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만물상
[만물상] 미슐랭의 저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9.27
일러스트=이철원
하나만 받아도 영광이라는 미슐랭 가이드 맛집 별점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이다. 로부숑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최고 평점인 별 3개부터 1개까지 도합 32개를 받았다. 그가 ‘미슐랭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별을 하나 받으면 매출이 20%, 두 개 받으면 40%, 세 개 받으면 100% 오른다”고 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 특급 호텔 식당이 받는 효과는 더 커서, 호텔 식당가 전체 매출과 투숙객 증가로 이어지며 가치가 최소 1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슐랭 별점에는 짙은 그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을 14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폐업률이 40%였다는 기사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렸다. 별점을 하나라도 받으면 인터넷 검색이 30% 증가하며 유명세를 누리지만 고급 식당 이미지를 지키느라 식재료비와 인테리어 등에 돈이 더 들고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부작용도 컸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영업하는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는 과거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두 개와 세 개를 받았지만 결국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식당은 20년간 유지해온 별 하나 등급을 잃자마자 수익이 70% 추락했고 이듬해 결국 폐업했다. 처음부터 미슐랭 별을 받지 않았다면 폐업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미슐랭 등급에 매달리다가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스위스의 별 셋 음식점 요리사는 등급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평점 발표 전날 목숨을 끊었다. 이쯤 되면 ‘미슐랭의 저주’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슐랭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국내 식당은 두 곳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 곳은 적자가 쌓여 영업을 중단했고 나머지 한 곳도 휴업 중이다. 미슐랭 맛집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거나 “평가에서 빼달라고 했는데도 낮은 등급에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미슐랭을 고소한 이도 있다.
▶똑같은 음식도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가거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눌 때 더 맛있다. 뇌과학은 맛이 미각뿐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라는 뇌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공광규 시인은 맛의 이런 속성을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다’고 시 ‘얼굴반찬’에 썼다. 미슐랭 별 등급이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음식 사진에 연연할 게 아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즐기며 음식을 먹으면, 그곳이 별 만점짜리 식당일 것이다.
#만물상
김태훈 기자 논설위원
문화부에서 책과 문학을 담당했으며 현재 논설위원실에서 문화 부문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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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11
오병이어
2024.09.28 07:35:31
배고플 때는 총각김치 하나에 물 말아 먹던 밥도 꿀 맛이고, 입맛 없을 때에는 곰삭은 밴댕이 젓을 홍고추에 얹어 먹어도 입맛이 되살아 났었지요. 식도락가들에게 씨도 안먹히겠지만... 별 장난에 놀아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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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vkutm
2024.09.29 12:56:37
노인네 아니랄까 쌍팔년도 퀘퀘묵은 소릴.
발강이박멸사
2024.09.28 10:36:07
사례를 잘 늘어놓다 결론을 이상하게 내리는 기자나 그것이 맞다고 맞장구 쳐주는 오병이어나 그것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이나 모두 오류투성이다!! 엄마 집밥 결론은 시골 촌로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일류 신문사에서 두둑한 월급을 받고 글 쓰는 기자 입장에서 그렇게 결론내리면 안 되지!! 에뜨왈 드 미슐랭을 따려고 분투하고 노력하는 요리사들의 노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이자 훈장인데, 그것을 얻고나면 그 후에 있을 문제들 --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미슐랭의 저주라고 부르지!!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가온이란 식당도 결국 미쉐린 별 세 개 받고 문닫았지 -- 에 대한 고민과 해결 방안은 조곰도 없다!!!
람바다
2024.09.28 05:56:36
좀 게으른 칼럼 아닌가 싶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엄마 집밥이 최고지~”식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미슐랭 스타는 요리사들의 꿈이고 자존심입니다. 언론인들의 퓰리쳐상처럼요. 다른 업종이라고 가벼이 다룬 듯해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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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van
2024.09.28 06:00:26
게으른 칼럼 ㅇㅈ
바우네
2024.09.27 21:20:42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부작용'(?) '남에게 건물 따위를 빌려준 대가로 받는 돈'은 '임대료(賃貸料)',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돈'은 '임차료(賃借料)'이다. 빌려주는 쪽은 '임대료', 빌려 쓰는 쪽은 '임차료'이다. 즉 '임대료'가 아니라 '임차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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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arata
2024.09.29 16:21:56
이건 맞는 말이다.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가지는데 잘못 쓰는 건 안되지. 대차대조표, 임대차보호법, 임대인/임차인.. "빌려줄 대, 빌릴 차" 등은 기본 경제생활 용어들이니 확실히 하자.
