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새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벌써 한달이 거의 지나갔다. 세월은 나이에 비례한다고 하니 나도 어느덧 제법 나이를 먹은 걸까?
사실 지난 날을 돌아보면 무슨 일을 했을까? 세상에 도움이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시기에 가졌던 꿈과 이상을 실천할 담대한 마음과 열정은 여전히 뜨거운데, 세월은 여지없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레미제라블을 4권째 읽고 있다. 대선 이후 열풍이 분 뮤지컬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어 영화에 끌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장발쟝을 읽었던 희미한 기억으로 책을 사려고 하니 두꺼운 책이 다섯 권이나 되어 잠시 망설였지만 어차피 다른 책이라도 읽어야할 습관이라 사서 읽고 있다. 빅토르 위고가 왜 위대한 문학가인지 책을 읽으면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읽고 있던 '총, 균, 쇠'도 부담스러운 페이지의 책인데 반쯤 읽다 잠시 미뤄두고 레미제라블에 몰입한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한 인간이 겪은 많은 사건들과 운명, 파란만장인가?
요즘 사회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나에게는 더 관심거리다. 연륜이란 게 그런가 보다. 물론 나이가 들어도 욕심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욕심보다는 베풀며 사는 인생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년 초 4일 광주에서 신년인사회가 있어 참석하고, 5일에는 전남대동창산악회 시산제가 최근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무등산 의상봉에서 있었다. 회장 임기가 만료되어 후배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다시 재선임되었다. 좀더 회를 활성화시키라는 명령으로 생각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6일에는 진영이와 둘이서 축령산을 갔는데 멀리 돌자고 해서 임도로 올라 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갔는데 등산객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눈이 무릎까지 빠졌다. 그래도 힘차게 산을 오르는 진영이를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
9일 저녁에는 전남대서울동창회 신년인사회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있었다. 250여명의 동문들이 모여 새해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12일은 성당산악회 시산기도회를 무등산에서 가졌고, 주중에는 신년에 만나야할 사람들을 두루 만나 감사와 우정을 나누었다.
18일 문형섭변호사를 모시고 언론사에 있는 후배들과 저녁을 했다. 마침 식당에 박주선의원께서 저녁을 하고 있다 우리 자리에 합석하게 됐다. 모두들 반가워하는 관계들이라 분위기가 더 뜨거워진 것 같다. 19일 산하 재학생 후배들과 무등산을 등산하고 점심을 같이 하며 산하의 발전문제를 모색하였다. 창립 50년이 되는 올해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20일 송원백화점 시절 축구했던 직원들과 만나 새벽 운동을 하고 저녁네는 이용섭의원과 10여명이 모여 많은 이야기와 정을 나누었다. 대선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민주당이 나아갈 길 그리고 자신의 역할 등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21일은 대전출장을 다녀왔고, 22일은 안양시청에서 최대호 시장을 모시고 안양시 UPIS(도시계획 정보화체계) 완료보고회에 가졌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간간부만 참석하여 완료보고회를 했는데 시장께서 직접 참석하신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UPIS사업은 우리 회사의 대표적인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23일, 24일은 출장과 저녁약속으로 바쁘게 보냈다. 25일 아침 회사의 수주기원제를 위해 임원들과 태백산을 갔다. 최근 며칠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으로 걱정이 앞섰다. 제천 '대보명가'라는 한방정식을 하는 집에서 점심을 하고 오투리조트에 투숙했다. 높은 곳에 자리한 오투리조트는 콘도와 골프장, 스키장을 갖춘 곳이다. 전망이 좋아 여름에도 무척이나 시원할 것 같다. 40평형이라 15명이 함께 투숙하기로 하고 저녁은 태백산 아래 옻닭으로 유명한 정남회관에서 정주를 나누었다.
밤 11시경 잠을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보온병에 가져갈 물과 청주를 데우고 있으니 모두들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벽 4시 숙소를 나서니 영하 17도, 체감온도까지 하면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날이다. 아침을 먹고 유일사 입구에 도착하니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엊그제 동해안만 눈이 많이와 넓은 임도지만 평소보다 훨씬 좁았다.
금년 첫날 해돋이를 보지 못했기에 서둘러 올라가려했지만 지체가 상당했다. 주봉인 장군봉 못미쳐 전망좋은 곳에서 해돋이를 봤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회사의 발전을 빌어본다. 후미가 도착하여 장군봉에서 준비해간 제물을 차려놓고 수주기원제를 올렸다. 어찌나 추운지 정성을 다하지 못한 것 같으나 태백산신께서도 이해하실 것 같다. 천제단을 거쳐 망경사로 내려오니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잦아들었다. 반재에서 오뎅을 팔고 있어 준비해간 정종을 곁들여 추위를 달랬다.
백단사로 하산하여 태백한우 연탄구이를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오후 서울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숲길을 걷기로 했는데 참석자가 적을 것 갔다는 연락을 받고 걷기는 취소하고 저녁만 먹자고 하여 굴비마을에서 부부간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7일 일요일 아침에 집사람과 진영이는 광주로 내려가고 나는 사우나를 하고 혼자서 영화관람을 하고 저녁 약속장소인 사당으로 갔다. 업계관계자들이어서 IT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몸이 피곤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태백산에서의 추위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나도 청춘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