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28일, 음악계 또 하나의 별이 졌습니다. 향년 71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과의 오랜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1952년 1월 일본 도쿄 출생인 사카모토는 도쿄예술음악대학에서 음악 작곡가로 학사 졸업 후 전자음악과 민속음악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지구촌의 다양한 월드뮤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특히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한 일본, 인도,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 탐구에 매진했습니다.
사카모토는 대학 재학 시절 세션 연주자 겸 제작자로서, 그리고 편곡자로 음악 경력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1978년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의 공동 창립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밴드 동료인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여러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 개척에 앞장섰습니다. 1978년에는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퓨전 앨범 <Thousand Knives>를 발표했고, 1980년에는 앨범 <B-2 Unit>를 내면서 영향력 있는 솔로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사카모토는 1983년 작곡가 겸 배우로 명함을 내민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로 BAFTA(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 음악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1987년에는 동료 작곡가 데이비드 번(David Byrne), 콩 수(Cong Su)와 함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의 <The Last Emperor(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작곡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그리고 그래미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사카모토는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드높였습니다. 1987년 <Wings of Honnêamise(호네아미즈의 날개)>를 위시해, 1990년 골든글로브 수상작 <The Sheltering Sky(쉘터링 스카이)>와 <The Handmaid’s Tale(하녀 이야기)>, 1992년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감독의 <High Heels(하이힐)>(1992)와 피터 코스민스키(Peter Kosminsky) 감독의 영화 <Emily Bronte's Wuthering Heights(폭풍의 언덕)> 등의 작품에 작곡가로 동참했습니다.
그는 또한 1993년 <Little Buddha(리틀 부다)>로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후보에 지명되었으며,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의 1998년 영화 <Snake Eyes(스네이크 아이즈)와 2002년 영화 <Femme Fatale(팜므파탈)>, 2007년 프랑소와 지라르(Francois Girard) 감독의 <Silk(실크)>, 그리고 2015년 알레한드로 이냐리투(Alejandro G. Iñárritu)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 주연 <The Revenant(레버넌트) 등 세계적 명감독과 작품에 함께 했습니다.
영화를 위한 음악 외에도 사카모토는 기악과 클래식 음악 앨범을 계속해서 발매하고, 데이비드 실비안(David Sylvian),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 유수 은두르(Youssou N’Dour), 페네즈(Fennesz) 등과 협업했으며,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 개막식 악보를 작곡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습니다.
2009년, 57세의 일본 음악 거장은 프랑스 문화부에서 문화예술공로 훈장( the 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훈해 그간의 음악적 공적을 인정받았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명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야노 아키코(Akiko Yano)와 세 번의 결혼을 했으며, J팝 가수로 성장한 미우 사카모토(Miu Sakamoto)를 2세로 두었습니다. 2014년 두경부암과 2021년 직장암 진단까지, 지상의 음악계를 떠나기 전 수년 동안 암과 투병하며 고통받았지만, 탈핵 운동에 앞장섰을 만큼 사회적 활동가로도 유명했던 그는 천상의 별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