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7.06)
봄을 처음 들은 날/박수현
3월 초순, 오사카 도톤보리 뒷골목
청색 기모노에 하오리를 여민 사내가
샤미센을 켜고 있었다
바치*에 튕겨진 음표들이 톡톡,
막 물오른 산수유 꽃눈을 깨웠다
골목의 공기가 금세 노랗게 부풀어 올랐다
귓전으로 번져드는 노란 기척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내 안의 남은 겨울을 밀어내었다
동전 몇 닢 바구니에 넣다가
삿갓 아래로 스친 푸른 눈동자
굽은 골목은 생각이 한층 더 깊어졌다
하나둘 켜지는 간판 불빛 사이
세 줄 샤미센의 노란 숨결 타고
산수유 꽃송이들은 골목을 건너갔다
유두부의 김이 오르는 저녁
벽안(碧眼) 악사의 연주는
모락모락, 창틈을 파고들었다
(시감상)
어디에서나 봄은 온다.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가 있기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힘을 비축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희망이라는 봄은 절망이라는 겨울을 이겨낼 때 꽃이 된다. 지금은 여름의 계절, 이 더위 역시 가을이라는 다음 계절을 위하여 땀 흘리고 인내하며 보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지금을 이기는 것은 다음이라는 말이다. 내일 뜨는 해는 오늘의 해가 아니기에, 봄을 처음 들은 날의 설렘과 같은 것이다. 시인의 배후를 천천히 읽어본다.
(박수현프로필)
《시안》등단. 시집『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샌드페인팅』『처녑』외. 동천 문학상/ 서울문화재단, 아르코 창작기금, 서울문화재단 원로 예술인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