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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식 리더십의 비밀
히딩크는 어떻게 조직을 장악하고 그 조직을 바꿔나갔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히딩크의 조국인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세계는 신이 만들었고 네덜란드는 우리가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바다보다 낮은
땅이 많아 댐을 쌓아야 했던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살기 위해선 주위 나라와 모두 친하게 지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개방적이다.
가령 네덜란드 집집마다 걸린 창문 커튼은 가리개가 아니라 행인들을 위한 하나의 ‘디자인 장식’이다. 실내를 멋진 그림과 꽃 등으로 치장하고 예쁜 커튼을 살짝 제쳐
보여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어둠이 깔려 불을 켜도 결코 커튼을 드리우지 않는다. 집주인의 인테리어 솜씨를 맘껏 자랑한다. 네덜란드엔 고정관념이란 게 없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법도 만들었다. 동성간의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도 OK다. 아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 이혼이 늘어가는 세상에 아이의 성이 자주 바뀌지 않도록 한 것이다. 마약판매도 자유다. 마약판매를 허용해 마약중독자들의 범법행위를 막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보통 3, 4개 나라말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히딩크도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히딩크가 한국에 와서 받은 인상은 그의 조상인 하멜과 큰 차이가 없다. 하멜은 1653년 8월 배가 난파하여 제주도에 표류한 뒤 13년여 동안 조선 땅에서 살다 탈출했다.
하멜은 표류기에서 당시 조선사람들에 대해 “양반이나 상민들은 일반적으로 교육에
온 힘을 다한다. 어릴 때부터 선생에게 맡겨 독서와 작문을 익히게 하니 조선사람들은
여기에 무한한 쾌락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엄격한 수단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자유롭고 유쾌한 방법으로 가르치되, 선조들의 학문과 공적이라든지
혹은 크게 된 이들의 명예를 이야기해주는데 이것이 아이들을 자극하고 근면하게 한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대단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받는 존경도 대단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서로 뗄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여 만일 부자 중의 한 사람이 부정한 행위로 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도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히딩크도 한국선수들의 ‘학습의욕’을 높이 평가한다. 또한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도
높이 평가한다. 히딩크는 한국선수들의 순수성과 열정에 깊이 감동했다. 그는 5월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끝내고 가진 네덜란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선수들은
내가 지시하는 점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했으며 한결같이 착하고 순수하다. 난 한국선수들을 사랑한다. 그들의 순수함은 나를 들뜨게 한다. 실력의 우월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지난 5월15일
스승의 날에 한국선수들이 그에게 여행용 화장품세트를 선물했을 때 깊이 감동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서의 위계질서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한다. 히딩크는 “하나의 문화로서 유교적 질서는 존중하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그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로 하여금 “형”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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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도 팀의 일부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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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 빠진 이후 한국팀은 승패를 떠나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젊은 피’들이 펄펄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송종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만약 홍명보가 있었다면 송종국은 후보로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홍명보가 없는 사이 송종국은 홍명보를 능가할 정도로 컸다. 이천수 최태욱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팀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골드컵 부진으로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예전보다 한 단계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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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독불장군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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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골키퍼 김병지가 파라과이전에서 하프라인까지 볼을 치고 나왔다가 볼을 빼앗기자 바로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김병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발탁됐지만 이제 김병지에게서 튀는 행동은 없어졌다. 히딩크는 말한다. “유명세는
필요없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실력이다. 행여 팀워크를 해칠 수 있는 겉멋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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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서 뛰는 게 축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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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처음에는 반발이 있었다. 옷입는 것까지 일일이 지시를 받아야 하는가
하고.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일정한 규칙만 지키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선수들의 불만은 사라졌다. ‘바로 이것이 히딩크 스타일이로구나’하고 이해하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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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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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내가 이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엄한 규칙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본 트루시에 감독이 나카타 히데토시를 다루는
방법도 히딩크와 비슷하다. 트루시에는 나카타에게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 이기적인 선수는 결코 월드컵에서 뛸 수 없다”며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러나 나카타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카타는 5명의 매니저와 2명의 의사와
함께 헬기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자전거를 애용한다. 인간적으로 그가 달라진 게 중요하다”며 그를 품에 안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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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의 밸런스를 살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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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경기장에서 지시를 내리는 주체는 선수의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반드시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선수의 옆에 있는 선수나, 더 넓은 경기 시야를 가지고 있는 후방에 있는 선수여야 한다며 이를 훈련했다. 가령 골키퍼는
수비수에게, 수비수는 미드필더에게, 미드필더는 공격수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경기장 전체를 보면서 서로 해야할 역할을 알려줌으로써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전제가 되는 것은 위치별로 자기 임무를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임무에 철저히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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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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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지도방법은 인터벌훈련으로 요약된다. 히딩크는 피로회복 속도를 중시한다. 그는 이를 위해 다양한 통계와 측정기구를 사용했다. 그가 레이먼드 베르하이옌을 통해 도입한 파워프로그램은 20m 왕복달리기나 미니게임을 통해
심폐기능을 단련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일종의 왕복달리기인 셔틀런은 일본
프로팀에선 이미 보편화된 것이며 최근 전남 등 국내 프로팀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녹음된 테이프 신호(일명 삑삑이)에 맞춰 10m 간격으로 놓여있는 콘(삼각뿔)을 터치하고 돌아오는 형식으로 갈수록 뛰는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쉬는 시간은 짧아진다. 이것은 선수들의 심장과 허파가 축구리듬에 맞춰 적응하게끔 고안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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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카드 ‘파워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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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부임한 2001년 1월 이후 3월까지 1단계 훈련은 ‘패스’였다. 한국선수들은 상대의 볼을 가로챈 뒤 찬스가 아닌 상황에서도 무리한 패스를 시도,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볼소유가 많다. 히딩크는 3개월간 패스의 강약 조절법과 볼트래핑 훈련을 중점 실시했다. 히딩크는 2001년 4월부터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직전까지는 2단계 훈련으로 선수들에게 포지션별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인식시켰다. 주로 7-7게임을 통해 수비와 미드필드, 포워드진이 각자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를 깨우치게 했다.
자기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절제된 움직임과 수비임무, 즉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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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의 ‘히딩크 흔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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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감독 등 국내 일부 축구인들은 “유럽선수와 한국선수는 다르다. 유럽선수들은 대회 한 달 전에만 모여도 충분히 전술이나 조직을 소화해낸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그게 안된다. 빨리 위치에 따라 두 배수를 뽑아 끊임없이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히딩크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들을 교체하고 있지만 한국선수는 모두 거기서 거기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모습이 다를 뿐이다.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언제까지 선수들 테스트나 하고 체력훈련이나 하고 있을 거냐”며 골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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