회원30746127
2024.09.28 12:01:40
그냥 습관적으로 쓰다 보니 그렇게 사용했는데 바른 단어를 사용하는 게 자랑스러운 한글을 사랑하는 것이라 여겨지네요. 감사합니다.
둘리
2024.09.28 09:18:20
오른쪽 엉덩이나 왼쪽 궁둥이나 다 같은 말 아닌가?
생각하며살자
2024.09.29 12:04:33
미슐랭 평가 기준은 뭔지 궁금하다. 서양 관점인지, 동양 관점인지, 아니면... 미슐랭 별을 따려고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별이 내가 느끼는 맛과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쓸데없이 비싸지는 가격까지 감안하면 미슐랭 별만 따질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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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9.29 05:49:00
무슨 음식이든 '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배가 고프면 맛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순도순 애기 하며 먹으면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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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性醫學 설현욱
2024.09.28 17:58:30
가온..한식 고급 22만원-29만원 / 모수 양식 이런저런 독창적 요리.. 점심 21만원 // 뭐 망할 만 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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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vkutm
2024.09.28 02:28:25
논설위원께서도 업무나 지인 모임 관련 광화문 부근 좋은 곳 많이 다니시지 않나? 각자의 취향과 만족이지 감놔라 배놔라 할 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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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쟁이1
2024.09.28 17:40:19
미슐랭 스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지 않나. 당연히 식당경영의 입장에서 적자가 많이 날수록 스타를 받을 확율이 높아지는 것이니 망하는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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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8
2024.09.27 23:26:02
미슐랭? 언제부터 이런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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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2024.09.29 19:55:05
미슐랭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음식은그 나라의 그 지역 특성에 따라 유지 전승되거나 개발되어서 먹는 일상의 주식 겸 간식이다 누가 그것을 무슨 잣대로 별점을 주고 하나 그러니 지속을 못하고 압박감에 주저앉거나 망한다 그냥 내버려 둬라 맛있는 집은 잘되고 맛이 없는 집은 망하는 것이 순리다 수만 가지 특색을 가진 음식 재료를 가지고 자유로운 영혼을 불어 넣어 만든 그런 음식이 진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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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van
2024.09.28 05:59:45
미슐랭의 명암에 대해서 잘 쓰다가 마지막에 불법유턴을 해서 완전 삼천포로 빠지네. 급발진해서 미슐랭 식당 자체를 평가절하해버리면서 꼰대결말을 내버리네 참
하나만 받아도 영광이라는 미슐랭 가이드 맛집 별점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이다. 로부숑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최고 평점인 별 3개부터 1개까지 도합 32개를 받았다. 그가 ‘미슐랭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별을 하나 받으면 매출이 20%, 두 개 받으면 40%, 세 개 받으면 100% 오른다”고 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 특급 호텔 식당이 받는 효과는 더 커서, 호텔 식당가 전체 매출과 투숙객 증가로 이어지며 가치가 최소 1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슐랭 별점에는 짙은 그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을 14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폐업률이 40%였다는 기사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렸다. 별점을 하나라도 받으면 인터넷 검색이 30% 증가하며 유명세를 누리지만 고급 식당 이미지를 지키느라 식재료비와 인테리어 등에 돈이 더 들고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부작용도 컸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영업하는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는 과거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두 개와 세 개를 받았지만 결국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식당은 20년간 유지해온 별 하나 등급을 잃자마자 수익이 70% 추락했고 이듬해 결국 폐업했다. 처음부터 미슐랭 별을 받지 않았다면 폐업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미슐랭 등급에 매달리다가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스위스의 별 셋 음식점 요리사는 등급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평점 발표 전날 목숨을 끊었다. 이쯤 되면 ‘미슐랭의 저주’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슐랭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국내 식당은 두 곳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 곳은 적자가 쌓여 영업을 중단했고 나머지 한 곳도 휴업 중이다. 미슐랭 맛집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거나 “평가에서 빼달라고 했는데도 낮은 등급에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미슐랭을 고소한 이도 있다.
▶똑같은 음식도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가거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눌 때 더 맛있다. 뇌과학은 맛이 미각뿐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라는 뇌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공광규 시인은 맛의 이런 속성을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다’고 시 ‘얼굴반찬’에 썼다. 미슐랭 별 등급이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음식 사진에 연연할 게 아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즐기며 음식을 먹으면, 그곳이 별 만점짜리 식당일 것이다.
#만물상
김태훈 기자 논설위원
문화부에서 책과 문학을 담당했으며 현재 논설위원실에서 문화 부문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