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일 전, 3월 5일 일요일과 3월 7일 화요일 이틀에 걸쳐 한티가는 길(그대 어디로 가는가) 순례자의 길을 다녀온 김나은 마리아 입니다.
이 길을 알게 된건, 고모 덕분입니다. 본명 김순희 마리안나이신 제 고모님이 한티가는 길을 가보자고 하셨고, 평소에도 체력에 자신있는 저는 흔쾌히 가겠다고 하게 됩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한티에 대해서도 부끄럽게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걷기 전, 오또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한티 순교 성지글을 한번 정독하고! 출발!!
3월 5일에는 제 1구간, 2구간, 3구간을 걸었습니다.
고모와 왜관가는 기차 안에서~
대구가 집이라서 왜관까지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가실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주일날 걷기 시작해서 미사는 그전날 특전미사를 보았는데, 한티가는 길을 걷기 전부터 조짐이 좋았습니다^^
왜관역에 도착해서 김밥나라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가실성당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하나 하는데 어떤 고마운 형제님께서 가 는길이라고 가실성당까지 태워다주셨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님 같았어요ㅠㅠ
가실성당에 도착해서는 또다른 자매님의 도움으로 사진을 찍고 화장실 한번 다녀온뒤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한티가는 길 45.6km 표지판과 함께 찰칵. 무사히 잘 걷게 해주세요.
저희들의 한티가는 길의 여정은 묵묵히 걷기만 해서, 사진이 많이 없습니다.^^ 돌아보니 많이 못찍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들. 지루하지 않게 때로는 숲길로, 아스파트 길로, 시골동네 골목길로, 계단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길을
눈 속에, 또 마음속에 충분히 담고 왔습니다.
3시간 걸려서 신나무골성지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신나무골 성지에서. 점심은 간단하게 떡과 고구마 그리고 사과!
1구간 돌아보는 길(10.5km).
2구간 비우는 길과 3구간 뉘우치는 길도 묵묵히 열심히 걸었습니다. 이 날 경칩이라서 그런가, 많이 안 춥고 따스하니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제 2구간 전망쉼터에서. 전망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 2구간 중간 쯤 되어가자 다리와 발이 조금씩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평소 운동하기, 산타기 좋아하는 저에게 이쯤이야!
제 2구간에는 양떼목장도 나오는데요, 갑자기 염소들이 보여도 놀라지 마시길ㅎㅎ 저는 동물들을 좋아해서 그저 행복했답니다.
안녕 염소들아~~
이쯤에서 저희말고 한티가는 길을 걷고 계신 다른 신자분들을 만났습니다^^ 하루에 한 구간을 목표로 사이좋게 걸으시는 부부셨는데 보기 좋았습니다.^^ 문을 잘 못 열어 헤매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친절히 열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2구간 비우는 길(9.5km) 신나무골성지에 저 밑의 빨간 도장을 찍었어야 했는데 잘못 찍었다는..!
다른 신자님들은 주의하세요~^^;
제 2구간 역시 걷는데 약 3시간이 걸렸습니다. 2구간까지 거뜬히 걸은 저희는 원래 목표한대로 3구간을 향하여!
3구간을 걷다보면 십자가의 길이 나옵니다. 기도를 드리고..
부지런히 걸어 오늘의 목표인 동명성당에 도착합니다.
3구간은 역시 약 3시간정도 걸렸습니다.
제 3구간 뉘우치는 길(9km).
동명성당에 도착해서 성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스탬프를 찍으니 거의 6시가 다되었습니다.
성당내부가 잠겨있어 아쉽게도 성당내부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서 1구간~3구간 걷기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쉬고 나서, 고모의 가게가 쉬는 휴일인 3월 7일 화요일, 다시 한티가는 길을 향했습니다.
이 날은 한티까지 차를 몰고 가서 그곳에 차를 두고, 마침 내려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동행하여 동명성당까지 내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기한 것이, 이날 한티에 차를 끌고 갈때 눈이 펑펑 와서 눈 덮힌 한티의 절경을 보았습니다.
눈때문에 하선하는 것이 걱정되었으나, 걷기 시작하자 따사로운 햇살과 쨍한 햇빛이- 눈 온것이 거짓말처럼 다 녹고 사라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름다운 눈 덮인 한티 풍경을 구경시켜주셨나봅니다.^^
땅이 좀 질퍽해서 미끄러웠으니 혹시나 눈, 비 후에 걸으시는 신자분들은 걸을때 주의바랍니다.
저번에 1~3구간을 걸었던 터라, 4~5구간은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릴거라 예상하고 출발도 동명성당에서 오전 10시 5분쯤 저번보다 늦게 출발했습니다.
4구간 역시 너무나 예쁜길이였습니다. 특히 원당공소가 기억에 남는데, 원당공소 옆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들의 훈훈한 정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ㅠ 계속해서 추우니까 들어와서 점심먹으라고 하시고.. 결국 경로당에서 뜨거운 커피를 얻어먹고 갔습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제 4구간 용서의 길(8.5km).
제 4구간을 약 3시간 걸려서 걸은 후 드디어 마지막 제 5구간 사랑의 길을 걸었습니다.
