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 달문이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념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
조선후기 영조때로 추정되는 광대 달문의 이야기다. 한시대를 풍미한 춤꾼이자 거리의 자유인이었던 달문. 가난한 이들 곁에서 평생 춤추고 노래한 한없이 선한 거지 광대의 고고한 생애를 그의 친구 매설가 모독이 소설로 마무리하고 있다.
달문이 인삼가게 점원으로 있을때 사람들이 고민상담하러 찾아온다. 달문은 찾아온 이의 말을 반복하여 되새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슬프다고 하면 "참 슬프시군요!" 라고 하고 외롭다고하면 "인생에서 제일 외로우시겠습니다."라고 했으며 화가 난다고 하면 "장작불처럼 가슴이 활활 타오른 적도 저도 있습니다."라고 했다. 달문이 그렇게 한번 더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찾아온 이들의 얼굴이 밝아졌다.p117
정혜신박사의 <당신이 옳다>에 나오는 방법이다. 공감해주는 것. 달문은 어찌 알았을까?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가를 보고 나서 정한 게 아닙니다. 먼저 믿는 겁니다. "p578
너무나도 어려운 말이다. 그냥 모든 사람들을 믿는다는 것이다. 나를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혔던 악인 표망둥이와 친구가 된 달문은 말한다. "착한 사람은 홀로 착할 수 있지만 악한 사람은 그 악행을 부릴 누군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저질렀겠지요. 그래도 저는 친구니까. 악행을 하더라도 조금은 여지를 뒀습니다. 미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가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p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