게 우유부단한 거야? 그러니까 무능해보이는 거잖아!...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생각에 대한 제 평가는, 아직도 시대역행적이고 권위주의적 사고에 젖어있군!... 이 되겠습니다.
술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나중엔 거꾸로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되듯이, 힘과 권력에 취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관성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윤석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권력의지가 윤석열을 끌고 가는 겁니다. 윤석열은 그저 관성의 작용으로 움직입니다. 이성이 제거되어 브레이크가 없는 셈이죠.
어제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 공판이 있은 후, 제가 댓글에서 '검사에게 드리는 질문'이라 하여, 맨 마지막에 했던 질문은 이랬습니다.
"검사님은 지금 무엇을 증명하고 싶으신 겁니까. 피의자의 범죄 사실을 증명하려는 게 아니고, 사실은 검사님의 힘을 증명하려는 것 아닙니까?" (kjm)
5. 백정의 심정으로... 최전선!
<살아서 돌아온 사람>
김주대 시인 (p.275-277)
조국
당신의 온 가족을 발가벗겨 정육점 고기처럼 걸어놓고
조롱하며 도륙하던 자들은 떠나지 않고
우리 곁에 있으므로
우리의 철저한 목표물이 되었다
난도질당한 당신의 살점과 피와 눈물이 만져진다
그 아픈 전리품을 들고
우리 전부가 백정의 심정으로 최전선이 되었다
하루쯤 울어도 좋다. 당신이 살아서 돌아왔으니까
당신 투 블럭 머리카락 염색 빠진 끝부분 알뜰히 염색하고
샤워하고 상처투성이 심장도 수습하라.
내일은 우리가 백정의 심정으로 최전선이니까.
※ 중간 중간 잘라먹어서 김주대 시인님께 죄송합니다.
6. 조국수호, 그리고 생환
"10년 전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다. 검찰개혁이나 적폐청산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는 솔직히 뒷전이었다. 이러다간 누군가 죽어나가겠구나 싶었다. 장관 조국이 아닌 인간 조국, 즉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이종필 교수, p.278-279)
"내 사건의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희망하며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결정되는 공소권 없음." (p.279)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도륙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엄청났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듬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생환. 그것이면 족했다." (p.279-280)
kjm / 202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