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29
거꾸로 매달린 사람
올해는 갑진년인데, 그 시작은 입춘부터입니다. 그래서 그 무렵 해서 타로카드를 뽑았습니다. 올해 어떻게 살지, 과제가 뭔지, 약간은 재미 삼아 뽑았습니다. 그랬더니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나왔습니다.
약 10년 전에도 이 카드를 뽑은 적이 있습니다. 이 카드는 희생, 인내, 기다림, 내맡김을 상징하기에, 그렇게 달가운 카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마땅히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신의 과제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올해 저는 운동, 체조, 명상 등으로 심신 단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에 나서지 않으며, 특히 단체 일은 삼가고, 개인의 심신 수양 만을 목표로 매진하겠다고요. 그런 저의 다짐과 계획이 이 카드로 나타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타로 마스터이자 영성가인 폴 포스터 케이스는 이 카드를 이해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I am doing nothing.”이라 말한다고 했습니다. 연초에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카드를 보고 며칠 명상을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사람은 180도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봅니다. 저 역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판단하라는 뜻 같습니다. 진리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봐야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또한 에고의 판단을 멈추고, 하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전적으로 내맡기라는 상징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진리가 알아서 다가와 저절로 빛날 것이란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지요.
숭산스님이 서양 사람들에게 ‘禪’을 설명하실 때 ‘선의 나침판’이란 도표로 알기 쉽게 하셨다고 합니다. 360도 원으로 설명하셨는데, 180도에 해당하는 게 진공(眞空), 무아(無我), 理法界입니다.
올해 空과 無我의 이치를 설핏이라도 깨쳤으면 좋겠습니다.