한티에 드디어 도착!! 한티순교성지에 도착후, 순교하신 37명의 성인을 기리며 묘를 만날때마다 주모경을 바치며 쭉 돌았습니다.
제 5구간 사랑의 길(8.1km). 드디어 마지막! 완료!!
다 걷고 나서 오또 신부님께 최종 도장을 꾹!! 완료한 사람들이 받는다는 예쁜 손수건도 받고^^ 감사합니다~
뿌듯한 스탬프 완료집.
~걷는데 작은 도움이 될 만한 소소한 이야기~
저는 이렇게 장시간 걷는 것이 거의 처음이고, 제 고모님은 경험이 좀 많으십니다^^.
우선 걸을 때 스틱을 갖고 가서 저와 고모 둘다 스틱을 짚으면서 다녔는데,
이게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한티가는 길은 산 길과 숲 길이 많고 의외로 경사진 곳도 군데군데 있어서
스틱이 있으니 더 안정적으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산 길이고 아침일찍 걸으시는 분들은 쌀쌀하니 두꺼운 옷 한벌말고 가벼운 옷 여러벌을 입고 가서, 몸이 더워지면 하나씩 벗어서 체온조절을 잘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앉아서 쉬거나 물을 마시면서 가만히 있을때는 위에 옷을 걸쳐 감기에 걸리는 걸 막아야합니다.
저희들은 철인처럼 계속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 30분에 한번씩 물도 마시고, 끊임없이 챙겨온 간식들을 먹었습니다.
가져온 음식으로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걸로 싸갔는데,
고구마, 떡, 먹기 쉽게 자른 사과, 바나나, 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한입거리 과자, 초콜릿, 뜨거운 차, 물, 음료수 등등을 싸가서 중간중간 계속 먹었습니다. 이렇게 먹고도 다 걸으면 굉장히 허기가 졌습니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크니,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에너지를 계속 낼 수 있게 단단히 준비해가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희가 총 걸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총 45.6km를 이틀에 걸쳐 각각 9시간, 6시간 이렇게 걸었는데요,
고모님 걸음이 빠르십니다..ㅋㅋㅋ(고모 미안!)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고모님이 앞장서서 걸으시고 제가 부지런히 뒤따라 걸어다녔는데, 아유ㅋㅋ 우리 고모지만 고모 대단해요!
저희 걸음이 좀 빠른 것이니 이 기준보다 좀 더 넉넉하게 잡으시면 됩니다~^^
물론! 저보다 더 경험 많고, 베테랑이신 분들은 다 아시는 기본이겠죠! 다들 화이팅입니다^^
~마지막으로, 한티가는 길에 대한 제 최종 감상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온게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이 한티가는 길을 걷는 내내, 그 10년동안 하느님의 사랑을 제일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근래 제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슬프고,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운 그런 일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길을 걷는 내내,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었습니다. 몸은 땀에 젖고, 알이 배기고 힘들었지만, 그것마저 달콤한 고통이었습니다.
묵상하는 마음이 절로 들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스러움을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티 가는 길 어쩜 이렇게 친절하게 표시하나하나 다 해주셨는지요! 너무너무 친절해서 걷는 내내 감동이었습니다. 표시만 잘보고 가면 길 잃을 일은 절대 없겠습니다. 그리고 길들은 어찌 그리 다예쁜지.. 스탬프도 구간구간 찍게 해서 지루할 틈 없이, 끈기있게 걷도록 도와줍니다.
또 한번, 아니 여러번 걷고 싶습니다.
자동으로 한티가는 길 홍보대사가 될 것 같아요..!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이 보물같은 길을 저만 알고 싶은(!) 욕심도 드네요ㅎㅎ
이 길을 만드느라 고생하신 한티 순교 성지 관계자분들과 칠곡군 공무원들, 그리고 수녀님들, 신부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같이 걷자고 하신 고모!! 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하느님, 당신의 사랑을 더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당신께 더 기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소서.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 날짜에 순례하셨읍니다. 1,2,3구간 하루. 4,5구간 하루 .그리고 스탬프 사진과 시간까지 ...
이제 한티에서 눈구경은 아마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합니다.
좋은 길 홍보도 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사순절 기간 잘 보내시길 기도 드립니다.
순례기 감사합니디.
123구간 27km 정도 되는데 9시간이면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시는 분이시네요.
이 느낌을 잘 간직하시고 널리 알려주십시요. 주님의 평화가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순례기 한글자 한글자...감동입니다... ㅎ 조만간 걸어보아야 겠습니다.~
감동의 후기 감사합니다. 은총의 순례길이 되셨네요~^^
뭉클한 후기 너무 고맙습니다.
이 길을 걸으시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제일 많이 느꼈던 시간이였다니..
길을 만든 사람으로 너무 감사하게 되네요..
이 만큼 감동할 길은 아닌데..
많이 모자라는길 더 잘 보완하라는 말씀으로 듣고
열심히 더 이쁜길 만들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기 전에 이 글을 봤으면 엄두도 안났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속도가 안나서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고모님과 걸으셨던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게 남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